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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22화 (22/284)

제1권 22화

022

이성 길드의 이번 회차, 튜토리얼 시험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시험은 대진표에 의해 결정된 헌터들끼리 맞붙어 승리하는 것.

당연히 대결에서 패배한 헌터는 탈락하게 된다.

대진표는 등급별로 나누어 임의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진표는 이미 나왔다.

“하아압!”

대결도 시작되었다.

“B등급 권신우와 B등급 김명훈이군.”

“와. 처음부터 빡센데.”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탈락하는 거지?”

둘 다 튜토리얼에서 상위권의 실력을 보인 이들이었다.

카캉!

권신우는 건틀렛을 주 무기로, 김명훈은 검을 다루는 헌터였다.

“권신우가 불리하겠는데?”

건틀렛이라고 해봐야 결국엔 주먹, 무기에 있어서 중요한 리치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장점도 있었다.

“어어어!”

캉!

검은 길이가 길기에 상대를 공격하기에 용이하지만, 그 틈을 파고들면 쉽게 방어태세로 전환하기 힘들다.

권신우가 김명훈의 검을 쳐내고 그 틈을 파고들어 김명훈의 턱 끝에 건틀렛을 가져다 댔다.

“종료!”

첫 번째 대결은 그렇게 끝났다.

“와아아….”

“무슨 스킬을 사용할 틈도 없네.”

“거기다 경력자들이라 그런지, 애초에 움직임부터 달라.”

첫 번째 대결의 승리는 권신우.

“큭.”

김명훈은 분한 듯 뒤돌아 제자리로 돌아갔다.

두 번째 대결도 금세 시작되었다.

“어? 이게 돼?”

두 번째 대결의 주인공은 C등급 헌터인 최인해와 B등급 헌터 남은철.

헌터의 세계에서 성별이야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그 등급과 상성이 문제였다.

이성의 튜토리얼은 그 수준이 높기에 대개 C와 B등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C등급의 숫자가 부족해 아마 B등급 최하위 남은철과 맞붙게 된 듯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보나 마나 뻔한 싸움이잖아.”

“서포터랑 딜러가 붙는데, 서포터가 어떻게 이겨?”

헌터는 각성과 동시에 습득하는 능력에 따라 분류가 다르게 나뉜다.

딜러나 탱커, 서포터 따위의 포지션.

가진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구세대부터 이어진 분류법이었다.

그중 C등급 헌터 최인해는 치료 등이 가능한 서포터로, B등급 헌터의 남은철은 단검을 다루는 근접딜러로 알고 있었다.

“등급의 차이도 나는 데다, 상성도 안 좋아.”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게 이성 길드의 기본 정신이니까.”

“하긴. 서포터라도 혼자 살아남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몬스터와 싸워야 하니….”

서포터에게도 전투 능력을 본다.

만일 딜러와 붙어 진다면 그것도 실력이고, 운이다.

“시작!”

두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차라리 기권하는 게 어때?”

남은철이 최인해를 향해 말했다.

보나 마나 뻔한 싸움.

“지금 회장님이랑 길드장님, 협회장님도 와 있는데 저 보고 기권을 하라는 겁니까?”

최인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답했다.

“그래도….”

파앗!

“아픈 것보다는 낫잖아.”

과연 B등급 헌터라고 말할 수 있는 속도, 남은철은 땅을 박참과 동시에 최인해의 어깨를 향해 단검을 찔러넣고 있었다.

“그건 제가 해야 할 말이네요.”

푸욱!

단검이 깊숙이 파고드는 소리가 났다.

“어엇!”

하지만 남은철의 단검이 파고든 것은 최해인의 어깨가 아닌 나무.

어느새 최해인은 두꺼운 나무에 둘러싸여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망할!”

남은철이 단검을 빠르게 빼내, 다시금 공격을 시도하려 했다.

드득.

하지만 깊게 박힌 단검은 마력을 밀어 넣었음에도 쉬이 빠지지 않았다.

쿠쿠쿠쿠.

최해인의 몸을 감싼 나무껍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껍질에 박힌 단검을 에워싸고, 그 단검을 쥔 남은철의 팔까지 붙잡았다.

“기권하시죠.”

“뭐…!”

“기권 안 하시면 팔 뽑힐 겁니다.”

남은철이 와락 얼굴을 찌푸렸지만, 최해인의 말이 맞았다.

등급의 차이, 상성의 차이가 나고 있음에도 자신의 마력이 최해인에게 미치지 못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소리칠 필요도 없었다.

“초록빛 마력이야!”

최해인의 나무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 색을 가진 마력, 초록빛이었으니까.

신세대, 그중에서도 선택받은 몇몇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특수마력이 지금 이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맙소사. 여태 저 힘을 숨긴 거야?”

“와, 최해인, 회장님 앞에서 제대로 한 건 했네.”

“종료!”

두 번째 대결이 끝났다.

등급과 상성마저 넘어서는 힘, 신세대의 새로운 마력의 승리였다.

계속되는 대결, 그리고 마침내.

“…….”

“저 녀석이야.”

이정기의 차례가 되었다.

* * *

이정기를 향한 갖가지 시선들.

그 중 호의적인 시선은 최해인을 포함한 소수에 불과했다.

“하. 재수 없는 새끼.”

튜토리얼이 진행된 한 달 동안 그 누구와도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이정기.

그를 향한 질문에 답만 할 뿐, 먼저 말을 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거기다 추후 정식 길드원이 되면 그들의 스펙이 될 시범 훈련도 모두 이정기가 독차지한 데다, 이정기의 실력이 이번 튜토리얼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E등급, 성장하였다고 하지만 D등급이기 때문이었다.

“뭐, 그래도….”

헌터들이 대진표를 보며 말했다.

“저 자식 운빨도 오늘이 끝이겠네.”

“정인섭? 말 다 했네.”

“정인섭이 누구랑 될까 했는데 저 녀석이랑 된 거야?”

정인섭.

그 또한 이번 튜토리얼에서 두각을 보인 이들 중 하나였다.

B등급 헌터, 그리고 검을 다루는 실력이 일품이었던 헌터였다.

“훈련관님! 뭔가 이상합니다!”

그때 최인해가 고수완을 향해 소리쳤다.

“왜 D등급 헌터인 이정기 헌터가 B등급 헌터인 정인섭 헌터와 붙는 겁니까?”

충분히 문제가 있는 이야기였다.

“튜토리얼 시험에서 대결하는 헌터의 등급 차이는 아무리 많이 나도 한 단계일 텐데요!”

최인해의 말에 고수완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상하군.”

튜토리얼 인원수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긴 했다.

이를테면 D등급 헌터 1명이 있는데 그와 붙을 D등급이나 C등급 헌터가 없는 경우와 같은 일.

하지만 이번에는 이정기와 붙을 C등급 헌터의 수도 제법 되었다.

“대진표가….”

“문제없네.”

그때, 강경필 이사가 다가와 말했다.

“괜한 소란 일으키지 말고, 그대로 진행해.”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이성의 대진 프로그램에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건가?”

강경필은 가느다란 눈초리로 고수완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렇게 대진이 결정된 건 다 이유가 있겠지. 그냥 진행해. 보게.”

강경필의 눈은 이제 최명희가 있는 곳을 향해 있었다.

“회장님도, 길드장님도, 협회장님도 아무런 말씀이 없지 않으신가.”

“그런….”

“더 소란 일으키지 마.”

결국, 고수완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저 따르는 것.

명령을 내린 자가 한두 단계 직급 위라도 힘든 상황인데, 아득히 높은 이사급이라면 아예 어쩔 건덕지가 없었다.

그리고 최명희가 있는 곳에서는.

“네 짓이더냐?”

최명희가 주형태를 향해 말했다.

“예. 제가 그랬습니다.”

주형태는 뭐가 문제냐는 듯 말했다.

“겨우 D등급입니다. 혹시 정식 길드원이 되어도, 써먹을 데 하나 없는 D급이요. 그러니 조…, 조카 녀석이 괜한 위험에 노출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주형태는 당당했다.

“B등급 헌터랑 붙어서 떨어지면, 그래도 창피라도 덜 할 거 아닙니까? 어쩌시렵니까. 어머니가 그만두라면….”

“되었다.”

최명희는 다시금 이정기를 보았다.

대진표에 문제가 있는 것을 분명 저 녀석도 알 거다.

하지만 미동 없는 얼굴, 하품이나 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최명희도 궁금증이 일었다.

“협회장은 할 말 없나?”

“이성의 행사 아닙니까. 제가 관여할 수야 없죠.”

“그래.”

최명희가 시험장을 향해 말했다.

“그대로 진행하게.”

* * *

“크큭.”

이정기의 앞에 선 정인섭이 이정기를 향해 억눌린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이거 어쩌나. 그 재수 없는 상판대기, 오늘 제대로 뭉개질 거 같은데.”

대진표가 이상하다.

D등급인 이정기와 B등급인 정인섭이 붙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질 않는 것이었다.

“차라리 기권하는 게 어때?”

“…….”

“아, 기권도 못 하겠구나?”

정인섭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회장님, 길드장님, 협회장님까지 모여있는 자리에서 기권하는 추태를 보였다간 네 놈이 발붙일 길드는 이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정인섭은 그렇게 말하며 주형태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끄덕.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

“너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위에 제대로 찍혔더라고. 그러니까….”

정인섭과 이정기.

둘 다 검을 들고 자세를 취했다.

-대결 시작.

“그냥 얌전히 처맞고 누워 있으라고.”

타앗!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정인섭이 땅을 박차고 거리를 좁혀왔다.

“오오오!”

과연 정인섭다운 속도.

동시에 정인섭은 망설임도 없이 대련용 철검을 이정기의 머리통을 향해 휘둘렀다.

“엇!”

시험 대결에서 급소를 노리는 것이 문제가 되는 사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 개의 등급 차이가 나는 헌터가 정인섭이었다.

기본 상식이라면 이정기는 저 검을 피할 수 없다.

곧 끔찍한 광경이 벌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눈을 감는 이들도 몇 명.

카앙!

하지만 울려 퍼진 것 철과 철이 만나 튀기는 소음이었다.

“그래….”

이정기가 정인섭의 검을 막아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 정도는 해줘야 재미가 있지.”

캉!

정인섭의 검이 이정기의 검을 밀어내며 검의 손잡이로 이정기의 가슴을 후려치려 했다.

빙글.

그러나 이정기는 빠르게 몸을 회전하며 옆으로 피해있었다.

“그 정도는 해줘야, 내가 길드장님의 눈에 더 들지 않겠어?”

“길드장님?”

처음으로 이정기가 정인섭의 말에 반응했다.

카카카카캉!

맹공이란 말이 어울리는 정인섭의 공격,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정기를 곤죽으로 만들기 위해 검을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주형태 길드장님이 너한테 시켰다는 거야?”

“뭐, 상상은 마음껏 하라고.”

정인섭의 검에 담긴 마력이 한 층 강해졌다.

‘스킬.’

마력이 모여들며 강력한 일격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뒈져라!”

마침내 정인섭의 스킬이 그의 검을 통해 폭발했다.

콰콰쾅!

대련용 철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위력.

격렬한 대결을 상정해 만들어진 시험장의 일부가 푹 파여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잘도 피하는군.”

하지만 이정기는 그 공격마저 피했다.

“…….”

아무런 대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흘려낸다고 했지만, 등급 차이에서 오는 마력량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고 결국 스킬의 일부가 이정기의 가슴을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주륵.

시험장처럼 파인 이정기의 가슴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기권할 텐가?”

고수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잠시 시험을 중단시키고 이정기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정인섭이 이정기를 보며 웃었다.

“그래. 더 발버둥 쳐 보라고.”

꽈악.

이정기가 다시금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확실히. 등급 차이 때문에 힘겨루기나 속도전은 불가능해.’

체술이나 경험, 그것을 넘어서는 힘의 차이.

원래라면 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할 벽일지 몰랐다.

‘뭐,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알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걸 해볼 생각이었다.

‘마침 할머니도 와계시니….’

조금은 기억에 남는 걸 보여줘도 좋지 않겠나.

타앗!

이번에는 이정기가 먼저 땅을 박차고 움직였다.

“이 자식이!”

정인섭이 그런 이정기를 향해 다시금 스킬을 발동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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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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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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