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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74화 (74/132)

74화

* * *

르블랑 공법을 통해 탄산나트륨을 얻을 수 있었지만 사실 르블랑 공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화학반응의 과정에서 부산물인 황화합물이 나오고 ‘염화수소’ 기체를 대량으로 방출한다는 것.

화학반응의 결과로 부산물인 염화수소가 얼마나 나왔냐면 1톤의 인공 소다를 만들면 부산물인 염화수소, 그러니까 기체 염산이 무려 0.75톤이나 될 정도였으니 얼마나 문제가 심각했겠는가.

이 염화수소가 물과 만나면 달걀이 썩는 냄새를 만드는데 이 악취도 큰 문제였지만, 기체 상태의 염산을 들이마시거나 접촉한 생산 공장의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크게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만들어진 폐수가 흘러 들어간 자연을 오염시켜 악취를 퍼뜨리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사람들은 이렇게 발생한 오염물질로 인한 공해를 르블랑 오염(Leblanc pollution)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 르블랑 오염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자 당시의 업자들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는데, 이 방법이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들로 당장의 위협을 피하고자 굴뚝을 높인다거나 기체 상태로 흘러나오는 염산을 포획하는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그 결과로 인류는 비누의 대중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쏟아져 나오는 비누 덕분에 옷은 청결해지고 사람들의 몸이 깨끗해진 결과 많은 피부병 환자들이 구제받았고 전염병의 전염도도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르블랑 공법이 막대한 오염을 발생한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

인류가 만든 역사에서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면 항상 누군가는 한계점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찾았다. 그리하여 르블랑 공법에 대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나타났으니 그 사람의 이름은 바로 벨기에의 화학자 솔베이였다.

솔베이가 자신의 이름을 본떠 이름 붙인 솔베이 공법은 다른 이름으로는 암모니아 공법이라고 불리는데, 르블랑 공법이 황산을 매개 물질로 사용하는 반면 솔베이 공법은 황산 대신 암모니아 화합물을 투입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르블랑 오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고 시장에는 자연히 솔베이 공법이 퍼지면서 동시에 빠르게 르블랑 공법이 적용된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솔베이는 자신의 공법을 적용한 공장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비누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지만 또 사회에 환원하기도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었다.

[결국 자네는 그 사람이 고생해서 만든 아이디어를 훔치는 셈이 아닌가?]

“그래, 비아. 너의 말이 맞아.”

온돌을 천산에 퍼뜨리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다. 온돌을 퍼뜨린다고 해서 미래의 누군가가 누려야 할 아이디어의 대가를 뺏는 것은 아니지만, 이 비누 제조법은 온전히 솔베이란 분의 것이었고 앞으로 이 세상에 에르네스트 솔베이가 태어난다면 나는 그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이었다.

[후우……. 자네가 왜 나에게 자네 세상의 별자리와 이 세상의 별자리를 대조해 달라고 했는지 그땐 몰랐는데 이제 이해가 되는군.]

“확인할 필요가 있었어. 이 세상이 내가 있던 세상과 완전히 동일하다면 지금 내가 앞으로 하려는 행위들은 사실상 아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언젠가 탄생할 누군가들의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비아의 컴퓨팅 능력을 통해 계산한 결과 내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세상의 별자리가 내가 존재하던 세상의 별자리와 크게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난 이전부터 하오문을 통해 이 세상의 역사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수집해 왔고 마지막으로 비아를 통해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그대가 있던 곳도 지구이고 이곳도 지구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일한 지구가 아니라는 게 이걸로 확실해졌군. 화학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물리법칙은 동일하지 않다는 게 흥미로워.]

“여긴 내가 살던 세상의 과거가 아니야.”

[그 말은 그대에게 면죄부가 주어졌다는 의미인가? 만약 내가 자네에게 이 세상이 자네가 존재하던 세상의 과거였다고 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지?]

“…….”

비아의 질문은 이 세상에 내가 뿌리내리고 살아온 뒤 길게 고민해 왔던 것이었고 동시에 내 양심을 건드리고 있었지만, 내가 결정한 답은 하나였다.

“미래에 태어날 수많은 발명가들과 학자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네가 이 세상이 내가 존재하던 세상의 과거라고 확인해 줬다 해도 미래의 지식들을 가지고 진행시켰을 거야.”

[그대는 참으로 이기적이고 모순적이군.]

“세상에 양심적인 지배자가 있을까? 난 그게 더 의문스럽다. 이게 안 된다면 난 학살자가 되어야 했을지도 몰라. 중원을 얻고자 금력이 아닌 무력을 택했다면…….”

[그렇다고 해도 자네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걸 얻겠다는 패왕(霸王)이 되겠다고 했을 것 같진 않은데.]

“사람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

비아와의 대화를 뒤로한 나는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겨울 동안 와인 병과 와인 잔 그리고 비누들의 생산을 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작년 겨울은 다행히도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서 일을 진행하기에 참으로 수월했다.

* * *

“교주님, 드디어 우리 중원에 가는 건가요?”

“그게 그렇게 좋으냐?”

“그럼요! 다른 곳도 아니고 중원이잖아요. 전 이 위구르를 태어나서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구요.”

“나도 마찬가지인데? 한 여사님도 그렇고, 수 장군도 마찬가지고. 이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들 대부분이 그럴걸?”

이 세상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발전한 미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평생 자기가 태어난 주를 벗어나지 않고 죽는 이들의 숫자가 꽤나 많다는 걸 감안하면 우리는 어마어마한 여행을 준비 중인지도 몰랐다.

“떠날 준비는 다 끝났냐?”

“네. 저번에 교주님이 만들어 준 가죽 신발도 신었고, 무수탕도 입었고, 제일 중요한 방풍안경까지 다 챙겼죠.”

다진이는 삼각비익에 매달아야 할 자신의 짐 가방도 들어 보였다.

쿵.

“너, 너무 짐이 많은 거 아니야? 그걸 다 가져가려고?”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면서요. 타지에서 못 구할 수도 있는데 뭐가 필요할지 모르니 하나라도 더 챙겨야죠.”

“그래도 너무 무거우면 삼각비익이 못 뜰 텐데?”

“아아, 그럴 줄 알고 저번에 태 아저씨한테 미리 부탁해 놨죠.”

“뭘?”

“가 보면 알아요.”

다진이의 짐 가방을 들고 함께 삼각비익이 준비되어 있는 곳으로 가자 멀리서 태걸욱과 그의 연구원들이 함께 마지막으로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인 게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행글라이더가 큰 것 같지?’

“교주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보이는구만……. 근데 삼각비익이 원래 저렇게 컸었나?”

“하하하, 저희 연구진들의 회심의 역작, 거대 삼각비익입니다.”

처음에 내가 탔던 행글라이더와 비교하면 두 배는 넘는 수준의 크기였다.

“이거 안전한가? 갑자기 크기를 키우면 그거에 맞춰서 무게 하중부터 다시 계산해서 만들어야 할 텐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험비행까지 마쳤습니다.”

“교주님, 제가 저번에 이번에 싣고 갈 짐이랑 똑같은 무게를 달고서 날아 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

“교주님과 다진이가 함께 탈 물건이라고 해서 특히나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교주님, 이 삼각비익은 추가로 기능이 하나 더 생겼어요.”

“어떤?”

“아저씨, 제가 해도 되겠죠?”

“그럼. 얼마든지.”

다진이가 삼각비익의 근처로 가 몇 가지 장치를 건드리자 놀랍게도 삼각비익은 접을 수 있도록 형태가 바뀌었다.

“접힌다고?”

“예, 아무래도 먼 곳까지 이동하시면 그곳에선 이 거대 삼각비익을 짊어지고 다닐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애초에 삼각비익을 짊어지고 다닐 생각은 안 했어. 그냥 가까운 하오문에 맡겨 두고 나중에 찾으려고 했지.’

“그래서 다진이와 연구원들과 함께 지난 겨울 내내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마침내 완성했습니다.”

“그… 태걸욱 이사와 연구원들은 이번에 유리와 비누 공장을 만드느라 많이 바빴을 텐데.”

“크윽, 알아주시는군요!”

내 오른손을 두 손으로 맞잡는 태걸욱의 눈은 이제 보니 다크서클이 축 늘어져 꼭 너구리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연구원들의 눈도 하나같이 충혈되고 눈 밑이 시꺼먼 게 좀비가 있다면 옆을 지나가도 같은 좀비로 알아볼 것 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

“이번 계획을 진행시키면서 저희들은 이전의 저희들보다 몇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집단 폐관 수련이라고 할까요?”

“그, 그랬나?”

[스스로 갈리기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화상들을 어찌하면 구제할 수 있을꼬…….]

‘야, 난 절대 강요한 적 없어. 안 그래도 비누랑 유리 만든다고 빡셀 것 같아서 어지간하면 일과 시간 이외에는 풀어 줬다고.’

[진작에 주변을 둘러봤으면 저들의 몰골이 하루하루 저렇게 피폐해져 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봤을 것 아닌가? 자고로 집단을 이끄는 수장이라면 그 정도 눈썰미는 있어야지. 본인이 모르면 그걸로 끝인 겐가?]

‘네 말도 맞는데… 나도 얼마 전까지 쟤들하고 별 차이 없었다. 봄 되자마자 가자고 다진이가 노래를 불러 대는 바람에. 공장 건 마무리 짓느라고 바빴다고.’

“많이들 고생한 것 같은데 한동안 길게 휴가라도 갖고 휴식을 좀 취하는 건 어떻겠나?”

“하하하, 이 정도면 한 이틀 푹 자면 금방 해결됩니다. 안 그러냐, 얘들아?”

“예! 맞습니다. 교주님께서 이번에 새롭게 알려 주신 화학이라는 게 얼마나 신기한지 모릅니다.”

“비누라는 물건이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걸 본 순간 화학이라는 학문에 제 마음도 녹아내렸습니다.”

“교주님, 저희들은 교주님께서 가시고 나면 교주님께서 알려 주신 이 화학이라는 학문을 깊이 깨우치고 있겠습니다.”

“그러게…….”

[화학에 빠진 종교인은 무섭구만…….]

‘난 걱정이다. 나중에 저 인간들 보고 마교에서 강시를 연성한다, 뭐 한다 이딴 소리 나오는 건 아닐까 싶어서.’

자기들 스스로 열성적으로 나서는 그들의 모습에 머쓱해진 나는 서둘러 다진이와 비행 준비를 마치고선 컨트롤 프레임을 잡은 채로 날아올랐다.

“교주님, 이렇게 둘이 하늘을 나는 것도 정말 좋네요. 예전에 단둘이 어검비행술로 검 위에 탔을 때 생각도 나고.”

나란히 하네스에 몸을 넣어 매달려 있는데 그 말을 하는 다진이의 얼굴이 묘하게 상기되어 보였다.

[허허허, 이거 입이 근질근질하구만. 둘이라니. 내가 엄연히 여기 있는데! 어떻게 둘이라고 할 수 있느냐, 이 말이지.]

‘응, 다진이한테 넌 안 보임.’

[자꾸 이렇게 나오면 스피커 기능으로 내 정체를 드러내는 수가 있네.]

‘아, 좀!’

[아주 좋을 때구만, 좋을 때야. 나랑 내 반려도 그대들 같은 때가 있었지. 우리도 우주선 비행하면서 서로 랜딩기어에 올린 손만 잡고 있어도 심장이 벌렁벌렁할 때가 있었는데……. 크으…….]

‘이 아저씨, 또 혼자 망상 모드 들어갔네. 그나저나 다진이는 아무래도 상공이다 보니 추워서 그런가? 얼굴이 빨갛게 됐네.’

“다진아, 추우면 말을 하지.”

“네?”

컨트롤 프레임에 올려 둔 왼쪽 손으로 다진이의 오른쪽 손을 마주 잡은 나는 다진이가 춥지 않도록 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따뜻하네요.”

“그치?”

[아니꼬워서 안 되겠네. 누군 반려 없나? 나도 내 반려랑 한동안 좋은 시간을 좀 가져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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