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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78화 (78/132)

78화

“제이, 천마TV라는 너튜버랑은 아직도 연락 가능한 방법이 없는 건가?”

“예, 몇번이고 영상에 댓글로 콤플렉스코리아에서 영상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메일주소를 남겼는데도 답장이 안와요.”

“흐음…이러다 다른 OTT 업체에서 채간 뒤 대박이 나버리면 본사에서 뭐라고 할텐데…….”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소린가?”

“여기 한번 보실래요?”

제이가 보여준 영상 댓글에는 다른 OTT 업체들의 연락처와 러브콜이 꽤나 많이 달려 있었다.

“다들 실패한건가?”

“업계에서 도는 소문으론 이 채널 주인장이 돈 같은 건 신경도 안 쓰는 엄청난 부자라서 OTT같은 건 거들떠도 안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상들 보면서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골드 버튼을 앞둘 정도의 대형 너튜버들은 하나같이 광고영상을 찍곤 하는데 이 사람은 여태껏 단 한번도 광고 영상이나 PPL로 보이는 컨텐츠는 찍은 적이 없거든요.”

제이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러했다. 천마TV에선 으레 들어가 있는 유료광고 표시같은 것이 들어가 있는 적도 없었고, 어떤 기업의 특정 상품명이 노출된 적도 없었다.

“흐음, PPL 건은 아무래도 시대 배경 자체가 중세 중국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그런 거 아닌가?”

“에이, PPL이 무슨 시대를 타나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시대에 맞게 해서 넣을 수 있는데, 저번에 어떤 햄 업체는 사극에 자기 업체 이름을 넣었던 적도 있구요.”

“아, 그거 말인가? 그렇다면 진짜 돈은 상관없이 오로지 영상의 퀄리티만 생각한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저희들의 오퍼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나봐요. 아니면 장난치는 걸로 생각할 수도 있구요.”

“확실히 우리들이 단 댓글을 장난으로 생각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겠지.”

실제로 영상 댓글창에는 니들이 무슨 무슨 회사면 자기는 어디 회사 사장이라는 둥의 비아냥과 함께 괜히 채널 물 흐리지 말고 자유로운 영상 제작을 하게 냅두라는 내용의 댓글들이 많이 달려 있었다.

“그래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의 영상들에도 꾸준히 컨택할 수 있게 시도를 해보게.”

“뭐, 어려운 일은 아니죠. 아쉽긴 하네요.”

“어떤 점이?”

“왜 어느 정도 구독자 수가 늘면 Q&A같은 거 한다면서 간혹 라이브 영상을 찍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면 파워챗으로 거금 도네이션 하면서 접촉하면 저희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지 않겠어요? 구독자 수 올라가는 거 보니깐 조만간 100만 구독자도 돌파할 것 같은데.”

“라이브 영상이라…혹시라도 천마TV에서 라이브 영상을 찍으면 바로 파워챗으로 우리 콤플렉스가 당신과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크게 한번 돈을 질러보게.”

“그래도 됩니까?”

“그래, 그렇게 해서 계약성공까지 하면 나는 본사로 승진해서 가는 거야. 자네는 여기 지사장을 맡고 말이지. ”

“그게 될까요?”

“그래, 난 천마TV의 영상들의 잠재력을 그 정도로 높게 보고 있네.”

“그러셨…어요?”

제이는 꽤나 단호한 표정을 한 앤디 존슨 지사장에게서 진한 진심과 야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근데 천마TV 영상을 계약한다고 저희가 승진하고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제이, 넌 OTT 플랫폼의 가장 큰 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지?”

제이의 머리를 스쳐가는 OTT 플랫폼의 단점들은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양질의 오리지널 컨텐츠의 부족이었다. 쉴 새 없이 제작비를 투입하는 통에 컨텐츠의 양은 풍족해졌으나 구독자들의 시선을 잡아챌 장기간 구독자들을 잡아끌 킬러 컨텐츠가 부족했다. 라이트 유저들은 몇 달이 지나면 금방 지루함을 느끼고 계약을 해지한 뒤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양은 많은데 확실하게 질적으로 뛰어난 킬러 컨텐츠가 많이 없죠.”

“맞아, 본사에서 우리 콤플렉스 코리아에 엄청난 제작비로 대대적인 투자를 했던 이유를 생각해보게. 천마TV의 영상들을 우리 콤플렉스를 통해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도 부족하지 않을 또 하나의 킬러 컨텐츠를 발굴하는 쾌거를 일으키는 거라고 생각하네.”

“헤에…상상만 해도 좋네요.”

“그러니 기회가 오면 꼭 잡아 보이게. 나도 다른 방법을 찾아 천마TV와 접촉할 방법을 찾아보도록 노력해볼테니.”

“알겠습니다!”

* * *

“하아, 김PD는 또 압박이네.”

중원행을 결정하고 천마TV에 올려놓기 위해 준비해놓은 비축분이 떨어지자 김PD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영상을 내놓으라는 재촉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메일은 언젠가부터 짤이 첨부되어서 오고 있었는데 그 내용들이라는 게 슬램X크의 안선생님의 턱을 치는 장면에 ‘교주님, 영상 편집이 하고 싶어요.’ 라는 문구를 합성해서 보낸다거나 ‘나는 편집자고 당신은 크리에이터야.’라는 오래된 드라마 커플의 대사를 말풍선으로 띄워 보내는 식이었다.

“보통은 거꾸로여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영상을 보내고 편집자를 닦달해서 어서 빨리 편집해서 영상을 올리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골드 버튼 받았다고 한 뒤로 더 성화인 것 같네.”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알람이 울려 메일함을 열어보니 이번엔 구지가를 개사하여 ‘교주님, 교주님. 영상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아, 뭘 찍지?”

저번에 사람들 앞에서 요리를 하면서 보인 이곳 사람들의 반응과 게사르의 먹방을 담은 영상을 보내봤지만 김PD는 쉬지도 않는지 하루만에 편집을 해선 완성본을 내게 보내며 이번주 영상으로 올리겠다고 예고를 해왔다.

“크으…….”

[뭐가 그리 고민인겐가?]

“고민이 안되고 베겨? 니가 이 창작자의 심오한 고통을 알아?”

반려와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러 가겠다던 비아는 나름 준비한 이벤트가 잘 안되었는지 반려의 뒷담화를 하면서 입이 댓발은 나온 것처럼 하고 나타났다.

[후우…이런 상황을 두고 자네가 지렁이 앞에서 주름을 잡는다고 했던 것 같군. 자네 영상들을 다 합쳐봐야 내가 그동안 살면서 진행해온 이벤트들의 숫자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고.]

비아는 주저리저주저리 자신이 반려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진행했던 수없이 많은 이벤트들을 나열해댔다.

[…그 중에 성공만 있었을 것 같은가? 실패한 적도 많았지. 사람들 앞에서 즉흥적으로 사랑한다고 외쳤더니 쪽팔리게 뭐하는 짓이냐고 했을 땐 사람들 앞에서의 부끄러움보다 기껏 용기를 내어 진행한 나의 이벤트를 ‘쪽팔리다’고 표현한 나의 반려의 말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던지…자네는 하지 말게.]

“그거다! 즉흥 이벤트!”

[내 말을 어디 구멍으로 들은 건가?]

“비아, 넌 역시 행운의 마스코트야.”

[내가 좀 행운을 몰고 다니긴 하지…아니, 이게 아니라, 즉흥 이벤트는 함부로 할 게 못되네! 주변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해보고 알게 된 거였지만 100이면 99는 다 싫어하는 게 즉흥 이벤트란 말일세.]

“아니, 난 해야겠어.”

내가 하겠다는 즉흥 이벤트란 다름이 아니라 골드 버튼을 받은 기념으로 구독자들과 라이브 영상을 진행하는 거였다.

“크흠, 아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양질의 음성녹음을 위해 부득이하게 나름 품질이 뛰어난 마이크를 찾아 포인트로 구매해 가슴에 걸고 소리가 제대로 녹음이 되는지 확인을 했다.

“어때, 내 목소리 잘 들려?”

“예, 뭐라고 말하신 건지는 전~혀 모르겠지만요.”

간혹 용운이 알아먹지도 못할 말을 하곤 한다는 걸 잘 아는 다진은 이제 용운이 한국어를 떠들든 영어를 떠들든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목소리만 정확히 들어가면 돼.”

‘너도 준비됐지, 비아?’

[자넨 내 아바타를 뭘로 보는 건가? 고작해야 저딴 하등한 기능밖에 못하는 스마트폰하곤 차원이 다른 단말기란 말일세.]

가만히 있다간 또 한참을 주절거리는 비아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아 나는 비아를 다독이며 라이브 영상 중 떠오르는 채팅을 볼 수 있게 잘 띄워달라고 부탁했다.

“저기…….”

“그럼 내가 신호를 줄테니까 그거에 맞춰서 내가 누르라고 한 걸 눌러, 알았지?”

“예~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요. 여기 종이 울리는 모양이 있는 걸 누르라고 하셨잖아요.”

“잊지 않았군. 시작한다.”

“저기…….”

“아우, 정신 사나워. 조용히 좀 있어봐요. 촬영하느라 바쁘니까 이따가 이야기해요. 조용히 하고 있어요.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넵.”

게사르는 용과 함께 여정을 하기 위해 오늘도 익숙하지 않은 알랑방구를 끼기 위해 왔건만 이 용들은 뭔가 알아먹지 못할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해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물어보고 싶어서 입을 열었건만 그 시도는 온순하고 자애롭게 보였던 여자 용(?)의 매몰찬 반응 때문에 사전에 차단당하고 말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들인지…이럴 줄 알았으면 용에 대해 따로 공부를 미리 해둘걸 그랬어.’

게사르의 오해가 갈수록 더 심화되는지 모르고 용운은 라이브 스트리밍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이제 할 거니까. 잘 부탁한다, 비아. 하나~ 둘~ 셋! 큐!’

다진에게는 엄지와 검지로 스냅을 튕기며 큐사인을 대신했다.

“크흠, 만나서 반갑군.”

- 응? 천마채널에서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해?

- 홀리몰리! 아시안 헐크! 당신이야?

- 갑자기 알림설정이 울려서 왔는데 뭐죠???

- ???

허공섭물로 띄워놓은 비아의 스크린에선 무수한 갈고리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었다.

“듣자 하니 얼마 전에 너튜브에서 나에게 ‘골드 버튼’이라는 걸 줬다고 하더군.”

분명 난 한마디밖에 안했는데 채팅창에선 수없이 많은 대화들이 순식간에 차버렸다.

- 구독자 100만 돌파한지 한참 지났으니까 당연히 갔겠지. 너튜브 좀 게으르네. 일해라.

- 어허, 교주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란 말이냐? 참으로 천박하구나. 존댓말 모르나? 존댓말?

- 뭐 인마? 너 지금 나한테 시비거냐?

- 그런데 님들 지금 다 한국인이죠? 우와,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이렇게 많이 사람들이 라이브 보러 오는구나.

- 무슨 소리야, 난 지금 뉴욕이라고.

- 응? 난 마드리드인데?

- 너희들 영어로 댓글 달고 있는 거지?

- 포르투갈어로 뜨는데

- 난, 일본어.

- 뭐? 지금 우리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란 소리야?

- 당신들이 한국인이 아니라고? 난 당연히 당신들이 한국어로 댓글 쓰고 있는 건줄 알았는데.

- ?????

비아의 지원 덕분에 각국의 유저들의 채팅이 실시간으로 번역되고 있었는데 쓸데없이 눈치가 빠른 놈이 있어 화제가 엉뚱한 곳에 집중되고 말았다.

“쉿! 조용히들 좀 해주지 않겠나? 너무들 시끄럽군.”

게사르는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허공에 뭔가를 띄워놓고 자신들을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없는데 혼자 주저리주저리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듯 떠드는 용운과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보면서 생전 처음 보는 기물을 통해 용운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납득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저 용은 왜 갑자기 거울같이 생긴 걸 공중에 띄워놓고 미친 놈마냥 혼자 떠들고 이 여자 용은 보패처럼 보이는 물건을 꺼내더니 저 용의 모습을 기물에 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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