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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6화 (6/284)
  • 제1권 6화

    006

    이 년 전, 이정기가 열넷이 되었을 즈음.

    ‘정기야.’

    이건은 큰 결심을 한 듯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오늘부터는 타이탄의 고기를 먹을 거다.’

    지금껏 이건은 이정기에게 올림포스에 존재하는 수많은 몬스터의 고기를 먹였다.

    블랙 오크, 자이언트 센티피드, 와이언, 드레이크 등.

    가히 그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이정기는 그 고기를 먹어가며 몬스터들의 특성을 익혀나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몬스터들의 특성이 전부 이정기의 것이 된 것도 아니었고, 그 특성을 전부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 따른 훈련이 필요했고, 그 훈련이라는 것은 전에 없던 것이기에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로 이정기에게 먹이지 않은 몬스터가 있었다.

    ‘타이탄.’

    올림포스의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몬스터.

    최강의 헌터라는 시엘들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녀석들이었고, 최강이라 불리는 이건조차 그것들을 상대하기까지는 꽤 긴 시일이 걸렸던 녀석들이었다.

    당연히 타이탄의 고기에는 그만큼 많은 마력과 독소들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기에 먹이지 않았건만.

    ‘조금씩 시작해보자꾸나.’

    열넷, 이정기는 처음으로 타이탄 고기를 먹게 되었다.

    처음에는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날 이정기에게 변화가 생겼었다.

    고오오.

    폭주.

    이정기가 가진 마력이 두 배 이상 급증하며 날뛰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력뿐만이 아니었다.

    이정기의 눈은 붉게 변했고, 피부는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정기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건은 그때 처음으로 이정기를 향해 조금의 진심을 내비치었다.

    그날 이후.

    ‘타이탄의 힘은 결코 쓰지 말거라.’

    봉인해두었던 힘.

    꽈아악!

    이정기는 그 힘을 일깨워 노인의 팔뚝을 비틀기 시작했다.

    꾸드득!

    지금껏 아무리 노력해도 밀어낼 수 없었던 노인의 팔뚝이 밀리기 시작했다.

    “비…, 켜!”

    결국, 이정기는 노인의 팔을 부술 듯 쳐내는 데 성공했다.

    타앗!

    땅을 박차고 자세를 바꾼 이정기.

    그 눈은 빠른 속도로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또한, 검게 물들어가는 피부.

    콰앙!

    그와 동시에 이정기의 마력이 또 한 번 폭주하기 시작했다.

    타이탄의 힘을 봉인한 날 이후로도 꾸준히 타이탄의 고기를 섭취해온 이정기.

    이건은 허락 없이 결코 힘을 사용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 말을 따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다 써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크르릉.”

    이정기는 마치 짐승처럼 울어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노인은 난색을 표하며 이정기를 바라봤다.

    “결국….”

    노인의 기세 또한 변했다.

    고요한 바다와 같은 기운을 보이던 노인이었다면.

    출렁!

    지금은 마치 해일이 일어난 바다와 같았다.

    이정기의 마력이 폭주하는 것처럼 노인의 마력도 폭주하는 듯했다.

    두 개의 거대한 마력.

    서로가 마력장을 만들어 기 싸움을 시작할 때.

    콰앙!

    먼저 이정기가 노인을 향해 짓쳐들어갔다.

    * * *

    콰앙! 콰앙!

    이정기의 주먹질 하나하나가 거대한 폭발을 동반했다.

    마력이 스며들어 마력을 방출하는 것이었다.

    “…….”

    하지만 그 대상이 된 노인은 그 폭발 속에서 유유히 피해 나가며 이정기를 압박해가고 있었다.

    스륵.

    마치 유령과 같은 움직임.

    분명 이정기의 주먹이 스친 것 같아도, 노인의 흰 옷깃에는 상처하나 나지 않았다.

    콰앙!

    정기는 이미 이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잠식해나간 타이탄의 힘이 마력을 폭주시키고, 그 대가로 이성을 앗아갔다.

    지금 이정기는.

    “크르르!”

    한 마리의 짐승, 아니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오직 본능에 몸을 내맡겨 노인을 죽이는 데만 목적을 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정기의 몸에 체득된 기술은 하나하나 선명히 사용되고 있었다.

    콰득!

    발길질에 무너지는 땅.

    콰앙!

    주먹질에 부서지는 숲.

    “이성을 잃고선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아이야.”

    그러나 목적했던 노인을 죽이는 것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있었다.

    “그 상태가 더 지속되면, 절대 너에게 좋지 않느니라.”

    노인은 작심한 듯 하늘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우르르.

    다시 한 번 울리는 하늘.

    이정기는 이성을 잃은 상황에서도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한 듯 몸을 웅크렸다.

    콰앙!

    그리고 내리치는 벼락.

    그건 올림포스의 자연재해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맹한 것이었다.

    파짓, 파지짓.

    쏘아진 전류가 바닥을 타고 흩어진다.

    파짓, 파지짓.

    그 벼락에 직격한 이정기는 모락모락한 김을 내뿜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단단하구나.”

    노인은 다시 한 번을 손을 내뻗었다.

    하지만 그때.

    콰앙!

    노인의 옷깃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

    부지불식간에 뻗어 나온 이정기의 주먹.

    그곳에 서린 힘이 마침내 처음으로 노인에게 닿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허.”

    노인은 기가 찬다는 듯 숨을 내뱉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고, 위력이었다.

    자신의 벼락과도 비슷한 수준.

    무엇인지 안다.

    “그자의 것이로군.”

    이정기의 할아버지.

    이건의 기술.

    ‘볼텍스.’

    과연 타이탄들의 머리를 한 방에 꿰뚫는 일격에 걸맞은 위력이라 할만했다.

    “그러나 아직 어설프다.”

    노인이 손을 내뻗었다.

    이정기는 폭주하는 와중에서도 방금 전의 볼텍스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인지 지친 듯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정기의 위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공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더 끌어야 너에게 좋을 것이 없으니 그만 편하게 해주마.”

    끝을 보려는 작정인 듯, 노인 또한 꽤 큰 힘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우르르.

    울리는 하늘이 여러 가닥의 벼락을 만들어내 이정기를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벼락이 이정기에게 닿으려 하는 순간.

    “……!”

    노인은 눈을 크게 치켜떴다.

    콰앙!

    분명히 내리친 벼락.

    벼락에 담긴 거력에 일대가 초토화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건만, 세상은 너무나 고요했다.

    그 대신 그 자리에는 이정기를 안아 든 또 다른 노인이 서 있었다.

    “네 이놈.”

    짐승.

    이정기처럼 이성을 잃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포식자, 그 무엇이라도 집어삼키며 그 무엇이라도 부수어내는 자.

    그런 짐승을 말한 것이었다.

    느껴지는 거력이 사방을 떨어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노였다.

    “누구인지 묻지 않겠다.”

    그는 천천히 정기를 내려놓으며 손을 움직였다.

    “죽어라.”

    콰콰콰콰콰콰쾅!

    모든 것이 와류에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 * *

    -정기야.

    들려오는 목소리.

    -정기야.

    평생토록 들었던,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목소리.

    “하, 할아버지?”

    이정기는 그 목소리를 붙잡아 눈을 떴다.

    “정신이 좀 드느냐?”

    “할아버지!”

    눈을 뜬 정기의 눈에 보이는 것은 선명한 이건의 얼굴이었다.

    왈칵!

    이정기는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할아버지….”

    다 컸다고 생각했건만, 이제 열여섯.

    아직은 애였다.

    헌데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공포를 직면했으니 놀라 눈물이 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정기는 눈물을 애써 집어삼켰다.

    “할아버지 얼굴이….”

    이건의 얼굴에 생긴 변화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어딘가 긁힌 상처.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건이 상처를 입은 적은 단언컨대 없었다.

    “그냥 긁혔다.”

    “할아버지도 긁혀요?”

    그제야 주변의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맙소사.’

    이정기는 그 말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분명 이곳은 아까 전까지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아름다운 숲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황량한 벌판이었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더욱이 눈에 띄는 것은 소용돌이 형태로 파여있는 땅과 시꺼멓게 타버린 땅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면 이런 흔적이 생기는 것일까.

    “이제 걱정 안 해도 된다.”

    “할아버지. 분명….”

    “그자는.”

    할아버지도 그 노인을 본 듯했다.

    아니 이미 전투를 한 차례 치른 듯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앞에 있으니 승자는 당연히 이건이라고 생각했건만.

    “적이 아니다.”

    “예?”

    “전부 설명해주마.”

    정기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훽하고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그곳엔 당연히 이건의 손에 의해 피죽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노인이 서 있었다.

    다만 노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정갈했던 흰옷은 갈가리 찢겨 있었고, 드러난 상체에는 할퀸 듯한 상처가 여러 개나 나 있었다.

    그래도 이건과 다르게 얼굴에는 상처가 나 있지 않았다.

    “말했지 않았느냐? 적이 아니라고.”

    노인이 말했다.

    “네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분명 노인은 자신을 죽이려 했다.

    목을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그것이 도움이라고?

    “정기야. 놀라지 말거라.”

    이건의 목소리.

    “저자가 말하길, 네가 죽어가고 있다는구나.”

    “예…, 예?”

    “사실이다.”

    노인이 말을 이었다.

    “너는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너무나도 멀쩡하기만 한데요?”

    “그렇게 보이겠지. 그러나 너는 인간의 몸으로는 감당키 힘든 양의 마력을 쌓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양의 마력, 그건 당연하게도 신체를 망가트린다.

    “저 인간의 경우에는 긴 세월 동안 마력을 쌓아 올린 데다, 원체 튼튼한 육체를 지니고 있으니 관계없다지만 너는 다르다.”

    노인은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은 눈치챌 수 없는 특별한 마력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천천히 네 몸이 망가지고 있어.”

    노인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특별한 마력…?”

    “네 문제는 네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게 무슨….”

    “너는 원래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안 됐다.”

    도대체, 이정기는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이건 또한 마찬가지인 듯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너는 원래….”

    노인이 말했다.

    “나의 후계자로 태어났어야 했다.”

    “후계자요?”

    대체.

    “대체 무슨 소리예요? 할아버지가 누군데요?”

    영문을 모르겠다.

    그때 정기의 귓가로 이건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녀석이다.”

    “……?”

    “올림포스의 진짜 보스 몬스터.”

    이건은 말했다.

    “쥬피터.”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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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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