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7화
032
마력 던전에 이정기 팀만이 남은 지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시간은 흘러 이제 던전 공략 마지막 날이 되었다.
“미친.”
“말도 안 돼.”
“이런….”
“허.”
그 동안 권신우와 최인해가 내뱉은 감탄과 경악.
“돌겠군.”
그것만을 나열해도 책 한 권이 완성될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던전에서의 마지막 사냥이 끝났다.
“후우.”
거친 숨을 길게 몰아쉬는 이정기.
“미쳤군.”
“미쳤어.”
권신우와 최인해는 처음 시작할 때처럼 욕설 섞인 감탄을 토해내고 있었다.
던전의 보스인 오크 전사장.
다른 던전에서라면 B등급 중위권의 보스 몬스터였겠지만, 이곳 마력 던전에선 A등급의 보스 몬스터나 다름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경험이 꽤 있는 권신우에게도 A등급 보스 몬스터 사냥은 처음.
당연히 긴장을 가득 안은 채 도전했건만.
‘저 혼자 잡을 겁니다.’
이번에도 이정기는 홀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D등급의 헌터가 A등급의 보스 몬스터를 혼자 사냥하겠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 녀석이 아니었다면.’
이정기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이정기.
던전에서 사냥하는 동안 이정기의 사냥을 보았던 그들이기에, 결국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막대한 보상을 안겨주는 보스 몬스터의 사냥을 독점하게 해주는 것도 그이기에 인정해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던전을 독점하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이정기 덕분이니까.’
이건 그에 대한 대가.
그래도 혹시 몰라 이정기가 위험에 처하면 나서려고 했다.
역시나 위험은 있었다.
오크 전사장은 다른 오크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고, 말도 안 되는 실력을 선보이던 이정기도 코너에 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최인해와 눈빛을 교환한 권신우가 이정기를 도우려 할 때.
파짓.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싸움은 끝이나 현재에 이르렀다.
파짓, 파짓.
아직도 보스 방 안에 흐르는 푸른 기류.
그건 전류였다.
타타탓.
죽은 오크 전사장의 시체에서 맛있게 구운 돼지고기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정말로 보스를 혼자 사냥하다니.”
권신우가 놀라 감탄했고.
“대체, 그 힘은 뭐야?”
최인해는 경악하며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이정기가 코너에 몰렸을 때 전사장을 향해 사용했던 힘, 거기에 담긴 파괴력을 어렴풋이나마 느낀 까닭이었다.
“그냥….”
이정기가 말했다.
“능력이요.”
* * **
꽈악.
이정기가 주먹을 쥐며 몸 상태를 체크했다.
기다렸던 이성의 마력 던전은 마침내 공략이 끝났다.
하지만.
‘실패야.’
이정기는 그가 목표했던 A등급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정기의 최종 상태는.
‘B등급.’
마력 던전에서의 버프가 없이도 B등급의 마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계산이 틀렸다.’
마력 던전에 너무 기대한 것이 문제였다.
몬스터는 분명 많은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공간에 마력도 충분했지만 그걸 전부 흡수하는 것은 아무리 이정기라 해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권신우, 최인해.’
원래는 홀로 모든 것을 독식하려 했는데 권신우와 최인해가 끼어들며 마력을 나눈 것이 영향을 준 듯했다.
‘아쉽지만….’
만일 그들이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것은 없었다.
마력 던전에서의 시간.
이정기는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것들을 그들에게 배웠다.
‘지구에서의 삶, 그리고 인간.’
아무리 이정기라 한들 사냥을 하다 보면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그동안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은 이정기에게 상식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사실은 상식이 아니라는 것.
이성에 관한 이야기나, 헌터들의 경제 시스템, 한국 헌터계, 세계 헌터들의 생리나 삶까지.
이진석이나 튜토리얼 훈련 중에는 들을 수 없던 것들을 들었다.
물론 그것만이 대가였다면 부족했을 것이다.
‘약속할게. 이 빚은 어떻게든 갚는다고.’
그들은 그들이 도움을 받았다는 걸 인정하고, 후에 다른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금 손해는 본 듯하지만, 뭐 나쁘진 않아.’
다만 A등급에 이르겠다는 목표가 깨진 것은 조금 마음이 아팠다.
“뭘, 그렇게 죽상을 하고 있어?”
최인해가 그런 이정기에게 다가와 말했다.
“설마….”
동시에 소름이 끼친 듯 몸을 쓸며 말했다.
“만족 못 하는 거야?”
움찔.
이곳은 마력 던전이 아닌 바깥, 최인해의 말에 지나가던 길드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보기도 했다.
하지만 최인해나 이정기, 뒤이어 온 권신우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이정기, 이 자식 만족 못 하고 있어.”
“뭣…!”
권신우와 최인해가 동시에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D등급에서 B등급이 되는 기적을 이뤘는데, 설마 등급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그거, 맞는 거 같아.”
“맙소사….”
D등급에서 B등급이 됐다.
그건 권신우의 말처럼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
그만한 성장 속도를 보여준 이가 몇십 년 동안 몇이나 있었던가?
지금이야 이 사실을 마력 던전까지 담당했던 고수완 정도나 알고 있지만.
‘이 사실이 밝혀지면 이성, 아니 한국 전체가 요동칠 거다.’
그런 일을 벌이고도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정기.
“후우….”
“그래도 그게 저 녀석답지 않은가.”
그러나 그 짧은 기간 동안 이정기와 부대낀 그들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긴 했다.
“하여간, 조금만 더 이 녀석이랑 있으면 나도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아.”
“나도 조금은 휴식을 취해야겠군.”
이정기를 향해 웃음을 보이는 둘.
“그럼.”
“그럼.”
마력 던전의 공략은 끝났다.
공략이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정식 길드원이 되어 보지.”
정식 길드원으로서 한 달간의 수습 기간을 겪는 것이었다.
그렇게 떠나려던 둘은 갑작스레 몸을 돌려 이정기를 보며 무언가를 건넸다.
“번호.”
“번호.”
핸드폰.
피식.
그 모습에 살짝 웃은 이정기가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 * *
“고생하셨습니다.”
마력 던전 공략 신고를 마친 이정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진석이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이정기가 방금 샤워를 마친 물기 젖은 머리를 털며 말하자.
“……!”
이진석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
S급 랭커, 이진석.
“B등급이 되신 겁니까?”
그는 당연하게도 이정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네. 좀 아쉽….”
“마, 말도 안 되는….”
어쭙잖은 일에는 큰 감정의 변화조차 없는 이진석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온몸으로 경악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고.
일 년, 아니 한 달도 아니다.
겨우 일 주일가량의 시간, 그동안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면 이미 지구의 헌터들은 전부 S등급 헌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천재라고 하는 이들을 보았고.
‘나 또한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건 규격 외다.
“안태민과 김상혁이 중도 포기를 했다는 건 들었는데….”
그 또한 놀라운 일이었기에 묻고 싶은 것이 많았건만, 지금 이정기의 변화만큼은 아니었다.
‘힘을 숨겼던가?’
하지만 자신은 S등급.
그런 자신의 앞에서 힘을 숨겼을 가능성의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눈앞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작게 숨을 내쉰 이진석.
“저조차 질투가 날 정도군요. 하지만 축하드립니다.”
심정을 정리하고 진심의 축하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이정기 또한 그에 화답했다.
‘네 기준이 높다고 다른 이의 기준을 무시하면 안 돼.’
마력 던전에서 최인해가 했던 말을 기억하며 행동한 것.
씨익.
그것이 정답이었는지, 이진석은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 너무 놀라 시간이 지체되었군요.”
“시간이 지체됐다고요?”
무슨 해야 할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당장 휴식을 취하셔야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습니다.”
“……?”
이진석이 조용히 이정기의 앞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회장님께서 와계십니다.”
* * *
이진석조차 놀랐던 이정기의 변화.
움찔.
하지만 최명희는 그저 눈썹을 꿈틀거리는 것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했다.
“B등급이 되었구나. 잘했다.”
칭찬도 그것이 전부였다.
최인해, 권신우, 이진석이나 고수완과는 전혀 다른 반응.
최명희의 곁에 있는 박윤태도 손끝을 떨며 경악을 숨기지 못했는데, 최명희는 벌써 평온을 되찾았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정기에게는 그것이 더없이 편했다.
사람들의 호들갑을 듣는 것보다 그저 자신을 인정해주는 한 마디면 충분하다.
“안태민과 김상혁이 중도 포기했다던데, 네 짓이더냐?”
움찔.
최명희의 말에 이정기가 몸을 움찔였다.
‘혹시 잘못한 걸까?’
안태민이야 몰라도 김상혁은 자신이 몬스터 몰이를 해 억지로 탈락시킨 헌터였다.
그것이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정직해야 한다.’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이정기가 답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긴장되는 것은 사실.
이정기는 잠시 최명희의 눈치를 살폈다.
“잘했다.”
하지만 이어진 것은 또 다른 칭찬이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놓지 말아야지. 빼앗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
최명희의 말에 굳게 입을 닫고 있는 이정기.
최명희는 그 모습에 작게 웃고선 말을 이었다.
“내가 왜 왔는지 아느냐?”
사실 그걸 모르겠다.
조금밖에 겪지 않았지만 분명 할머니인 최명희는 고생했다며 식사를 한다거나, 치하해주는 성격은 아닌 듯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만큼은 잘 모를 이유였다.
“잊은 것이냐?”
“……?”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네가 원래 받아야 할 보상을 주겠다고.”
“아!”
그제야 이정기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원래 수석의 성적이었어야 할 자신, 그러나 최명희의 의중으로 5등으로 강등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룰에, 신규 던전을 제공함으로써 솔직히 그게 보상일 줄 알았는데.
“왜, 필요 없느냐?”
“아닙니다.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시금 최명희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걸 지금 줄 거다.”
꿀꺽.
최명희가 줄 보상, 그저 그런 것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니 이정기라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
“내가 줄 보상은, 뭐 다른 것이었지만, 네게는 이게 가장 필요할 듯하구나.”
스윽.
최명희가 이정기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
푸르고 검은 카드에 별 두 개가 그려져 있다.
아무리 이정기라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안다.
“부족하느냐?”
마력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카드.
정식 길드원이 되기 전 튜토리얼의 합격자들에게 한 번.
그리고 그 후 이성의 마력 던전을 들어갈 수 있는 이들은 큰 공적을 세운 이들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였다.
하지만 최명희는 그것을 준 것이었다.
“과하느냐?”
두 번 묻는 최명희.
“충분합니다.”
“그럼 됐다. 나가보거라.”
조손 간에 건조한 대화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정기는 최명희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선 방을 나섰다.
박윤태와 둘만 남은 최명희.
“하하하!”
그제야 최명희는 커다랗게 웃음을 토해냈다.
“윤태야. 보았느냐?”
“……봤습니다.”
“허. 마력 던전 한 번에 D등급에서 B등급이라니.”
씨익.
“원래는 다른 선물을 주려 했지만, 얼굴을 보아하니 저것이 제일 좋은 선물인 듯한데, 네 생각은 다르냐?”
“아닙니다. 회장님.”
“거기다….”
내려갈 줄 모르는 최명희의 입꼬리.
“수를 썼다 한들, 안태민을 힘으로 꿇려 내보냈다, 라….”
이미 최명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 * *
이주일 뒤, 이정기가 두 번째 마력 던전의 공략을 끝마쳤다.
그렇게 두 번의 마력 던전을 거친 이정기의 등급은.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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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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