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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55화 (55/132)

55화

육합전성은 사방에서 소리를 내 시전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전음술로 최소 절정 이상의 무공수위가 아니고선 감히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기술이라고 무림에 알려져 있었다.

사파에도 못 끼는 고작 열댓명밖에 안되는 흑도의 왈패들로선 절정의 무림고수만 해도 감당할 수 없는 무력인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으, 은월이 어찌하여 이런 조무래기들의 일에 끼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상인들을 쓸데없는 분쟁으로부터 우리같은 이들이 지켜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보호세를 걷는 것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우루무치의 관행이오. 관행! 은월은 우루무치의 오랜 전통을 쉽게 깨버리려고 하는 것이오?”

붉은 늑대의 행동대장으로선 꽤나 괜찮은 항변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왈패들까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들 입장에서 제멋대로 합리화하는 모습을 본 용운의 입장에선 그저 역겨울 따름이었다.

‘깡패 새끼들. 맞긴 뭐가 맞아. 처 맞으려고.’

【관행이라고? 이놈들이 악습을 잘도 관행이라고 떠드는구나. 분명 네 입으로 너희들이 걷어가는 ‘보호세’라는 것이 쓸데없는 분쟁으로부터 상인들을 지켜주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했지? 그렇다면 지금 너희들이 잡고 있는 상인의 딸이 어떤 분쟁을 일으켰나? 너희들은 상인의 딸을 납치하는 것을 니놈들은 감히 보호라고 떠드느냐?】

용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먹이는 부녀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 살려주세요. 제, 제발! 저는 이들에게 끌려갈만한 어떠한 죄도 이들에게 짓지 않았어요! 정말입니다.”

“맞습니다! 제 딸이 잘못한 게 있다면 그저 은월이 선언한 것을 무시하고 저희들로부터 돈을 강탈해가는 막으려 한 것뿐입니다.”

행동대장으로선 뭐라고 억지를 부려야 할지 몰라 부하들을 쳐다봤지만 그나마 이들 중에 먹물 근처라도 가본 것은 자신뿐인지라 모두들 뭐라고 둘러대면 좋을지 몰라 뒤통수만 긁적일뿐이었다.

“그건...그러니까...음....(얀마, 놔줘!...어서...)”

행동대장은 수금이야 뭐라고 둘러칠 수라도 있지만 처자를 납치해가는 것까진 뭐라고 둘러치기가 뭐해 아직도 눈치 없이 청과상의 딸을 붙잡고 있는 부하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소근거렸다.

“네?”

“인마, 느즈라고...”

오늘따라 유난히 말귀를 못 알아먹고 되묻는 부하를 향해 행동대장은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선 으르렁거렸다.

상인의 딸을 잡고 있는 자신을 향해 주변의 동료들이 손짓발짓을 하며 입을 벙긋거리는 걸 보고 뒤늦게 눈치챈 부하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나 싶은 마음에 화들짝 놀라서 옷깃을 세게 놔버렸다. 그로 인해 아클리는 갑작스럽게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바닥을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꺄악!”

“저, 미친 놈이...”

“뭐 하는 거야, 인마! 너 미쳤냐?”

여자를 곱게 놔줘도 부족할 판에 눈치 없는 부하가 일으킨 말도 안되는 행동에 순간 붉은 늑대 왈패 모두 깜짝 놀라 얼어버리고 말았다.

“오, 오햅니다! 저 놈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오오오오 으아아아악!”

그나마 행동대장이라는 놈이 나서서 이를 무마해보려고 했지만 용운 입장에선 뺨 때리고 싶은데 얼굴을 내주는 형국인지라 해명이 길어지기 전에 서둘러 움직였다.

강대한 내공을 활용하여 여자를 내팽개친 놈을 비롯한 붉은 늑대의 일당들을 일제히 허공에 띄워버리자 생전 처음 느끼는 비행의 경험에 흑도의 체면조차 신경 쓰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대기 바빴다.

“살려주세요~~~~~~~”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 높이가 11m라고 했지...대충 이 정도쯤이려나?’

바닥에 널브러진 아클리와 자신의 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움직이던 메바뿐만 아니라 우루무치의 군중들은 열댓명의 남자들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3장은 족히 넘을 법한 높이까지 공중에 떠오르자 그 기이한 광경에 사로잡혀 입을 쩍벌리고 말았다.

“허억.”

“사람이 구름도 아니고 공중에 두둥실 떠 있네? 지금 내가 보는 게 맞나?”

“천지신명이시여.”

그러나 세상엔 중력이 있고 떨어지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허공에 띄워 올린 용운의 내공이 사라지자 열댓명의 왈패들은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아이구야...”

“...으윽...내 갈비야...”

“발! 발! 내 발 위에 있는 것 좀 누가 치워줘. 허윽....”

“...으아아악! 내 팔! 내 팔이!”

엄청 높진 않은 11m의 높이에서 떨어진 덕분에 불행이랄지 다행이랄지 누구 하나 죽은 이는 없었다. 그러나 각자 엇갈려 떨어지는 바람에 어디 하나씩은 부러지거나 크게 다치고 말았다. 졸지에 하늘구경을 하고 몸까지 상하자 다 큰 남자들이 어울리지 않게 바닥에 드러누워 애처럼 눈물을 찔찔 짜면서 울기 시작했다.

우루무치의 군중들은 흑도의 무리들이 바닥에 내팽개쳐지고 다쳐서 우는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낌과 동시에 어떤 신인(神人)이 있어 인간을 이토록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일종의 경외심을 느꼈다.

【아프냐? 저 소녀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도 지금 니놈들이 느꼈을 것과 별반 별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서릿발이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음성에 혹시라도 자신들을 죽일까 싶은 마음에 행동대장은 부러진 팔을 다른 손으로 부여잡고 무릎을 꿇고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부디 한번만 기회를.”

눈물로 얼굴이 얼룩진 상태로 애원하는 행동대장의 모습에 다른 왈패들도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껴서인지 다들 다친 몸으로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살려달라 애원했다.

【잘도 기회를 달라고 떠드는구나. 좋다! 지금 이 자리에서 너희들을 죽이거나 더 해하진 않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희가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너희들은 너희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 오늘 있었던 일을 너희들의 무리를 이끄는 이에게 고하고 기다리고 있어라. 우리 은월이 너희들을 찾아가 기회를 걷어찬 것에 대해 징치를 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경고하건대 은월을 마주하기 전에 죗값을 치르지 않고 도망칠 생각따윈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도망치려고 한다면 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도망치는 놈들 모두 죽여 버릴테니!】

서슬퍼런 내용에 왈패들은 오들오들 떨면서 주섬주섬 일어섰다. 방금 전까지 자신들을 허공에 띄웠다 떨어뜨린 그 가공할 무위를 또 경험할까 무서워 주변을 두리번거려봤지만 보이는 것은 자신들을 향해 고소해하는 표정을 한 우루무치의 군중들뿐이었다.

각자 서로가 서로를 부축하여 붉은 늑대 왈패들이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시금 공포스런 육합전성이 들려왔다.

【너희들 잊은 게 있는 것 같은데 이대로 그냥 가려고 하는 것이냐!】

“예? 무얼 말씀하시는지 저희는 잘...”

이미 추락의 공포를 충분히 학습해버린 체이야보리들에게는 호통을 치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들이 잘못한 이에게 사과를 하고 강탈해간 돈은 돌려줘야 할 것 아니냐! 잘못을 저지르고 양심도 없이 사과조차 않고 돈까지 꿀꺽해서 가져가려고 해? 니 놈들을 이 자리에서 그냥 보내선 안되겠구나!】

그제서야 떠나는 자신들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청과상 메바와 그의 딸이 행동대장의 눈에 들어왔다.

“아닙니다. 고, 고의가 아닙니다! 저희들도 경황이 없어서 깜빡했습니다. 깜빡.”

걸을 때마다 부러진 팔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행동대장은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겨우 펴고서 메바와 아클리에게 고개를 숙여 사죄를 하고선 메바가 자신에게 바쳤던 돈주머니를 꺼내 돌려주었다.

메바는 설마 했는데 빼앗긴 돈을 돌려받게 되고 자신과 자신의 딸이 사과까지 듣게 되자 마음 한구석에 쌓인 울분이 조금이나마 씻겨져 내려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껏 의기양양한 자세로 우루무치의 시내를 활보하던 붉은늑대 무리들이 패잔병처럼 축 늘어져서 자신들의 소굴로 걸어가는 것을 보는 우루무치의 군중들은 심장 언저리에서 묘한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세상이 바뀌려나보다.’

우루무치 전역으로 붉은늑대가 크게 낭패를 경험한 일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사람이 하늘을 나는 진귀한 구경을 했던 군중들은 술자리에서 서로 자신들이 본 광경을 진풍경을 보지 못했던 이들에게 신나서 떠들기 바빴다.

“아! 그러니까 은월님께서 ‘안되겄다! 니 놈들은 혼 좀 나야 쓰겄다. 내가 벌을 줄터이니 달게 받아라.’ 하고 이야기 하시자마자 육척은 되는 거구의 왈패들이 하나도 아니고 족히 서른은 되는데도 무슨 조약돌 던지듯이 허공으로 툭하니 솟아오르는 게 아니겠는가?”

“에이...사람을 어떻게 하늘로 날려보내나? 우루무치에 그런 대단한 고수가 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네! 암만 내가 오늘 뭔 일이 있었는지 못봤다고 해도 과장이 심하군, 자네.”

“이 사람이 누굴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내 말이 틀렸나? 틀렸어? 말 좀 해봐. 자네들도 봤잖여!”

“봤지. 이 사람 말이 맞네. 우리 은월님께서 말씀하신 말투는 좀 더 근엄하고 멋있긴 했지만 말이야. 이 사람이 말한 것 중에 크게 틀린 부분은 없다네.”

“참말이란 말인가? ”

“진짜라니까. 몇 번을 말혀! 아이구, 갑갑해. 오늘 일을 본 이들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라. 나랑 다르게 말하는 사람이 있나!”

“그렇다면 내가 오늘 아주 좋은 구경거리를 놓친 셈이로구나! 내가 그 장면을 꼭 봤어야 하는데! 얼마나 속이 시원했을꼬! 내 언젠가 한번 그놈들 크게 경을 칠 줄 알았다!”

“아무렴. 자, 이렇게 좋은 날에 맥주 한잔 시~원~하게 들이켜자고.”

“그래. 그래. 저번에 점원이 알려준 대로 하면 이렇게 하는 거였나? ‘은월을 위하여!’”

“그렇지. 맞지. 위하여!~”

앞으로 우루무치에서 벌어질 커다란 지각변동이 담긴 일화를 사람들이 기분 좋게 나누는 동안 붉은 늑대의 본거지에선 왈패들의 대장인 라흐바르는 수금을 하러 나갔다 크게 다치고 돌아온 부하들의 보고를 모두 듣고 겁에 질려 있는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왜 하필 우리 붉은 늑대야. 행동대장, 분명 우리를 징치하러 은월에서 직접 행차하겠다고 했다고?”

“예, 대장.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느냐, 너희들도 대답해봐라.”

“맞습니다. 저희들도 들었습니다.”

부하들의 말을 듣자하니 육합전성에 허공섭물이면 못해도 초절정 고수였다. 심지어 열댓명을 공중에 띄워올릴 정도면 중원에도 흔하지 않은 무지막지한 무위가 아닐 수 없었다. 초절정 고수 한명만 와도 이류인 자신과 삼류가 즐비한 붉은 늑대의 목숨은 주머니 안의 동전과 같은 신세임을 잘 알고 있는 라흐바르는 미칠 것만 같았다.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떠는 라흐바르를 쳐다보며 부하 하나가 입을 열었다.

“대장...그러지 말고 우리 도망가는 건 어떠하오? 이대로 있다간 다 죽게 생겼는데.”

라흐바르는 순간 혹해서 그럴까 생각을 했지만 부하의 말에 반박하는 행동대장의 말을 듣자마자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도망치려고 했다간 그 자리에서 모두 죽여버린다고 했잖냐. 그러니 도망치는 것은 하 중의 하책이야. 대장, 도망치려고 해선 안됩니다.”

“젠장! 젠장! 젠장! 다른 놈들도 있는데 왜! 우리만! 이건 음모일거야!”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술자리에서 은월의 말따위 무시하고 수금해 오라고 한 건 라흐바르였지만 자신이 했던 말은 어느새 깨끗이 잊었는지 붉은 늑대에 대한 다른 흑도의 사주가 아닐까 싶다며 떠들고 있었다.

그런 라흐바르를 보는 부하들은 ‘이 인간 또 시작이네.’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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