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고기를 서둘러 일제히 내공으로 잡아 올려 접시에 옮긴 덕분에 갈비들은 전혀 타지 않고 옮길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탔겠네……. 이게 다 누가 막판에 말을 걸어 가지고 그런 거야.’
[자네, 날 타박하기 전에 우선 주변부터 둘러보지?]
‘왜?’
비아의 말에 주변을 보자 튀어나가기 직전의 스포츠카처럼 달아오른 상태의 세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어이쿠.”
“이.제.진.짜.먹.어.도.돼.죠?”
안 된다고 하면 누구 하나 칼 들고 칼춤을 출 것 같아서 나는 서둘러 대답했다.
“먹어 먹어. 근데 지금 뜨거워서 살짝 식혀 먹어야 되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사람은 예쁘게 1대씩 나눠져 있는 갈빗살을 각자 하나씩 집어들었다.
“앗 뜨거워.”
- 엄마!
꽤나 강한 무공을 지닌 게사르만이 태연히 갈빗대를 잡고 입으로 가져가 고기를 뜯었다.
‘저거 지금 무공 썼네. 저럴 때보면 진짜 곤륜파 제자같은데’
아직 그의 무공시연을 제대로 견식해보질 못했는데 나름 강한 무공을 지닌 걸로 보이는 게사르의 내공운용을 양갈비를 뜯느라 보게 되니 느낌이 묘했다.
- 후와와와.
‘입 안은 내공으로 보호하기가 좀 그렇지.’
뜨거운 고기를 잡아드는 것까지는 아무 상관 없었던 게사르도 고기를 입에서 씹어 먹는 것은 또 달랐는지 입 안에서 고기를 굴리며 혀로 식혀대기 바빴다.
“후후.”
다진과 데바는 손으로 부채질하면서 입 안에서 고기를 굴려먹는 게사르를 쳐다보기 바빴다.
“뜨거우니까 조심하래두. 거 사람 말을 안 듣네.”
- 요, 용운님, 이거 진짜 맛있네요.
“천천히 먹어요. 천천히.”
- 입 천장 데니까 고기 내려놓고 식을 때까지 기다려요.
방금 건 내가 말한 게 아니라 데바와 다진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말도 안 통할 게 뻔한데도 마치 고수 중의 고수들이 자신의 뜻을 상대방에게 심어넣을 수 있다는 혜광심어(慧光心語)로 소통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심전심(以心傳心) 한마음이 되어 게사르를 향해 말했다.
‘뭐지?’
어느 정도 먹기 좋게 식은 상태가 되기도 전에 세 사람이 갈빗대 하나씩 입에 넣었을 때 나도 하나를 집어서 살점을 뜯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맛있네, 이거.”
“진짜 맛있어요! 용운 님이 그동안 만들어줘서 여태까지 먹은 음식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것 같아요.”
‘뭔가 불길한 발언인데.’
- 행복합니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도 만들 수 있는 거군요. 군만두를 처음 먹었을 때 앞으로 평생 군만두만 먹고 싶었는데 이걸 먹으니 또 생각이 달라지는군요. 감사합니다. 용운님. 감사합니다, 스승님. 크윽.
‘나한테 감사한 건 알겠는데 스승은 왜 찾는 거지?’
- 이게 제가 앞으로 팔 첫 번째 핵심요리라는 거죠? 와아아!
‘데바도 꽤나 마음에 드는 것 같네.’
아무래도 바비큐 소스에 토마토가 첨가되어 있다보니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살짝 우려했는데 세 사람 다 소스가 거슬리지 않는지 아무 거리낌 없이 잘도 먹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 사람은 시연을 위해 구운 21개의 갈빗대 중에 나까지 각자 하나씩 들어 네 개가 줄어들고 나선 점차 먹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 이봐! 이대로 있다간 몇 개 먹지도 못하겠네. 어서 먹게!]
‘진짜…이 돼지들.’
4명이 16대의 갈빗대를 먹어치우고 하나만 남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자신의 손에 든 걸 먹어치우곤 접시에 하나 남은 바비큐에 세 사람의 시선이 모두 모였다. 그 중 행동력 있게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다진이었다.
“홍홍, 아무래도 다들 아침이라서 배부른가 봐요. 그럼 하나 남은 요건 제가 먹어도 되겠죠?”
“수 소저. 왜 이리 성급하십니까? 고작 갈비 5대밖에 못 먹었는데 그걸로 어떻게 배가 부릅니까? 전 배가 부르려면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셋 중에서 제일 덩치도 크고 남자인 제가 먹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럼 빠지세요. 처음에 게사르님께서 먹느라 저 분하고 저는 한발 늦어서 4대밖에 못 먹었거든요.”
- 두 분께서 뭐라고 말씀을 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데바 선문객잔의 주인이 될 사람은 저에요. 전 지금까지 4대를 먹었으니까 남은 하나는 제가 먹는 게 맞고 이 자리도 용운 님께서 제게 요리를 가르쳐주려고 만드신 거니까 제가 먹는 게 이치에 맞죠.
“이, 이봐요! 멈춰요! 방금 뭐라고 떠든 건지는 몰라도 그 손 함부로 놀리지 말아요. 저기 있는 망치로 찍어버리는 수가 있어요.”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있자니 세 사람의 신경전이 꽤나 날카로웠다.
‘이 정도면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르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까나?’
[자네, 이대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건 아니겠지? 내가 그렇게 빨리 먹으라고 했는데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느라 자네는 저들보다 덜 먹었지 않았나?]
‘그렇지. 아까 스테이크 상태로 먹은 것까지 포함하면 총 24대의 갈빗살 중에서 다진이랑 데바는 6대씩 먹고 게사르 저 인간은 7대를 먹었지. 나는 이제 고작 4대의 갈비를 먹었을 뿐이고.’
19대를 지들끼리 먹어 치우고선 서로 자신의 입에 넣겠다고 설전을 보이는 꼴이 우스웠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자기들끼리 김칫국부터 들이켜고 있구만.]
‘그러게 말이야. 이건 내 건데.’
서로의 손을 붙잡고 셋이서 경계를 하고 있는 가운데 가만히 접시 위에 있는 갈빗대가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응?”
- 저게 왜?
- 헛!
용운의 허공섭물에 의해 떠오른 갈빗대는 마치 아폴로 13호가 달에 착륙하던 것처럼 용운의 입에 와서 안착했다. 나는 한 입을 물고 뜯으며 벙찐 세 사람을 순서대로 쳐다보곤 다른 한손으론 손가락 4개를 펼쳐 보이면서 내가 먹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왜 내 거 가지고 당신들이 싸워? 전부 다 해서 4대밖에 안 먹었으니 먹어도 내가 제일 조금 먹었고, 내가 만들었고, 덩치도 제일 큰 내가 먹는 게 맞지.”
[아이고, 양고기 바비큐라는 게 이렇게 고소한 맛이었구만! 크헐헐헐. 아이고 맛나다~]
‘니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애.’
[허허허,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내 반려와 맺어졌을 때만큼이나 기쁘군 그래.]
‘그, 그러냐?’
용운이 마침내 마지막 한 점까지 모두 뜯어서 입에 넣고 씹어 삼켰을 때 세 사람은 용운에 대한 적대감에 의한 묘한 동지애를 느끼고 있었다.
‘아니… 내가 먼저 집었는데…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이 친구같은 나한테 주질 않고 자기 입에 넣어?’
‘거, 용이 쪼잔하게 먹을 거 하나 가지고 저렇게 탐욕스럽게구나?’
‘당연히 요리를 배우는 제자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스승이 뭐 저래.’
“이야,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맛있네. 이 양념이 고기의 맛을 개운하게 잡아주고 배가시켜주니 끝도 없이 들어가겠어. 여기에 맥주까지 한잔하면 이건 끝이다. 끝.”
세 사람의 심정도 모르고 용운이 태연자약하게 자신을 치켜세우며 자신이 만든 양념 양갈비 구이의 맛을 칭찬하자 세 사람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왜? 셋 다 입이 그렇게 뿔퉁하게 튀어왔어? 무슨 불만 있어요?”
세 사람의 불만 아닌 불만은 용운이 데바에게 적당한 양의 양념을 바르고 타지 않게 굽는 방법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4차례나 더 구운 양념 양갈비 구이의 맛을 보고서야 풀렸다.
“아우, 배불러. 더 이상은 못 먹겠다. 아무리 맛있어도 이제는 포기.”
“저도 그렇습니다. 소저.”
- 이젠 배불러서 충분해요.
‘저 돼지들. 전부 양 5마리에서 나온 갈비 중에서 4마리는 될 양을 다 집어 먹어놓고선 고작 짜장면 곱빼기에 밥 한 공기 먹은 것처럼 말하고 있네.’
[자네도 한 마리 분량인 24대나 먹었네만?]
‘근데 쟤들은 나보다 더 먹었잖아.’
[아무래도 첫번째로 구웠을 때, 자네가 약올리듯 마지막 한 대를 먹은 것에 대한 보복식욕? 뭐 그런 게 아닐까 싶군.]
‘그런가?’
[그리고 중간에 저 데바라는 사장말이야. 일부러 실수하는 척하면서 살짝 태우고선 한 마리 더 굽는 거 봤나?]
‘당연히 봤지. 니가 볼 수 있는 게 다 누구 눈 덕분인데.’
세 사람은 내가 못 봤다고 생각했는지 이상한 눈짓을 주고 받았고 데바는 태연하게 요리를 하다가 잠깐 정신이 팔린 척하면서 일부러 양갈비를 한번 태워 먹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식탐을 부린 결과 세 사람이 먹어치운 갈비뼈들이 무슨 선사 유적지의 조개무지처럼 쌓여있어 세 사람으로부터 굳이 양념 양갈비 구이에 대해 맛이 어떤지에 대한 개개인의 평을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 두번째 핵심요리는 양고기 튀김이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양가스라고 하는 게 맞겠지.’
- 튀김이요?
위구르에선 지력을 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광대한 토지에서 키운 콩들을 수확하게 되면서 콩으로 기름을 짤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현재 위구르 지역에 있는 선문객잔들에선 수확한 콩을 가지고 짠 식용유를 가지고 치킨을 튀겨 팔고 있었다.
위구르에서 먼 이곳 청해에서도 당장 치킨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위구르에서 닭을 살아있는 상태로 마차에 실어 대량으로 운반해오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 청해에서도 부지를 선정하고 양계장을 만들어 육계용 닭을 출하하기 전까지 최대한 빨리 판매할 수 있도록 고른 메뉴가 바로 청해에서도 흔한 양고기를 이용한 튀김이었다.
- 튀김이 뭐죠?
그러고 보니 상대적으로 쓸 기름이 부족한 이 시대의 청해에서 기름을 가지고 튀기는 요리가 있을 리가 없었다. 이곳에선 내가 데바에게 먹인 아이스크림만큼이나 부유한 상인이나 왕족이 아니라면 감히 상상도 못해볼 음식이 바로 기름을 가지고 튀긴 음식이긴 했다.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튀긴 포크 커틀릿이 아니라 양고기를 이용한 램 커틀릿. 간단하게 양가스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자 데바의 입이 함지박처럼 크게 벌어졌다.
‘턱 빠지겠네.’
[하마라는 동물이 저렇게 입이 크다고 하지 않았나?]
- 그, 그게 가능한 음식인가요? 곡물가루를 양고기에 묻혀서 기름으로 튀긴다구요? 마하칼리시여!
- 세상에! 맙소사! 그런 호화로운 음식을 제가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스승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두 사람이 호들갑을 떨자 다진도 두 사람이 뭘 듣고 저러냐고 물어 다시금 설명을 해줘야 했다. 하지만 듣다가 튀김이라는 것에 꽂혀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간 다진이는 내 설명을 끝까지 듣지도 않았다.
“우리가 먹었던 저번에 그 빨간 닭튀김 같은 건가요? 맞죠? 와아…나 진짜 그거 한번 더 먹고 싶었는데”
츄릅.
양념치킨을 떠올렸는지 다진이는 침이 흥건하게 흘러나왔는지 서둘러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침을 삼켰다.
‘아니…방금 전에 립을 한 마리 분량은 넘게 먹어치운 사람이 왜 입맛을 다셔…그리고 그게 얼마짜린데…나도 포인트 아까워서 함부로 못 시켜먹는다 그건……….’
“아니, 그건랑은 좀 다른 건데 이건……….”
“왜요? 왜 다르죠? 전 그게 진짜 맛있었다구요. 그냥 저번에 먹은 양념 묻힌 닭튀김 하면 안돼요?”
“하아…먹어보고 말해. 먹어보고. 왜 성질을 내니… 양갈비도 배불리 먹어놓구선.”
“제, 제가 언제 짜증을 냈다고 그래요. 저 화 안냈어요. 크흠.”
양념치킨이 아니라는 소리에 약간 흥분상태에 들어갔던 다진이는 내가 두 손바닥을 내보이며 말을 진정시키듯 가라앉히자 그제서야 자신의 상태를 자각했는지 귀가 빨개지며 애꿎은 주방 바닥을 툭툭 걷어찼다.
‘먼지난다. 다진아.’
“기다려봐. 내가 너에게 양념을 찍어먹는 고기튀김의 맛이 어떤 건지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