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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81화 (81/132)

81화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방송 말미에 음식 배달을 진짜 보내주는 거냐면서 터진 도네가 추가되어 무려 원화로 환산하면 거의 8천만원 정도에 달하는 매출이 나온 것이었다.

“대충 영상 촬영 한번으로 4천만 포인트를 벌어들인 건가? 앞으로 몇 번 더 하면서 구독자 수도 더 늘고 하면 10억 포인트는 금방 벌겠는데?”

[아니지. 라이브 스트리밍을 자주하면 지금처럼 크게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거야. 그러니 정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처는 못 되는 셈이지.]

‘그렇기도 하겠네.’

물론 음식을 만들어 구독자들에게 배송하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포인트가 무료인 것은 아니었다. 음식을 보내주는 조건으로 건당 최소 15000포인트의 매출을 올렸지만 시스템이 음식배달을 해주는 대가로 5천포인트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다행인 점은 거리 비례가 아니라는 거지. 먼 곳이면 더 포인트를 많이 지불해야 하는 조건이었다면…배보다 배꼽이 더 컸을 거야. 앞에서 벌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되었겠지. 시스템창의 조건이 후해서 다행이야.”

[자네가 오해하는 점이 있는데 지금 자네가 현재 있는 시공간에서 평행우주에 있는 지구라는 별에 위치한 구독자들의 주소지와의 거리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네. 어차피 시공간을 뛰어넘어 보내는 것인데 보내지는 지역이 뉴욕이라든가 도쿄라든가 우루과이 앞바다라든가 하는 게 무슨 의미를 가질 것 같은가?]

“그게 그렇게 되는 거야? 음… 음… 하긴 동일차원에서 보내는 것도 아니고 의미가 없긴 하겠다.”

[그런 거지.]

“그럼 비용처리할 부분을 제외하면 수익이 어떻게 되는 거지?”

[도네이션을 보낸 구독자들 중 자신의 주소지를 보낸 이들의 숫자가 1210명이네. 도네이션의 총합이 원화로 7995만원이었으니 여기서 너튜브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 30%를 제하면 자네의 손에 쥐어지는 금액이 5596만 5천원이고 이를 포인트로 환산하면 2798만 2500포인트가 되겠군. 하지만 이 금액에서 다시 시스템창을 이용한 배달 수수료인 605만 포인트를 제하면 자네의 수익은 21,932,500포인트가 되겠군.]

“진짜? 4천만 포인트가 수익이 아니라? 약 2200만 포인트가 내 손에 떨어지는 전부라고?”

[자넨 음식장사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았나? 너무 순진하군.]

그러고 보니 너튜브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 30%를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받는 도네이션 금액이 전부 나에게 떨어지는 게 아니었음에도.

내가 굳이 계산할 필요 없이 비아가 계산해줘서 편하긴 했지만 처음에 단순하게 4천만 포인트를 벌었다고 생각했던 것과 비교하면 실제로 내가 벌어들인 수익은 절반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대는 임대료라든가 알바를 고용했을 때 들어갈 인건비를 비롯해 그 외 각종 자잘한 세금같은 걸 지불할 필요가 없이 자네의 인건비에 재룟값만 더한 비용이 추가로 지불해야할 비용의 전부라는 점이지.]

“맞네… 아직 요리를 만들지 않았구나. 저 1200명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서 보내야 하는 거구나.”

당장 눈에 보이는 커다란 포인트에 들떴건만 나에겐 아직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야할 노동이 남아있었다.

“남의 돈 벌기는 진짜 쉽지 않아.”

* * *

“휴우, 드디어 끝이다!”

초절정고수의 무위를 가진 나에게도 1210명이 먹을 분량의 허르헉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진이와 게사르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 혼자선 절대로 하루 반나절 만에 이 모든 음식을 만들어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취사지원 갔을 때가 생각날 정도의 음식양이었어.’

모든 음식을 만들고 멍해져 있는 내 옆으로 다진이와 게사르가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모두 끝난 거죠?”

“어. 방금 게 끝이었어.”

“두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이번만 하고 끝날 거라고 착각하고 있군.]

‘비아, 나도 지금 당장은 다음에 또 이 짓거리를 할 생각이 들지 않는데…벌써부터 다음을 이야기하지 말아줘.’

[고생 많았네. 훗.]

우리 세사람은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어버린 자동차마냥 다시 일어날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허어…스승님 모습을 뵌 것 같습니다.”

“전, 들어가서 쉴게요.”

“어, 그래.”

“저도…….”

두 사람의 눈 밑이 거뭇거뭇해 보이는 게 뭔 일이 터질 것 같아 어서 빨리들 씻고 편히 자라고 했다. 두 사람이 숙소로 들어가는 걸 본 나도 엉거주춤 자리에서 씻기 위해 슬슬 움직였다.

“두 사람 다 그래도 끝까지 다 같이 해줬네.”

[참 신기하군. 음식을 만드는 족족 눈앞에서 사라져도 별 말 없는 두 사람이. 저들 입장에선 완전히 이해못할 모습 아니었을까 싶은데…그리고 게사르라는 남자는 굳이 자네가 음식만드는 걸 돕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왜 도운 거지?]

“그, 그러게?”

생각해보니 다진이야 내가 하는 걸 항상 함께 해왔고 기물을 다루면서 신기한 경험을 종종 한 적이 있었지만 게사르는 아니었다. 우리가 만난 건 불과 며칠이 되지 않았고, 그의 입장에선 도무지 말도 안되는 모습들을 너무 많이 보여준 것 같았다.

“문제 없겠지? 없었으면 좋겠다. 아, 근데 뭘 까먹고 있는 것 같은데… 몰라. 나중에…….”

더 이상 생각하고 자시고 할 기운이 없기는 나도 매한가지여서 씻자마자 침상에 누워 깊은 수마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 비아가 뭐라고 하는 소리가 언뜻 들렸지만 침잠하는 내 의식을 되돌리기엔 그 목소리는 너무 작아 잘 안 들렸다.

[글쎄? 그가 뭔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용운, 그대에게 그다지 해가 될 것 같진 않군. 아니, 오히려 앞으로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되네.]

* * *

세 사람이 잠에 빠져 있는 동안 김PD도 최선을 다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길게 찍은 영상을 빠르게 편집해서 3부작의 첫 영상을 드디어 올릴 수 있었다.

“일감을 달라고 하긴 했는데 이렇게 몰아서 주는 건 별론데…아함, 너무 졸립다.”

업로드 버튼을 누른 김PD가 잠에 빠지고 업로드가 완료되어 올라온 1부 영상에 음식배달을 받은 1210명의 댓글로 세상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 허르헉 배달받으신 분?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요?

- 워우, 난 양고기는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얘는 진짜 맛있네. 정말 따끈따끈한 상태로 배달이 왔어.

- 저기…? 너희들은 고작 배달온 음식이 맛이 없냐가 전부야? 내가 있는 곳이 생각보다 깊은 오지거든? 우리나라에서조차 내가 있는 지역은 배달해주는 업체가 없는 그런 외진 동네. 근데 갑자기 이 음식이 배달왔어. 귀신에 홀린 기분이야. 허르헉이라는 거 맛있긴 하네.

- 나도야, 친구. 내가 있는 텍사스에선 음식점을 가려고 해도 차를 끌고 나가야 해서 음식배달은 감히 꿈에도 못 꿀 일이라고.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서 나갔더니 문 앞에 따끈따끈한 김을 피어올리는 이 음식이 눈 앞에 있었어. 여기 주소를 올릴테니까 내가 찍은 영상을 한번 봐봐. 이건 진짜야. https://@@@@.com . 난 방송사에서 무슨 깜짝카메라를 찍으러 온 줄 알고 한참동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고.

- 새벽에 갑자기 누가 내 방문을 두드리길래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난 섬에 있는데… 아무 기대도 안하던 음식이 배달왔다고.

- 이.왜.진?

- 배달 어케함?

이 같은 사람들의 반응은 커뮤니티에도 옮겨져 퍼지고 있었다. 분명 하나의 이슈인데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무슨 음식배달 업체가 바이럴을 이따위로 말도 안되게 하냐는 사람들부터 어떻게 산골 오지나 섬에 있는 관광지까지 음식이 배달올 수 있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커뮤니티가 마술같은 배달로 불타고 있는 와중에도 음식을 배달받은 이들의 후기는 계속 이어졌다. 어떤 이는 허르헉이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다며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으로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친구네 집에서 먹은 양고기에 반했다며 다음 라이브 스트리밍은 언제 또 하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천마TV의 영상이 이로 인해 수없이 많은 이들에 의해 조회되고 있는 사이 애가 타는 사람도 있었다.

“분명 영상 끝날 때 OTT업체들에겐 따로 연락해주겠다고 했지?”

“예. 그랬죠.”

“근데 왜 연락이 없지? 혹시 그 연락 우리한테만 안 보낸 걸까?”

“에이, 도네한 사람들한테 음식을 만들어서 보내느라 바빠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만들려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커뮤니티 반응 보니까 못해도 수백은 넘게 배달신청한 것 같은데.”

제이의 대답이 뭔가 이상했다. 꼭 실제로 본인도 그 음식을 맛본 것처럼 말하는 게 아닌가.

“제이, 자네도 허르헉이라는 음식 배달 받았나?”

“예. 저희 도네 많이 쐈잖아요. 바로 메일로 주소지 보냈죠. 엄청 맛있더라구요. 제대로 된 불맛이라고 해야 되나? 바로 근처에서 만들어서 보낸 것처럼 따뜻하게 해서 왔는데 양고기에서 기름기는 쏙 빠졌어도 촉촉하고, 잡내 하나도 없고. 완전 맛집 재질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양고기맛? 양꼬치랑은 또 다르더라구요. 어디서 비슷하게 만드는 가게 있으면 또 시켜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어요.”

“자네, 혼자 먹었나?”

앤디가 한 질문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제이는 어제 먹은 허르헉 맛을 떠올리느라 정신이 팔려 앤디의 심기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아니죠~ 제 와이프랑 먹었습니다. 와이프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딱 꺼내올 땐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수제맥주는 안 오고 허르헉만 배달와서 좀 아쉬웠는데 말이죠. 그래도 흑맥주하고 나름 잘 어울려서 좋았습니다. ”

앤디 존슨은 방금 전까지 천마TV의 컨택이 왔는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가 제이가 자기만 그 음식을 먹었다고 하자 실로 거대한 배신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사람이 먹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건 너무 치사한 것 같아 직접적으로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제이, 다른 업체에 연락이 왔는지 안 왔는지 최대한 빨리 확인해서 알아오게. 경쟁 업체들로부터 정보를 확인하기 전까진 퇴근할 생각말고.”

“예?”

“어서!”

* * *

한편 용운을 도와 부지런히 허르헉을 만들었던 게사르는 잠에서 푹 자고 일어나 어제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 눈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던 음식들이 사라졌지? 용들은 그런 식으로 서로 만든 음식을 주고 받는 건가? 그 보패들은 뭘까? 전설에서도 못 들어본 보패들이잖아. 서로 먼 거리에 있어도 연락을 주고 받고 음식을 보내준다니…이게 가능해? 아니지, 용운과 다진은 신기막측하다는 전설 상의 용이잖아. 용이 그저 용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

세상 사람들은 모르는 용들의 문화를 경험했다고 생각한 게사르의 정신은 그 짜릿함에 멍했던 상태에서 빠르게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솔직히 용이 어쩌구 하실 때 스승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노망이 들었나싶어 마음 아팠는데…스승님이 맞았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자신의 명운을 걸고 천기누설을 한 스승에 대한 게사르의 존경심은 오해로 인해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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