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1화 (11/284)

제1권 11화

011

“벼락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마.”

“벼락…!”

이정기가 눈을 크게 떴다.

“저도 쓸 만한 힘이었어요?”

쥬피터와 훈련하며 수도 없이 벼락을 보았고, 맛보았다.

피하고자 온갖 방법을 다 써, 이제 겨우 조금이나마 벼락을 피해낼 수 있을 지경이 되었다.

그러니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

이정기가 벼락에 관심을 가진 것은 말이다.

그건 대단한 힘이었다.

이정기가 지금껏 보았던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이건의 볼텍스라면, 쥬피터의 벼락은 가장 신비한 힘이었다.

거대한 힘으로 강력한 위력을 내는 볼텍스.

그에 반해 벼락은 비교적 작은 힘으로 최대의 위력을 낸다.

‘그렇다고 할아버지의 볼텍스가 더 부족한 기술은 아니야.’

볼텍스의 파괴력만큼은 쥬피터 또한 여러 번 인정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볼텍스는 이정기가 조금이나마 재현할 수 있다.

헌데 벼락은.

“넌 벼락을 다룰 수 있다.”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몇 번이고 베껴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벼락을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이유….”

“그건 나의 벼락이 인간이 사용하는 마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마력이 아니라고요?”

쥬피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기가 이건에게 배운 것이랑은 완전히 다른 내용.

‘모든 이능, 헌터의 능력은 마력에서 발현된다.’

그렇기에 혼란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네가 배운 것은 인간의 지식, 네가 배워야 할 것은….”

쥬피터의 지식.

쥬피터의 말을 빌리자면.

“신의 지식이다.”

“신의 지식…?”

“보아라.”

쥬피터가 손을 내뻗으며 말했다.

이제는 또렷이 볼 수 있었다.

쥬피터의 몸에서 마력이 움직이며 그 마력이 손끝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찰나에 가까운 빠른 속도였지만, 이정기의 안력과 감각은 그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이것이 벼락의 근원이다.”

하지만 곧이어 이정기는 눈을 치켜뜰 수밖에 없었다.

쥬피터의 몸에서 움직이던 것은 분명 자신이 아는 푸른 마력.

하지만 곧이어 쥬피터의 손끝에서 나오는 것은.

“검은 마력…?”

검은색의 마력이었다.

“신력이다.”

“신력.”

“마력보다 더 농밀하고, 마력보다 더 응축된 힘. 그리고 이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와 같은 육체를 지닌 자들뿐이다.”

쥬피터는 말했다.

“이미 네 육체의 반절 이상은 내 것으로 치환되었다. 그리고 그 육체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푸른 마력을, 검은 마력으로 바꾸어줄 것이다.”

두근.

심장이 뛴다.

“검은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

두근. 두근.

“네 전력은 두 배 이상 급증하겠지.”

언제부터였을까.

훈련이나 몬스터를 먹는 행위가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강해진다.’

이제는 그 행위들이 자신이 강해지기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강해진다는 것이야말로 이정기에겐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언제부터….’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콰쾅!

머릿속에 내리치는 번개.

그에 맞서던 할아버지의 모습.

그저 막연하게 생각하던 강함이 무엇인지를 두 눈으로 보았을 때부터, 이정기는 강함을 좇아왔던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말했었다.

‘최강.’

그것이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라고.

“최강….”

이정기는 말했다.

“벼락을 배운다면, 저도 최강이 될 수 있나요?”

그 말에 좀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는 쥬피터의 입매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물론.”

* * *

또다시 흐른 시간.

‘4년.’

어느새 이정기는 스무 살이 되었다.

콰아아앙!

떨어진 번개에 의해 일어난 폭발.

우르르르.

뒤늦게 치기 시작한 천둥.

그 모든 것은 이정기의 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서, 성공이야!”

이정기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쥬피터에게 벼락을 배운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마침내 성공했다.

원래는 금세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건만, 벼락을 배우는 것은.

‘검은 마력.’

검은 마력을 사용하는 데까지는 아무리 이정기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이정기에게 생긴 변화는 검은 마력과 벼락을 사용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이건, 쥬피터에게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을 배웠다.

특히나 이건은 이 년 전부터 지구에 대한 것들을 이정기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쥬피터는 신족이 무엇인지, 게이트가 무엇인지.

‘너에게는 사명이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이건 할아버지는 그 사명이란 것을 꼭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그래. 네가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 이미 우리의 세상은 끝이 났으니까.’

쥬피터 또한 그 사명을 굳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해주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쥬피터 할아버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쥬피터라고 부르던 존재의 뒤에 할아버지란 호칭이 붙었다는 것.

쥬피터와 보낸 그 시간 동안 이정기는 어느새 쥬피터 또한 가족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처음 쥬피터에게 할아버지라 부른 것은 실수였다.

고된 훈련 속에서 정신이 몽롱할 때.

‘할아버지…, 이젠 그만….’

그렇게 말한 것이 최초.

하지만 그때 이정기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쥬피터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의 쥬피터였지만.

‘필설로 형언하기 힘든 얼굴.’

그때 최초라 할 수 있을 만큼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이정기는 이건에게 허락을 받고 쥬피터에게 또한 할아버지란 호칭을 사용했다.

“축하한다.”

쥬피터가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드디어 해냈구나! 축하한다! 정기야!”

이건 또한 그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이제 이 할애비랑 대련해도 제법 버틸 수 있겠구나.”

“이렇게 돼도 버틸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욘석이.”

스무 살이 되었건만 아직 이건에게는 아이나 다름없는 모습.

사 년여의 시간 동안 변화가 생긴 것은 이정기뿐만이 아니었다.

꾸욱.

이건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할아버지가 변했다.

이제는 완전히 하얗게 새어버린 백발과 흰 수염.

강건했던 육체는 가벼워졌다.

‘죽음.’

나이가 들면 맞이해야 할 인간의 운명.

그것이 할아버지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이 할애비가 죽을 것 같으냐?”

헛소리다.

할아버지는 더욱더 강해졌다.

쥬피터 할아버지의 훈련으로 자신 또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생각했건만, 할아버지는 그 이상이었다.

빠져버린 근육은 더욱 단단하고 조밀하게 할아버지를 지키는 육체가 되었다.

“할아버지가 저보다 오래 살걸요.”

“욘석이.”

이건과 이정기가 대화를 나누던 때.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났다.”

쥬피터가 끼어들었다.

그 말에 이정기도 이건도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를 빙자한 훈련의 모든 과정이 끝났다는 것.

그 말인즉슨.

‘때가 됐다.’

시간이 도래했다는 것이었다.

꾸욱.

“오늘 밤, 마지막 의식을 진행할 거다.”

“버, 벌써요?”

그래도 며칠의 시간은 더 주어질 줄 알았건만.

“이미 시간은 초과했다.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어.”

이정기에게 생긴 변화.

이건에게 생긴 변화.

당연하게도 쥬피터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육체적으로 변한 것은 없었다.

다만.

꾸욱.

그 내부에 생긴 변화가 문제였다.

쥬피터 할아버지와 이건 할아버지가 밤마다 대련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인가 쥬피터 할아버지가 이건 할아버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건이 강해져서도 그렇겠지만, 쥬피터가 약해져서이기도 했다.

쥬피터 할아버지의 내부에 가득했던 마력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가 검은 마력을 다루지 않았다면, 이미 무너져 내렸으리라는 것도.

의식의 끝에.

꾸욱.

그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밤에 보자꾸나.”

쥬피터는 그렇게 뒤돌아 숲으로 사라졌다.

* * *

쥬피터 할아버지의 거처인 신전.

이정기는 이곳에서 매번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마지막 치료를 앞두고 있었다.

우웅.

신전 안에 감도는 공기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준비되었느냐?”

“아직이요.”

“그럼 시작하지.”

“아직 아니라니까요!”

신전의 중앙, 제단에 선 이정기가 소리쳤다.

“네가 준비되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

“그럼 도대체 왜 물어보는 건데요.”

“시작하지.”

이정기는 막무가내인 쥬피터의 모습에 어금니를 깨물었다.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아.’

그리고 자신이 언젠가는 준비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치료가 계속될 때, 이미 들었다.

‘치료가 끝나면….’

자신이 쥬피터를 할아버지로 부를 무렵, 이건 할아버지가 말해주었다.

‘쥬피터는 죽을 거다.’

사실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죽음이야 일상 봐왔던 일이 아닌가.

몬스터들의 죽음.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무언가 이상했다.

‘할아버지가 죽는다고?’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죽음.

그건 더 이상 쥬피터와 대화를 나눌 수도, 훈련을 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

‘죽음.’

그건 쥬피터 할아버지에게 떼를 쓸 수도, 푸념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

화륵!

신전의 횟대에 푸른 불꽃이 붙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이정기가 이건을 보며 말했지만, 이건은 조용한 눈으로 이정기를 향해 고갯짓만 할 뿐이었다.

해야만 하는 이야기.

그 치료를 끝까지 받지 않는다면.

‘내가 죽는다.’

그리고 그것이 두 할아버지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줄지를 이미 안다.

꾸욱.

“의식이 끝나면, 문이 열릴 거다.”

나지막이 쥬피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담담하게 울리는 목소리.

‘쥬피터 할아버지가 올림포스의 핵, 할아버지가 죽음으로써….’

올림포스의 문이 열린다.

“돌아가게 되면, 네 몸은 한 번 리셋될 거다.”

“리셋….”

“마력은 증발하고, 육체 또한 나약해질 거다. 지구의 환경에 강제로 적응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노력만 한다면 빠르게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거다.”

끄덕.

“이건, 너도 마찬가지다.”

쥬피터는 이건을 향해 말했다.

“너 또한 몸이 리셋될 거다. 다만, 너는 원래 지구에서 왔기에 올림포스에 들어오기 전 정도로 몸이 맞춰질 거다.”

“그 정도면 충분하군.”

“하지만 완전히 육체가 변하기 전까지 과한 힘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쥬피터의 말에 이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명심하지.”

이번에는 이건이 이정기를 보고 있었다.

“정기야.”

이제부터 일어날 일,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수도 없이 들었던 이야기.

“이 할애비는 한동안 너와 함께 있을 수 없을 거다.”

할아버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네가 힘을 되찾기 전까지 녀석들의 관심을 돌려주마.”

꾸욱.

“언제 어디서나….”

우르르릉.

“네가 우리의 손자임을 잊지 말 거라.”

콰아아앙!

신전의 창을 통해 사방에서 벼락이 이정기를 향해 내리쳤다.

“아아….”

고통은 없지만 아득해져 가는 정신 속.

-사랑한다.

쥬피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정기만의 착각이었을까.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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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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