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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108화 (108/132)

108화

내 행보라고 해봤자 와서 자고 사천요리 먹으면서 술 한잔하고 이상한 사람이랑 잠깐 엮이고 아미파 가서 손수 담근 매실차를 아미파의 장문인으로부터 얻어먹고 온 게 다였다. 그런데 거기에 답이 있다니.

“내 행보에 정답이 있다고?”

[그래! 모든 새로운 것과 해결책은 기존의 것들로는 채울 수 없는 결핍에서 나온다네. 자네는 이미 결핍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사천요리를 먹었는데 자네가 기대한 사천요리를 먹을 수가 없어서 아쉬워했지?]

“어! 맞아. 기대했던 사천요리 특유의 맵고 칼칼한 요리가 없었으니까! 마파두부라든가 마라탕이라든가 궁보계정이라든가 마라롱샤라든가!”

[그럼 그 맵고 칼칼한 요리들을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자네가 키우면 될 것 아닌가? 자네가 말한 요리는 나중에 유명한 사천요리가 되었다고 했지? 미래 정보의 가치를 활용하시게.]

“고추! 고추를 키워서 여기 사천에서 성공할 게 확실한 음식들을 팔면 되는 거였어.”

[그리고 아미파에 가서 뭘 마셨다고 했나? 거기 뭐가 많다고 했지?]

“매실차? 매실나무가 뭐?”

[하! 내가 이걸 일일이 다 설명해줘야 하다니 자네는 아직 멀었어.]

“아~ 뭔데! 말을 하다 말면 얼마나 갑갑한데.”

[아미파의 장문인이 준 차는 아미파에서 직접 기른 매실로 담근 매실차라고 했지. 분명 아미파에서 키우는 매실나무들이 많다고 하지 않았나? 여기까지 이야기해주면 감이 좀 오나?]

“내가 기대했던 매실차와는 많이 달랐지… 설탕에 재운 매실청으로 만든 차였으면 했거든.”

[아니! 이 바…후. 그게 아니라…거 사람이 하루 제대로 못 잤다고 머리가 이렇게 안 돌아가나? 식량이 풍부한 이곳 사천에서 만들어지는 백주에 매실을 담가서 매실주라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팔면 될 거 아닌가!]

“매실주! 그래! 매실주가 있었어. 근데 매실청을 만들어 파는 차도 효과 있을 것 같은데. 여기도 아직은 설탕이 풍족한 곳은 아니니까.”

비아가 옆에 있었으면 볼따구에 뽀뽀를 갈겨주고 싶을 정도였다. 왜 이토록 쉬운 걸 내가 떠올리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 바보! 왜 요걸 생각 못했지? 아미파에서 키운 매실을 받아다 우리가 매실주를 담가서 팔고 아직은 없는 사천의 요리들을 맵게 해서 팔면 되는데!”

[이젠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 명심하게. 새로운 것은 다 현재 느끼는 부족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래, 결핍이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거… 잊지 않을게. 고맙다. 비아, 니가 없었으면 아미파에 돌아가기까지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을 거야. 이거면 당장 오늘이라도 찾아갈 수 있겠어.”

[고마우면 양념치킨.]

“어…음…그게…….”

[진짜 고마운 건 아닌가봐? 생판 남들한테는 턱턱 공도 사주고 네트도 사주면서 말이야. 내가 무슨 금은보화를 사달래? 아니면 쓸데없는 사치품을 사달래? 나만 즐기나? 자네도 먹잖아.]

“알았다. 알았다. 농담 한번 해봤어. 농~담~.”

[쓰읍. 농담 아닌 것 같은데.]

“그날 아미파에서 장문인을 만나고 오셨다는 거죠?”

“그래. 몇 번 말해. 오늘도 며칠 전에 봤던 장문인 뵈러 가는 거야.”

“흐음. 그 예쁜 스님들 말고요?”

“게사르, 이제 다 왔으니까 가서 보면 알겠지? 이상한 불쏘시개를 던져 넣으려고 하는데 자꾸 떠들면 내가 짊어진 짐들까지 다 니가 져야 할거야.”

“헙. 알겠습니다.”

“가보면 알겠죠. 뭐.”

다진이가 가진 오해를 풀고자 일부러 아미파에 함께갈 것을 동행했는데 다진이는 여전히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않은 듯했다. 한발 떨어져서 따라오는 게사르는 아미파에 주기 위해 챙겨온 여러 가지 물건들을 실은 지게가 무거운지 뭐라고 중얼중얼거렸다.

‘이게 뭐가 그렇게 무겁다고.’

아미파에 서서히 도착할 때쯤 칼이 뭔가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서 짐을 내려놓고 게사르에게 들고 따라오라고 한 뒤 서둘러 갔더니 아미의 여승들이 절 밖으로 나와 매실나무의 가지들을 쳐내고 있었다.

‘아니 왜 나뭇가지를 저렇게 다 잘라버리고 있어… 분명 멸마사태가 공들여 키우는 거라고 했는데.’

위고 아래고 구분없이 나뭇가지들을 막 잘라대는 모습에 내가 보고 있는 게 뭔가 싶어 어안이 벙벙했는데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아… 저기… 장문인을 뵈러 왔습니다만.”

“저희 장문인을요?”

여승은 나뭇가지들을 치다 와서인지 칼을 들고서 날 위아래로 훑어봤다. 둘이 잠시 그렇게 대치하고 있으니 다른 여승들도 하던 작업을 멈추고 다들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이 분이 장문인을 뵈러 왔다고…….”

“우리 장문인을? 외부로는 오랫동안 나가신 적이 없는 분인데 소협이 우리 장문인을 어찌 안단 말이오?”

‘그치…분명 장문인도 본인 입으로 꽤 오랫동안 칩거(蟄居) 중이라고 했으니까. 이 사람들 입장에선 갑자기 나처럼 어린 놈이 나타나서 장문인이랑 아는 사이라고 하면 무척 이상해 보일 거야…….’

점점 의심의 눈초리가 진해지는 동안 먼저 간 날 따라서 다진이와 게사르가 도착했다.

“아니… 이걸 이렇게 버려두고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무거워서 혼났습니다.”

“용운 님, 분위기가 왜 이래요?”

“아… 그게 장문인을 뵈러 왔다고 하니까…….”

내가 게사르와 다진이에게 잠깐 상황 설명을 하는 사이 뒤에서 우리를 향해 누군가 칼로 삿대질을 하며 놀라는 소리를 냈다.

“어! 그때 그 사람들이다.”

“응?”

“왜 우리가 얼마 전에 시주받으러 나갔을 때 풍가화랑 같이 앉아 있던 사람들.”

“맞네. 풍가화가 자기 납치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했었을 때 옆에 있던 사람들.”

“근데 저 사람들이 여긴 왜 왔지?”

때마침 나타난 당시의 4인방이 우리를 아는 듯이 말하자 이들을 이끄는 스님은 우리를 아느냐고 물었다.

“도감(都監)스님. 저희가 정확히 저분들을 아는 건 아니고 며칠 전 객잔에서 풍가화와 함께 자리하고 있던 걸 보기는 했습니다.”

“풍가화 당추향이랑 아는 사이라…….”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친해 보이지는 않았고 당추향이 굉장히 적대적으로 대한 걸로 기억합니다.”

“흥, 보나마나 풍가화가 괜히 지 기분이 나쁘다고 먼저 시비를 걸었겠지. 그 인간과 친한 인간이 당가의 사람 말고 어디 있겠느냐. 안 봐도 뻔하구나.”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

‘아주 이 동네에선 유명한 XX이구나. 풍가화. 어지간해선 스님들이 저렇게까지 이야기할 거 같지 않은데.’

“그래, 소협은 성함이 어떻게 되고 우리 장문인이랑은 어찌 아는 사이입니까?”

“예, 제 이름은 화용운이라고 하고 멸마사태 님과는 인연이 되어 서로 흉금(胸襟)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그런 사이라고 할까요?”

“우리 장문인이랑요?”

도감스님이라는 사람은 나를 쳐다보고 니가 우리 대장이랑 그런 사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스님 하나를 불러 장문인께 여쭙고 오라고 전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아미파에 제가 드릴 게 있어서요. 장문인께 못 드린 찻값이 있습니다. 그걸 갚고 싶어서요.”

“우리 장문인께요?”

게사르와 다진은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아미파에 갖다 줄거라면서 식량이랑 이것 저것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길래 아미파와 꽤나 친분이 생긴 듯했는데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친하기는커녕 잡상인 내지는 사기꾼 취급이 아닌가.

‘뭐야. 화용운. 이렇게 푸대접받을려고 이걸 짊어지고 왔어?’

‘멸마사태라니…그 꼬장꼬장한 분이랑 친하다고? 이거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호호호, 화소협. 이렇게 빨리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때 마신 찻값을 꼭 치르러 금방 오겠다고.”

“저는 그래도 좀 더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지요.”

“장문인께서 지고 계신 마음의 짐을 좀 덜어드리고 싶어서 제가 좀 부지런 좀 떨어봤습니다.”

“그래요? 이거 오늘도 차대접을 제대로 해드려야겠네요. 듣자 하니 우리 아미파 사람들이 두달치 먹을 식량을 짊어지고 오셨다는데.”

“그러셔야 할 겁니다. 제가 그것 말고도 아미파의 고민을 단번에 해치울 해결책도 가져왔거든요.”

게사르와 다진도 그러했지만 아미파의 다른 스님들도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는 저렇게까지 미소 짓거나 하지 않는 멸마사태께서 저렇게 해맑은 웃음을 보이시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저렇게 어린 소협과 어찌 아는 것인지 그 인연의 계기가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좀 섭섭했습니다.”

“우리 화소협께서 뭐 때문에 그렇게 섭섭하셨습니까?”

“제 딴에는 최대한 빨리 아미파를 위해 이것 저것 챙겨왔는데 아미파의 스님들께선 칼을 들고 저를 맞이해주시더군요.”

“정말입니까?”

찬물에 탄 매실차를 후루룩 마시고선 용운이 미소지으며 말하자 옆에 앉아 있던 도감스님이라는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 장문인도 용운이 진심으로 무례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선 적당히 맞장구를 쳐줬다.

“우리 제자들이요? 화소협한테? 우리 제자들이 그럴 아이들이 아닌데요.”

“그게…장문인. 오늘 전지(剪枝) 작업을 하고 있던 중에 이분들이 오셔서 저희도 경황이 없이 손님맞이를 하다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오늘 매실나무 전지를 하는 날이었죠? ”

“그게 가지치기였습니까? 위도 치고 아래도 치고 하길래 나무를 죽이려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닙니다. 소협. 나무는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오늘 했던 것처럼 전지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매실나무는 중심가지에서 뻗어 나온 잔가지가 여기저기 뻗쳐서 자라기 쉬운데 그리하면 아무렇게나 자란 나뭇가지로 인해 햇빛을 못 받아 다음 해 열매를 맺는데 방해되기 때문입니다.”

‘난 또…나무 뽑기 전에 미리 잔가지들을 쳐내는 건 줄 알았지.’

“그래서 그런 작업들을 하고 계셨던 거군요.”

“다만 매실은 기껏해야 이렇게 차로 마시거나 약재로서밖에 쓰이질 않으니 공들여 키운 것에 비해 그렇게 넉넉히 값을 못 받고 있지요.”

도감스님이란 사람은 매실값이 오르면 좋겠다고 한탄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제가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미파에서 키우는 그 매실 때문입니다.”

“우리가 키우는 매실을요?”

“예, 앞으로 매년 전량 아미파에서 나오는 매실들을 제가 매입하도록 하죠. 현 시세보다 좀 더 쳐서요. 그럼 아미파 재정에 도움이 될까요?”

“물론이죠. 도움이 되고 말구요. 그런데 그리 하면 너무 소협에게 미안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말이죠. 또, 정작 쓸 곳도 없으면서 매실을 매년 소협이 구입한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쓰지 못하면 결국은 다 버려야 할 텐데 그건 우리가 키운 매실나무들에게도 못할 일인 것 같습니다.”

장문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내가 이들에게 매실을 구입하겠다고 제안할 만한 계기가 없었다면.

“아니요. 전 괜한 동정심에 일을 벌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께도 이익을 드리고 제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흠,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저희를 도우려고 쓸 곳도 마땅치 않은 매실을 전부 구매해서 뭐에다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뭐, 앞으로 일을 진행하면 모두 알게 되실 테니 미리 말씀드리죠. 여러분께 구매한 매실로 한번 술을 담가볼까 합니다. 그래서 제가 만들 객잔에서 한번 판매를 해보려구요.”

“그 말은 소협께서 매실주(梅實酒)를 담글 생각이시라는 겁니까?”

“예. 처음엔 여러분들께 매실주를 담가달라고 부탁을 하고 저희가 여러분이 만든 매실주를 매입을 할까도 했습니다만 잠시 생각을 해보니 스님들께 술을 담가달라는 건 아무래도 너무 무례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화소협. 아미파의 스님들이 술을 담가서 판다니… 그건 참으로 안될 말입니다. 근데 저희가 키워낸 매실로 매실주를 담근다라… 왜 저희는 여태껏 그 쉬운 생각을 못했을까요? 사천에 백주(白酒)를 만드는 양조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원래 뭐든 처음 생각해내는 게 어려운 법입니다.”

[아주 자기 생각인냥 잘도 이야기하는구만.]

‘고마워, 비비서. 이게 다 비비서 덕분이야.’

[젠장! 벌써 까먹은 건가? 내가 그 ‘비비’라고 불리는 걸 싫어했다는 거? 한번만 더 그 단어를 떠올려봐. 계약해지하는 수가 있어.]

‘아! 크크크큭. 미안해. 잘못했다. 비 카운슬러(counselor).’

“제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불제자(佛弟子)들이 맞이한 곤혹스러운 상황을 이렇게 풀어주신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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