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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56화 (56/132)

56화

“야, 누가 밖에 나가서 주변에 오가는 사람 있나 보고 와.”

라흐바르의 지시에 막내가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밖을 살펴보러 나갔다. 막내가 문을 열고 나가 열심히 주변을 둘러봤지만 막내가 들은 것은 바람소리 뿐이었다. 막내는 자신이 보고 들은 대로 성실하게 보고를 올렸다.

“대장,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뎁쇼.”

“그래? 흐음, 말만 그렇게 하고 오늘은 안 오는 건가?”

막내의 보고를 받은 라흐바르는 행동대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몰래 뒤로 빠져나가면 은월인지 만월인지 하는 인간들이 어찌 알고 자신들을 잡으러 올까 싶은 생각이 피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안되겠다. 야, 우리 그냥 도망가자.”

“미쳤소, 대장? 은월이 찾아오겠다고 했다니까. 그냥 항복하고 선처를 비는 게 차라리 좋지 싶은데.”

“야! 너는 누가 너 때리러 온다고 하면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가 바보처럼 처맞을거야? 언제부터 니가 그렇게 착했다고 그래. 그리고 그렇게 친히 알려줬으면 도망가는 게 현명한 거 아니냐?”

“그, 그건 아니지만...그래도 은월이 도망치다 걸리면 다 죽인다고 했던 건 벌써 잊은 게요?”

“흠...”

부하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진 라흐바르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켜곤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거다! 걸리면 죽인다고 했지. 하지만 도망치는 걸 안 걸린다면? 안 걸리면 되는 거 아니야! 짐 챙겨라. 튀자.”

용운과 은월의 타격대는 예고한 대로 붉은 늑대를 치기 위해 본거지를 둘러싸고 은신한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빼꼼하고선 문을 열고 나오더니 주변을 살피는 게 아닌가.

“(뭐야, 쟤는? 우리가 오나 안 오나 확인하려고 하는 건가?)”

“(흐음, 딱 보니 막내같은데 대충 정찰 겸 해서 둘러보려고 나온 건가 봅니다.)”

“(그래?)”

은월은 일부러 바로 쳐들어가는 게 아니라 사람의 긴장이 풀리는 시간대를 노려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붉은 늑대의 일원이 다시 본거지로 들어간 이후론 살짝 지루하다고 싶을 정도로 기다릴 즈음 본거지 내부가 어수선해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이 좀 시끄럽습니다. 지금쯤이면 슬슬 느슨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쟤들 우리가 올 줄 알고 준비태세라도 갖추고 있는 건가?”

“에이,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만.”

“근데 뭐가 이리 시끄러워. 한번 확인해보라고 해. 혹시라도 미쳐가지고 한따까리 하려고 준비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확인해보라는 말에 타격대의 대장은 나무 위에서 장원 내부를 살피며 경계 중인 요원에게서  받은 상황보고를 가져왔다.

“아무래도 쟤들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답니다.”

“이것들 봐라? 분명 도망치면 다 죽인다고 했는데.”

“흑도 놈들이 생각하는 게 뻔하죠. 안 걸리면 되는 거 아니냐면서 내빼려는 게 분명합니다. 도망치다 걸려서 잡히면 죽는 거지 안 걸리면 그냥 넘어갈 수 있잖습니까?”

“도저히 안되겠다. 이 놈들은 다 잡은 뒤에 광산에 보내기 전에 기본교육에다 특별교육 과정도 추가해. 흑도 새끼들이 사람 귀찮게 왔다 갔다 하게 만들고 말이야. 암만 생각해도 괘씸해.”

“알겠습니다.”

‘어우...멍청한 놈들. 나같으면 차라리 순순히 잡히고 만다.’

타격대장은 교주님께서 만든 특별교육과정에 대한 내용을 글로만 접하고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로 인해 직접 경험을 해보고 나서 경험한 소감이 어떤지 발표하라는 교주의 지시를 따라 시범대상으로 투입되었는데 막상 훈련과정에 투입되어 특별교육과정이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해본 타격대장은 교주가 어째서 특별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이 만든 교육과정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피가 나고 알이 배기고 이가 갈릴 거라고 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타격대장은 지옥의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고 장난을 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짓을 하고 있는 놈들에게 무운을 빌었다.

뒤쪽으로 짐을 챙긴 붉은 늑대 놈들이 나온다는 말에 나는 서둘러 뒤로 이동했다. 놈들은 내가 오길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뒷문을 열더니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놈들, 도망치는 주제에 몸만 빠져나올 것이지 바리바리 많이도 챙겼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녀석이 문을 탁 닫고 나와 안에 있는 모두가 나왔다고 라흐바르인지 발바리인지 하는 놈한테 보고를 하는 것을 듣고 나는 녀석들 앞으로 혼자 나섰다.

“허엇? 왠 놈이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라흐바르라는 녀석은 화들짝 놀라서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뭐 저렇게 놀래? 온다고 하고 친히 경고 다하고 온 건데.’

“지금 누구보고 소리 지르냐? 그리고 놈? 노옴~? 너 나 알아? 언제 봤다고 놈이니 뭐니 하면서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냐?”

“이 놈이? 너야말로 감히 우리가 누군지 알고 그렇게 함부로 떠드느냐! 우리는 피 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붉은 늑대다. 피에 물든 늑대!”

라흐바르는 가뜩이나 은월이 자신들을 잡으러 오겠다는 말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어떤 이상한 놈이 갑자기 나타나선 혼자 자신과 부하들의 앞을 막아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라흐바르와 다르게 부러진 팔을 고정하고 이를 지켜보던 행동대장은 용운의 목소리가 퍽이나 귀에 익었는데 괜시리 등허리가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다...저 목소리 어디서 들었지?’

라흐바르는 후딱 치우고 가자고 하려고 뒤에 서 있는 부하들을 둘러보다 오한이 든 것처럼 오들오들 떠는 부하놈들을 몇 발견했다. 그 모습을 보고서도 라흐바르는 딱히 이상하단 생각을 못하고 도리어 부하들을 닦달했다.

“뭐야, 니들 왜 떨어? 춥냐? 저 놈 좀 밟고 가자. 몸 좀 움직이면 따뜻해질거야. 도망가기 전에 몸도 풀 수 있으니까. 캬~ 이게 일석이조라는 건가? 이러니 내가 붉은 늑대 대장하지.”

“으으으으...헙!”

저 남자가 나타나고 부하들이 몸을 떠는 모습을 보고서야 행동대장은 마치 벼락이 치는 것처럼남자의 목소리가 왜 처음 듣는 것 같지가 않고 익숙한 것만 같은지 깨달을 수 있었다.

‘헉! 아까 우리를 공중에 띄웠다가 패대기친 목소리구나!’

라흐바르가 귀를 후비며 언능 저 놈 잡아오라거나 후딱 밟자거나 할 때마다 앞에 선 남자는 손가락을 접었다.

“하나~ 둘~”

그 모습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직감한 행동대장은 라흐바르의 지시에 다른 부하들이 용운을 때려잡기 위해 다가가건 말건 “나 죽었소.” 하고 서둘러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렸다.

행동대장의 특이한 행동을 본 라흐바르는 이 놈이 팔만 부러진 게 아니라 떨어지다 머리까지 다쳤나 싶어 행동대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뭐야, 인마, 너 왜 그래. 바빠. 저 놈 후딱 패고 가자니까~”

행동대장이 하얗게 질려서 엎드리는 걸 본 열세명의 부하들도 따라서 행동대장처럼 엎드리자 라흐바르는 부하들이 단체로 미쳤나 싶어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처음 보는 놈이 나타나서 길을 막은 것도 짜증나는 판에 부하들 일부가 닭마냥 고개를 땅바닥에 처박고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려 비는 꼬라지를 보니 혈압이 치솟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단체로 약 먹은 것도 아니고 왜 길바닥에서 이 지랄이야. 지랄이. 빨리 밟고 가자고!”

라흐바르가 억지로 행동대장을 잡아 일으키자 사색이 된 행동대장은 라흐바르에게 눈치를 줬다.

“빨리 엎드리십쇼. 대장. 뒤지기 싫으면.”

“이게 미쳤나. 누구보고? 야! 나 니들 대장이야. 라흐바르!”

“그래, 알았으니까 엎어지라고!”

“뭘 엎드려~ 엎드리긴? 아주 오늘 날을 잡아야겠구나.”

라흐바르가 행동대장의 목뒷덜미를 잡고 일으키는 사이 라흐바르의 등 뒤에서 원래대로면 들려선 안될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살려줘~”

“잘못해~~~~~씁니다~~~”

라흐바르가 고개를 돌렸을 땐 길을 막고선 놈을 잡으러 가던 부하들이 언제 챙긴 것인가 싶은 몽둥이를 든 남자에 의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뭐, 뭐야!”

“뭐긴 뭐야. 너 잡으러 온 은월이지. 오늘이 니 제삿날이다. 이 새끼야.”

“은월? 그 은월!”

“어, 그 은월.”

라흐바르는 그제서야 엎드려서 대가리를 처박고 빌고 있는 부하들이 아까 나갔다가 어디 한군데씩 부러져서 돌아온 부하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인마...치사하게 지만 살려고.”

“몇번이나 말했잖아! 엎어지라고!”

행동대장의 눈빛엔 이미 체념과 함께 깊은 원망이 느껴지고 있었다.

“뭐야. 그 눈빛은.”

“그러게 말했잖소. 도망가지 말자고.”

“에이씨~~~~~~~~~”

행동대장을 쳐다보고 있는 사이 복면을 한 남자는 어느새 라흐바르의 앞에 나타난 것인지 라흐바르를 몽둥이로 후려쳐 공중에 띄우고 있었다.

사람이 몽둥이에 맞아 공중에 뜬 모습에 행동대장은 어릴 적 동네 친구들하고 하고 놀던 자치기라는 놀이가 문득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때 내가 때린 나무조각도 저렇게 하늘로 잘 날아갔는데.’

살짝 한차례 푸닥거리를 하고 나자 살짝 몸이 풀린 나는 흐트러진 머리를 바로 하며 여기저기서 곡소리를 내뱉고 있는 놈들에게 외쳤다.

“이 인간들이 사람이 말을 하면 알아서 척하고 들어야지. 내가 오늘 갈 거니까 니들 안에 콕 박혀 있으라고 했어. 안했어?”

“““““하, 하셨습니다!”””””

낮에 중력의 맛을 한번씩 본 놈들은 일제히 내가 한 말에 고래고래를 소리지르며 군기가 빡 든 이등병처럼 대답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30명쯤 되는 놈들은 아직 똥인지 된장인지 파악이 덜 된 것인지 각자 자기 몸 한군데를 부여잡고 아파 죽겠다고 하고 있었다.

“이 자식들이. 감히 사람이 말하는데 대답하는 놈 따로 있고, 대답 안하는 놈 따로 있고. 고작 몇 대 맞았다고 정신 못 차리지?”

‘주마등이 지나가는데 고작이라니? 강 건너에서 할아버지가 손을 흔드는 것 같았는데...’

뒤에서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은월의 타격대장은 원래대로면 그러면 안되지만 이상하게 처맞고 낑낑대는 왈패들을 지켜보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며 마음 속으로만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

‘이 놈들...빨리 일어나라. 그렇게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며 뭉그적거려봐야 악마의 분노만 키울뿐이야. 어서!’

“쓰읍, 이것들이 빠져 가지곤. 가기 전에 한번 간단하게 맛보기를 제대로 보고 가야겠구만? 은월 투입.”

“투입!”

용운이 짝다리를 짚고 나직하게 한마디를 내뱉자 은월의 타격대는 일제히 구호를 외치고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아프다고 앓고만 있는 서른 명의 붉은 늑대 앞에 각자 한명씩 섰다.

“기상합니다. 기상!”

한기가 느껴질 정도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붉은 늑대들은 구령을 따라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은월의 타격대는 그 모습을 보더니 자신들이 배운 대로 어정쩡하게 자신들 앞에서 마주선 붉은 늑대들의 정강이 가운데 부분을 세게 후려 찼다.

“컥!”

“아, 아이고!~~~~”

정강이를 걷어차인 붉은 늑대들은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극도의 고통에 다시금 주저앉고 싶었지만 자신들의 앞에선 은월들의 목소리에 자꾸만 정강이로 가려는 손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복명복창합니다!”

“복명복창?”

은월의 타격대는 숙련된 조교의 그것처럼 용운이 바라는 자세가 갖춰질 때까지 허리 뒤춤에 곱혀 있던 제압용 육모방망이를 들어 붉은 늑대를 어루만져주기 시작했다.

몇 번의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 나자 붉은늑대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이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몽둥이가 날아온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격대에 의해 모두 차렷 자세가 된 붉은 늑대를 본 타격대장은 빤히 이 모습을 전부 보고 있는 용운에게 절도 있는 자세로 다가가 경례를 하고선 보고를 했다.

“준비마쳤습니다.”

“그런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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