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35화 (35/284)
  • 제2권 10화

    035

    * * *

    “얘기는 들었지?”

    이성 호텔, 오성급 호텔로 이름 높은 곳이자,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호텔이 바로 이성 호텔이었다.

    그리고 그 최상층에는 매달 작은 성혈들이 모임을 하곤 했다.

    ‘주병훈.’

    이성 그룹의 부회장인 주인배의 아들, 그가 바로 이성 호텔의 사장이었다.

    주병훈은 소파에 앉아있는 여자와 남자를 보며 말했다.

    “그 녀석이 마동철을 만나러 갔다는 소식 말이야.”

    여자와 남자.

    여자는 작은 성혈 중 하나로 이성 길드의 길드장인 주형태의 딸이었고, 남자는 이정기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던 김윤태로 백두 길드의 길드장 주영은의 아들이었다.

    “얘기는 들었는데.”

    주안나가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마동철은….”

    이들은 성혈, 그렇기에 남들이 모르는 비밀도 안다.

    할머니의 엄명으로 비밀로 여겨지지만, 사실 마동철이 팔을 못 쓰게 되었다는 것도.

    “병신이잖아.”

    “할머님의 친우분이다. 말을 삼가.”

    주병훈이 주안나를 향해 으름장을 놓아도 소용없었다.

    “뭘, 병신을 병신이라 하는 데 문제가 있나?”

    “주안나.”

    “알겠다고.”

    결국,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짓는 주안나.

    “하지만 형, 안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야.”

    김윤태가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어차피 마동철은 제작에 손 놓은 지 오래야. 장애가 있는 손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왜 그런 걸 걱정해?”

    “내가 걱정하는 건….”

    주병훈의 눈빛이 달라졌다.

    길드가 아닌 그룹의 소유권을 갖게 될 그.

    하지만 주병훈이야 말로.

    “이정기가 마동철을 왜 찾아갔냐는 거다.”

    이 중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남자였다.

    세컨드 라인, 이백 위 대의 랭커.

    그룹을 경영하기 위한 후계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그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 헌터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정기가 진짜 이건의 손자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있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정말 이정기가 이건의 손자라면.

    ‘게이트에서 태어난 아이.’

    그런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만일 그게 현실화되었다고 해도, 어디 갓난아기가 올림포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그저 할머님이 무슨 뜻이 있어 그러시는 것이라고.

    ‘그도 아니면 이건을 꾀어낼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일지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래 그런 생각은 바뀌고 있었다.

    “할머님이 녀석의 튜토리얼 시험에 참관했다.”

    “…….”

    그제야 주안나와 김병훈의 얼굴도 변했다.

    “거기다, 안태민과 김상혁을 탈락시켰다지?”

    범상치 않은 무언가.

    “그건 안태민이….”

    주안나가 무어라 항변하려 해도 주병훈의 가라앉은 눈빛 앞에선 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할머님은 그 상으로 마력 던전까지 하나 더 개방해주셨다.”

    성혈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마력 던전을 사용할 권한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할머니는 워낙 엄격한 분이시기에, 아무리 제 핏줄이라 해도 근엄한 잣대를 통해 상을 주신다.

    그런데 그렇게 했다는 건 이정기가 그런 상을 받을만한 성과를 입증했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일진데 마동철을 찾아갔다니.

    “만일 마동철이 제작을 수락하여 무엇이라도 만들어준다면….”

    그때는 이정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메두사의 독을 해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안나 말이 맞아. 형. 메두사의 독은 할머니도 해제하지 못했어. 그것도 일반 메두사가 아닌 블랙 메두사의 독이잖아.”

    불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 질문.

    “정말 이건의 손자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답은 간결하고 명료했다.

    “…….”

    침묵 속에서 주병훈은 말했다.

    “할머님께서 또 녀석에게 선물을 준비하시는 모양이야. 이성 길드 내부의 일이니 주안나, 네가 알아봐.”

    “알겠어, 오빠.”

    그렇게 그날의 모임은 끝이 났다.

    * * *

    “저, 정말이냐?”

    마동철은 걸쭉하게 욕을 하던 것과 달리 떨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저, 정말로….”

    눈물이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아니지. 그 개자식, 아니 우리 형님이 그렇게 말했다면 진짜겠지.”

    “태세 전환이….”

    “그래도 묻겠다. 이 녀석아.”

    마동철이 이정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이 손을 고칠 수 있느냐?”

    “네.”

    “이건 그냥 메두사에게 당한 것이 아니다. 더블 에스급 몬스터….”

    일반 메두사도 S급 보스 몬스터로 가장 강력한 몬스터 중 하나로 치부되는 존재였다.

    헌터들이나 일반인들은 그런 S급 몬스터는 결코 건드려선 안 되는 존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존재가 바로 더블 에스급 몬스터.

    ‘일명 혜성급.’

    하나하나가 재앙 그 자체.

    소행성이 떨어진 것만 같은 파괴력을 가지는 존재들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블랙 메두사에게 당한 것이다.”

    블랙 메두사.

    “흡.”

    이진석조차 숨을 들이 삼켰다.

    올림포스가 나타나기 전에 열렸던 메두사의 묘지 게이트가 떠오른 것이었다.

    “나 혼자 광석만 구하러 들어갔다가 된통 호된 꼴을 당했지. 뭐, 복수는 개자, 아니 형님이 해줬지만.”

    마동철이 말했다.

    “그래도 독은 고칠 수 없었다. 원래 몬스터의 독은 몬스터를 처치하면 해제되는 것이 대다수이거늘. 이 독만큼은 어쩔 수 없었어.”

    “…….”

    “그런데 정말 방법을 찾았다는 게냐?”

    그리고 이어진 이정기의 대답.

    “네.”

    그건 확신이 가득 찬 대답이었다.

    “가능해요. 제가 그 독에 당했었거든요.”

    “무, 뭐라고?”

    “지금 무슨….”

    “별일은 아니었어요.”

    이정기가 말을 이었다.

    “훈련에 지쳐 한 번은 도망칠 생각으로 뛰어갔는데, 특이한 동굴이 있지 뭐예요.”

    “……?”

    “…….”

    “마력도 농밀하게 느껴지겠다 거기 몸을 숨기면 그래도 몇 시간은 쉴 줄 알고 들어갔어요.”

    이정기는 계속 말했다.

    “거기 커다란 뱀 꼬리 같은 게 있어서 쿡쿡 건드렸더니 블랙 메두사더라고요.”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그리고 물렸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바질리스크나 메두사 독에 당해본 적은 있었는데, 그 정도로 강력한….”

    “바, 바질리스크…! 메두사!”

    “독은 처음이었거든요.”

    이진석과 마동철은 정신을 못 차리고 이정기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달려왔는데, 그때만큼 심각했던 얼굴을 본 적이 없었어요.”

    당연한 일이다.

    블랙 메두사가 무엇이고, 그 독이 무엇이던가.

    이건조차 해결할 수 없었던….

    “하지만 씨익 웃으시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

    “방법은 이미 찾았다고, 그리고 저는 그게 자력으로 가능할 것이라고요.”

    종착지.

    “마, 말해 다오!”

    이정기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건 뭐건 상관없다.

    “내 이 팔을 고치기 위해 안 써 본 방법이 없다! 그러니! 제발!”

    이정기의 두 손을 꼭 잡은 마동철.

    그를 내려다보며 이정기가 말했다.

    “보세요.”

    화아아악!

    맞잡은 손에서 피어나는 황금빛.

    “치료되고 있잖아요.”

    “……!”

    정말.

    “정말…! 정말입니다!”

    이진석의 말마따나 마동철의 검게 굳었던 손이 다시금 생기를 띠기 시작하고 있었다.

    “황금 산양의 우유, 그게 블랙 메두사의 독을 중화시켜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정기는 그 황금 산양의 젖을 무려 열 살 무렵까지 먹으며 커왔다.

    이정기에게 그 황금 산양의 젖이 가진 효능을 재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흐….”

    그것을 본 마동철이 작게 입을 열었다.

    “흐허허허허헝!”

    하지만 이어진 것은 통곡으로 변해 있었다.

    * * *

    까앙!

    “이건 대체….”

    까앙!

    들려오는 망치 소리를 뒤로 한 채 이진석은 난감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까앙!

    들려오는 망치 소리는 마동철의 것이었다.

    손이 낫자마자 그는 산속 깊은 곳의 그의 거처로 가 인형을 고치기 시작했다.

    까앙!

    그것만큼은 좋다.

    최고의 제작자라 불리던 그가 두 손을 쓰지 못하게 된 지 이십여 년 이상이 흘렀을 테니, 쌓여 있던 열과 혼을 어찌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까앙!

    하지만 그토록 당황한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저기….”

    이정기를 부르는 이진석.

    “원래 황금 산양의 우유라는 게 저런 효능도 있는 겁니까?”

    애초에 황금 산양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 우유가 어떤 효능을 지녔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마동철의 손을 회복시키고.

    “저렇게….”

    마동철의 외형에도 변화를 주었다.

    “젊어지는 게 가능합니까?”

    드워프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던 마동철.

    또한, 나이가 지극했기에 외형에서 그의 나이를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팔이 나은 그의 모습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아무리 많이 쳐주어도 이십 대 중반.

    낮게 쳐주면 십 대 후반으로도 보일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 작은 키와 잘 어울리는 귀여운 외모에 괴상하게 난 수염과 머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기묘한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황금 산양의 우유에 그런 효능이 있긴 해요.”

    이정기는 말했다.

    “안티 에이징? 할아버지가 뭐 그렇게 말씀하셨긴 한데. 그게 사람마다 효능이 좀 다르고, 대개는 한두 살 정도가 어려질 뿐이에요.”

    “그런….”

    “두 번은 효과가 없고요.”

    이진석의 머리가 번뜩였다.

    ‘이거라면…!’

    가히 황금의 탑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겠는데, 지금은 더 못 만들어요.”

    “……아무 생각도….”

    “생각보다 고급 능력이라, 사실 이 순간을 위해 아껴둔 거든요.”

    “안 했습니다.”

    까앙!

    “그래도….”

    피식.

    작게 웃는 이정기.

    그때 마동철이 다가왔다.

    “완벽해!”

    이정기의 앞에 선 마동철의 곁에는 아까 전 자신들이 상대했던 인형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외형은 많이 달라져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바뀐 외형으로 변경하신 겁니까?”

    “그래! 껄껄껄! 팔도 고친 데다 젊음을 되찾았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지! 잊지 말거라! 세계 최고 제작자는 바로 나 이 마동철이니까!”

    자신감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가 짧은 시간 고친 인형은 정말로 대단했다.

    “이십 년 전에 이미 멈추었던 녀석이다. 이제야 제대로 손봐줄 수 있었어. 모두 전부 네 덕이다.”

    이정기를 향한 마동철의 눈에서 절절한 호의가 느껴지고 있었다.

    “장비 제작이 필요하댔지? 뭐든 말하거라. 이제 막 고쳐진 팔이라 백퍼센트 힘을 쓸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

    보상의 시간.

    꿀꺽.

    이진석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성에서 받는 연봉에 이정기의 보호까지 합해 그가 받는 연봉은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진석에게도 마동철의 아이템은 상당한 가치였다.

    더욱이 마동철이 망치에서 손을 뗀 이후로.

    ‘마동철의 아이템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고의 명장, 그가 만든 아이템.

    그것이 이제 막 이성의 정식 길드원이 되는 이정기에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훗날 그것을 경매에 내놓기만 해도 이정기는 평생 돈 걱정은 없을.

    쨍그랑.

    “……?”

    쨍그랑. 텅. 쨍그랑!

    무언가를 바닥에 떨어트리는 이정기.

    쨍그랑. 텅. 쨍그랑!

    도대체 어디서 저런 게 계속 나오는지 물어볼 시간도 없었다.

    “히, 히이이익!”

    마동철이 바닥에 흐트러진 것들을 보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했으니까.

    “말씀드렸었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제작이 아닌 수리라고.”

    그리고 이것들이 그가 수리해야 할 물건들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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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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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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