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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25화 (25/284)
  • 제1권 25화

    025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B등급, 그것도 보스 몬스터급의 홉 오우거가 이정기를 향해 달려들었고.

    쿵!

    곧이어 그대로 무릎을 꿇고 입을 벌린 채 넋이 나가 있었다.

    혼이 빠진 듯한 눈, 벌어진 입에선 침마저 흘러내리는 상황.

    “이게…, 무슨….”

    “뭔….”

    최인해와 권신우도 당황을 금치 못할 때, 오직 한 명만이 움직였다.

    타앗!

    이정기, 그가 땅을 박차고 홉 오우거를 향해 짓쳐들어갔다.

    망설임도 없이 꽉 잡은 검.

    화륵-!

    1차 시험에서 보았던 붉은 마력이 이정기의 검에 깃든 순간.

    푸욱!

    홉 오우거의 머리통에서 섬뜩한 파육음이 울려 퍼졌다.

    홉 오우거의 정수리부터 뚫고 들어간 이정기의 검은 얼마나 깊게 박혔는지 손잡이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끄…, 끄으….”

    무엇이라도 부술 듯 포효하던 홉 오우거.

    쿵.

    녀석은 그래도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커다란 시험장에 적막이 감돌았다.

    아무도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현실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세 명.

    “……!”

    최명희와 주형태, 협회장 김대정만이 상황을 파악한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방금 그건, 대체….”

    김대정이 경악하며 목소리를 내었다.

    이정기가 홉 오우거를 마주하고 있을 때, 혹여 사고가 벌어지지 않을까 긴장했다.

    게이트에서 나고 자랐으니 상식이 부족하여 생긴 사고라고, 여차하면 자신이 나서 시험을 중단시킬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순간, 이정기의 기운이 순식간에 어떤 다른 종류의 것으로 변했다.

    그리고 눈치챘을 땐.

    ‘쿵.’

    이미 홉 오우거는 무릎을 꿇은 채 넋이 나가 있던 것이었다.

    “저 녀석…!”

    주형태도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김대정보다 높은 수준의 주형태, 그는 다른 것을 느낀 듯했다.

    “어머니! 이 힘은…!”

    “조용해라.”

    무거운 최명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렴풋한 것을 느낀 김대정과 달리 최명희와 주형태는 이정기가 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피어를 쓸 줄이야.”

    피어, 압도적인 공포와 존재감으로 상대를 무릎 꿇리는 힘.

    그에 대한 내성이 없다면, 그저 두 눈을 뜬 채 죽을 수밖에 없는 힘.

    이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부류.

    ‘제로 라인, 그중에서도 최상위 헌터들.’

    그들이 살육한 수만 마리의 몬스터와 그렇게 쌓아 올린 강대한 마력이 그들의 존재 자체를 공포로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최상위급 보스 몬스터.’

    S급 이상의 보스 몬스터들, 녀석들은 헌터조차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피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정기는 그 두 가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웅성웅성.

    이정기의 시험에서 벌어진 이변에 이제야 시험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훈련 책임자인 고수완조차 무슨 일이 벌어진 지 모르는 상황, 그는 당황하여 홉 오우거의 시체를 확인하고 이정기를 번갈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소란을 해결해줄 것은.

    짝.

    오직 최명희, 그녀뿐이었다.

    짝짝짝.

    최명희가 박수를 치자, 곧 김대정도 함께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그것이 시작이 되어 시험장의 모두가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왜인지도 모를 축하, 하지만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정기가 홉 오우거를 홀로 쓰러트렸다는 것.

    * * *

    튜토리얼 시험이 끝난 지도 벌써 3일이 되었다.

    2차 시험에서 몬스터를 쓰러트린 팀은 합격이 결정되었기에, 순위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번 튜토리얼 최종 합격자의 수는 총 열다섯.

    대개 열 명 정도의 합격자가 있었던데 반해 이번에는 꽤 많은 합격자가 나왔다.

    이정기, 그리고 이정기와 함께 팀을 이뤘던 최인해와 권신우도 합격은 확실했다.

    “또 명상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정기의 방에 이진석이 들어와 말했다.

    눈을 감고 있던 이정기가 그제야 눈을 뜨고 이진석을 바라봤다.

    “튜토리얼이 끝났으니 조금은 쉬시는 게 좋을 텐데요. 제대로 발표가 나면, 바로 마력 던전에 들어가셔야 할 겁니다.”

    튜토리얼 기간 일 개월.

    그리고 튜토리얼의 합격자는 한 달간 마력 던전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렇게 이 개월.

    마지막으로 정식 길드원이 되면 수습 기간을 한 달 거치는데 그렇게 총 삼 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삼 개월.’

    자신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시간.

    그러니.

    “쉴 수가 없네요.”

    이정기는 쉴 수 없었다.

    “휴식도 필요한 법입니다.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겁니까?”

    농담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이정기가 대답이 없자.

    “크흠.”

    이진석은 괜스레 헛기침을 했다.

    “누가 절 쫓아오는 건 아니지만, 저 대신 다른 사람을 쫓고 있어서요.”

    “…….”

    “농담입니다.”

    이정기의 말에 이진석이 빙그레 웃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진석과 이정기는 제법 가까워져 있었다.

    튜토리얼을 받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붙어있는 데다, 대화를 나누는 것도 거의 이진석뿐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부턴 좀 쉬셔야 할 겁니다.”

    “무슨 일 있나요?”

    “그게….”

    이진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방금 튜토리얼 결과 발표가 났답니다.”

    “……!”

    이정기가 반가운 소식에 눈을 크게 떴다.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는 이정기.

    한 달, 이정기는 지구에도 더욱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저한테 중요하니까요.”

    “어차피….”

    이진석이 말했다.

    “수석일 텐데요.”

    이진석이 지금 이정기를 보살피는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그는 이성의 소속이었고 지금도 이성에 소속되어 있었다.

    이성 길드 안에도 이진석의 눈과 귀과 있다는 소리였다.

    ‘정말, 이렇게 보면 순수한 청년 그 자첸데.’

    튜토리얼 시험 때의 일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D등급에 불과한 이정기가 B등급의 정인섭을 꺾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거기다 이정기가 붉은 마력을 사용했다는 소식에는 아예 까무러칠 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믿을 수 없었지.’

    홉 오우거를 눈빛만으로 꿇리고, 일격에 처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그냥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다.

    이성 길드가 인재를 중요시해, 튜토리얼의 일을 최고 기밀로 치부하지 않았다면 이미 수많은 길드와 헌터들이 이정기에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왔을 터였다.

    그러니 당연히 이정기가 수석일 수밖에.

    “튜토리얼 시험, 수석으로 합격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이성 길드의 튜토리얼에서 수석이라는 건 앞으로 장래가 유망한 루키로 인정받은….”

    이정기를 향해 말하던 이진석이 입을 다물었다.

    결과를 보고 있는 이정기의 얼굴이 무언가 화가 난 듯했기 때문이었다.

    벌떡.

    그것도 모자라 이정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했다.

    “왜 그러십니까?”

    “결과 나왔어요.”

    “그런데…?”

    이정기는 이진석을 비켜나가며 말했다.

    “오등이에요.”

    “……!”

    쿵!

    방문을 거칠게 닫은 이정기, 그가 어디로 향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당연한 수석이 오등이 되어버렸다면.

    ‘회장님.’

    최명희의 손이 닿은 것이 분명했다.

    * * *

    저택에 있는 회장실 앞.

    “무슨 일이십니까?”

    최명희의 오른팔이 박윤태가 이정기를 막아섰다.

    “할머니를 뵈어야겠어요.”

    “전달 드리겠습니다.”

    “꼭 지금 뵈어야겠어요.”

    박윤태가 미간을 꿈틀거렸다.

    “아무리 회장님의 손자라지만, 이런 식의 무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택 내에서도 미리 허락을 받고 와야 한다는 것 듣지 못한 겁니까?”

    “할머니를 보는데도 그런 절차를 밟아야 하는 건가요?”

    “회장님의 명령입니다.”

    박윤태와 이정기가 눈을 마주쳤다.

    서로가 물러서지 않으려는 상황.

    ‘호오.’

    눈치를 보아하니 이정기는 자신이 계속 가로막을 시 아예, 힘으로 돌파하려는 듯했다.

    감히 자신을 상대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빈틈을 찾으려는 저 눈빛도 놀라웠다.

    “전달해 드릴 테니….”

    박윤태가 조금은 호의를 가지고 다시금 이정기를 설득하려던 때.

    “들어와.”

    회장실에 최명희의 목소리가 났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제야 박윤태는 비켜섰고, 이정기는 문을 열고 회장실로 들어갔다.

    슥, 스슥.

    최명희는 이정기가 방에 들어왔음에도 미동도 없이 결재하던 서류에 계속해서 서명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왜 그러셨나요?”

    이정기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적어가 없구나.”

    “오늘 튜토리얼 결과 발표 봤어요. 오등이더군요.”

    “헌데?”

    “할머님이 보기엔 제가 오등이었나요?”

    그제야 최명희는 이정기를 바라봤다.

    “그럼?”

    “B등급 헌터를 쓰러트리고, 홉 오우거를 쓰러트렸어요. D등급인 제가요. 그럼 수석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최명희는 고요한 눈으로 이정기를 보았다.

    “그래. 내가 널 오등으로 만들었다.”

    “왜….”

    “왜일 것 같으냐.”

    이정기가 무어라 할 틈도 없이 최명희가 물었다.

    “말해 보거라. 내가 널 왜 오등으로 만든 것 같으냐.”

    “…….”

    이정기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튜토리얼 시험은 끝났다.

    하지만 아직 최명희의 시험은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최명희의 눈은 고요하게 이정기를 살폈다.

    그제야 이정기는 생각할 틈이 생겼다.

    ‘왜….’

    왜 굳이?

    이정기는 생각을 마치고 말했다.

    “죄송해요.”

    “죄송하다?”

    최명희의 눈에 순간 실망감이 깃들었다.

    “이유를 모르겠다는 뜻이냐?”

    그러나 이정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유를 알아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이유를 안다고? 그럼 이유가 무엇이냐.”

    “그건….”

    이정기가 말했다.

    “할머니가 저를 생각해주셨기 때문이에요.”

    최명희는 담담히 이정기를 보았다.

    더 이야기해보라는 뜻.

    “할아버지가 제 정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길 바라신 걸 알아요. 할머니도 그걸 돕기 위해 제 등수를 깎으신 게 분명하고요.”

    이성의 수석 튜토리얼 합격자, 아무리 이성의 보안 유지가 철저하다고 한들 알음알음 소문이 퍼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일부러 등수를 낮추었다.

    “또.”

    하지만 최명희는 만족하지 않았다.

    “또 무엇이 있을까.”

    “제가….”

    이정기는 생각하고 말했다.

    “홉 오우거를 쓰러트렸을 때 사용한 힘이 알려지길 원치 않으시는 거겠죠.”

    “호오.”

    이번에는 최명희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까지 알아차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 힘이 무엇인데?”

    “저는 그냥 제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분명 시험장의 분위기는 이상했고 제 능력이 다른 헌터들이 보기엔 이질적인 것 같았어요. 그러니 정체가 드러나질 않길 바라는 할머니는 그 능력도 알려지길 원치 않으셨겠죠.”

    최명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정기는 더욱 말했다.

    “그 힘을 부정하기 위해선, 시험이 잘못된 것이 되어야겠고 그럼 저는 홉 오우거를 쓰러트린 데 감점을 받았겠죠.”

    그럼 오등이란 등수가 말이 된다.

    하지만.

    꽈악.

    이정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도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각을 드러내면, 피어를 사용하면 관심이 쏠린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수석이라는 자리가 꼭 필요했을 뿐이었다.

    마력 던전, 최고의 마력 던전에 들어가 인원수도 자신이 정하고자 했던 것.

    정해진 기간 안에 강해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

    이정기가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네가 모르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최명희가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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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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