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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29화 (29/284)
  • 제2권 4화

    029

    이정기가 처음으로 지구에서 제대로 맞붙게 된 몬스터는 오크.

    취이익!

    커다란 콧김을 내뿜는 몬스터로 큰 근육과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그런 종류의 몬스터였다.

    ‘오크의 등급은 C.’

    하지만 이곳 마력 던전에서 오크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정기가 올림포스에서 상대하던 오크와는 격이 다르다.

    올림포스의 최하위 몬스터들 중 하나가 바로 오크의 진화형인 블랙 오크였다.

    검은 피부는 마치 철만큼 단단했고, 그 완력과 힘은 일반 오크에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에 비해 이곳 마력 던전의 몬스터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었다.

    취이익!

    그럼에도 느껴지는 힘과 기세는 꽤나 강렬했다.

    타앗!

    이정기는 오크를 보자마자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몬스터를 상대로 체공한다는 것은 피할 수 있는 움직임이 제한되는 만큼 쉽게 생각해선 안 되는 일이라지만 이정기에겐 달랐다.

    마력을 조종하고, 그 힘을 이용할 수 있다면.

    취익!

    오크가 내리치는 글레이브를 충분히 피할 수 있다.

    타앗.

    오크의 글레이브를 피하고 땅에 안착한 이정기.

    그는 곧장 검을 빼내어 마력을 실었다.

    카앙!

    과연, 마력 던전의 힘으로 강화된 오크였을까.

    녀석은 재빨리 움직여 이정기의 검을 막아냈다.

    ‘한 방으로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크의 수준을 너무 얕본 듯했다.

    카앙!

    공격이 빗나간 것으로 모자라, 방금 죽음의 공포까지 느낀 오크는 더욱 흉포하게 변해 미친 듯 글레이브를 휘두르고 있었다.

    카캉!

    천천히, 이정기는 오크의 움직임을 살폈다.

    튜토리얼에서 배운 것인데, 처음 헌터가 몬스터를 마주하면 온몸이 딱딱하게 굳는 듯한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종이 다른 포식자, 그들을 마주하며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건 헌터의 경력이 늘어난다고 무조건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헌터도 몬스터의 위압감에 몸을 멈칫하여 큰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도 들었다.

    하지만 이정기는.

    ‘즐거워.’

    지금, 이 순간이 지구에 와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다.

    언제나 자신이 하던 놀이.

    그저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생활의 일종.

    그 편안함이 온몸을 감싼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옆면.’

    몬스터를 공략할 방법을 빠르게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오크에게 붉은 마력까지는 필요조차도 없었다.

    캉!

    글레이브를 쳐낸 이정기는 마침내 한 바퀴 몸을 회전시키며, 그 힘을 검에 담아내었다.

    푸욱!

    오크의 턱에 꽂힌 검이 정수리를 뚫고 나온 순간.

    털썩.

    오크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죽음을 맞이했다.

    “맙소사.”

    그제야 권신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정기는 권신우의 목소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몬스터가 쓰러졌다.

    그리고….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면 그 마력을 일정량 흡수할 수 있다.’

    신세대에 이르러 던전이 탄생하며 생긴 변화에 대해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미 올림포스에서도 몬스터를 사냥하며 그 마력을 일부 흡수하던 이정기였다.

    그 흡수율은.

    사아아.

    헌터의 재능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고의 재능을 가진 헌터가 몬스터의 마력량을 일 할도 채 못 흡수한다고 들었다.

    그마저도 시간이 흐르면 흡수한 마력의 대다수가 사라진다.

    그렇기에 헌터의 성장이 지난하고, 힘겨운 일이라고.

    ‘확인해볼 시간이야.’

    과연 자신은 몬스터의 마력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가.

    파란 입자로 변해 사라지는 오크.

    그 입자가 이정기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꽈악.

    몸에 흐르는 마력을 느끼며 주먹을 쥔 이정기.

    “이거라면….”

    이번 마력 던전을 통해 A급에 도달한다는 자신의 뜻이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이정기가 흡수한 마력량은.

    ‘일 할.’

    하지만 이 마력은 이정기의 허락 없이 방출되지는 않을 듯싶었다.

    “사냥, 계속하죠.”

    이정기가 권신우를 보며 말했다.

    처음에는 이정기가 위험할까 걱정했던 권신우였지만, 이정기의 묘한 박력에 압도당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벌써 이정기는 바닥을 박차고 다음 오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허억.”

    뒤늦게 쫓아온 최인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녀 또한 당황함을 숨기지 못한 채 멀어져가는 이정기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 * *

    “파이어 스트라이크!”

    강렬한 스킬이 난무하는 틈을 타.

    파앗!

    연기를 뚫고 나온 김상혁이 푸르게 빛나는 검을 휘둘렀다.

    서걱!

    깔끔하게 잘려나간 오크의 허리춤.

    사아아.

    오크는 그대로 절명해 파란 입자로 변해 팀원들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후욱. 후욱.”

    김상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오크 따위가, 이렇게 강하다니.”

    이성의 마력 던전은 괴랄한 난이도를 자랑한다고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겨우 C급의 오크를 사냥하는 것도 이러한 난이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크 한 마리를 잡는데 자신을 포함한 팀원이 전부 달려들어 사냥해야만 했다.

    이건 사냥이 아닌 레이드의 수준.

    “하지만 그만큼 보상도 좋잖아?”

    마법 계열 스킬을 사용했던 김상혁의 팀원이 다가와 말했다.

    “마력 흡수율이 삼 퍼센트는 되는 것 같아. 증발하는 마력을 생각해도 이 퍼센트 가까이는 남을 것 같은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상혁.

    확실히.

    ‘난이도만큼이나 보상이 대단하다.’

    왜 이성의 마력 던전을 꼭 공략해야 정식 길드원이 될 수 있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

    “이대로면….”

    만약 이대로 순조로이 마력 던전을 클리어하게 된다면.

    “A급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아.”

    벽처럼 느껴졌던 A등급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할 수 있다.’

    이대로면 자신도 그 안태민과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다.

    튜토리얼 기간 내내 은근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었던 안태민과 김상혁.

    결국, 수석은 안태민의 차지로 김상혁이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A등급에 오를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그와 겨룰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김상혁의 신경에 은근히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왜 그래?”

    바로, 이정기.

    특채를 뽑지 않기로 유명한 이성에서 특채로 합류한 이정기.

    다른 헌터들은 그저 낙하산 취급을 하며 무시하기 일쑤였지만.

    “…….”

    김상혁은 분명 이정기의 일면을 보았다.

    매번 무기술의 시범을 했던 이정기.

    다른 헌터들은 그것이 고수완이 이정기를 편애한다고 생각하지만, 김상혁의 생각은 달랐다.

    ‘완벽한 무기술.’

    이정기가 무기를 다루는 능력은 뛰어나다.

    마치 실전 속에서 갈고닦은 것을 보듯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D등급에 불과했기에 눈여겨봤어도 튜토리얼 기간 내내 경쟁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건만.

    “이정기 그 녀석 때문이야?”

    튜토리얼 시험에서 보여준 그 힘은, 김상혁의 신경을 거스르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D등급에 불과한데도 B등급의 헌터를 쓰러트리는 강함이나.

    ‘홉 오우거.’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조차 모를 홉 오우거를 무릎 꿇렸던 능력.

    어쩌면.

    “오크 사냥을 해보고도 모르겠어?”

    잠시 생각에 빠진 김상혁을 향해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신우랑 최인해가 붙었어도, 녀석은 D등급 헌터야. 이 정도 오크 사냥은 결코 불가능해. 운이 좋아 한두 마리 사냥했어도….”

    씨익.

    “지금쯤이면 포기하고 나갔을걸.”

    “과연, 그럴까.”

    일말의 불안감.

    어쩌면 먼저 움직여 이정기를 낙오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마력 던전에서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고, 보상을 독점하기에 다른 경쟁자는 제거해두는 편이 좋았으니까.

    그때였다.

    쿠쿠쿠.

    작은 진동이 멀찌감치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

    눈을 치켜뜬 김상혁이 재빨리 검을 쥐고 자세를 취했다.

    “전투 준비!”

    점점 더 크게 느껴지는 진동.

    “몬스터다!”

    분명한 몬스터의 기척이었다.

    “어떻게….”

    느껴지는 기척은 꽤나 많은 수.

    분명 최소한의 마력으로 계속해서 경계를 하고 있었을 진데, 언제 이렇게 많은 몬스터가 자신들의 지근거리까지 왔단 말인가.

    “파이어 스트라이크, 장전 완료!”

    김상혁과 팀원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몬스터를 기다릴 때.

    쿠쿠쿠쿵!

    그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많은 수라고 예상은 했지만,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는 땅.

    거기다 마력을 통해 느껴지는 몬스터의 수.

    “사, 상혁아….!”

    이건….

    ‘죽는다!’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수가 아니었다.

    적어도 열 마리, 혹은 그 이상.

    한 마리를 사냥하는데도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서 열 마리 이상의 오크를 사냥하라고?

    “큭!”

    김상혁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난 채 결국 가슴에 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우린…, 여기까지다.”

    퍼엉!

    고수완이 주었던 폭죽.

    김상혁이 그걸 터트리자 폭죽은 환한 불빛으로 변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쿵.

    다가오던 몬스터의 발걸음 소리가 멈추었다.

    ‘마력장.’

    아마 이 폭죽은 강력한 마력장을 만들어 일시적인 안전지대를 만들고 튜토리얼 훈련관을 부르는 듯했다.

    어금니를 꽉 깨물은 김상혁.

    “상혁아 이건….”

    “나도 알아.”

    사냥 중 뒤를 노린 몬스터의 습격.

    그건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아니 헌터의 개입이 분명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누군가를 떠올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안태민, 이렇게 비열한 수를 쓸 줄이야.”

    오크 열 마리를 몰이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이라면 그들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차석, 김상혁의 팀이 마력 던전을 포기했다.

    * * *

    “…….”

    “…….”

    멍한 얼굴로 이정기를 보는 두 시선.

    권신우는 곧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내보였고.

    “푸, 푸하하하!”

    최인해는 시원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선비인 줄 알았는데? 이런 면도 있구나?”

    김상혁 팀을 탈락시킨 오크 몰이.

    그건 김상혁이 생각하는 것처럼 안태민의 짓이 아니었다.

    이정기.

    그가 한 것이었다.

    “문제가 있나요?”

    이정기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몰이 사냥으로 다른 헌터에게 위협을 끼친 것 자체가 문제라면 문제지만….”

    여긴 일반적인 던전이 아닌 이성의 마력 던전.

    그리고 경쟁을 종용하는 형태였다.

    그렇다면.

    “큰 문제는 없겠군.”

    폭죽을 통해 안전을 확보받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다른 팀을 낙오시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문제지.

    열 마리가 넘는 오크의 몰이 사냥, 그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아까 전, 이정기가 보여주었던 것은.

    ‘몇 번이고 놀라게 하는군.’

    그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었으니까.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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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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