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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113화 (113/132)

113화

함께 훈련을 수행했음에도 자신들과 다르게 여전히 쌩쌩해 보이는 용운이 내린 명령에 요원들은 겨우 주섬주섬 일어나 비틀거리며 충성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한 컵 가득 담긴 비타민 음료는 시큼하면서도 적당히 달아서 한톨의 기운도 남지 않았던 요원들이 움직일 수 있는 기운을 북돋아줬다.

“분명 교주님께선 훈련을 받고 이걸 마시면 편안함으로 위로해주고 기운이 난다고 해서 비타민(肥佗閔)이라고 하셨다지?”

“교주님이 아니라 훈련 중엔 교관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셨잖아. 그리고 솔직히 내 입맛엔 좀 시어서 별로야.”

“그래도 이거 한잔 마시면 피로가 약간 회복되는 느낌이 들지 않냐? 난 오전 훈련 마치고 요거 한잔 딱 들이켜면 죽다 살아나는 것 같은데.”

“들지… 드는데 난 부담스럽다… 마시고 회복해서 오후 훈련도 열심히 하라는 교관님의 깊~은 애정이 담긴 거 같아서.”

“그건 좀 그렇지.”

“자자, 잡담은 식당으로 이동하면서 하도록 해라. 다 마셨으면 음료잔은 지원요원들에게 반납할 수 있도록.”

“예.”

용운이 떠난 뒤 다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비타민 음료를 들이켜던 요원들은 일어서서 지원 요원들에게 음료잔을 돌려줬다. 고된 훈련 후에 먹는 양질의 식사에 모두들 기분이 좋을 법도 하건만 누구 하나 행복해보이는 이가 없었다.

“처음엔 고기를 듬뿍 주셔서 좋아했는데 말이지.”

“그게 소를 도살장에 끌고 가기 전에 주는 마지막 만찬 같은 거라는 걸 깨닫기 전까진 말이야. 마님이 왜 쌀밥을 줬는지 알 것만 같다고 할까?”

“쇤네는 쌀밥이 싫사옵니다. 크큭.”

“인마, 교주님이 말씀하신 거 잊었어? 훈련은 먹고 소화시키는 것까지가 훈련이다!”

“진수성찬을 먹으면서도 괴로울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과거의 내가 부럽다. 진짜 짜증나는 게 뭔지 아냐?”

“뭔데?”

“교관님이 가르쳐주신 훈련법을 따르니까 진짜 강해지는 걸 내가 즐기고 있다는 거. 초식을 쓰는 것도 전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이젠 체력이 받쳐주니까 오랫동안 수련을 해도 쉬이 지치질 않아.”

“맞지… 교관님이 결국은 왜 체력이 기본이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은 느낌?”

요원들은 조금씩 눈에 띄게 성장해가는 자신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지만 동시에 지옥 같은 훈련을 하게 만든 원인인 개방의 거지들을 향해 분노의 화살을 돌려 이를 갈았다.

“거지 놈들, 다음에 만나면 나는 안 맞고 그놈들만 일방적으로 패줄 거야.”

“나도. 마음속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언젠가 만나서 패주려고 적립해놓고 있다.”

“배는 고픈데 밥은 먹기 싫다.”

“구라치고 있네. 이것들. 오후 훈련이 싫은 거겠지.”

“교주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훈련 중에도 하루 4끼씩 먹여주시는데 복에 겨워 가지곤 이것들이 아주 배가 불렀어~”

“삼대주님, 부디 식사 많~이~ 하십쇼~.”

식당에 다 와서 요원들이 덕담을 건네듯 삼대주를 향해 식사 많이 하라는 말을 건넸지만 삼대주는 오히려 소리를 질렀다.

“뭐 이녀석들아? 나도 소식(小食)할 거야. 누굴 돼지로 알아?”

“잊으셨습니까? 먹는 양이 적다고 오늘 점심부터 교주님께서 체중 확인하고 거기에 맞게 비례해서 배식하라고 하신 거?”

“아… 맞다. 그랬지.”

이전만 해도 6척이 넘는 거구로 낳아주신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뿐이었지만 오늘부턴 왠지 삼대주는 어머니가 괜히 원망스러울 것 같았다.

‘어머니, 저를 왜 이리 크게 낳으셨습니까?’

몸이 큰 만큼 거기에 맞춰 식사량을 늘려야 한다는 교주님의 배려(?) 덕분에 자신의 식판에는 산더미처럼 많은 음식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도 식사하고 나서 1시간 반은 휴식하게 해주시니 다행이지. 소화시킬 시간도 안 주셨으면 오후 훈련하면서 먹은 거 다 토했을지도 몰라.”

“그거 소화시켜서 더 열심히 훈련하시란 깊은 뜻을 니가 아직도 모르는구나.”

“후우후우… 식사 시작!”

“식사 시작!”

용운은 요원들의 편안한 휴식을 배려하기 위해 따로 게사르, 다진과 함께 식사를 했다.

“요즘 왜 이렇게 바쁘십니까?”

“아, 좀 하는 일이 있어서 그래.”

“그렇습니까?”

‘몸도 이전보다 단단해진 것 같고.’

게사르는 용운이 은월의 요원들과 훈련을 진행하는지 몰랐기에 밥 먹을 때만 되면 나타나는 용운과 그런 용운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없이 꼼꼼히 반찬을 챙겨주는 다진이 신기했다.

‘보통 이러면 막 바가지 긁고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은 통 그런 모습을 못 봤단 말이지.’

식사 시간이 끝나자 용운은 왔던 것처럼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뭐 하느라 이렇게 바쁘신 거지?’

오늘 진행하는 오후 훈련은 집단전투에 대비한 진법 훈련이었다. 많은 사람이 전투를 치러야 하는 경우에 대부분의 문파에선 효율적인 집단 운용을 근본으로 하는 군대와 다르게 개인들이 흩어져서 무공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개개인의 개인기에 기대는 만큼 각자 가진 기량이 뛰어나면 괜찮은 전략이었지만 서로 협력을 해서 싸우는 것에 비해 간혹 눈먼 칼에 맞는 사상자들이 발생하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과 같이 일정한 공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전력의 투사를 가능하게 하는 진법의 필요성은 앞으로 은월을 군대식으로 운용을 하려는 용운의 계획에 필수적인 것이었다.

‘무림인들은 기본적으로 군대처럼 싸우려고 들지 않지. 그나마 소림이라든가 무당에는 집단전에 대비한 나한진이라든가 칠성진 같은 진법들이 있다지만 대부분의 문파에선 적당히 서로 합을 맞춰 싸우는 수준에 그치잖아? 그렇지만 여러 문파가 시간에 쫓겨 연합을 맺게 될 경우엔 급조된 만큼 지휘 명령 계통의 혼선으로 그나마도 전체가 함께 합을 맞추기 쉽지 않을 거야. 만약 중원과 싸우게 되는 날이 온다면 지금하는 훈련은 큰힘이 될거야.’

앞으로 이 훈련은 돌아가면서 모든 은월의 요원들을 대상으로 하여 100인씩 진행될 예정이었다. 유격훈련처럼 지금 훈련을 받는 인원들이 교관과 조교가 되어 다른 인원들을 훈련시킨다면 은월은 지금보다 몇배는 강해질 것으로 짐작되었다.

“교관님, 오후 훈련 준비 마쳤습니다.”

“그래. 가자.”

모의전투긴 하지만 집단적으로 전투를 진행할 시 날붙이에 맞으면 설령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한들 다칠 우려가 있어 창을 쓰는 이들은 목봉에 솜을 감싸 먹물을 찍어 싸우게 했고, 검을 쓰는 이들은 목검을 쓰되 목검의 양날에 숯가루를 묻혀 표시를 할 수 있게 했다.

“제군(諸君)들이 알고 있다시피 오늘은 금요일이다. 기억하고 있겠지? 저번주 금요일에 했던 것처럼 오늘 이긴 쪽도 주말동안 훈련이 면제되고, 진 쪽은 각자 무기로 주말 오전 묘시(卯時 오전 5시~7시) 시작하는 때부터 미시(未時 오후 1시~3시)전까지 기초훈련을 진행한다. 그러니 평안한 주말을 보내고 싶다면 이겨야겠지?”

“악!”

“아자! 이번 주말은 우리 흑군(黑軍)이 가져가겠다!”

“주!말! 주!말!”

“백군(白軍)들아! 이번 주말도 신나게 쉬어보자!”

“네놈들에게 주말은 줄 수 없다!”

50 대 50으로 진행되는 모의전투는 주말 휴식이라는 포상때문인지 꽤나 박진감이 넘쳤다. 기본적으로 모의 전투를 하는데 있어 정해진 규칙은 마구잡이 싸움이 아니라 공수 전환을 익히며 명령에 따라 집단적인 움직임을 수행하는 것이기에 절도가 있으면서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저번에 흑군이 져서 그런지 꽤나 이를 간 모양이야.”

“예. 주 5일 훈련과 오전뿐이긴 하지만 주 7일 훈련은 받아들이는 느낌이 전혀 다르니까요.”

“주말은 소중하지.”

주 5일제가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는 용운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주말에도 알바를 하는 것과 주말에 휴식을 취하는 건 정신적인 데미지와 다음 주를 맞이하는 마음부터 달랐다.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독기를 품게 하기 위한 방책으로 추가한 것이 바로 주말 휴식이란 포상이었다.

아무리 체력적으로 이전보다 성장했다지만 전쟁에서처럼 인원을 교체할 방법이 없는 100인 전투는 결국 2시간 정도가 흐르자 옷이나 몸에 먹이나 숯이 묻은 자들이 늘어났고 이들은 전투수행이 불가능한 사상자로 판명되어 모의 전투 훈련도 끝을 맞이했다.

“헉헉헉헉헉.”

모의전투의 결과로 발생한 사상자 집계가 끝나자 용운에겐 종이 한 장이 전해졌다.

“흠, 백군의 중상자 비율이 5할이고, 흑군의 중상자 비율이 4할이므로 오늘 전투는 흑군의 승리다!”

“우와와와와와! 주말이다!”

“난 주말에 잠만 잘 거야!”

“나도!”

“우리가 지다니…….”

“아아아… 안돼~!”

고작 주말 휴식이건만 요원들은 꽤나 열렬하게 자신들의 감정을 토해냈다.

“고작 이틀 쉬는 게 저리도 좋을까?”

“그게… 저번 주에 백군이 이기고 흑군을 꽤나 도발한 모양입니다.”

“왜 이렇게들 광분하나 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구만.”

괜히 경쟁 구도로 팀을 나눈 게 아니었는데 목적에 맞게 요원들이 꽤나 그 취지를 따라 잘 따라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만간 진행할 지옥주 훈련 준비는 잘 되고 있겠지?”

“예…….”

삼대주는 자신도 받았지만 교주의 주관하에 진행되는 지옥주 훈련을 떠올리자 아찔해졌다. 다행히 이번엔 보조 교관으로 참여하게 되는 만큼 지옥주 훈련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삼대주가 받았던 지옥주 훈련이란 네이비씰의 훈련에서 일부를 따온 것으로 지금 이들이 받는 것과 다르게 물가에서 진행되며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수면부족의 고통을 정신력으로 버텨내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훈련이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버텨낼지 모르겠습니다.”

“저번에는 3할 정도 통과했었나?”

“예. 악전고투의 훈련을 버텨냈음에도 달의 휘장을 따낸 인원의 비율이 고작 3할밖에 되지 않았죠.”

삼대주의 제복 왼쪽에는 당당히 초승달의 모양을 한 자수가 새겨진 휘장이 박혀 있었다. 지옥주 훈련을 버텨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상징으로 용운이 직접 꽂아준 것이었다.

“육체적으로 강한 이들만큼이나 우리에겐 정신력으로 어느 문파에도 뒤지지 않는 인원들이 필요해. 지옥주 훈련은 그래서 도입한 거야.”

“확실히 지옥주 훈련을 버텨낸 놈들은 눈빛부터가 다르죠.”

호숫가에서 젖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이 그렇게 공포스럽고 괴롭다는 걸 삼대주는 그때 처음 경험했다. 옷이 머금은 물기는 끊임없이 체온을 빼앗는데 그 추위가 얼마나 강한지 천산의 추위를 경험하며 자란 자신도 참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그때 만약 옆에 팔짱을 낀 전우들이 빌려준 체온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신의 가슴엔 지금 이 휘장이 달려있지 않았을 것이었다.

가만히 팔짱을 낀 채 인위적으로 교관들이 만들어내는 파도를 맞고 있으면 물이 코와 입으로 쉬지도 않고 흘러들어왔다. 파도의 흐름에 맞춰 호흡을 골라내지 않으면 기껏해야 무릎도 안되는 수준의 수위(水位)임에도 숨쉬기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제한된 식사는 극한의 굶주림을 선사했다. 물로 인해 체온을 빼앗긴 탓에 먹은 음식은 쉬이 꺼져버리고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마치 여름매미 소리처럼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게 되는데 그렇게 강렬한 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고 있을 때 교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고기를 구워 먹었다.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에 정신이 혼미해졌을 때 맡은 고기 냄새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추위, 호흡, 배고픔의 고통보다 더 공포스러운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수면부족이었다. 1주일에 걸쳐 진행되는 지옥주에는 지금 요원들이 받는 것처럼 충분한 수면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고수라는 사람들이 겨우 일주일 잠 못 자는 게 대수인가 싶었지만 하루 3시간 이내의 수면을 계속하면서 삼대주는 잠을 못 자는 것이 지옥이라는 걸 경험했다. 사람이 잠을 못 자면 어떤 상태가 되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파도가 치는 물가에 누워 호흡을 골라야 하는데도 지독한 졸음은 그걸 잊게 하고 물속에서 깜빡 잠들게 할 정도였다. 물을 먹고 정신을 차려봐야 그 순간은 잠시일뿐.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잠을 탐했다.

극도로 지치고 음식을 먹지 못한 상태에서 누워 있도록 움직임까지 제한당하면 어느 순간 추위와 배고픔도 있고 육체는 그렇게 수마(睡魔)에 빠져든다. 지금 위구르 지역과 청해 지역의 책임자로서 일대주와 이대주를 맞고 있는 동기들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물에 빠져 죽든 말든 잠에 취해 지옥주 훈련을 포기했을지 몰랐다.

“그나마 지금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걸 모르는 저 녀석들의 표정을 그림으로라도 남겨두고 싶군요. 본인들이 가장 괴로워할 시간에 보여주면 꽤나 재밌을 것 같습니다.”

“어우… 삼대주, 가만보면 사람이 은근히 괴물 같은 구석이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 좀…….”

‘아니! 지옥주 훈련을 만들어 온 사람이 누군데! 누가 누구보고 괴물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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