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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79화 (79/132)

79화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의 연속에 게사르의 눈이 동그래지며 혼란에 빠진 동안 용운의 100만 구독자 돌파기념 Q&A도 계속되고 있었다.

“흠, 이 몸이 직접 행차하여 좋은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는데 너무 쓸데없는 것에 정신을 파는군.”

- 이 형 컨셉 오지네. 보통 Q&A 시간까지 메소드 연기는 잘 안하는데.

- 일관성 있어서 오히려 좋아~

- 잠깐만, 쓸데없는 거요? 언제부터 실시간 번역기능이 쓸데없는 게 되었지? 두들도 아직 제대로 지원 못하는 서비스가 번역기인데.

- 실시간 번역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놓곤 쓸데없다니…업계 종사자 분들이 보면 오열할 듯

- 잡소리들 그만하고 교주님 말에 집중합시다.

- 이래서 문과생들하곤 이야기가 안돼. 잡소리라니? 이건 업계의 혁신이라니까?

- [100000원 후원]교주님, 콤플렉스에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아~ 저 인간, 또 왔네. 니가 콤플렉스 직원이면 나는 이재후 회장이라니까? 관리자 뭐해, 저 인간 쳐내!

- [150000원 후원]사칭범이랑 이야기하지 마시고 저희 다플이랑 이야기하시죠.

- 쟨 또 뭐야. 무슨 돈지라를 저따위로 하냐.

- 에휴, 사칭을 하려면 좀 더 유명한 사람으로 사칭을 하든가. 관종들 진짜.

- 와, 진짜 별의별 인간이 다 지들이 OTT 업체 직원인척 사칭하네. 도대체 왜 라이브 영상에서까지 그러는 거야.

사람들의 잡소리가 길어지는 것 같아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겸 허공섭물로 커다란 들통을 가져왔다.

‘자고로 사람들 눈을 잡아끄는데 불쇼와 먹을 것만큼 좋은 소재가 없지.’

- 오?

- 뭐 하나본데?

- 이거 라이브 스트리밍 아니야?

들통을 앞에 가져다 둔 나는 일종의 쇼맨십 차원에서 쌓아둔 통나무를 허공섭물로 끌어와 옆구리에 찬 칼을 빼들어 강기를 씌운 뒤에 장작으로 쓰기 좋게 작은 사이즈로 잘라냈다.

- 이거 녹화영상인가요?

- 아, 현기증 난다. 라이브 스트리밍인척하는 VR영상이야?

- 마법부 일 안하네. 여기 머글들 앞에서 함부로 마법 쓰는 사람이 있다고. 어서 안 잡아가?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나는 작게 잘라진 장작더미를 급속도로 기를 운용하여 건조시켰다.

나무가 빠르게 건조되어 가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CG를 사용한 듯 몽환적인 모습이었기에 채팅창은 점차 열광하는 이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 이야…느슨해진 라이브 스트리밍계에 활력을 불어넣다 못해 터뜨려버리는데?

- 앞으로 허공섭물 사용 못하는 스트리머들은 라이브 스트리밍 금지

- 님…그런 거 가능한 스트리머가 어디 있어요.

- 여기 있습니다만?

건조된 장작들에 삼매진화로 불을 붙이자 금방 불이 피어올랐다. 용운이 멈추자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소리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순간 ASMR 전문 채널에 들어왔나 싶은 착각에 빠져들 정도로 장작불이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는 묘하게 사람들의 정신을 멍하게 만들었다.

“이제 좀 조용해졌군. 자, 오늘 너희들 앞에서 보여줄 음식은 ‘허르헉’이라는 음식이다. 내가 어떻게 만드는 줄 보여줄테니 집에서 한번 따라해보도록.”

허르헉은 몽골의 전통 양고기 요리로 몽골에선 멀리서 귀한 손님이 오시거나 큰 행사를 할 때 만드는 잔치음식이라 선정한 음식이었다.

- 어? 나도 허르헉 먹어봤는데 그걸 지금 라이브 영상 찍으면서 만든다고? 허르헉 만들려면 최소 몇시간은 걸릴텐데

- 몇시간? 오히려 좋아~ 교주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졌잖아♥(덜렁)

- 과연 우리 교주님이 너희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분 같아?

- 교주님, 편집자입니다. 왜 영상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고 계시죠?

-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집자님, 천마TV 채널장 만나봤어요? 실제로도 저런 식으로 말하나요?

- 네? 저도 실제론 교주님 만나본 적 없는데요. 평소엔 존칭으로 잘 대접해주십니다만.

- ??? 편집자도 교주님이라고 부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무렴요, 우리 교주님만큼 임금 후하게 쳐주는 분 있으면 누구라도 교주님이라고 부를껄요.

- 복지 후한 교주님인가보네. 보통 사이비들은 노동학대 수준으로 부려먹던데

- 교주님께선 월급 따박따박 넣어주세요. 조회수 잘 나오면 인센티브도 후하고 일하면서 맛있는 거 사먹고 쉬엄쉬엄 일하라면서 가끔 보너스도 챙겨주십니다.

- 워우…천마신교가 알고보니 복지 빵빵한 워라밸 직장이었구요.

- 교주님, 입사 지원 받나요?

- 아아, 청년실업난의 영향이 여기까지…

“편집자 양반, 오늘 영상 잘 편집해서 이쁘게 올려주시게. 크흠. 자, 그럼 요리를 계속하겠네.”

- 영상 찍다 귀찮아서 라이브 스트리밍 돌리는 거였네.

- 맞네.

- 영상 퀄리티가 항상 이 정도면 귀찮을 만도 할 듯

- 그렇긴 하지. 지금도 CG 쓰는 거 봐라. 어지간한 영화 CG 보다 더 자연스러운데

- 촬영 기술이 엄청 발전했네. 라이브 영상에도 이 정도로 뒤집어 씌우는 거 보면

- 네? 업계 종사자입니다만 라이브 영상에는 지금 퀄리티로 CG 못 넣습니다.

- 근데 여기 채널 주인장은 왜 가능함?

- [200000원 후원] 저도 그게 궁금해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적는 메일주소로 보낸 제안서 좀 꼭 좀 봐주세요. 교주님, 아니면 편집자 님이라도요. 앤디 존슨 사장님이 제 옆에서 지켜보고 계십니다.

- 앤디 존슨 지사장? 그거 콤플렉스코리아 사장 이름 아니냐?

- 맞는데…진짠가?

- [200000원 후원] 진짭니다. 교주님, 저희 제안서 꼭 봐주세요.

- [250000원 후원] 콤플렉스는 무시하시고 저희 다쁠 제안서부터 봐주십시오.

- [300000원 후원] 그러지 말고 저희 링고 TV랑 이야기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 뭐야, OTT 업체들 댓글이 진짜였어?

- 저렇게 돈 빵빵하게 지르면서 사칭은 안하겠지. 어그로라면 성공한 듯.

- 머기업들이 계약하고 싶은 천마TV…가슴이 웅장해진다. 교주님, 직원 더 안 뽑나요?

내 생각에도 저렇게 많은 돈을 도네이션하는 사람들이 어그로를 끌려고 하는 가짜일 것 같지는 않았다.

‘비아, 저기 콤플렉스에서 달았다는 영상 댓글들 진짜 콤플렉스 사람이야?

비아는 인터넷에 접속해서 용운이 질문한 내용을 확인했다. 실제로 콤플렉스의 공식적인 메일 주소가 맞았고 댓글을 달고 지금도 채팅창에 본인이 콤플렉스 직원인 제이킴라고 하는 직원이 존재했다.

[맞군. 잠시만…. 아, 다른 업체에서 달았다는 댓글들도 모두 사실인 것 같다.]

’그래?‘

도대체 왜 OTT 업체들이 나에게 컨택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따로 비디오 회의가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를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아아, 상인들과의 대화는 나중에 현장 소통이 끝난 뒤에 내가 따로 전서구를 날리도록 하겠다. 일 이야기는 좀 미루자고.”

- 지독한 컨셉러, 이 와중에도 전서구래 ㅋㅋㅋ

- 라이브 스트리밍은 현장 소통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 형은 진짜야. 천마에 진짜 진심임.

- 음식 만드는데 일 이야기하면 나라도 짜증날 듯.

- 그치그치, 밥 먹을 때 일이야기 꺼내면 체하는 기분임.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나는 천마가 맞다. 앞으로 본인을 천마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과감히 쳐내도록 하겠다.”

허르헉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적당한 크기의 돌덩어리들이 필요했기에 땅바닥에 박혀 있는 바위를 기감으로 찾았다.

‘저깄네.’

등 뒤에서 갑자기 커다란 바위가 솟아오르자 영상을 보고 있는 구독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 무공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마법인 천마신공

- 교주님, 교주님은 마법사인가요?

공중에 떠 있는 바위를 향해 강기를 날려대자 먼지가 피어오르며 바위가 자그마한 돌덩어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먼지가 음식에 들어가지 않도록 날려보내고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바뀐 돌덩어리들을 피워둔 장작불 사이로 던져 넣었다.

- 잠시만…난 현기증 올 것 같아.

- 아니~ Q&A 영상이라며 ㅋㅋㅋㅋㅋㅋ 왜 마법으로 갑자기 돌덩어리 깎냐고요

- 아아, 이런 무공의 ㅁ자도 모르는 무지렁이들같으니라구. 마법이 아니라 ‘강기’라는 것이다.

- 그냥 마법이라고 해도 속을 듯

“천마신공을 익혀 무공고수가 되면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장작불 사이로 넣어둔 돌덩어리들이 달궈지는 동안 채팅창으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적당히 대답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얼추 돌들이 달궈진 것 같으니 다음 차례로 넘어가지.”

커다란 양고기를 검기로 잘라 순식간에 해체한 뒤 장작불 사이에서 달궈진 돌들을 꺼내 양고기와 잘 섞이도록 유리온실에서 키워서 가져온 감자라든가 양파나 대파같은 채소들과 함께 넣었다.

- 저기…이걸 보고 어떻게 따라하죠?

- 허공섭물 정도는 다 하는 거죠.

- 그건 천마 기준 아닌가?

- 아~ 천마는 다 이렇게 요리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먹고 싶다. 천마가 만든 허르헉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이게 소통하는 재미인가? 앞으론 가끔 사람들하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해야겠어.’

숯처럼 타들어가는 나무 장작 위에서 들통이 달궈지자 채소에서 나온 채수와 양고기의 육수가 섞이며 맛있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찜을 하는 동안 내용물이 타지 않도록 물을 어느 정도 따라서 부어준 나는 뚜껑을 덮었다.

“보통은 이 상태로 몇시간을 기다려야 하지. 하지만 내가 누군가?”

- 천마시죠!

- 교주님! 교주님! 우리 교주님

- 이 정도면 마법사라니까.

“그래, 난 요리에 진심인 남자, 화용운이지. 지금부터 불이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보여주도록 하겠다.”

용운이 말을 마치고 왼손을 휘젓자 뚜껑이 덮인 들통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나무 장작이 들통을 통째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빙글빙글 손을 돌리자 대장간에서 풀무질을 하면 쇳덩어리가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처럼 들통을 둘러싼 장작들이 새빨갛게 변해버렸다.

공중에서 쉼 없이 공기의 유입을 받으며 장작들이 타들어가자 들통 안에서 끓어오른 수분이 수증기가 되어 계속 흘러나왔다. 마치 안개가 형성되는 것처럼 뿌연 수증기가 들통 주변을 채우는 모습은 계곡에서 구름이 형성되는 모습같이 너무도 장엄해서 도무지 요리하는 걸로 보이지가 않았다.

- 홀리…

- 맞네. 성스러운 요리.

- 요리 컨텐츠로 영상찍는 채널들 지금 당황하는 소리 나만 들리냐?

- 평범하게 만드는 요리따위 거부하는 나 홀로 요리사, 천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꼭 무슨 웹소설 이름같네.

- 근데 진심 요리하는 게 저렇게 요란뻑적한게 맞나 싶긴 해.

들통에서 빠져나오는 수증기가 잦아드는 걸 보고 안을 감지해보니 안에선 양고기와 야채들이 적절히 익고 수분이 응축되어 있었다.

“자, 이제 요리가 끝났다.”

뚜껑을 열고 들통 안에 있던 돌덩어리들을 골라내서 허공섭물로 끌어올려 옆에 차곡차곡 쌓아올리자 작은 테이블이 완성되었다.

테이블 위로 들통 안에 있는 잘 쪄진 고기와 채소들을 꺼내서 펼쳐놓자 영상의 썸네일로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그럴 듯한 데코레이션이 만들어졌다.

“편집자, 이 부분을 썸네일로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 내 편집자에게만은 따뜻한 교주님.

- 미쳤네. 내공으로 만든 허르헉. 너무 먹고 싶다.

- 저기 윤기 좔좔 흐르는 것 봐라.

- 감자 너무 먹고 싶다.

- 응? 양고기가 아니라 감자? 너 어디 아파?

- 찜에 들어 있는 감자가 얼마나 맛있는데.

-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보통은 고기가 더 먹고 싶다고 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하는 말이지

- 난 포슬포슬 익은 감자가 얼마나 맛있는데

- 하아…난 쟤랑은 안 맞을 것 같다.

- 나도 너랑은 취향이 안 맞는 듯.

- 반대로 쟤는 감자 먹고 넌 고기만 먹으니까 더 잘 맞는 거 아니냐?

- ?!!!

- 그러네?

툭하면 지들끼리 떠드려는 시청자들의 관심은 내가 양고기를 들어 입에 가져다대며 씨익 웃자 순식간에 빨려들어왔다.

“음식을 다 만들었으니 이젠 먹어야겠지.”

- 와아…악마다.

- [14150원 후원] 님, 그거 다 먹지 말고 포장해서 우리 집으로 배달해주면 추가로 돈 더 후원함.

- [22222원 후원] 여기 먹고 싶은 또 다른 1人.

- [33333원 후원] 스페인도 보내줌?

- [44444원 후원] 착불로 보내줘요. 미국에

- 님들 도른?

- 니 허르헉 미국 갔어!

‘내가 이 음식을 어떻게 니들한테 보내주냐.’

계속 늘어나는 숫자와 함께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면서 이상한 요구를 하는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하려고 입을 떼려고 하는 순간 비아가 나를 말렸다.

[용운, 잠깐만. 시스템에서 반응이 왔다.]

‘반응? 무슨 반응?’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시스템창에 뜬 내용을 너도 볼 수 있게 띄워주지. 보면 너도 놀랄거야.]

〈도네이션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응? 응????’

시스템 창에 떠오른 내용을 본 내 머리 속은 물음표로 가득차버렸다.

‘도네이션으로 받는 돈은 포인트로 바꿀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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