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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115화 (115/132)

115화

“커억. 이.이게 무슨! 말도 안돼. 어찌 우리 개방의 특수단이 이리도 처참하게 패배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래도 니놈들이 사술(邪術). 사술을 쓴 것이 분명하다!”

“거, 뒤지게 맞고서 그런 이야기하면 엄청 찌질한 건 알고 있냐?”

“뭐, 뭐라!”

“아직도 상황파악이 잘 안돼? 우리가 승자. 너희들이 패자. 주위를 둘러봐. 누구 죽은 사람 하나 있어? 우리는 너희들이 죽일 듯이 달려들었어도 누구 하나 죽이지 않았다고. 이렇게 크나큰 배려를 받았으면 그 어깨 위에 달린 걸 써먹어야지. 이제는.”

“으…크읍.”

성원영과 장진수는 분명 싸움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들의 꼬라지가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금방 이들을 이길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어느 순간이 되자 자신들보다 적은 인원이었던 하오문의 고수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었고, 인(人)의 장막에 의해 둥그렇게 감싸진 개방도들은 연신 두들겨 맞다가 혼절하면 상대방에 의해 끌려나갔다. 이후 싸움을 지켜보는 여자들의 손에 개방도들은 하나둘 끈에 매달린 말린 생선처럼 줄줄이 엮였다.

‘방패가 이렇게 무서운 무기였나?’

하오문도들의 무기란 시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약간의 구멍이 뚫린 방패가 전부였다. 이들은 방패로 몽둥이를 흘려보내며 찍고 후려침으로써 개방도들을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어떠한 수단을 쓴다고 하더라도 몽둥이로는 결코 저들의 방패를 뚫을 수 없었다. 아니, 어지간한 크기의 검이나 도로는 저 방패를 뚫고 공격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야말로 뚫을 수 없는 방패를 마주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대답은?”

“저희가 졌습니다. 부디 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음, 이제 좀 대화가 통하는 것 같구려. 아까는 꼬리에 불붙은 멧돼지 같았는데. 진작 이랬으면 좋았을 것을.”

방금 전까지 시정잡배처럼 굴던 상대의 말투는 현재 이들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성원영으로부터 항복 선언을 듣자 바뀌었다.

“이들에 대한 처우는 문주님의 명을 듣고 결정하도록 하겠다. 그러니 모두 내공을 쓸 수 없게 점혈을 한 뒤에 3인 1조로 하여 삼련가(三連枷)로 채우도록. 혹여 개방도들 중에서 뼈가 부러졌거나 찰과상을 입은 이가 있다면 매듭이 적은 낮은 직급의 개방도들부터 상처에 맞춰 치료를 해주도록 해라. 그리고 만약, 건방지게 자신들의 신세를 깨닫지 못하고 감히 경거망동하는 이가 있다면 상황에 맞게 선(先)조치 후(後)보고 할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성원영과 장진수는 자신들의 부하들이 일사불란한 하오문도들에 의해 무슨 짐짝마냥 분류되어 목에 나무로 된 칼이 채워지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성 단주!…당신들이 나서면 사천분타가 나섰을 때와는 다를 거라고 하지 않않습니까? 도대체 이 꼴이 뭐란 말입니까? 예? 저번엔 두드려 맞고 풀려났을 뿐인데 이젠 목에 칼까지 찼어요.”

“그, 그건…….”

“아구구구야…뼈가 다 쑤시네. 이, 이보시오! 나, 나도 여기 허리가 아프오.”

장진수가 대답하려는 성원영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무시한 뒤 지나가는 하오문도 하나를 붙잡고 하소연하였다. 그러나 하오문도는 장진수가 자신을 잡자 더러운 것이 자신의 몸에 닿아서 불쾌하다는 걸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지 옷을 툭툭 털면서 냄새를 맡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나직이 내뱉었다.

“하아…당신들, 우리한테 감금된 거야. 포로라고! 그리고 어딜 냄새나고 더러운 손으로 만져!”

“아니…아까 분명 치료를 해주라고…….”

하오문도가 발로 세명이 묶인 삼련가를 툭하고 걷어차자 성원영과 장진수 그리고 의식을 잃은 나호경은 땅바닥에 나동그라질 수밖에 없었다.

“아구구…뭐, 뭐요?”

“내, 내가 누군지 알고! 이 몸은 대(大)개방의 사―”

“그래, 이 거지들아.”

“네 이놈!”

“아우, 귀 따가워. 부문주님이 아까 하신 말씀 못 들었어? 주제 모르고 깝치는 놈들 있으면 선조치 후보고 하라고 하신 거.”

“그게 무슨?”

“그 말씀이 무슨 의미냐면~이렇게 해도 된단 소리야! 알았어?”

겨우 자리를 잡고 바닥에 주저앉은 셋은 다시금 칼을 걷어찬 하오문도에 의해 땅바닥에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이 바쁜 사람 붙잡고 귀찮게 굴고 있어. 안 그래도 대장이라는 주제에 부하들의 안위는 신경도 안 쓰고 지들 몸뚱아리만 신경쓰는 것도 꼴보기 싫어 죽겠는데…짜증나게.”

하오문도는 바닥에 침을 퉤하고 뱉고선 지나갔다.

“분타주님….단주님…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차리고 보니 우리 셋이 이렇게 묶여 있던데.”

“왜긴…졌으니까 그렇지.”

“예? 저희들이 진 겁니까? 우리 개방이 저 생긴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하오문이라는 문파에?”

“아니! 개방이 진 것 아니다. 우리 특수단과 사천분타가 패배했을 뿐이야.”

‘그게 우리가 졌다는 소리 아닌가?’

“예?”

“9파1방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개방이 패배한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 대명천하(大明天下)가 되었다고는 하나 일어나선 안될 일이지. 우리가 진 건 맞지만 개방은 패배하지 않았어.”

나호경은 헛소리를 늘어놓는 성원영을 짜게 식은 눈빛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지들이 나서면 사천분타를 이긴 하오문도들이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을 거라더니…지도 별반 다르지 않구만. 그래놓고 뭐 개방이 안 져? 그딴 개소리는 나도 하겠다. 그나저나 이번엔 풀려날 수 있으려나?’

넘어지면서 바닥을 잘못 짚었는지 나호경의 손목과 엉덩이는 뒤늦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싹 다 잡아들였습니다.”

“수고했다. 삼대주.”

“별일 아니었습니다. 쉽더군요.”

“오~ 그래? 부상자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교주의 덫에 삼대주는 결코 넘어가지 않았다.

“경상자조차 없!습!니!다!”

“그랬구만. 쩝. 전투에 참여한 인원들은 모두 포상휴가를 지급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런데 잡아놓은 개방도들은 어찌합니까? 또 그냥 바로 풀어줍니까?”

“에이, 그러면 귀찮게 또 금방 쳐들어올 거 아니야. 그래도 겁은 줘야지.”

“그…렇겠지요?”

“어지간해선 다신 오고 싶지 않게 만들어주자고. 저기 끌려가면 거지로 사는 것보다 힘들다. 이런 식으로. 한동안 거기 근처는 가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어떻게 그렇게 만듭니까?”

“그건 말이지…….”

용운의 방법이란 가죽이 찢어지는 것 같고 먹은 것을 게워내게 만든다 하여 요원들 사이에서 악명높은 피투체조(㱟吐體操)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잡아들인 거지들로 하여금 땀의 가치를 체험하게 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가르치고자 하는 인원들을 오늘 뽑으려고 한다. 자원자 있나?”

“거지들이 그렇게 쉽게 바뀌겠습니까?”

“맞습니다. 무엇보다 거지들에게 어떻게 땀의 가치를 가르친단 말입니까? 진작 바뀔 놈들이었으면 벌써 바뀌어서 열심히 땀 흘려 돈 벌면서 살았겠지요.”

“아, 내가 이걸 말하는 걸 깜빡했구만. 요원들이 경험했던 피투체조로 그들의 정신을 개조하라는 게 문주님의 명이셨다.”

방금 전까지 심드렁하기만 했던 요원들의 흐리멍텅한 눈빛에 광기가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저희가 배운 그 피투체조 말입니까?”

“그래. 자원하고 싶은 이들 있나? 문주님께서 분명 자원자들이 넘칠 거라고 했는데 이상하…….”

“제가 하고 싶습니다!”

“오! 알겠네. 드디어 자원자가 나왔구만.”

“저도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들고 싶다는 문주님의 명이라면 언제든지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열의라곤 하나도 느낄 수 없었던 식당은 자원자들의 뜨거운 눈빛과 자신이 선발되길 바라는 거수의 열기로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흐음! 자네들의 열의를 확실히 알겠다. 자원자들을 위해 붉은 상의와 함께 붉은 각모(角帽)를 줄테니 훈련 시에 복장 제대로 착용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예! 믿어주십시오!”

삼대주가 자리를 비우자 여기저기서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주먹과 주먹이 맞닿으며 뼈가 닿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워어어어어! 피투체조라…이거 차가워진 내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 같구만.”

“자네도 그런가?”

“그래! 우리가 받은 교주님의 은혜를 이리도 빨리 전할 기회를 얻게 될 줄이야.”

“크크크큭. 거지놈들에게 피투체조가 왜 피투체조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어 주자고.”

“다시는 하오문을 향해 오줌도 갈기고 싶지 않게 만들어 줄거야.”

“암! 그렇게 만들어줘야지! 꿈에서도 우리를 떠올리고 싶지 않게 말이야.”

며칠 뒤 나무로 된 묵직한 가(枷)를 채우고 있던 개방도들은 검은색 복장을 한 인원들이 들어와 가를 풀어주고 주먹밥과 함께 물을 가져다주자 그동안 굶주리고 있던 상태에서 이게 웬 떡인가 싶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 이게 어찌된 일이랍니까?”

“글쎄……. 나도 저들이 왜 우리에게 이런 대접을 하는지 납득이 잘 안되는군.”

“훗! 뻔하지. 일을 저지르고 보니 막상 화가 가라앉자 앞으로 개방도들에게서 살 후환(後患)이 두려웠던 게야. 틀림없어.”

어느새 간이 삼삼하게 된 주먹밥 하나를 다 먹고 또 하나를 받아먹으며 이제 곧 풀려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성원영의 호언장담에 다른 개방도들도 긴가민가 하면서 그런가 할 때쯤 옆에서 하오문도들의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 좋을~때지.”

“어이구, 거지들이 우리 집 돼지처럼 참 잘도 먹네~”

“크큭. 이봐. 조용히 하라구!”

“크흠…큼.”

‘뭐지? 독인가?’

‘모두 먹는 걸 멈춰!’

눈칫밥으로 먹고 살아온 거지들은 하오문 몇이 피식거리자 자신들에게 주먹밥을 배터지게 먹게 해준 하오문도들의 의도에 뭔가 다른 저의(底意)가 있나 싶었다.

일부는 먹던 주먹밥을 내려놓고선 혹시 독이 들은 것이 아닌지 파악하려고 하면서 주변 거지들을 말리려고 나섰다.

“멈춰!”

“아니! 왜 저들이 마음껏 먹으라고 준 주먹밥도 못 먹게 하는 거요?”

“이 멍청한 녀석들. 독이 들었을지도 모른단 말이다!”

“도, 독(毒)이요?”

성원영과 나호경 그리고 장진수도 부하 거지의 말에 그제서야 허겁지겁 입으로 쑤셔 넣던 주먹밥을 내려놓곤 냄새를 맡았다.

“독? 주먹밥에 독이?”

거지들이 먹던 주먹밥을 내려놓고 웅성거리자 하오문도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야, 이 거지들아. 니들 배불리 먹으라고 문주님께서 주신 건데 주먹밥에 뭔 독을 집어넣어? 뭐하러? 뭐하러 거지들한테 주먹밥까지 줘가면서 비싼 독을 먹여? 니들을 죽일 거였으면 그냥 굶겨 죽였지. 안 그래? 그리고 우리 문주님은 절대로 귀한 음식 가지고 장난칠 분 아니다. 봐라! 자! 독이 있으면 내가 이렇게 먹겠냐?”

사내가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주먹밥을 꼭꼭 씹어 입으로 삼키고 물까지 마시자 웅성거리던 개방도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착각했구나 싶어 먹다만 주먹밥을 다시 입에 넣었다.

“맛있지? 무슨 무향무미라는 비싼 독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독이 들어갔으면 음식에서 나는 냄새부터 달라. 냄새가. 기껏 뜨신 밥 먹여놨더니 엄한 소리나 해? 이것들 확 다 뺏어버릴까보다.”

남자의 말에 개방도들은 혹여 여분의 주먹밥을 먹지 못할까 싶어 서둘러 밥통에 들은 주먹밥을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를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요원들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 크크큭, 작전 성공.

- 이야…이게 통하네?

- 많이 먹을수록 지옥문이 열리는 줄도 모르고. 바보들.

- 그래, 많이들 먹어라. 배가 불어터지도록 먹어놔야 이따가 뛸 때 속이 더 아프지. 키키키.

요원들은 어서 빨리 자신들이 배웠던 피투체조 1번부터 14번까지 전수해주고 싶은 마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어~ 싸우지마라! 밥은 충분히 있으니까. 원하면 더 주도록 하겠다.”

“지, 진짭니까? 주먹밥을 더 주신다구요?”

“그래! 우린 이런 걸로 거짓말 하지 않아!”

“뭐, 뭐지? 왜 우리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겁니까?”

“하오문…의외로 좋을지도?”

거지들은 싸움을 걸어온 자신들에게 친절한 미소를 띠고 주먹밥을 나눠주는 하오문도들의 모습에서 부처와 보살의 미소를 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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