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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59화 (59/132)

59화

우루무치에 신인(神人)이 나타났다는 입소문은 빠르게 위구르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다른 새외에 비해 위구르는 거대한 땅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절대적 강자의 맥이 끊겨 있었다. 덕분에 중원에선 다른 변방보다 더 잊혀진 상태였다. 그러던 중에 어검비행술과 허공섭물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절대고수가 드디서 우루무치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고작 1, 2명 정도가 봤으면 모를까 우루무치에 사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한데 입을 모아 이야기하니 소문의 신뢰도는 확실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선문객잔 앞에 박혀 있는 거대한 흑색의 비석은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하는 증거물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허어...이게 자네가 말한 그 신인께서 나타나 손수 박아넣으셨다는 비석인가!”

“아무렴요. 제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타지에서 온 분이시구나? 그때 이 동네 사는 사람들 중에 갓난쟁이랑 눈 먼 장님들 빼고는 다 봤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습니까? 진짜로 사람이 검을 타고 와서? 이 커다란 돌 덩어리를 슈육하고?”

“하하하, 아무렴요, 저도 봤습니다. 그뿐이겠어요? 여기 한번 비석에 쓰인 필체를 보세요! 힘이 넘치는 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냥 힘만 쎈 중원의 무림고수들하곤 깊이가 다르다 이겁니다.”

비석의 내용을 찬찬히 읽은 타지의 사람들은 비석의 내용이 선언하는 바가 주는 의미와 함께 웅혼하면서도 묵직한 필체에 빠져들어갔다. 가끔 주변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라든가 거리를 돌아다니는 처자들의 꺄르르 웃는 소리가 감상을 방해하긴 했지만 말이다.

‘시끄럽네......이들의 말대로 무(武)뿐만 아니라 문(文)도 경지에 오른 자로구나.’

“참으로 명필입니다.”

“그래요. 글에서 힘이 느껴지고 사람에 대한 인정이 담겨져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소감을 이야기했지만 비석을 설명해주던 우루무치의 상인은 괜스레 장난기가 동해서 이를 부인했다.

“이건 명필이 아닙니다.”

“아니! 눈이 있으면 보십시오! 이게 어떻게 명필이 아닙니까? 이 정도면 진짜 잘 쓴 글씨입니다. 황도에 가도 이런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아요. 서예 쪽에는 제가 일가견이 있어서 잘 압니다!”

자신의 장난에 한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걸려주는 사람들의 반응에 상인과 우루무치의 사람들이 웃음을 짓자 타지에서 온 이들은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하면서도 살짝 감정이 상했다.

“큼, 왜들 웃으시는 겁니까?”

“제 말은 저 글이 붓으로 탁본을 떠서 조각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검으로 순식간에 새겨넣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명필이라는 표현은 정확한 게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명검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니지...명검술이라고 해야하려나...아무튼, 뭐 그렇습니다.”

“그, 그런!”

붓으로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 아니라 검으로 새긴 일필휘지(一筆揮之)였다는 상인의 설명은 상인을 따라온 이들을 더욱 놀랍게 했다.

“과연! 알면 알수록 놀랍군요.”

“그렇죠? 저는 무엇보다 저 비석을 보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아하! 우루무치에서 고수가 나와서 그러십니까? 중원에 없는 절대고수가 드디어 나타나서요?”

중원에는 화경의 고수가 종종 나타나기에 살짝 자부심을 가지며 중원의 상인이 물었다. 그러나 우루무치의 상인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우루무치 상인은 저 비석이 우루무치가 너무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은월의 신인께서 나타나 힘을 증명하시고 죄지은 자들에게 벌을 내리신 이후로 우루무치에선 범죄 소식이 뚝 끊겼습니다. 좀도둑조차 사라졌지요. 사람들은 이제 밤이건 낮이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흑도의 무리가 돌아다닐까 싶어 걱정하는 부모의 제지를 받지 않아도 되니 마음껏 거리를 뛰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자들도 혹여 나쁜 놈들에게 걸려 인생을 망치는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아!”

그제서야 사람들은 어째서 우루무치의 시내에 이토록 많은 아이들과 처자들이 웃고 떠들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시내를 가득 채운 소리는 중원의 거리에선 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기에 자신들의 귀에 거슬렸던 것이었다.

확실히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느 성도에 가면 은연중에 얼굴에 보이는 폭력에 대한 공포 또한 전혀 없었다.

“은월의 신인이 우루무치에 오신 것에 대해 우리 우루무치의 모든 사람들은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보호세를 뜯어가고 패악질을 부리는 사파와 흑도의 무리를 전부 제거해주셨으니까요.”

“그건 정말 부, 부럽군요.”

중원 전역에서 법보다 무서운 폭력의 굴레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좀 먹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중원의 사람들이 새외의 사람들에 비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에겐 중원인들이 감히 돈으로 살 수 없는 평화를 누리고 사는 것이었다.

이는 소림이나 무당같은 정파들조차 주지 못하는 평화였다. 정도에 속한 문파들이 사람들로부터 자의든 타의든 보호세를 걷는 것이 무림문파가 입지해있는 지역들의 불문율이었기에 중원인들은 문파에 속한 이들이 문파 밖을 나와 성도의 거리를 돌아다닐 때면 눈치를 보느라 신경이 곤두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정파가 가진 그 힘이 단순히 사파와 마두들에게만이 아니라 언제든 삼류잡배보다도 못한 무력을 가진 자신들에게 날아올 칼날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우루무치의 사람으로서만이 아니라 상인으로서도 전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평화로워진 우루무치의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져서 물건을 사줄 고객들이 늘어나서 그런 겁니까?”

상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남자의 말에 상인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구요?”

“물론 상인으로서 제 물건을 구입할 고객들이 많아져서 좋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위를 한번 잘 둘러보시겠습니까?”

중원에서 온 상인들은 우루무치의 상인의 말에 주변을 차근차근 둘러보았다.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상인들,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물건 한번 보고 가라고 호객을 하는 점원들과 가게를 지나가며 잠깐씩 들러 살펴는 손님들. 그리고 손님과 상인이 서로 웃으며 가격흥정을 하는 모습들이 상인들의 눈에 들어왔다.

“아!”

“찾으셨습니까?”

“길거리에 값나가는 물건을 가득 널어놓고 팔고 있다니! 저렇게 해도 감히 훔쳐가는 이가 없군요!”

“예, 맞습니다.”

중원에선 저렇게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가는 물건들을 좌판에 늘어놓고 판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건은 가게 안에만 진열해놓기에 손님이 물건을 보려면 가게 안으로 들어와야만 했다.

“우루무치에는 이제 소매치기도 없습니다. 그러니 누가 물건을 훔쳐갈까 저어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인들은 누가 물건을 훔쳐갈까 걱정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 없이 오직 물건을 파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님들도 굳이 주인이나 직원의 눈치를 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갈 필요 없이 편하고 자유롭게 물건을 살필 수 있게 되었죠. 덕분에 저희 상인들은 한 분의 손님이라도 더 자신의 가게로 모시고자 친절한 자세로 호객행위를 하게 되었지만 말이죠.”

“허허허, 이곳은 상인들의 천국이군요.”

입을 쩍 벌린 중원의 상인들을 보고 있자니 우루무치의 상인은 평소에 중원이 더 우월하다며 떠들던 이들에게 크게 한방 먹인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예? 이만하면 상인들의 천국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혹여라도 손님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다가 사기를 친 손님이 속은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고자 저기에 있는 신문고(申聞鼓)를 크게 세 번 두드리고 옆에 있는 함에 억울함의 내용을 담아 편지를 집어넣은 것이 은월에게 들어가면 은월이 문서에 담긴 내용을 철저히 조사하고 억울한 부분이 있음을 확인한 뒤 은월이 사기를 친 상인을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흑도의 무리들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활개를 치던 악덕상인들이 그런 식으로 많이도 사라졌습니다.”

‘그럼 그렇지. 어찌 세상에 좋은 일만 있겠는가.’

“어찌 보면 양날의 검이군요. 그런 점에서 은월이 무섭진 않으십니까?”

“악덕상인들에게나 양날이지. 저같은 평범한 상인들 입장에선 정직하게만 장사를 하면 되는 것이니 크게 신경을 쓰진 않습니다. 도리어 좋습니다.”

‘허어...’

우루무치의 상인은 없어진 이들이 상계에선 이미 오명(汚名)으로 유명하던 이들이라며 상인들간의 상도의를 무너뜨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이 기회에 없어져서 상인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잘되었다고 이야기한다는 말을 전했다.

많은 생각에 잠긴 중원의 상인들을 잠시 지켜보던 우루무치의 상인은 이들의 입을 한번 더 쩍벌리게 만들고 싶어졌다.

“자자, 이럴 게 아니라 근래에 생기긴 했지만 우루무치의 명물 중 하나가 된 선문객잔에도 들어가보시죠.”

“여기가 왜 그렇게 명물입니까?”

“예,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특별히 제가 여러분들을 모시려고 객잔이 열기 전부터 이렇게 일찍 온 겁니다. 늦게 오면 줄이 길어져서 한참 기다렸다 들어와야 하니까요.”

중원의 상인들은 우루무치의 상인의 인도를 따라 자연스럽게 선문객잔으로 들어가는 줄에 서 있다가 선문객잔 안으로 입장을 하게 되었다.

“제가 오늘 안계(眼界)를 크게 넓히는 날인가 봅니다.”

“그렇습니까?”

커다란 비석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중원의 상인들은 중원에서도 쉽사리 본 적이 없는 4층짜리 거대한 건물의 위용을 뒤늦게 느끼게 되었다. 중원인들은 커다란 입구에서 손님들을 안으로 모시는 정갈한 점원들에게 다시 한번 놀랐다.

‘아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이들같군. 일반적인 점소이들과는 달라.’

선문객잔의 점원들에게선 보통의 객잔에서 볼 수 있는 점소이들이 보이는 추레함이라든가 굽신거림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중원의 점소이들과 다르게 손님을 대함에 있어 성실하고 진중한 그들의 안내를 받고 있자니 상인인 자신들이 마치 고관대작이라든가 무림의 고수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복장이건만 점원들이 입은 복장은 모두 통일되어 있었고 깔끔했다. 점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가슴에 걸고 하는 영업방식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오호...’

보통 객잔의 점소이들을 부를 때면 “어이!” 라든가 “주문 안 받나!” 라면서 하대를 하곤 했지만 이름을 가슴에 달고 있는 점원들을 보고 있자니 선뜻 그렇게 막 대할 수도 없었다. 아니, 자신을 높은 사람처럼 대접해줘서 더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부터 손님들이 계신 탁자를 담당하게 된 선문객잔의 점원 ‘손빈’이라고 합니다. 드리는 차림표를 보시고 주문하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그 밖에도 필요하신 물건이 있다거나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불러 주십시오.”

점원은 식사시간 내내 옆에서 중원의 상인들이 부족한 것은 없는지를 살피고 원하는 주문이 있을 땐 마치 입안의 혀처럼 제깍제깍 찾아와 원하는 바를 들어주었다.

중원의 상인들은 마치 고관대작이 된냥 기분이 좋아져 선문객잔에서 처음 접하는 양꼬치와 맥주의 조합 그리고 무대에서 연주를 하는 연주단의 생소한 음악에 취했다.

“처음 듣는 음악과 처음 접하는 술인데도 이거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중원인들과 우루무치의 상인이 한데 어울려 어깨를 들썩이면서 술을 마시고 있자니 한 중원인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 좋은데 한가지가 아쉽군요.”

“어떤 점이?”

“이렇게 흥겨우니 춤을 좀 추고 싶어지는데 앉아만 있어야 하니 그게 아쉽습니다.”

“하하하하, 그러십니까? 저도 선문객잔에 와서 술도 좋고 음식도 좋고 어여쁜 처자들을 보아 또 좋은데 이 흥겨움을 한껏 풀어낼 수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쉽습니다.”

때마침 정보수집 차원에서 선문객잔의 점원 ‘손빈’으로 활동하고 있는 은월의 대원이 둘의 대화를 들었다.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라...한번 건의해봐야겠군.’

영업시간이 끝날 때가 되자 선문객잔의 연주자들은 오늘도 여느 때처럼 손님들에게 퇴장을 알리는 음악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아...난 이 음악만 들으면 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게 너무 아쉬워!”

“내 말이!”

“야야, 우리 내일 또 오자!”

“히잉, 엄마가 요즘 아무리 흑도패들이 없어졌다고 해도 너무 늦게까지 매일 나돈다고 뭐라고 하셨는데...”

“누군 아니냐? 그래서 내일 안 올거야?”

“아니! 와야지!”

“마지막으로 짠하자~”

퇴장음악을 들은 이들이 마지막 잔을 나누고 일어서서 모두 나가는 것을 본 선문객잔의 점원들은 여느 때처럼 일사분란하게 사람들이 오고 가며 흐트러진 좌석과 탁자들을 정리하였다. 정리를 마친 점원들이 숨겨진 공간으로 하나둘 모이고 점원들은 오늘 수집한 정보들을 보고서로 작성한 뒤 조장에게 전달했다.

조장이 가져온 보고서를 가져온 것을 하나하나 읽던 경수의 눈에 대원 하나가 작성한 특이한 내용의 건의사항이 들어왔다.

“선문객잔 개선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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