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8화 (28/284)
  • 제2권 3화

    028

    마력 던전.

    “과연 이성의 마력 던전이야. 듣던 대로 대단한 마력량이군.”

    “나도, 나름 던전을 공략한 경험이 있지만 이런 던전은 처음이야.”

    던전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마력에 긴장하고 있는 권신우와 최인해.

    “이 정도의 마력량이라면 적어도 A등급의 던전쯤은 되겠어.”

    둘 모두 경험이 있는 헌터인만큼 던전에 들어와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이성의 마력 던전 중 튜토리얼 합격자들에게 입장 기회가 주어지는 던전은 최대가 B등급이라고 했는데, 과연 신규 던전이라는 건가….”

    안 그래도 느낀 위험성을 몸으로 체감하자 경험이 있는 권신우와 최인해도 몸이 굳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몸 좀 풀어야….”

    스트레칭을 하는 권신우가 문득 이정기를 바라봤다.

    “스읍. 하.”

    그저 호흡을 마시고 내뱉고 있는 이정기.

    피식.

    그런 이정기를 보며 권신우가 입가를 말아 올렸다.

    ‘역시, 던전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군.’

    튜토리얼 기간 내내 많은 모습을 보였고, 튜토리얼 시험에서는 가히 상상을 불허하는 능력을 보였던 이정기.

    하지만 잊어선 안 될 것이 그의 등급은 겨우 D등급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권신우는 이정기를 소위 천재의 영역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경험은 없지만 타고난 감각과 재능으로 압도적인 힘을 보이는 존재.

    하지만 그런 천재가 겨우 D등급의 헌터라는 점과 아무도 그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생각해보았을 때, 이정기가 아직 실전 경험은 전무한 자라고 판단했었다.

    지금 이정기의 행동은 그런 권신우의 생각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정기.”

    몸을 풀던 권신우가 이정기에게 다가가 말했다.

    “던전에서 그렇게 긴 호흡은 좋지 않다.”

    경험자로서의 충고.

    “던전의 마력량은 지구와 비교할 때 현저히 농밀하다 할 수 있지. 거기다 마력량이 더욱 높은 마력 던전에서라면….”

    권신우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긴 호흡은 마력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튜토리얼 기간 내 이론 수업에서 배웠을 텐데?”

    마력 중독, 초보 헌터들이 던전에 들어가 가장 자주 겪는 증상이며 치명적인 증상이었다.

    너무 높은 밀도의 마력이 단박에 몸으로 흡수되며, 작게는 호흡의 조절이 힘들어지고 심하게는.

    ‘마력 폭주.’

    마력이 폭주할 위험이 있었다.

    마력의 폭주는 헌터의 스킬이나 힘을 단박에 상승시켜주는 효과가 있기도 했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호흡을 짧게….”

    권신우가 이정기에게 계속해서 충고를 하려다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

    그리고 그 기묘한 위화감의 정체를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원래 이정기와 같은 낮은 등급의 헌터가 A등급 정도의 던전에 들어오면 이미 마력 중독의 증세를 보이는 것이 정상적이었다.

    적어도 피부에 푸른 점이 드러나는 마력 중독의 초기 증상은 있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정기에게는 어떠한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 무슨….”

    이정기에게서 말로 표현하지 못할 어떤 종류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후.”

    다시 한 번 숨을 내뱉은 이정기.

    그가 입가를 말아 올렸다.

    “좋아.”

    여기가 마력 던전.

    ‘올림포스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짙은 농도의 마력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정기가 지구에 와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편안함.

    다른 헌터들은 이렇게 높은 마력에 노출되면 많은 부작용이 있기에, 마력을 일깨워 몸을 보호한다고 했던가?

    남들이야 그럴지 몰라도 이정기, 자신한테는….

    ‘편안해.’

    마치 집에 온 듯 편안함이 느껴졌다.

    탓.

    작게 발울 굴러 뛰어보는 이정기.

    “……!”

    그 높이가 튜토리얼 훈련을 받았을 때와 비교할 수 없다.

    아직 B등급에 불과한 권신우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정기의 마력은 일시적으로 상승해 있었다.

    ‘C등급.’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마력에 대한 친화도가 몹시 높은 건가?”

    최인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런 종류의 헌터가 존재한다고 듣긴 했는데, 하긴 저 녀석 정도라면 그 정도 특별함은 있어야 말이 되지.”

    다른 이도 아닌 이정기.

    그렇기에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

    터벅.

    이정기가 마침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이미 안태민이나 김상혁은 한참 전부터 공략을 시작했을 거다.”

    또 하나의 세상과 비슷한 모습을 한 게이트와 달리 던전은 말 그대로 던전 그대로의 모습을 취했다.

    지하에 만들어진 고대의 미로처럼 길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헌터는 그 길을 찾아 몬스터를 해치우고 함정을 격파해야 한다.

    던전의 길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길을 찾기 용이한 스킬을 가진 헌터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만일 그러한 능력이 없다고 해도.

    “이쪽 같군.”

    던전의 최중심부의 마력 농도가 높다는 것을 이용해 길을 찾는 방법도 존재했다.

    “아니, 이쪽이야.”

    권신우의 말을 부정하며 최인해가 나섰다.

    세 갈래 길.

    꿈틀.

    최인해의 말에 권신우가 미간을 꿈틀거렸다.

    “비하의 의도는 없지만, 나는 B등급, 너는 C등급의 헌터다.”

    차분히 말을 꺼내는 권신우.

    “마력에 대한 감응은 내가 더 높을 테니, 내가 말하는 길이 옳다고 판단되는데.”

    “어머. 그게 비하가 아니라고?”

    최인해도 지지 않았다.

    “그쪽이 B등급일 모르지만 난 서포터에 특수 마력 소유자야. 그쪽에 비교해서 더 하면 더했지 꿇리지는 않을걸?”

    사이가 좋은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그런 것만도 아닌 듯했다.

    이제 둘은 이정기를 보고 있었다.

    표가 갈린 상황.

    이정기의 선택에 따라 나아갈 길을 결정할 수 있었다.

    저벅.

    이정기는 말없이 발을 내디뎠다.

    “야!”

    그런 이정기를 최인해가 급히 불렀다.

    길을 선택하라고 했건만.

    “어딜 가는 거야!”

    이정기는 둘이 고른 길도 아닌 완전히 다른 길로 향해 움직인 것이었다.

    “여기로 갈 겁니다.”

    “뭐?”

    “흠.”

    이정기의 말에 이번에는 권신우와 최인해 둘 다 당황한 듯했다.

    “마력 감응이 우리보다 뛰어나다는 건가?”

    “……이유는?”

    하지만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지 말라 소리치는 것보다 이정기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었다.

    “왼쪽은….”

    권신우가 선택한 길인 왼쪽.

    “안태민 팀이 지나갔습니다.”

    “뭐…!”

    당연히 첫 번째 갈래 길인만큼 다른 팀이 지나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크게 흔적이 남아있진 않았는데, 어떤 팀이 어느 길로 갔는지를 알 수 있단 말인가?

    “혹시 추적자 계열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가?”

    권신우가 물었지만, 이정기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마력의 흔적이 남아있으니까.’

    강렬한 마력 하나, 그건 분명 안태민의 것.

    그것이 저 길을 통해 나아갔다.

    “오른쪽 길은.”

    이정기는 뒤이어 말했다.

    “위험도가 너무 높을 것 같군요.”

    “……!”

    권신우와 최인해가 놀라건 말건 이정기는 말했다.

    “깊은 곳에서 강력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아마 중간 보스급의 몬스터로 보이는데, 아직 던전의 몬스터 토벌이 조금도 되지 않은 지금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던전의 보스급 몬스터들.

    그들은 던전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이었다.

    던전의 절대 마력량이 낮아지면 그들 또한 약화되고, 던전의 마력량이 풍부하면 그들 또한 강해진다.

    그렇기에 일정 수준 몬스터를 토벌하고 던전의 마력량을 줄인 후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수순.

    그렇다면.

    “중간은?”

    이정기가 선택한 중간.

    “김상혁 팀이 지나갔습니다.”

    “…….”

    이제 권신우와 최인해는 의문조차 표하지 않았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긴 하지만, 안태민 팀과 마주치는 것보다 마주치더라도 김상혁 팀 쪽이 괜찮을 겁니다. 그래서 고른 건데, 문제 있습니까?”

    잠시간의 침묵.

    “그럼….”

    “가지.”

    어느새 권신우와 최인해는 이정기를 앞질러서 중간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 * *

    쿵, 쿵.

    이정기의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었다.

    그건 공포나 두려움이 아닌 흥분에서 오는 변화였다.

    타닷!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이정기.

    그 누구보다 마력에 예민한 그이기에 느낄 수 있었다.

    ‘몬스터!’

    지구에 와 처음으로 만나게 될 몬스터.

    튜토리얼 2차 시험에서도 홉 오우거를 보긴 했지만.

    ‘그건 인간에게 사육당해 있었어.’

    혹여 시험 도중 튜토리얼 대상을 살해할 수 있기에 마력으로 공격성이 일부 거세되어 있던 상태.

    그러니 아무리 최상급의 능력인 ‘피어’라고 한들 D등급의 마력으로 발현된 것에 홉 오우거가 무릎을 꿇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마력 던전은 다르다.

    ‘이성의 마력 던전은, 마력핵을 통해 인공적으로 탄생한 존재.’

    그렇기에 오히려.

    크오오오!

    공격성은 그냥 던전에 비해 더욱 강하다.

    그렇기에 위험한 것!

    “이정기!”

    흥분.

    지구에 오게 되고 이곳에서 인간들과 섞여 살아보려 했지만, 솔직히 이정기는 모든 것이 불편했다.

    낮은 마력 밀도, 최명희의 집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 튜토리얼 과정 중 다른 헌터들인 보인 질투와 압박.

    그것들을 견디기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타닷!

    이정기는 이곳에서 제일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대놓고 자신을 위협하는 적.

    오히려 무조건 쓰러트리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

    그런 것이야말로.

    ‘정기야.’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들이었다.

    타앗!

    마침내 몬스터의 얼굴이 보였다.

    몬스터의 정체는 C등급의 오크.

    하지만 마력 던전의 비정상적인 마력량으로 늘어난 근육과 덩치, 보유한 마력의 양은 B등급이라고 해도 손색없었다.

    “저 녀석…!”

    “권신우! 내가 서포트할게!”

    갑작스레 달려나간 이정기를 뒤따라온 최인해와 권신우.

    ‘설마 그때 그 능력을?’

    이정기가 홉 오우거를 사냥했을 때의 능력을 쓰려는 건가?

    하지만 그건 분명 여러 번 사용하는 게 불가능할 능력이었다.

    ‘겨우 이런 데서?’

    설마 오크가 가진 마력량이 비정상적이기에 보스 몬스터라고 생각한 것일까?

    무엇이 됐던.

    “하압!”

    초보 헌터의 실수를 바로잡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권신우가 이정기의 뒤를 쫓았다.

    콰앙!

    마침내 앞에서 부딪히는 소음이 울렸다.

    “이정기!”

    더욱 빠르게 속도를 낸 권신우.

    하지만 그는 순간 속도를 줄여, 저도 모르게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콰앙! 콰앙!

    이정기가 휘두르는 검.

    취이이익!

    콧김을 내뿜는 오크의 글레이브와 이정기의 검이 쉴 새 없이 맞부딪히고 있었다.

    이정기의 등급은 겨우 D등급일 텐데.

    “어떻게…?”

    어떻게 저런 힘을, 파괴력을 낼 수 있단 말인가.

    꿈틀.

    권신우의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이정기의 근육은 꿈틀대고 있었다.

    그리고 한순간.

    서걱!

    이정기의 검이 오크의 목을 갈라내었다.

    사아아.

    쓰러진 오크의 몸이 푸른 입자로 변해 사라지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건.

    “맙소사.”

    오크의 죽음을 알리는 현상이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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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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