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80화 (80/132)

80화

- 뭐지? 나만 지금 영상 멈춘 건가?

- 아님, 영상이 멈춘 게 아니라 교주님이 멈춤

- 봐봐, 내가 말했지. 저거 사이버 연예인 껍데기 뒤집어 쓴 건데. 지금 프로그램 뻑난 것 같음.

- 응, 아니야.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주화입마 온 거임.

- 넌 저 맛있어 보이는 양고기 수육도 그래픽이라고 우길래?

-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맛인가?

- 크윽, 그럼 더 먹고 싶잖아.

- [50000원 후원] 보족세트 시킨다 생각하고 지원함. 무림고수가 내공으로 만들어서 혼이 나갈 것 같은 음식이라니. 이건 못 참지~

시스템 창의 내용은 내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없기에 충분한 정도의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연이어 떠오르는 아 도네 알림과 함께 방송사고 낼 거냐는 비아의 다그침에 겨우 의식을 수습할 수 있었다.

“크읍, 이거 이거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는데? 채소에서 나온 채수 덕분에 잡내가 싹 빠지고 기름기까지 쑥 빠진 게…크아, 여기에 술이 빠질 수가 없지.”

내가 술 이야기를 꺼내자 다진이와 게사르에게서 침을 꿀떡꿀떡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행을 출발하면서 이전에 시켜먹었던 콜라 페트 병에 챙겨온 맥주를 생산한지 얼마 안된 유리잔에 따르자 탄산이 보골보골 빠져 나오면서 CF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 연출되었다.

- 아…고기에 맥주라니! 고기에 맥주라니!

- Q&A가 아니라 구독자들을 약올리는 먹방이라니

- 지금 보쌈에 맥주 시켰습니다.

- 음, 뭔가 장르적으로 안 맞지 않아? 왜 인물이랑 배경은 무협인데 맥주가 튀어나와.

- 뉴비왔어? 저번에 올려둔 수제맥주 만드는 영상 가서 보고 와라

- 마, 교주님은 솔방울로 폭탄도 만들 수 있는 분이라고

- 님?ㅋㅋㅋㅋㅋㅋㅋ 여기는 천마TV지 북조선TV가 아닙니다만?

- 우리 교주님은 물 위도 걷는 분이신데 그게 뭐 대수라고. 그렇죠, 교주님?

- 진심인지 드립인지 구분이 안되네

- 그래서 교주님, 우리도 그 음식 보내주나요?

댓글창도 댓글창이지만 당장 앞에 있는 다진이와 게사르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오랫동안 굶주린 야수가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기색인지라 혼자 먹고 있으려니 머쓱할 정도였다.

“흐음, 혼자 먹는 것도 좋지만 역시 여럿이 같이 먹는 게 좋겠지?”

용운의 말을 들은 다진이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스마트폰을 고정시켜놓은 삼각대가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 뭐, 뭐야. 방금 지진인가?

- 그냥 카메라가 흔들린 것 같은데.

- 어? 교주님 또 얼탄다.

- 이거 신입들 교육 안시키나? 어디 교주님께 얼탄다고 하는 거야. 잠시 사색에 빠지신 거겠지.

- 컨셉러인 채널장과 거기에 지지 않는 컨셉에 충실한 마교도

- 어허! 마교도라니! 너 정파 놈이냐?

- 훗, 악독한 마교도 놈들, 이런 먹을 걸로 현혹을 한다고 내가 넘어갈 것 같으냐!

채팅창에선 잠시 잡음이 일었지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짓을 하자 사람들의 반응은 누굴 부르는지에 쏠렸다.

- 누구한테 손짓하는 거지?

- 뒤에 공간 있어요.

- 이러지마…나 무서워.

- 갑자기 분위기 공포물?

사람들은 다진이 내 옆에 앉음과 동시에 열광의 분위기로 바뀌었다가 이어 나타난 게사르에겐 물음표가 찍힐 뿐이었다.

“이번에 청해성에 오면서 우연히 알게된 곤륜파의 게사르쟈시라는 사람이다.”

게사르는 지금 상황이 정확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용운이 만든 허르헉과 노란빛이 감도는 술에 정신이 팔려 자기도 모르게 피리 부르는 사나이를 쫓던 아이들마냥 용운의 손짓에 이끌려 자리를 잡았다.

- 오! 곤륜파! 그렇지. 무림 세계관인데 곤륜파 정도는 나와줘야지.

- 마교도랑 합석하는 곤륜파라니. 변절자네.

- 일월신교라니까. 누구 보고 자꾸 마교래. 어이, 총각. 댓글 내려~

- 난, 것보다 곤륜파 제자 이름이 게사르쟈시라니까 더 이상한데?

- 그러게. 보통은 곤륜파 제자면 청자배니 허자배니 해서 청수도사라든가 허산자니 뭐 이런 식으로 도명 부르지 않나?

- 기다려봐. 다 교주님이 설명해주실 건데 왜 그리 급하냐. 니들.

- 혹시 신교랑 곤륜파랑 원래 친하냐?

- 안 친하지. 무협지에선 서로 보통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讎)지간임. 마교가 아니라 일월신교가 중원침공 할 때 제일 먼저 목숨 걸고 중원 지키려다 쓸려나가는 게 곤륜파 국룰임.

- 근데 왜 저 곤륜파 제자는 일월신교 교주 옆에 앉아서 군침 흘리고 있음?

- 그건 나도 몰?루.

마지막 채팅에 고개를 돌리자 게사르는 실제로 입가에 침이 잔뜩 고여 있었다.

‘아…갑작스레 부르는 건 좀 오버였나? 생방송에서 난장 피우는 건 아니겠지?’

상황 설명을 미리 해줄 걸 그랬나 싶었는데 게사르의 시선은 앞에 띄워놓은 채팅이 올라가는 패드와 허르헉과 맥주를 오갈 뿐이었다.

[이 곤륜파 도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쪽에 있는 다진 양이 더…]

비아의 말에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 다진의 손이 맥주 페트병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진아, 조금만 기다리면 마음껏 먹게 해줄게.)”

“네…….”

다진이를 살짝 다독인 뒤 게사르에게 패드를 보고 자기 소개를 하라고 시켰다.

“자기 소개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금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꽤 많거든.”

지금도 현재 시청자가 계속 천명 대를 넘어서 만명 대로 돌입하고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게사르는 이게 용들이 서로 소통을 하는 보패인가 싶어서 누군지 보이지도 않는 이들을 향해 자신이 곤륜파의 2대 제자이며 게사르쟈시라고 제대로 자기소개를 했다. 원래대로면 게사르가 하는 말은 명나라 말이기에 구독자들이 알아들을 수 없었겠지만 비아가 영상에 동시통역 수준으로 자막을 끼워넣어준 덕분에 그런 일은 없었다.

- 님, 운룡대팔식 가능?

- 무슨 노래시키는 것처럼 운룡대팔식을 보여달래. 도네라도 좀 팍팍 쏘면서 하든가

- 저런 직장 상사 제일 싫음. 막 술 마시라고 하고 장기자랑 시키는 상사들.

- 리얼….우리 회사 정부장 그 인간도 꼭 2차 가자고 해서 노래방 가서 트로트 부르라고 한다니까.

- 근데 운룡대팔식 궁금하긴 함.

- 나도.

채팅창을 읽고 있는 나도 한번 보고 싶긴 했지만 내가 게사르를 지금 부른 이유는 운룡대팔식 의 시연이 아니었기에 나는 둘에게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허르헉을 먹으라며 허공섭물로 접시에 받쳐 돌로된 탁자 위에 올려줬다.

“다들 먹고 싶었을텐데 마음껏들 먹어.”

“예. 잘먹겠습니다.”

“아자! 교주님, 저도 맥주 마셔도 되죠?”

“어? 어…….”

자연스럽게 다진이 맥주를 페트병에서 따라 잔에 붓자 게사르는 양고기를 입에 찢어 넣고 맛에 감동을 받으며 전율을 느끼고 있다가 적당히 거품이 자리잡은 맥주잔에 시선이 꽂혔다.

- 크크큭, 곤륜파 제자 맥주 마시고 싶은가봄.

- 우윳빛깔 일월천사 다진님, 혼자 먹지 말고 게사르인가 하는 곤륜파 도사도 좀 주세요.

- 양고기 먹고 행복해 죽으려고 하다가 맥주 보고 눈 돌아감 ㅋㅋㅋㅋㅋㅋ

- 고기에 맥주는 못 참지.

- 스님도 불도장 먹으려고 담 넘었다는데 도사가 양고기 수육 냄새 맡고 맥주 보면 눈 돌아가지. 양고기 수육에 맥주 한잔이면 신교로 갈아탈 만 해.ㅋㅋㅋㅋ

- 그래서 교주님, 보내줄 거임? 말 거임?

다진이 얼추 맥주를 따르고 내려놓길래 나는 게사르도 한 입 맛 보라고 새로운 유리잔을 꺼내 맥주를 가득 따라 주었다.

“허르헉만 먹으면 목 막힐 수 있으니 이것도 같이 먹어요.”

“가, 감사합니다.”

용이 친절하게 자신에게 노르스름한 액체를 투명한 잔에 가득 담아 주는 순간 게사르는 얼추 주향(酒香)이 흘러나와 이것이 술이라는 것 정도는 간파할 수 있었다.

‘용들은 이런 투명한 잔에 술을 담아 마시는가?’

속이 들여다보이는 잔 안에선 하얀 거품이 톡톡 터지면서 올라오고 있어 게사르에겐 너무나 신기한 모습으로 보일 뿐이었다. 양고기의 기름이 입가에 묻어 번들거리고 있는 게사르는 다진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서 똑같이 따라 쭈욱 들이켰다.

- 여러분들은 지금 곤륜파 타락의 순간을 보고 계십니다.

- 수제 맥주를 맛본 곤륜파 제자는 과연?

채팅창의 반응보다 게사르의 반응이 더욱 다이나믹했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마터면 유리잔을 놓칠 뻔했으나 재빠르게 게사르가 움직인 통에 유리잔이 떨어져 깨지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술입니까? 저는 처음 먹어보는 술입니다.”

‘용이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신기해! 목구멍이 툭툭툭툭하고…….’

“맥주라고 보리를 가지고 만든 술이죠. 어떻게 입에 맞습니까?”

“네! 그렇게 독하진 않지만 뒷맛이 쌉싸름하니 양고기의 기름기를 싹 걷어내주는 게 정말 좋군요.”

- 아, 난 반댄데. 곤륜파에서 맥주 맛을 알면 이 사람들 앞으로 도는 안 닦고 술만 먹을지도?

- ㅋㅋㅋㅋ 저 표정 봐라. 맥주 회사들 뭐하냐. 천마TV에 협찬 안 보내고.

- 우리 천마TV는 뒷광고니 앞광고니 그런 거 안 받아요~

- 내가 천마TV 보는 이유도 쓸데없는 광고 안 집어넣어서 그럼.

- 그치 그치.

들통 가득 삶은 양고기와 각종 야채들 그리고 가져온 맥주들이 모두 동날 때까지 세 사람의 경쟁적인 먹방이 계속 되었고, 얼추 배를 채운 뒤에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해 답해준 뒤 라이브 스트리밍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내가 마무리를 지을 쯔음 나를 통해 맥주와 허르헉에 푹 빠져 간접체험하며 즐거워하던 비아는 아까 도네이션을 하면서 음식을 보내달라는 사람들에게 허르헉을 만들어서 보내주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꺼냈다.

‘그게 가능해?’

[치킨에 콜라도 시켜먹으면서 음식배달하는 게 뭐 대수인가? 그리고 앞으로 이벤트 삼아서 음식을 보내주는 대가로 도네이션을 더 받으면 자네에게도 이득이지.]

‘나쁘진 않은데…….’

[오늘 받은 도네 금액을 생각해봐. 유로, 달러, 위안, 엔. 페소 등등 모두 합쳐서 3천만원이 넘었네. 포인트 환전 비율을 보니 1:0.5라 1만원에 5천 포인트를 돌려주던데 포인트 안 벌건가?]

‘그래, 못 먹어도 고가 맞지. 이건.’

나는 비아의 제안을 따져보았지만 이건 안하는 게 바보였다. 돈보다 포인트가 귀한 내가 포인트를 벌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한다면 이건 사업가로서의 자질이 없는 거였다.

“아, 마지막으로 영상을 끄기 전에 할 말이 있다. 아까 나에게 3만원 이상 도네를 한 사람들에겐 내가 전부 빠짐없이 허르헉과 맥주를 보내주도록 하지. 현재 영상에 띄우는 메일 주소로 자네들 아이디와 주소를 보내라.”

- 응?????????

- 님, 저 뉴욕인데요.

- 오사카도 음식배달 오나요?

- 항공으로 배달할 생각인가? 그럼 음식값보다 배달비가 더 큰 거 아님?

- 아아, 교주님의 은혜는 끝이 없구나.

- 도네해준 구독자들에게 반말을 박지만 사실은 적당히 감사인사만 하고 마는 게 아니라 어떤 크리에이터보다 대접이 후한 편.

- 너희들에게 이 교주가 진정한 돈의 힘을 보여주겠다.

-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도네할걸.

자기도 도네를 할 걸 그랬다면서 착각하며 아쉬워하는 시청자가 있어 나는 정정해주었다.

“지금부터 5분간 기회를 줄테니 도네하고 나서 메일로 도네한 아이디와 그대들이 사는 집의 주소를 보내면 내가 오늘 먹은 것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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