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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105화 (105/132)

105화

“그쪽은 왜 눈을 그렇게 뜨고 날 쳐다보는 거죠?”

“그냥 그쪽이 영 마음에 안 드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밥 좀 먹자, 다진아. 넌 또 왜 그러니.’

“워워. 진정해.”

옆에서 열심히 돼지고기를 먹던 게사르도 젓가락을 내려놓고 강하게 고개를 끄덕여 다진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뭐, 뭐래? 그쪽은 어디서 피죽도 제대로 못 먹은 것처럼 허여멀건하게 생겨 가지곤.”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주둥이 놀리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

“그쪽도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거든?”

“자자, 그만들 하고. 다진아 먹던 거 마저 먹어. 그리고 그쪽. 그쪽도 조용히 좀 해요. 지금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 좀 인지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제 이름은 그쪽이 아니라 당추향이요. 풍가화 당추향.”

‘아주 마이웨이여.’

“예예. 당추향 씨. 알았으니까 더 이상 분란 일으키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줄래요? 우리 밥 다 먹을 때까지.”

“청해는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하나보네요?”

“그쪽은 우리 손님 아니에요. 초대한 적 없어요. 그리고 한번만 더 입 열면 다시 아혈 봉할 겁니다.”

가뜩이나 오랫동안 기대했던 맵고 칼칼한 음식을 못 먹어서 별로 기분이 좋질 않았는데 천지분간 못하고 날뛰는 부잣집 딸내미 어리광까지 받아줄 생각은 안 들었다. 이제 상황이 대충 정리가 되는가 싶었는데 객잔 입구가 시끌시끌했다.

‘아…조용히 밥 좀 먹자. 또 뭔데?’

“왜 이렇게 시끄럽지?”

“아미파다!”

“소용선자(素容仙子) 곽영(郭英)도 왔어.”

우리 눈치를 보느라 다들 조용히 밥을 먹던 사람들이 입구에 나타난 사람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미파의 소용선자 곽영?’

아미파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슬쩍 눈만 돌려 바라보자 승려복을 입은 여성 4명이 객잔의 주인인 듯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미파 승려들을 전체적으로 스캔해 봤더니 특별히 검이라든가 도같은 날붙이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옷에 가려져 알 수는 없었지만 아미파는 장법(掌法)이나 각법(脚法)을 주로 사용하는 걸로 보였다.

“왜요? 그쪽도 여승(女僧) 얼굴이 이쁜 게 궁금해요? 하여간 남자들이란.”

“그 무슨? 내가 여승의 외모를 뭐하러 본단 말이오?”

내가 아미파의 승려들을 보는 걸 다른 의미로 해석했는지 당추향은 이죽거리며 ‘얌전하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남자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번 보고 말 사람이니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든 말든 상관은 없었으나 그녀가 한 말을 들은 다진의 표정이 살쾡이처럼 날카로워진 것 같다는 게 걸렸다.

“그러는 것치곤 되게 찔리는 표정이시네.”

“하아…내가 뭐가 찔린다고? 그러는 거요. 크흠. 소저는 쓸데없는 말 마시오. 두 번 경고하지 않겠다고 했소.”

“예예! 아이고~ 무서워라! 납!치!된 처지에 가만히 입 다물고 있도록 할게요!”

마치 주변에 광고라도 하듯 소리치고선 입을 꾹 다문 당추향의 짓거리에 살짝 어이가 없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며 말소리가 들려왔다.

“납치라는 이야기가 들렸는데…어떤 연유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저희들이 알 수 있을까요?”

‘이걸 노린 건가?’

고개를 돌리자 아미파의 여승들이 내 뒤에 주르륵하고서 살짝 경계하는 자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괜히 상황이 이상해질 것을 염려해 영업용 미소를 보이며 그녀들에게 합장으로 인사를 했다.

“아미파의 승려들이시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기서 듣기로 납치를 당했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서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납치라니요. 보십시오. 제가 당 소저를 밧줄로 결박하거나 묶어놓았는지. 사람들이 들으면 큰일날 소리인 것 같습니다. 당 소저가 장난친 겁니다.”

“흐음. 그래요? 아! 풍가화라면…뭐.”

그녀들이 보기에 겉으로만 봐선 특별히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기구라든가 하는 것이 안 보이니 나는 상황을 넘기기에 괜찮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당추향이 다시 입을 열기 전까진.

“오랜만이네? 소용선자. 나 지금 납치된 거 맞아.”

“납치된 것치곤 말도 편하게 하시고 계신데요? 혹시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마혈(魔穴)을 점혈당하셨나요?”

“아니.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점혈은 안 당했어.”

“그렇다면 이 분의 말이 맞겠네요. 얼마 전 절정고수에 오르셨다는 풍가화가 수갑이라든가 밧줄도 없이 이렇게 맨몸으로 편~안하게 납치되었을 리가 없잖아요? 별로 재미없는 장난이군요. 맞장구쳐주고 싶지 않은 장난이요.”

“아미파도 곤륜파처럼 그저 이름만 높았지.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요. 딱 보면 몰라? 이 남자가 날 내공으로 확 묶어놓고 있는 거잖아. 봐봐, 움직이고 싶어도 못 움직여. 보이지?”

“풍가화! 소용선자께서 널 편하게 대해주신다고 해서 아미파를 그렇게 불경스럽게 말하지마라! 우리들도 봐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이 여자. 아주 완전 입만 열면 사고를 치고 다니는 사고뭉치가 따로 없군.’

상대방에 도움을 청한다면서 도움을 받을 상대의 문파를 모욕되게 말하는 걸 보니 당추향이란 여자가 집에서 얼마나 ‘오냐오냐’ 하면서 키웠을지 안 봐도 뻔했다.

경고성이 섞인 아미파의 승려의 발언을 딱히 제지하지 않는 걸로 보아 웃고 있지만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미소를 띤 소용선자도 당추향의 말에 살짝 기분이 상한 듯했다.

“그런 거치곤 굉장히 자유로워 보이네요. 무슨 일이 있었나 했는데 풍가화가 이런 백주대낮에 이렇게 편안한 모습으로 납치되었을 것 같지도 않고 설령 그렇다고 한들 잘난 당가의 금지옥엽이 알아서 잘 해쳐나가시겠죠.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우리는 할 일이 많아서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사는 당 소저랑 노닥거릴 시간이 없거든요.”

때마침 객잔의 주인이 챙겨온 쌀을 받아들고 빠져나가려는 아미파의 승려들이 들으라는 듯이 당추향은 다 들리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치그치,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아미파 승려들 먹일 식량 구하기 위해 바랑 메고 시주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다니려면 바쁘겠지. 이런~ 내가 먹고 살기 힘든 우리 아미승들 형편을 생각 못했네. 내가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개방처럼 먹고 살기 힘든 아미파에 시주 좀 해주라고 할까?”

‘이야…당가는 집안 교육이 아주 개판이구나.’

다진도 당추향의 말을 듣고선 이런 미친 X는 자기 인생에서 처음 보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미의 승려들을 거지 취급하는 듯한 발언은 아미파가 아닌 내가 들어도 기분이 팍 상할 정도였으니 당사자들은 얼마나 기분이 나빴겠는가.

“풍가화! 당가에서 태어나 평생 아무런 고생도 하지 않고 큰 주제에 니가 뭘 안다고 주절거리는 거냐! 너의 방자한 지껄임은 도저히 못 들어주겠구나! 내 오늘 죽은 네 부모를 대신해 예의범절이 무엇인지 가르침을 내려주겠다!”

“뭐라고? 너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 부모가 없어? 대상역쌍(大象力雙))! 너야말로 입조심해! 누가 니 산만한 덩치 보고 겁낼 것 같아?”

소용선자 뒤에서 서 있던 승려들 중 덩치가 좀 있어 보이는 두 명의 여승들은 자신의 별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지 당추향의 도발에 넘어가 버렸는데 무슨 일이 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람 얼굴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그렇지 사람한테 거대 코끼리라니…그것도 승려이긴 하지만 여자들한테…….’

누가 봐도 당장 아미의 승려가 장법을 출수할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당추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서 도리어 목소리를 높였다.

“사천 사람들! 여기 아미 승려가 사람 팬다! 그것도 아무 저항도 안하는 사람을 팬다!”

‘넌 진짜 담력 하나는 인정.’

대상역쌍이라고 불린 승려는 졸지에 가만히 있는 사람을 때리려는 상황이 되자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미파의 부족한 식량을 메꾸기 위해 시주를 받으러 나온 것인데 자칫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아미파의 명성을 먹칠한다면 같은 아미파의 승려들에게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자임에도 호걸처럼 덩치가 큰 승려는 순간 화가 나서 소매를 걷었으나 당황해서 화가 가라앉자 어쩔 줄 몰라 했다.

잠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던 소용선자는 자신의 친구를 돕기 위해 사태를 마무리 짓기로 결정했다. 이 일로 아미파와 당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기도 했다.

“당추향. 우리가 오늘 일이 있어 나온 것이니만큼 당신이 아미에 저지른 무례와 우(愚)에 대해선 공식 절차를 밟아 당문에 항의 서한을 보내도록 하겠어요.”

“흥! 명문정파라는 아미가 도와야 할 사람을 외면하고 오히려 도움을 청하는 이를 때리려고 해놓고 뭐가 그리 잘났느냐! 그딴 종이쪼가리 하나도 무섭지 않아!”

“당신은 정말 끝까지 구제불능이군요. 가요, 여러분들.”

몰려드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아미파의 승려들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명문정파라는 것들이 이름만 유명했지. 정작 협(俠)을 행사하여야 할 때는 그 의무를 이리도 쉽게 던져 버리고 도망치는구나! 아아~ 정파의 협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얘는 그냥 엮이면 안 될 애네.’

‘이 동네의 미친 X은 나다!’라고 여실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여자와 더 이상 엮일 필요가 없겠다 싶어 게사르에게 전음을 보냈다.

- 게사르, 얘랑 더 엮이지 말고 보내지? 곤륜파의 제자가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하고 싸워봐야 뭐가 남겠어? 밥 다 먹었으면 우리도 그냥 가자.

- 예. 완전 광녀(狂女)가 따로 없군요. 저도 정상적인 사람하고 손을 섞고 싶지. 저런 종자와는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식사할 입맛도, 감흥도 훅 떨어져 버린 상황에서 다진도 더 앉아 있고 싶지 않았는지 나의 눈빛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일어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만 다 먹었으면 우리도 일어나자고.”

“뭐, 뭣?”

우리 셋이 일제히 일어나자 당추향은 뭐가 또 문제인지 발작을 일으키듯 소리를 질렀다.

“오호라, 너희들도 우리 당문과 엮이고 싶지 않으니 도망치는 거냐?”

‘당문은 모르겠고 너랑은 다시 보고 싶지가 않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냐.’

“소저, 우리가 떠나고 일다경(一茶頃) 정도 지나면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니 우리가 떠난 뒤에 알아서 하시오.”

“대, 대결은!”

“다음 기회에 미룹시다. 우리도 바빠서.”

우리는 빠르게 객잔 주인에게 우리가 먹은 음식들을 셈하고 객잔 밖으로 빠져나왔다.

“와…저런 미친 여자는 살다 살다 처음 봐요.”

“나도 저렇게 안하무인(眼下無人)은 처음 본다.”

“당문이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켜도 크게 잘못 시켰군요. 방자하고 교만하기가 이를 데가 없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는 개운하지 못한 식사의 뒷맛을 씻어내고자 다점(茶店)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에서 다시 방금 전에 봤던 아미파의 승려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도 정신 사나우니 마음을 추스르려고 차를 마시러 왔나 보군.’

그녀들에게 예의를 갖추고자 우리가 다 같이 합장을 하니 그녀들도 합장으로 인사를 전했다. 그 후 우리는 자리에 앉아 점소이를 통해 차를 주문했다.

“간만에 제대로 식사하나 했는데 입맛 다 버렸네.”

‘그런 것치곤 우리가 떠나올 때 탁자를 보니 어느새 다 먹었던데…다진아?’

하지만 굳이 사실을 적시하여 가뜩이나 다운된 분위기를 더 건드리진 않았다.

“우리는 그래도 좀 맛있게 먹었는데 용운 님은 별로 맛있게 드시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기대한 거랑 맛이 좀 달라서 말이지.”

첫 번째로 우러나온 찻물을 따라내고 다시금 차를 우리려고 하고 있는데 살짝 떨어진 자리에 앉은 아미파 승려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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