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26화 (26/284)
  • 제2권 1화

    026

    “하하하! 정답이다!”

    최명희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기쁜 마음이 짙게 묻어나오는 웃음소리.

    방 한 켠에 있던 최명희의 오른팔, 박윤태는 흠칫 몸을 떨었다.

    ‘회장님께서….’

    최명희가 진심에서 우러나는 웃음을 내비친다.

    이것이 얼마나 오랜만에 있는 일이던가.

    자신이 최명희를 옆에서 보필한 지 거의 30여 년, 그동안 최명희가 저런 웃음을 보인 것은 양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언제나 냉철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최명희.

    ‘이 모습을 성혈들이 보지 못해 다행이군.’

    최명희를 기쁘게 하겠다는 소망마저도 아예 포기한 지 오래인 그들이지만, 이 광경을 보았다면 안 그래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정기의 앞날은 더욱 고단해지리라.

    “그래. 너는 네가 스스로 뛰어남을 만천하에 내보였다.”

    최명희가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D등급 헌터가 B등급 헌터를 쓰러트린다? 아무리 붉은색의 마력을 보유한 특수 마력 소유자라고 인정한들,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압도적인 경험치 차이, 육체에 대한 이해도, 강자와의 전투 경험, 마력의 이해도와 활용도….”

    나열되는 문장들.

    전부 이정기가 B등급 헌터를 쓰러트릴 수 있었던 이유들이었다.

    ‘역시 할머니는 전부 보셨구나.’

    최명희 정도 되기에 볼 수 있던 것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어떻게 보일까.”

    최명희는 웃음기를 지우고 말했다.

    “반칙. 혹은 속임수, 혹은 특채로 채용된 녀석이니 무언가 뒷공작이 있겠거니. 모두 그리 생각할 거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았어.’

    어떠한 이유로든 패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또한, 할머니가 자신을 보러왔기에 증명하고 싶었다.

    할머니의 손자가 이렇게 잘할 수 있다고, 그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할머니가 그토록 싫어하는 할아버지를 인정하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또한, 홉 오우거를 무릎 꿇렸던 능력.”

    최명희의 눈은 더욱 가라앉아있었다.

    “그 능력이 무엇인지 볼 수 있는 자가 그 자리에 과연 몇이나 될 것 같더냐?”

    이제는 꽤나 많아진 헌터들 사이에서도 선택받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최강의 강자들, 그들마저도 모두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이 바로 피어였다.

    헌데 그 능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고, 알아낼 수 있는 자가 그 자리에 몇이나 있었을까.

    “너에 대한 의구심은 나날이 커질 테고, 그것은….”

    “제 정체가 드러나게 되는 결과로 발전하겠죠.”

    이정기가 말했지만.

    “틀렸다.”

    최명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훗날, 네 정체가 드러났을 때. 네가 지구에서 나고 자란 것이 아닌, 최종 게이트인 올림포스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

    “그리고 네가 다른 인간들, 헌터들과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

    이정기는 순간 덜컥 숨이 멎는 듯했다.

    “그때 네가 벌여온 행적들을 문제 삼아 의심하고, 이방인으로 배척하게 될 것이다.”

    이미 할머니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

    ‘할머니는 내 정체가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그 이후, 내 정체가 밝혀지고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봐 걱정하신 거야.’

    무언가 가슴속에서 간질거린다.

    전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듯했던 할머니였을 진데,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진심이 느껴진 것이었다.

    “명심하거라. 특별함은 때론 득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 실이 된다. 그러니….”

    “강해져야 한다. 범접할 수 없는 강자에겐 그런 질투나 부정적인 감정도 닿지 못할 테니.”

    이정기는 최명희의 말을 자신도 모르게 이었다.

    ‘할아버지.’

    이건이 언제나 해주던 말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개 잡종, 아니 네 할아버지와 많은 부분에 있어서 다툼이 있었지만, 그 부분만큼은 나도 그와 생각을 같이한다.”

    최명희는 말했다.

    “강해지거라.”

    꽈악.

    이정기는 말없이 주먹을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찌 되었건 네가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했으니 보상이 있어야겠지.”

    * * *

    이정기가 방을 나서고 한참.

    최명희가 눈빛을 바꾸고 박윤태를 보았다.

    “보고해.”

    최명희의 물음에 박윤태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예. 회장님. 조사 결과….”

    박윤태가 말을 이었다.

    “정기 군은 분명한 회장님의 손자입니다.”

    최명희가 따로 일렀던 지시.

    박윤태는 최명희의 말대로 이정기가 정말로 최명희의 손자인지를 확인했다.

    김대정과 정훈의 보증이 있다고 하지만, 직접 본 것은 아니기에 일말의 의구심을 품었던 걸까?

    물론 그것도 있겠지만 최명희는 이정기를 처음 봤을 때 그 눈빛에서 그의 진실함을 보았다.

    최명희가 따로 조사를 시킨 이유는 하나.

    “그래?”

    정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

    다른 헌터와 다르다는 것.

    ‘피어.’

    시험에서 보여주었던 힘.

    피어와 붉은색 마력, 그것에 의구심을 품었던 것이었다.

    게이트에서 나고 자란 아이.

    그것도 일반적인 게이트가 아닌.

    까득.

    그곳, 올림포스에서 나고 자란 아이였다.

    아무리 이건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나, 겨우 E등급, D등급의 헌터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혹여 이건, 그 개 잡종이 무언가에 홀린 것은 아닌가.

    올림포스에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가 이정기라는 존재를 탄생시킨 것은 아닌가.

    의심하고 경계한 것뿐이었다.

    “아직 경계를 완전히 풀어선 안 된다.”

    “정기 군을 믿지 못하는 겁니까?”

    감히 박윤태만이 올릴 수 있는 직언.

    하지만 그것이 최명희가 박윤태를 중히 기용하는 이유였다.

    “그 아이는….”

    최명희는 천천히 말했다.

    “믿을 수 있겠지.”

    꼭 별다른 검사가 없어도 안다.

    이정기는 자신의 손자, 그리고 자신의 아들인 이강의 아이다.

    하지만 올림포스에서 나고 자란 그 아이에게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특히나.

    ‘그들과 같은 존재일수도.’

    의심은 지울 수 없다.

    그것이 이성의 회장이라는 최명희의 역할이었고, 그 전에 한 명의 헌터로서의 역할이었다.

    “자네가 보기엔 어떻지?”

    “정기 군 말입니까?”

    끄덕.

    “솔직히, 놀랐습니다.”

    박윤태는 말했다.

    “헌터로서의 능력은 감히 제가 판단할 수준이 아닌 것 같고, 상황을 판단하는 비상한 두뇌나 처세술은 올림포스에 고립되어 살았음에도 타고난 본능적인 감각인 듯싶습니다.”

    끄덕.

    “그 개 잡종이 아이를 잘 키우긴 했어. 그 개 잡종답지 않게 말이야.”

    “그리고….”

    박윤태는 말했다.

    “닮았습니다.”

    “닮았다?”

    최명희에게 언제나 직언을 마다치 않는 박윤태지만 잠시 주춤거렸다.

    하지만 곧, 그는 언제나 그랬듯 똑바르게 답했다.

    “이건. 그분과 말입니다.”

    “…….”

    꿈틀거리는 최명희의 미간.

    “그리고 강이 도련님, 그분과도 말입니다.”

    조금은 미간이 풀리는 최명희.

    “마지막으로.”

    박윤태는 이제 웃음을 내보였다.

    “더군다나 회장님과도 닮았습니다. 종합하면 특이하고 독특하며, 강인한 청년인 것 같습니다.”

    그제야 최명희의 입가에 완연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그런 것 같더군.”

    최명희는 잠시 이정기와의 대화를 음미하다, 다시금 서류를 펼치며 말했다.

    “그 개 잡종의 소식은 하나라도 놓치지 마. 그리고….”

    스슥.

    “그 개 잡종에게 위협이 있다고 한 것이 아마 ‘그들’과 연관된 듯하니, 그쪽으로도 계속해서 조사해보고.”

    “‘그들’ 말입니까?”

    스슥.

    더 이상 최명희는 박윤태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 * *

    이성의 튜토리얼 시험 최종 결과가 발표된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정기는 오랜만에 이성 길드에 와 있었다.

    다만, 지금 있는 곳은 튜토리얼 훈련장이 아닌 이성의 사유지 중에서도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특별한 곳이었다.

    최종 결과 발표 일주일 후.

    마침내 최종 튜토리얼 합격자들을 위한 보상이 주어지는 시간이었다.

    ‘마력 던전.’

    이곳에 이성의 자랑인 마력 던전이 있다.

    이성의 기술력이 집약되어, 던전 하나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다는 곳.

    또한, 이것만을 위해서라도 이성에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도 수두룩할 정도의 이성만의 자랑거리.

    “다들 오랜만이다.”

    고수완.

    “튜토리얼에 이어 이번 마력 던전 인솔까지 하게 된 고수완이다. 별다른 소개는 필요 없겠지?”

    “네!”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고수완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헌터들.

    하지만 고수완은 튜토리얼 때보다 더욱 가라앉은 눈으로 헌터들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봤다.

    “한동안 쉬었다고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아직 너희는 이성의 정식 길드원이 아니다.”

    “……!”

    싸늘한 고수완의 말에 헌터들이 입을 다물었다.

    “이곳, 마력 던전을 통과해야만 진정으로 이성의 정식 길드원이 될 수 있다.”

    마력 던전은 포상이란 이름으로 주어지지만.

    ‘실은 최종 시험에 가까울지도.’

    마력 던전이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던전이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던전에 마력량을 극도로 높여놓은 특별한 던전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던전 내부에는 각종 부작용에 따른 문제점이 생겨났고, 특히나 모두에게 알려진 문제점은….

    ‘던전의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

    E급 몬스터인 고블린조차도 마력 던전 내에서는 던전의 종류에 따라서, D등급 몬스터의 위력을 낼 수도 있다.

    그만큼 위험한 곳.

    하지만 던전을 제대로만 공략한다면, 그 보상으로 마력을 얻어 헌터로서 하기 힘든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것.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그런 진부한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이성의 마력 던전이었다.

    “이미 계약서에 사인했겠지만, 마력 던전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외부의 발설이 철저하게 금지된다. 또한, 내부에서 전투 중 사망할 때는….”

    마력 던전이 최종 시험이라 불리는 까닭.

    다른 곳보다 훨씬 난도가 높은 이성 길드의 튜토리얼을 지나쳐온 합격자들임에도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의 위험한 던전.

    “이성은 정식 길드원에 대한 처우과 동일한 사망보상금과 혜택이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죽지 않는 것이겠지.”

    꿀꺽.

    이제야 헌터들은 자신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 듯싶었다.

    포상이라는 이름이지만, 또 다른 시험.

    마치.

    ‘할머니.’

    이성의 회장인 최명희 회장의 성격을 그대로 따온 것과 같은 형태.

    이것이 바로 이성이었다.

    “마력 던전은 성적 결과에 따라 나뉘어 배정된다.”

    수석은 가장 높은 등급의 마력 던전을 들어갈 수 있고, 그 인원도 정할 수 있다.

    차석은 수석이 들어간 던전을 제외하고, 인원을 정할 수 있다.

    그 나머지는….

    ‘그냥 등수에 따라 던전이 배정된다.’

    이정기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5등.’

    수석을 노려 홀로 가장 높은 등급의 던전을 들어가려고 했건만, 어쩔 수 없이 수석을 놓쳤다.

    ‘할머니는 그에 대한 보상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게 뭔지는 아직 몰라.’

    그러니 이번에는 그저 주어진 룰을 따를 수밖에.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하지만 이번 기수에게는 특별히 다른 룰이 적용된다.”

    웅성웅성.

    고수완의 선포와 같은 말에 헌터들이 웅성댔다.

    “이번에는 등수에 따른 선택제를 없애고, 단 하나의 던전에 모든 헌터들이 함께 들어간다.”

    “그게 무슨….”

    “조용!”

    고수완이 소리치며 말을 이었다.

    “이미 수석 안태민과 차석, 김상혁이 동의한 일이다.”

    “……!”

    “나머지야 선택권이 없으니 문제가 안 될 테고, 이 때문에 던전의 등급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라면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다.”

    씨익.

    고수완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너희 기수가 들어가게 될 마력 던전은 이성에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새롭게 선보이는 신규 던전이니까.”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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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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