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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92화 (92/132)

92화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쥐를 잡았구만. 자네 부하들에게 마도인라고 부르는 건 틀린 표현은 아니잖아? 이거 입막음을 해야할지도…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용운, 저 녀석 내공을 폐해서 광산으로 보내버려?]

‘시꺼. 아무 죄도 안 지은 멀쩡한 애를 왜 광산으로 보내. 내가 보기엔 지금 약간 정신적으로 몰려서 그런 거야. 나름 잘나가는 후지기수인줄 알았던 내가 알고 보니 흔해 빠진 절정고수? 뭐 그런 느낌?’

“무, 무슨 소리야? 게사르, 니가 뭔가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저 사람들은 마도인같은 거랑은 거리가 멀어. 절대 아니야. 누굴 잡으려고? 애초에 요즘도 마.도.인들이 있긴 해?”

[입에 침 좀 바르시게. 이 사기꾼 양반아. 저 사람들이 내 마도인이다. 내 마교도다! 왜 말을 못해! 너도 우리 마교에 가입해라! 당당하게 말을 하란 말이야!]

‘아…너 요즘 앱으로 드라마를 너무 봤어.’

나는 옆에서 자꾸만 되도 않는 소리를 하면서 정상적인 대화를 방해하려고 드는 비아를 음소거 상태로 바꿔버렸다.

“예? 마도인이 아니라구요? 그렇다면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순리를 어긴 마도인들도 아니고 열양공을 익힌 자들이 어찌 그렇게 빙공을 쉽게 쓴답니까? 전 여태껏 살면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스승님이 만약 지금 용운 님의 말씀을 들었다면 이게 뭔 소린가 싶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셨을 지도 모릅니다.”

‘얘 왜 이렇게 흥분했어. 안되겠다. 빨리 요령 알려주고. 가서 만들던 아이스크림이나 계속 만들라고 해야지.’

“게사르? 침착해. 마도인이 아니어도 어떻게 하면 열양공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찬찬히 설명해 줄테니까. 알았지?”

“그 말씀은…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 내, 내공 운용법을 설명해주신다는 겁니까? 그런 비전(祕傳)을 제게?”

방금 전에 마도인 운운할 때도 눈이 평소보다 커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게사르의 눈은 그것보다 더 커졌다.

‘얘, 실눈인줄 알았는데 지금보니까 눈 엄청 컸네. 것보다…고작 이걸 설명해주는 게 쟤들이 마교도라고 착각(?)한 것보다 더 놀랄 일이야?’

음공(陰功)의 일종인 빙공이 아니라 열양공을 통해야만 완속이 아닌 급속냉동을 실현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실현하고자 하기 위해선 우선 물리적 원리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전적으로 냉동이란 물체나 어떤 장소로부터 열을 빼앗아 그 온도를 대기온도보다 낮은 온도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바로 대상으로부터 ‘열을 빼앗아’라는 부분이다.

현대에서 얼음정수기라든가, 에어컨이라든가, 냉장고의 냉동실같은 장치 역시 모두 본질적으로 대상의 열을 빼앗아 냉동이란 상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무언가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선 특별히 고안된 장치가 필요하다는 착각에 빠지곤 하지만 사실은 그런 특별한 장치가 없어도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바로 여름철 뜨거워진 마당에 물을 뿌린다던가 모기가 물린 곳에 물파스를 바르면 일순간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그것이다.

마당에 뿌려진 물이라든가 물파스와 같은 액체가 기체로 상태가 변화하는 현상을 물리학에선 ‘상전이(相轉移)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체로 변하고자 하는 액체는 처음에 핵심이라고 설명했던 것과 같이 주변으로부터 열기를 빼앗는다. 그리고 이 세상의 무림인들 중 빙공이 아니라 열양공을 익힌 이들은 내공수련시 상전이 현상을 일상적으로 발현하고 있다. 열양공을 수련하게 되면 주변의 열기(熱氣)를 필연적으로 빨아들이는데 이 순간 일시적으로 주변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느끼는 것이 그 증거다.

빙공이 음기를 축적해서 압축하는 형태로 발전시키기에 주변의 냉기를 흡수하기 위해선 추운 지역에서 수련을 해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면 열양공은 체내에 열기를 축적하여 압축하는 형태로 내공을 키우기에 굳이 추운 지역을 찾아가거나 추운 시간대를 고를 필요 없이 진행을 할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니까 용운 님의 말씀은 억지로 내공을 식히는 추가적 과정을 거쳐 차갑게 만드는 게 아니라 열양공을 운용하여 열기를 빼앗아 단전에 빨아들이라면 간단하게 냉동을 시킬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지. 그렇게 하면 중간 단계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열양공만으로도 빙공을 익힌 이들이라면 화경의 고수가 되어서나 가능한 ‘급속냉동’이 가능해지거든. 물론, 그러기 위해선 내가 말한 이치를 깨달아야 가능한 거지만.”

냉동과정에 있어 냉동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건 천천히 언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고 천천히 얼게 되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수분이 응결하면서 얼음알갱이가 커져버리게 된다. 이런 식의 지연(遲延) 냉동은 대상이 되는 음식물에 얼음이 끼게 만들어 맛과 영양을 파괴시킨다. 반면 급속냉동을 하게 되면 얼음알갱이가 끼어들 여지를 최대한 차단할 수 있기에 대상이 되는 음식물의 맛과 영양이 파괴되는 걸 막을 수가 있게 된다.

인류의 역사에서 식품 산업의 발전은 곧 냉동기술의 발전 덕분이었고 현대인이 마트에서 구매하는 냉동과일이라든가 냉동육류가 본격적으로 상품성을 지니게 된 시점은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급속냉동’ 기술이 상업화된 이후였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좀 더 쉽게 수련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경지로도 급속냉동이 가능한 열양공을 익혀야 하는 이유가 더욱 명확해진다.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음기를 발산해서 대상을 식히는 게 아니라 대상의 열기를 빼앗는다니…….”

“설과를 만들기 위해 대상의 열기를 빼앗는 방식으로 열양공을 운용하면 추가적인 장점이 있어. 그게 뭐일 것 같아?”

“추가적인 장점이요? 흐음”

나름 절정고수를 뛰어넘은 고수이니만큼 게사르도 오성(悟性)이 좋은 편이라 금방 그 이유를 알아냈다.

“알겠습니다. 빙공의 형태로 억지로 구현하면 내공을 발산해야 하니 그 과정에서 내공이 소모되어 쉬이 지치지만 열양공을 용운 님의 가르침을 따라 운용한다면 오히려 내공을 축적하게 되므로 지치지 않게 되겠군요.”

‘똑똑하네.’

“정답이야.”

게사르는 용운이 가르쳐준 이치를 이해한 뒤 머뭇거리지 않고 상청무상신공을 운용했다. 대상물에 냉기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열기를 빼앗는다는 것에 집중해서 운용을 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살짝 어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익숙해졌고 탁자 위에 있던 사기그릇 안에 있던 찬물은 여태껏 자신이 시도했던 것과 다르게 너무도 쉽게 얼어버렸다.

“하…이 쉬운 걸…난 왜 그렇게 멍청하게…….”

게사르는 이런 근본적인 이치를 깨우친 용운의 지혜에 깊이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름철 더운 날에 몸에 물을 끼얹으면 시원하다는 것 정도는 어릴 적부터 자신도 알고 있는 평범한 사실이었지만 자신은 단 한번도 거기에 무슨 대단한 깨달음같은 것이 있다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다지 깊게 궁구(窮究)해본 적도 없었다.

그동안 자신은 더 강해지기 위해 그저 하루 하루 무공을 익히고 수련해서 육체를 단련하고 내공을 쌓아왔을 뿐이었다. 심지어 여태껏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을 이어왔다는 것에 자부심마저 느꼈지만 이젠 아니었다.

세상을 꿰뚫는 용의 혜안이 담긴 엄청난 가르침을 받고 나자 여태껏 해왔던 자신의 수련이 너무도 미련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 물을 얼리는 과정에서 작게나마 늘어난 내공에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수련한다면 앞으로 내공 축적하는 게 지금껏 내가 수련해왔던 것보다 훨씬 빨라질 수도 있겠는데?’

정종의 심법(心法)은 대개 안전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구파의 신공(神功)이라고 할지라도 내공 측면에선 엄청난 기운을 함축한 영약을 복용하지 않는 한 내공축적에 시간이 오래 걸려 초절정고수에 다다르기 위해선 아무리 대단한 인재라고 할지라도 최소 40살은 넘어야 하는 것이 그동안 무림의 통상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앞으로 용운의 가르침을 따라 내공수련을 계속한다면 분명 30살이 되기도 전에 초절정고수에 이르게 될 것이 분명했다.

‘제게 이런 귀중하고도 엄청난 가르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시다니…’

“대, 대단합니다! 전 여태껏 무슨 바보같은 짓을 해온 걸까요?”

“그게 아니지.”

“예?”

“지금 니가 내가 설명해준 걸 금방 깨닫고 실현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니가 열심히 수련해서 지금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야. 3류 잡배에게 이런 원리를 가르친다고 해서 이해해서 바로 실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

‘참으로 넓고도 깊은 아량이 아닌가? 귀중한 가르침을 전하고도 별거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저 대범함!’

곤륜파의 문도인 게사르는 문외(門外)의 존재에게 함부로 무릎을 꿇고 절을 해선 안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께서 가볍게 여기셨다고 하여 이런 엄청난 가르침을 받고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표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돌아가신 스승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며 몰염치한 것이라 생각했다. 게사르는 자신의 진심을 담아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예를 올렸다.

“용운님, 귀중한 가르침을 이리도 쉽게 전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고 뼈에 새기겠습니다.”

“어?”

갑작스레 오체투지를 하며 황제에게나 보일 법한 극공경의 예를 올리는 게사르의 행동에 용운은 놀라며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얘 갑자기 왜 또 이래…그냥 앞으로 아이스크림 좀 열심히 만들라고 작업노하우나 좀 알려줬더니.’

“이, 일어나. 게사르. 별 것도 아닌 걸로 사람 무안하게…왜 그래. 어서 일어나라니까.”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별 것도 아닌 거라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곤륜의 문 밖에서 이런 은혜를 입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자신에 의해 땅바닥에서 머리와 두 손을 떼어졌을 뿐 여전히 양 무릎을 꿇고 있는 게사르는 감정이 북받치는지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었다.

“얼른 일어나라니까. 이러다 사람들 오면 뭐라고 생각ㅎㅏ…….”

혹시라도 누가 이 꼴을 볼까 싶어 게사르의 양팔을 붙잡고 일으키려는 찰나에 하필이면 데바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기요, 스승님? 지금 설과 만드느라 급한데 뭐하시는지 게사르랑 같이 계신다고 빨리 좀…아! 게사르, 또 무슨 큰 실수했구나. 쯧…잘 좀 하지.”

‘쯧?’

찾아올 때도 금방이더니 데바는 나와 게사르를 번갈아보고선 내게 고개를 꾸벅였다.

“일단 손님들껜 주문이 밀려서 어쩔 수 없으니 좀 더 기다리라고 전하겠습니다. 게사르,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요. 알았죠? 저는 하던 일 보러 가보겠습니다.”

“데, 데바? 뭔가 오해가 있는데…….”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제가 방해했네요.”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데바가 썰물처럼 들어왔다 밀물처럼 빠져나가자 나는 잡고 있던 게사르의 양팔을 놔버렸다.

“아니…왜 남자가 함부로 무릎을 꿇어. 데바가 오해했잖아…….”

“함부로라니요. 화대협! 저는 대협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제 마음을 표현한 겁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가서 설과나 만들자. 보니까 주문이 많이 밀려서 급한 것 같은데. 나중에, 나중에 이야기해.”

자신이 무안할까 싶어 배려해주는 용운의 이토록 세심한 배려에 게사르는 다시금 깊은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게사르쟈시, 세상이 당신에게 등을 돌리는 날이 올지라도 저는 결코 등을 돌리지 아니 하겠습니다. 평생.’

“아, 뭐해.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일해야지. 일! 바쁘다잖아.”

“아닙니다. 따라가겠습니다. 평생.”

“뭐? 방금 뭐라고…?”

“별 말 안했습니다. 가시죠.”

그 날의 가르침 이후로 게사르는 부서의 사람들과 함께 설과를 만드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졌다. 설과를 만들기 위해 급속냉동을 반복한다는 건 평소해왔던 내공수련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심력의 소모를 필요로 했지만 집중해서 아주 강하게 양기를 순식간에 빼앗아 내공으로 축적하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더 많은 내공이, 더 빨리 축적되었다. 이건 게사르에게 있어 매일 자그마한 영약을 복용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맛이야! 바로 이 맛! 내공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늘어나는 맛! 내공이 마구 불어난다~신이 난다! 신이 나!’

게사르는 이전보다 내공수련을 덜하는데도 아니 이제는 전혀 하지 않는데도 그저 설과를 만드는 것만으로 내공이 눈덩이처럼 쌓여가자 눈이 돌아가선 부서의 다른 직원들이 쉴 때도 열심히 설과를 만들어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용운은 살짝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저거 저거…아주 미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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