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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51화 (51/132)

51화

“크아아아, 이 맛이지. 이 맛이야.”

“요즘은 이걸 안 먹으면 일주일을 제대로 보낸 것 같지가 않다니까.”

“진짜 그동안 이런 것도 모르고 무슨 재미로 살았나 몰라.”

“크으으으. 죽인다. 죽여!”

우루무치 중심가에 처음 선문객잔이 지어질 때만 해도 사람들은 지어지는 선문객잔의 건물이 객잔용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보통 중원의 객잔들은 2층으로 가운데가 바닥이 비어 있어 외부에만 방이나 탁자와 좌석이 배치되는 목조건물로 지어지는데 반해 선문객잔은 커다란 장막으로 가리고서 비밀리에 건물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매일 많은 물자들이 수레에 실려 끊임없이 들어가고 나면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부터 나무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실려 나오곤 했다. 마침내 건물이 다 지어지고 장막이 없어졌을 때 생긴 건물은 무려 4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이었다. 당연히 이 건물의 정체에 대해 사람들 사이에선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선 많은 말이 오갔다. 그동안 무주공산이었던 사파가 이 지역을 먹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는 건물일 것이라든가 새로 지어지는 관의 건물이 아닌가까지 의견들은 다양했지만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에는 정답은 없었다.

어느 날 건물 입구 위에 달린 아주 멋진 필체로 쓰여진 명판에 ‘선문객잔(善們客棧)’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 비밀스럽게 지어진 건물이 겨우 ‘객잔’에 불과하단 것을 사람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객잔 건물이 무려 4층이라니...올린 것도 신기하고...객잔을 저렇게 크게 지을 필요가 있단 말인가 돈 낭비같은데.?”

“그러니까...난 그것보다 사람들이 들어가면 와르르 무너질까봐 무서워.”

선문객잔은 건물의 외형도 새로웠지만 개업을 하면서 한 개업식은 다른 객잔들과 너무도 달랐다.

아리따운 여성 둘이 처음 보는 양식의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더니 객잔의 점원들이 나와 시식(試食)이라고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양고기를 꼬치로 만들어 구운 요리와 함께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선문객잔의 개업식은 우루무치 사람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하나의 행사이자 축제처럼 보였다.

화려한 개업식으로 우루무치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첫인상을 남긴 선문객잔은 시작부터 무저갱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빨아들였다.

시식행사에서 나눠준 음식도 우루무치 사람들에겐 새로운 방식이었다. 기존의 양고기를 먹어 왔던 입장에서 양꼬치라고 하는 꼬치구이 형태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새롭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선문객잔에서 양꼬치를 찍어먹으라고 준 양념가루들을 곁들여 먹자 그 생각은 완전히 탈바꿈했다. 거기다 예전에 한동안 우루무치에서 팔리던 맥주가 양꼬치와 어울리자 서로가 이루어내는 조화로움은 그야말로 미미(美味)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허어...맥주에 양꼬치라...이게 바로 신선들이 논다는 선경(仙境)이로구나!”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난 선문객잔에 가봐야겠네. 늦으면 자리도 없겠어.”

며칠간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시식행사가 끝이 나고 선문객잔에는 선문객잔의 양꼬치와 맥주 맛을 본 사람들과 그 사람들로부터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미어터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알지 못했지만 이때가 우루무치 아니, 전 중원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객잔이 최초로 등장한 것이었다.

선문객잔에서 처음 사람들을 끌어모을 때만 해도 중심가의 상인들은 그저 특이한 개업식에 이끌려 사람들의 관심이 일시적으로 집중된 결과라고 생각했다. 개업을 하면 으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새로운 가게에 사람들이 호기심에 많이 오는 것은 자신들이 개업할 때도 경험했던 일반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되었을 때 중심가의 객잔 주인들은 인정해야만 했다.

“개업빨이 이렇게 세고 오래가는 건 처음 보는군. 휴우..언제쯤 끝나려나.”

“뭔 개업빨이 두달이나 가나! 이게 다 저들이 처음 보는 방식으로 개업식을 해서 그런 거 아니겠소? 야비한 놈들!”

“그게 아니요! 분명 사람들은 저 냄새에 끌리는 것이오! 객잔 근처만 가도 사람들이 코를 벌름벌름하는게 안 보이는 것이오?”

“훗, 좀 더 고차원적으로 생각해보시오. 난 객잔 한가운데에 저렇게 무대를 꾸며 사람들이 무희들과 음악에 홀려 가는 거라고 생각하오...이래서야 우리같은 객잔들이 무슨 수로 손님들을 끌어 모을 수 있겠소? 이대로 있다간 우린 다 죽소!”

객잔 주인들의 우려대로 우루무치의 젊은 남녀들에게 있어 선문객잔에 가는 것은 하나의 유행이 되어가고 있었다. 선문객잔에 가면 가운데에 있는 무대에선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이 있어 술맛을 한층 배가시켜 주었다.

“음악을 들려주는 객잔이라니. 저 중원의 치들도 감히 우리처럼 호화스런 문화생활을 즐기진 못할거야.”

“아무렴! 이 맥주와 양꼬치에 음악이 어울리면 우리는 천하무적이라고!”

“매일 이랬으면 좋겠다! 먹고 죽어~”

기존에 없던 방식의 악기들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어울려 만들어낸 음악은 듣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춤을 추게 하고 흥겨움에 취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가볍지만 청량감이 돋보이는 술과 가루를 찍어 먹는 양념이 어울린 고기가 곁들여지니 선문객잔에선 그야말로 작은 축제가 매일 열리고 있는 셈이었다.

젊은 피를 가진 이들일수록 선문객잔에서 술 한잔하는 즐거움에 빠져들지 아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한번 가본 이들이라면 두 번을 가고 싶어했고 두 번을 가본 이들은 또 가고 싶어하는 그런 꿈의 장소가 바로 선문객잔이었다.

“이렇게 아리따운 소저들과 좋은 공간에서 풍류를 즐길 수 있으니 내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호호호, 헌헌장부께서 어찌도 이리 말씀을 정답게 하십니까? 빈 말이라도 듣기가 좋네요.”

“빈말 아닙니다. 이건 저의 진심입니다.”

“어머! 잔이 넘치겠어요.”

“숨기려고 해도 당신을 향한 제 마음이 멈추질 않다보니...이거 참. 저도 모르게 목이 바짝 바짝 탑니다. 꿀꺽.”

“어머~ 술 마시는 모습이 왜 이리 호탕하세요. 여기 양꼬치도 좀 드셔보세요.”

소저가 건네주는 양꼬치를 남자는 손으로 받지 않고 입을 가져다 대선 늑대처럼 물었다. 이같은 모습을 보는 양측의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신이 났다.

“야야야, 저거 봐라. 저 여시 아주 신났네. 흐흐흐”

“저 옆에 남자도 괜찮네.”

“어? 내가 찍었는데?”

“저 놈 저거 언제 저렇게 주둥이가 늘었냐. 내가 배워야겠네.”

“그러게. 오기 전만 해도 자기같은 뼈대 있는 집안의 사람이 갈 곳이 아닌 것 같다고 하더니 완전 물 만난 고기구만.”

살면서 함께 남녀가 어울려 즐길만한 공간이 없던 가운데 판이 깔리니 이런 광경은 객잔 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선문객잔을 통해 연인이 되었다는 이들의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젊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선문객잔에는 자연히 우루무치에서 손에 꼽는 선남선녀들의 비율도 높아졌고 이는 우루무치의 미남미녀들을 만나보고 싶은 다른 젊은이들의 흑심을 자극해 선문객잔에 줄을 만들어내는 무한의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었다.

“허허...우리는 파리만 날리는구나.”

“빌어먹을 선문객잔...저기는 저렇게 미어터지는데..에이 확 무너져버려라.”

겨우 2층짜리 객잔인데도 나이든 손님 몇 명이나 와서 싸디 싼 소면이나 먹고 있는 모습을 보는 중심가의 상인들은 선문객잔에 미어터지는 손님들을 보고 있으니 살살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선문객잔은 평범한 자신들의 객잔들과 다르게 무려 4층짜리로 지어진 대형객잔이었다. 선문객잔은 그렇게 높은 건물임에도 말도 안될 정도로 많은 손님들을 받아들이고도 흔들림도 없이 끄떡없었다. 오히려 지어진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제대로 보수도 한 적이 없다 보니 오는 손님들만 받아 장사를 하고 있어 손님이 많지 않은데도 건물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는 쪽은 이쪽이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여기부터는 입장하시려면 최소 한시간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깔끔하게 빼입은 선문객잔의 점원은 복장부터가 통일되어 있어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선문객잔의 직원임을 알 수 있도록 했는데 기이한 것은 각자가 자신의 예명을 가슴에 달고 있다는 것이었다.

줄을 세우던 직원의 예명을 알고 있었는지 긴 줄에서 기다리던 남자 손님 하나는 직원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쾌남(快男)이, 나야...여기 단골, 자바리! 내 얼굴 알잖나. 이 자바리가 매번 이렇게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안 그래? 날 봐서라도 나 좀 먼저 들여보내 주시게! ”

남자의 주변에는 덩치가 좀 있는 사내들이 여럿 함께 서 있었다. 주눅이 들법도 한 상황에서 쾌남이라는 예명을 가슴에 달고 있는 직원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손님의 앞에 다가와 친절하지만 그렇다고 또 과하게 굽실거리는 느낌은 들지 않는 자세로 손님을 대했다. 보통의 점소이가강한 사람들만 보면 허리를 굽히기 바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다른 대응이었다.

“죄송합니다. 선문객잔의 주인께선 선문객잔을 찾아주시는 모든 손님께 동일한 원칙으로 손님을 대접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마음 같아선 개업 이후 선문객잔을 자주 찾아주시는 자바리님같은 고객들을 먼저 안으로 들여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식으로 입장하신 것이 확인되면 제게도 불이익이 발생하지만 저 뿐만 아니라 손님께도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쾌남이라는 직원의 말에 자바리는 어이가 없었다. 기껏해야 점소이쯤 되는 쾌남과 손님인 자신은 입장부터 다르지 않은가. 돈을 내는 이쪽이 무슨 불이익을 받는지 궁금했다.

“손님인 나에게 불이익이라니? 객잔에서 내게 무슨 불이익을 준단 말인가?”

“선문객잔에선 가게 내에서 다른 손님과 다툰다거나 난동을 피우는 경우를 비롯해서 선착순 입장을 무시하고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거나 입장을 내세워 직원에게 강압을 하거나 사사로이 뇌물을 지불하여 새치기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선문객잔의 주인께서 세우신 원칙을 어긴 손님은 해당 사항이 확인됨과 동시에 진상 손님으로 지정되고 객잔에서 관리하는 명단에 올려 영구적으로 입장을 불허합니다. 자바리 님을 위해서라도 제가 원칙을 어길 수 없다는 걸 양해 바랍니다.”

“크허허....”

“대단하구만!”

“역시 선문객잔은 등장부터 다르더니 운영방식도 남다르구만. 아주~ 달라!”

직원 쾌남의 차분하고도 강직한 설명에 주변 사람들은 선문객잔의 주인이 세운 원칙이 나라의 법보다 엄정하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같은 설명을 듣고 모두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에이, 설마 말이야 그렇게 해도 겨우 객잔 따위가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해서 쓴단 말인가?”

“아닙니다. 저희 객잔의 주인이신 화운 님께서 세운 원칙에 따라 만약 선문객잔의 흑명단(黑名單)에 한번 이름이 올라가면 어지간해선 삭제가 어려우니 혹시라도 주변에 아는 분들이 흑명단에 올라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일개 객잔의 원칙이라기엔 너무 빡빡하다면 빡빡했다. 자바리는 불쾌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쾌남의 설명을 듣고 워낙 박수를 쳐대는 바람에 뭐라고 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뭐야...그게...”

줄에 서 있다가 쾌남의 설명을 듣고 있던 이킨치 객잔의 장남 이즈더쉬는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객잔과 깊이가 다른 선문객잔의 운영철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객잔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봐온 입장이라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보다 쾌남의 말이 더 크게 와 닿았다.

‘허어...일개 객잔에서 저런 식이 가능한가?’

보통의 객잔이라면 손님이 진상이든 아니든 구분하지 않고 돈을 많이 쓰는 손님이 왕이다. 만약 돈이 좀 없더라도 우루무치를 주름잡던 노수호같은 사파무리들이 몰려오면 저런 원칙은 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지금이야 일시적으로 은월이라는 집단에 의해 노수호가 멸문을 당해 우루무치에서 힘을 잡을만한 흑도무리라든가 사파무리가 없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무주공산(無主空山)이나 다름없는 우루무치의 밤을 서로 먹어 치우기 위해 싸움이 시작되고 승자가 결정되면 저런 원칙은 지킬래야 지킬 수가 없을 것이었다.

‘순진한 건지 대담한 건지 모르겠군.’

당장 이킨치 객잔만 해도 자신들에게 상납금을 바치라는 왈패무리들이 여기저기서 지분대는 통에 자신의 아버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 아니던가.

‘아무래도 화운이라는 사람은 장사에 대해 잘 모르고 돈만 많은 부잣집 도련님인가보군.’

이즈더쉬가 그렇게 선문객잔의 주인에 대해 생각을 하며 줄에 선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소리를 지르며 이즈더쉬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이 놈이! 여기서 뭐해!”

“뭐야! 어떤 개자식이야! 감히 어떤 놈이 이 몸을 건드리는 거야!”

“니 애비다. 이놈아! 개자식? 니 지금 나한테 개자식이라고 했냐?”

“아, 아부지?”

길게 늘어선 손님들을 쳐다보며 부러워하면서도 속이 타던 이킨치 객잔의 주인인 이크벌은 기다리는 손님들 중에서 아주 낯익은 뒤통수가 눈에 확 들어왔다.

‘뒤통수가 아주 눈에 익어...흐음 ’

천천히 이동을 하던 중 들린 선문객잔의 점원이라는 쾌남의 설명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코웃음을 치고 있는데 자신의 눈에 익숙한 그 뒤통수는 말도 안되는 운영방식에 뭐가 그리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는지 뒤에 자신이 오는 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크벌이 좀 더 가까이 와 익숙한 뒤통수의 소유자의 옆모습을 본 순간 직감했다.

자신의 슬픈 예감은 오늘도 틀리질 않았다는 것을.

“이 놈의 자식을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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