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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53화 (53/132)

53화

자신들을 이끄는 대장이 땅바닥에 자빠졌지만 무기를 들고 있던 브락의 부하들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크게 분노하며 일제히 칼란다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상대방을 죽이려고 칼을 휘두르면서도 한점 거리낌이 없는 걸 보니 니들은 오늘 좀 많이 맞아야겠다.”

여덟명은 되는 덩치들이 일제히 칼을 들고 달려들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여자 손님들이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꼴을 보게 될까 자지러지게 다시 한번 비명을 질러대며 눈을 가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여자들의 귀로 들려오는 소리는 남자가 죽으며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울리지 않게 먼지가 잔뜩 묻은 가죽부대들을 터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이미 초절정이란 경지의 끝에 오른 시간도 어느 정도 지나 무공이 충분히 무르익은 용운에게 있어 그저 덩치만 믿고 힘으로 우악스럽게 박도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왈패들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딱히 초식을 쓸 필요조차 못 느낀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아주 뻔히 보이는구나. 어디로 칼을 휘두를지가’

왈패들은 온몸으로 자신의 칼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드러내고 있는 터라 내공을 사용하지도 않고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면 되었다. 칼을 든 손을 잡아당겨 비틀고 거기에 맞춰 스스로 몸을 비트는 왈패에게서 칼을 자연스럽게 빼내고 명치나 후두부를 세게 한 대씩 가격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같은 방식으로 8번을 순식간에 반복하자 칼이 한곳에 가지런히 모이고 왈패들은 마치 꽃잎처럼 용운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듯 땅바닥에 퍼져 버렸다.

‘손맛만 버렸어...쯧’

두 눈을 뜨고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에겐 경극처럼 서로 합을 맞춘 모습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응?”

눈을 가리고 있던 여자 손님들은 시간이 지나도 자신들이 기대한(?) 반응을 들을 수 없자 그제서야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고 눈을 떴다. 그녀들이 본 것은 칼을 맞고 쓰러져 있는 미남 점원의 모습이 아니라 의식을 잃고 땅바닥에 꼬꾸라져 있는 9명의 남자였다.

칼란다르라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점원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바닥을 툭툭 털면서 다른 점원들을 불렀다.

“곱게 술 잘 마시고 맛있게 구워준 양꼬치 잘 먹었으면 먹은 값을 치르고 가든가 아니면 얌전히 가란다고 할 때 기회로 생각하고 조용히 갈 일이지. 뭐가 잘났다고 행패야. 행패가. 행패도 적당히 부렸으면 몰라. 칼까지 들고 설치네. 안 봐도 뻔하네. (여기 얘들 따로 잘 챙겨놨다 ‘거기’로 보내.)”

용운은 뒷부분은 혹시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전음으로 지시를 내렸다.

“(‘거기’ 맞습니까?)”

“(이런 놈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녀봐야 우루무치만 지저분해져. 그쪽에서 일하는데 사람 더 필요하다며. 이런 놈들 주변에 더 없는지 확인해놓으라고 해. 거리도 청소하고 부족한 인원 좀 충원해줘야겠다.)”

“알겠습니다. 존ㅁ.”

“아아! 쓰읍! (사람들 다 보고 있는데...)”

“(죄, 죄송합니다.)”

같은 점원인데도 직급이 다른 것인지 칼란다르를 도와주기 위해 왔던 점원은 고개를 숙이곤 주변 점원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각 탁자들을 담당하는 점원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탁자의 손님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곤 널부러져 있는 9명의 남자들을 세명의 점원들이 마치 짐짝을 들고 가듯 한쪽 어깨에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론 바닥에 놓인 칼들을 각자 나눠 들고 사라지는 게 아닌가.

나머지 점원들이 와선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 있는 탁자를 순식간에 깔끔하게 치우고선 아무도 이 자리에 온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만들고선 자신의 담당 탁자로 돌아갔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너무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마치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흐음, 됐군.”

“저희들이 알아서 처리해야 했는데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니야~ 이게 뭐 너희들이 잘못하려고 그런 건가? 저런 썩어빠진 놈들이 들어와서 난리 피우는 것까지는 너희들도 예상 못했잖아. 나도 예상 못했고. 근데 앞으로 객잔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무기 착용하지 못하게 하도록 해야겠다. 객잔 입구에 무기 보관소를 따로 운용하는 쪽으로 하는 걸로 해서.”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손님들 중 끝까지 무기를 가지고 입장하겠다고 하는 손님들이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칼란다르라는 점원을 마치 윗사람을 보좌하듯 옆에서 시립한 점원은 같은 점원이 내린 지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칼란다르란 남자는 마치 자신이 그 정도의 권리라도 있는 것처럼 아주 가볍고 명쾌하게 지시를 마무리했다.

“어떻게 하긴? 그런 놈들은 받지마. 조용히 놀고 나갈 건데 무기를 왜 처 들고 와. 속에 드러운 심보가 들어찬 놈들은 괜히 들여봐야 사고 친다. 우리가 뭐 돈이 없나? 손님 대접을 받으려면 우선 손님다워야지. 우리는 손님께만 손님 대접을 해드리면 돼. 진상은 손님 아니야. 알았지? 무기를 보관소에 보관하는 조건으로 들어오기 싫다는 손님은 받지 말라고 해. 그딴 놈들 안 받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잖아.”

“예.”

점검하고 확인해야할 지시까지 모두 내린 칼란다르는 주변 손님들을 향해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이 누군가를 죽이려는 흑도의 칼부림이 아니라 누가 물건을 떨어뜨린 것처럼 치우는 일인 것처럼 부득이하게 손님들의 시간을 빼앗고 불편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본의 아니게 여흥을 즐고 계시다 피해를 받은 3층의 손님들께는 죄송하다는 의미로 현재까지 드신 금액에 한해서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고객님들 모두 퇴장 시간까지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주 일처리가 시원시원하구만!”

“선문객잔에서 이렇게 우리를 대접하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있나. 지금까지 먹은 만큼 더 먹고 가야겠어. 돈으로 아주 혼구녕을 내주겠네.”

“그쪽 형님들이 뭘 좀 아시는구만!”

“멋있어요.”

사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정중한 자세로 주변 손님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남자가 자리를 떠나자 점원들은 일제히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탁자에 있는 주문기록장을 뜯어서 치워버렸다.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기에 흑도 무리를 가볍게 해치운 저 남자가 일반 점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훤칠한 키와 아주 미려한 얼굴을 가진 남자에게 호기심을 가진 여자 손님들은 자신의 탁자를 담당하고 있는 점원에게 방금 전의 칼란다르라는 직원이 누구인지를 묻느라 바빠졌다.

“저기요, 저 사람이 누군데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죠? 3층을 담당하는 담당자같은 분인가요? 혹시 저 분이랑 따로 연락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아...죄송합니다. 저희 선문객잔은 점원들의 신상정보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제3자가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음에 만나시면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굴 죽이려고...이 여자 혹시 동종업계에서 의뢰받은 암살자인가?’

“에이, 그러지 말고 좀 말해줘요~”

“그 부분에 대해선 철칙이라 어길 수가 없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손님.”

‘사장님께 만약 제가 말했다는 이야기가 들어가면 이 좋은 중심가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탄광 관리자로 가야 되는데 내가 왜 알려드립니까. 손님.’

점원들은 하나같이 칼란다르에 대해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똑같이 대답을 하면서 은근슬쩍 돈을 찔러주는 이들에게조차 칼같이 선을 그으면서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아이씨, 이건 못 쓰게 됐네. 이제.”

용운은 머리를 감싸고 있는 검은 두건을 풀어헤치며 ‘은자(隱者)’라는 뜻을 가진 이름인 칼란다르라고 적힌 명찰을 쳐다보았다. 칼란다르라는 가명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은월의 대원들이 혹시라도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선문객잔에 적용할 클럽과 레스토랑의 아이디어는 또 없는지와 같은 것들을 필드에서 본인이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었다.

“어이구, 우리 교주님, 한건 하셨다면서요?”

“야! 너 입조심 안 할래?”

“쉬잇.”

경수가 자신의 입을 검지로 가리며 입을 다물자 신기하게도 선문객잔 안에 있음에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슨 소리 난다고 그러세요? 교주님, 여기서 뭐라고 이야기한들 누가 듣는다고. 긴장할 때 긴장하고 풀 땐 풀어야지요.”

“그래도 평소에 조심해. 안 그러면 나중에 실수한다니까.”

“깐깐하십니다. 아주.”

“네네~ 여기선 화운이라고 부르는 것 잊지 말고.”

“하이고~우리 교주님은 잔소리하는게 아주 시어머니가 따로 없다니까. 제가 다른 사람들 있는 곳에서 퍽이나 그러겠습니다.”

둘이 이야기하는 장소는 겉으로는 4층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려 6층으로 되어 있는 선문객잔에 숨겨진 은월의 비밀기지 안에 있는 곳이었다. 일부러 층고(層高)를 높여 지은 덕분에 3층과 4층 사이에 공간을 확보하였고 밖에선 보이지 않는 비밀의 층을 추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 현대의 공법을 응용하여 지하를 파서 따로 지하에도 지하실을 만들어 놓았다.

외부에선 알 수 없는 이 두 개의 층에는 은월의 대원들이 일을 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존재했다. 특히나 외부의 소음이 안으로 들려오거나 내부의 소음이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음(防音)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둘이 있는 공간에선 누군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소음이라곤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하,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내셨습니까?”

“뭐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객잔같은 곳에 은월같은 비밀집단을 숨기는 거 말입니다.”

경수는 비밀리에 활동하는 집단이라면 사람들이 오지 않을 법한 산속 깊은 공간이라든가 인적이 드문 곳에 거처를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교주가 떠올린 방안은 자신의 통념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있어야 은월의 대원들이 오가더라도 이상해보이지 않는다며 대담하게도 객잔 내부에 이같은 비밀시설을 만든 것이었다. 실제로 운용해본 결과 교주의 주장대로 숨긴 이 비밀시설의 운용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이니만큼 은월의 대원들이 드나들더라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나무는 숲에 숨겨야지. 허허벌판에 나무를 숨기면 그게 숨겨지냐?”

“맞습니다.”

용운이 은월을 선문객잔 내부에 숨긴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경수는 하오문을 운영하여 하층에 속한 이들로부터 정보를 습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용운의 생각은 달랐다. 은월의 예비대를 선문객잔의 점원들을 잠입시킴으로써 정보를 습득하고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을 만들기 위해 객잔을 만들었고 정보의 더블체크는 정보의 신뢰도를 한층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다.

사람들은 술에 취하면 점원들로 위장해 있는 요원들의 존재를 어느 순간 까맣게 잊고선 나름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쉽게 잘도 끄집어냈다. 고문을 한다거나 따로 비용을 지불하며 정보를 얻는 것보다 훨씬 간편한 방법이었다. 특히나 남자들 옆에 여자가 있는 경우라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있는 허세 없는 허세를 다 떠들어대는 통에 하오문을 통해서라면 얻기 어려웠을 우루무치의 다양한 정보들까지 너무나 쉽게 직접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기가 막힙니다. 객잔을 운영해서 활동비도 알아서 벌어. 고급 정보로 가공해서 판 돈으로 정보료도 벌어. 오늘처럼 광산에서 일할 공짜 인부들까지 수급하고. 일석삼조네. 이게 도대체 이득이 얼마입니까? 교주님, 제가 한번 안아드려도 되겠습니까?.”

“꺼져. 징그러워! 그만해~”

“아잉, 왜 그러십니까. 가가~ 저희들의 아름다웠던 과거는 벌써 잊어버린 건가요? 그때 정말 좋았는데. 우리~”

“으윽, 방금 간드러진 목소리 토나올 것 같았다. 1절만 하랬더니 2절, 3절 아주 뇌절을 하는구나.”

경수가 괜히 아양을 떨면서 장난을 쳤지만 용운이 일절에서 그치지 않으면 하오문의 책임자로서 기강해이의 책임을 물어 원로원에서 특별 수련 2주를 추가하겠다며 정색을 하는 통에 경수는 장난을 더 치지 못하고 순간 멈춰야 했다.

‘원로원 특별수련이라니...심지어 1주도 아니고 2주? 그건 정말 싫어요. 교주님...전 그냥 장난친 건데!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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