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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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TV의 편집자 김 PD는 그동안 천마 TV 채널의 영상들을 올릴 때마다 채널주가 도대체 어떻게 이 영상들을 찍는 걸까 싶을 정도로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볼 때마다 영화 같은 수준의 영상들이 무척이나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영상만큼은 더 좋았다. 아니, 기존의 영상들이 일종의 VLOG에 가까운 일상 드라마였다면 오늘 자신이 올릴 영상은 기승전결이 갖춰진 한 편의 짤막한 단편 영화와도 같다고나 할까, 아니면 장엄한 대자연을 담은 하나의 다큐 같았다고나 할까.
“우리 교주님은 도대체 무슨 돈으로 이걸 찍는 거지? 이렇게 때깔 나는 영상을 찍으려면 수익으로 얻는 돈보다 영상 찍는 데 돈이 더 들어갈 것 같은데……. 진짜 사람들 말대로 돈이 남아도는 분이신가?”
그렇기에 김 PD는 오늘 자신이 편집한 영상이 업로드되고 나면 드디어 너튜브에서도 속칭 ‘머기업’이라고 불리는 반열에 오른 자들만이 받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드 버튼이 천마 TV의 이름이 박힌 채로 배송되어 오리라고 확신했다.
김 PD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는 천마 TV의 이름이 박힌 실버 버튼이 액자에 담겨서 벽에 걸려 있었다.
“교주님께서 워낙 관심이 없으셔서 어쩌다 저게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혹시 이번에도 골드 버튼이 오면 똑같이 나보고 잘 보관하고 있으라고 하실까?”
하도 구독자들이 채널장을 교주님, 교주님 하다 보니 자신도 구독자들처럼 사장님을 간혹 지금처럼 교주님이라고 부르게 되어 버렸다. 존경스러운 사장님께선 단 한 번도 임금을 챙겨서 보내 주심에 있어서 날짜가 밀리거나 액수의 부족함이 없이 따박따박 보내 주시는 고마운 분이셨다. 그러니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간혹 영상 편집해 주고도 돈 떼먹는 개X들이 있는데 우리 사장, 아니, 교주님은 다르시지. 암암.”
처음 영상 편집을 해드리겠다고 부탁할 당시에만 해도 당장 먹고살 일자리를 임시방편으로 구하기 위해 지원했지만 꾸준히 통장에 쌓여 가는 액수를 보면서 이제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비록 사장님과 직원이라곤 저 혼자밖에 없는 조그마한 회사지만 은퇴를 하는 그날까지 이 회사에 지박령이 되어 남고 싶을 정도였다.
“사장님, 아니, 교주님! 믿습니다! 교주님을 믿는 동안 제 통장이 마를 날이 없다는 것을!”
이번 영상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데다 자신이 넣을 거라곤 약간의 이펙트밖에 없는 영상이었기에 추가적으로 번역가들에게 아웃소싱을 해서 자막 스크립트를 받을 필요도 없어서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꼭 부여잡으며 기도(?) 같은 것을 외친 김 PD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100만 구독자를 위해 오른손을 내려 마우스로 ‘업로드’라고 써 있는 버튼 쪽으로 커서를 움직여 클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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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TV의 영상에는 그동안 마치 중세로 날아간 히어로가 VLOG를 찍는 느낌의 영상들이 올라오곤 했었다. 영상 속에서 무협 영화의 주인공들이나 입을 법한 복장을 한 남자는 크고 무거운 물건도 거침없이 번쩍번쩍 들어 올렸을 뿐만 아니라 검을 이용해 커다란 나무를 순식간에 베어 넘기기도 하였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영업당해서 천마 TV를 구독하기 시작한 ‘일월신교 충청지부장’이란 닉네임의 유저는 퇴근 후 천마 TV의 영상을 즐겨 보는 것이 취미였다.
“진짜 OTT에 넘쳐 나는 영상들하곤 퀄리티가 다르지. 영상의 배경은 「내X널 지오X래픽」 전문 팀이 찍은 거랑 비슷한 수준이고, 영상 속에 나오는 액션은 완전 블록버스터 수준이니. 돈도 안 내고 구독만 하고 좋아요,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게 미안한 수준이랄까?”
천마 TV 채널에는 아주 드물긴 해도 19세 인증으로 올라오는 영상들이 있었다. 이런 영상들은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VLOG 형식의 영상들과는 장르부터 달랐다.
비정기적으로 올라오는 영상 몇 개를 대충 설명하자면 실제의 곰처럼 보이는 거대한 곰과 1:1로 박투를 하는 영상도 있었고, 집단으로 돌아다니는 야생 늑대 떼가 굶주림을 못 이기고 침을 흘리며 채널의 주인을 향해 달려드는 바람에 데스매치를 하듯 사람이든 늑대든, 어느 한쪽이 살아남을 때까지 피가 튀는 칼부림 영상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런 영상들은 히어로 영화에서 엑기스만 뽑아서 압축해 놓은 것만 같으면서 동시에 히어로 무비에서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생생한 날것의 진한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영상들이었다.
“이거이거, 다음 편을 기대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또 어떤 걸 업로드하려고 그러는 거지? 여태까지도 초대박이었는데……. 샤워 좀 하고 나오면 대충 업로드 예정 시간이랑 맞으려나?”
당연히 슈퍼히어로 장르를 좋아하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천마 TV의 영상이 점차 여러 사람에게 노출되었고, 썸네일에 있는 거대한 곰이라든가 늑대가 으르렁거리는 장면에 이끌려 클릭한 이후 조회수는 빠르게 상승했다.
해당 채널을 구독한 구독자들은 자신들이 본 리얼리티 넘치는 미친 영상 퀄리티에 반해 자발적으로 자신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해당 영상의 링크를 올렸고, 덕분에 30만에 정체해 있던 구독자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띠링.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에 맞춰 울린 알림 소리에 서둘러 맥주 한 캔을 냉장고에서 꺼낸 ‘일월신교 충청지부장’은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았다.
“1등인가? 「POV(Point Of View)」? 무슨 의미지?”
오늘 올라온 영상은 정기적으로 금요일 저녁에 업로드되는 영상이 올라온 후 다음 날 새벽 시간에 맞춰 추가로 올라온 영상이었다.
처음만 해도 사람들은 중복으로 영상이 업로드되었거나 무슨 착오가 있는 건가 했지만, 영상을 보다 마지막 순간에 깨달았다. 천마 TV라는 채널에 99만을 끌어모으게 된 그 미친 퀄리티의 영상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된 영상에서 보이는 장면은 별다른 게 아니었다. 드론으로 찍는 일반적인 영상이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구도의 공중에서 촬영된 영상이었다.
간혹 뭐가 나풀거리는지 영상을 찍고 있는 렌즈를 가리기도 하고 사람의 손 같은 게 나타나기도 했기에 영상을 보는 구독자들은 편집자가 영상 편집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는데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올린 것은 아닌가 했다.
드론으로 찍은 듯한 영상에 보이는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담겨 있었다. 만년설이 쌓여 있는 높은 산맥에 둘러싸인 거대한 도시가 아주 높은 곳에서 멀리 촬영되어서 그런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멀리서 찍고 있던 드론이 도시에 점차 가까워지는지 도시에 있는 사람들과 건물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래픽 수준이 이 정도로 올라온 건가? 저런 동네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이러다 조만간 넷플렉스에서 판권 사 가는 거 아니야?”
카메라에 잡힌 영상 속 도시의 모습은 무척 신기했다. 동양인 혹은 동서양의 피가 섞인 듯한 외모의 사람들이 동양인에 맞춰 변형된 듯한 서양의 복식을 입은 채로 서양과 동양이 혼재된 듯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 사이로 걸어가고 있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기엔 그런 이질적인 질감이 없었고, 세트장이라기엔 실제로 사람들이 그곳에 살고 있는 것처럼 생활감이 느껴지는 영상을 보고 있자니 영상을 보는 이들은 모두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저런 관광지가 있다면 한 번쯤 놀러 가 보고 싶다고.
간혹 행인들이 카메라를 볼 때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행인들은 동양인들이 흔히 하는 목례를 꽤나 진지한 자세로 하면서 카메라 쪽을 바라봤다.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이때만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보통 영상을 찍을 때면 사람들은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거나 간단한 인사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어째서 카메라를 쳐다보며 존경의 눈빛을 하고 목례를 하고 있는지.
영상을 보고 있는 구독자들은 이때만 해도 신기하게 드론으로 찍는 촬영 콘셉트를 잡았나 보다 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였고 영상에 담긴 자연 풍경이 마치 「내X널 지오X래픽」 같은 다큐 전문 채널 영상에서나 볼 법한 고퀄리티였기에 영상이 끝을 향해 가는 것도 모르고 한참 동안 멍하니 입을 벌리고 볼 수밖에 없었다.
“맥주 김 다 빠졌겠는데.”
그러나 영상의 끝이 다가온 것인지 슬로 모드로 바뀌면서 천천히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강물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듯하더니 이윽고 영상이 끝나기 전 강물에 비친 사람이 강물 쪽으로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는 일순간의 장면에, 사람들은 이 영상이 어떻게 찍힌 것인지 그제야 이해하고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왜 이 영상의 제목이 「Point Of View」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돌았?”
영상을 본 이들은 자신이 느낀 전율을 가득 담아 댓글로 남겼다.
└미쳤다! 미쳤다! 이 영상은 미쳤다. 영화 제작자들은 보고 배워야 한다.
└그야말로 넥스트 레벨이군.
└「POV」라는 제목만 보고 나쁜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lol! 근데 이 영상 다른 의미로 날 자극한다.
└동의한다. 영상 보고 쌌다, 형제.
└다들 이 영상 보고 혹시라도 못 느꼈을까 봐 설명하는데 이 영상 편집점이 없다.
└뭐? 롱테이크로 한 번에 길게 찍은 거라, 이거지?
└에이, 설마… 진짜라고?
└끝까지 본 뒤 이 영상을 다시 보면 왜 중간중간 손이 나오거나 옷이 휘날리는 모습이 간혹가다 섞이는지 이해하게 된다.
└하……. 정말 평화로운 공간이었어. 퍼X, 코비드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우리들과 다르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지 않아서 부럽기도 하고.
└컴퓨터 그래픽 수준이 언제 이 정도까지 올라온 걸까? 내가 코시국이라 잠시 우울에 빠져 있는 사이 이 정도로 영상 그래픽 수준이 올라온 거야?
└이거 근데 컴퓨터 그래픽 맞아? 내가 영상 그래픽 전문가인 친구한테 보여 줬더니 누가 미쳤다고 이런 영상을 그래픽으로 만드냐고 그러던데. 이 정도로 현실감 넘치게 영상으로 표현하려면 돈이 미친 듯이 들 거라고 하더라고.
└맞아, 우리가 아는 「복수자들 4」를 놓고 비교하자면 이 영상 정도의 분량으로 이렇게 고화질의 현실적인 영상을 찍기 위해선 미친 듯한 제작비가 필요하지.
└업로드 주기로 보면 이 영상 제작하는 업체는 얼마나 갈리고 있는 걸까?
└채널 주인이 미치긴 했군. 공짜로 이 영상을 이렇게 너튜브에 풀어 버리다니. 돈이 넘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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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댓글을 읽고 있자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이젠 내가 돈이 많긴 하지. 고창회골 땅의 도시들이 오래 지나지 않아 다 내 손아귀에 들어올 테니까. 하지만 그냥 내가 어‘비’비행술을 이용해서 스마트폰 들고 찍은 건데 사람들이 착각하는군.”
[어비비행술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되겠나. 그 작명은 별로일세.]
“왜? 검으로 하는 게 아니라 비아를 변형시켜 만든 흉갑을 이용한 비행술이니까 어‘검’비행술이 아니라 어비비행술 맞잖아.”
비아헤로스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 어느 정도 친해진 뒤로 매번 비아헤로스라는 이름을 전부 부르는 게 귀찮은 느낌이 있어 나름 애정을 담아 비아라고 부르겠다고 하자 그는 자신을 비아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선 아무렇지 않게 수용했다.
[틀린 표현이라는 게 아니라 내가 사는 곳에서 사용하는 언어에서는 자네 가랑이 사이에 있는 두 알을 ‘비비’라고 한다네. 어감상 내게는 별로야. 내 아바타가 자네 가랑이 사이에 있는 것만 같잖나! 그건 싫다네!]
“윽, 그건 좀 이상하게 들리겠네. 나도 누가 날 가지고 불X로 표현하면 듣기는 싫을 것 같다.”
본인을 비아헤로스에서 비아라고 부를 땐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으면서 유독 어비비행술에 대해선 나의 고환 따위가 되고 싶지 않다고 너무나 강력하게 어필하는 바람에 비아를 변형한 흉갑으로 하는 비행술은 어갑비행술이라고 부르기로 합의되었다.
비아는 스마트폰을 통해 찍은 영상을 내가 살던 세상에 존재하는 너튜브로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신기해했다. 내가 그쪽에서 올리는 영상으로 구독자 수를 확보하거나 영상 조회수가 올라가면 포인트를 얻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고 했을 땐 더욱 흥미로워했고.
[자네의 말대로면 이 조그마한 기기가 다른 평행 차원과 지금 자네가 있는 차원을 일부나마 연결해 주고 있다는 말 아닌가? 정말 대단하군…….]
“표현하자면 뭐, 그렇지. 근데 궁금한 정보 같은 것만 검색할 수 있어서 그렇게 대단한지는 모르겠는데.”
[자네, 내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군. 이 스마트폰에 내 아바타를 연동해도 되겠나?]
“비아, 니 아바타랑 내 스마트폰을 연결하자고? 그래도 돼?”
[가능하네.]
비아의 갑작스런 제안에 나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그와의 접촉 과정에서 스마트폰에 이상이 생기면 미래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앞으로 못 얻게 될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그건 좀…….”
[뭐가 문제인가?]
난 그의 질문에 어차피 숨길 수도 없을 것 같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내가 이 세상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한 지식 같은 것들이라든가 금광 혹은 철광의 위치 같은 것들을 내 스마트폰으로 얻고 있는데, 혹시라도 잘못되면 앞으로 지식이라든가 정보를 얻게 되는 게 불가능할 것 같아서. 너도 잘못될 수도 있고.”
[하하하. 자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 같군. 자네가 필요로 하는 지식이라든가 정보 정도는 내가 알려 줘도 되지 않나? 나, 비아헤로스는 상위 차원의 존재라네. 내가 가진 지식수준이 이까짓 조그마한 기계로 얻는 지식들보다 못할 것 같은가? 그리고 내 아바타의 보호벽은 그렇게 쉽게 뚫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네. 나에게 해가 될 것 같지는 않군.]
“그런가?”
나는 순간 비아가 날 한심해하는 것만 같은 뉘앙스를 느끼면서 내 걱정이 의미 없음을 깨닫고 그가 원하는 대로 스마트폰과 그의 아바타를 연결하도록 승낙했다.
[아니!]
연결해 주자마자 들리는 비아의 비명 섞인 경악에 나는 깜짝 놀라면서 이럴 줄 알았다고 중얼거리며 괜히 연결시켜 줬다고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아, 왜? 비아, 왜 그래? 무슨 문젠데! 비아! 역시 고장 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