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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38화 (38/132)

38화

나도 이제 너튜버가 다 되어가는 것일까. 너튜버들의 삶에 젖어들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점점 알 것만 같았다. 보통의 너튜버들이 주기적으로 영상을 올리기 위해 항상 컨텐츠에 목이 마른 것처럼 나도 자꾸 영상소스를 보내달라는 김PD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지금도 소스 보내달라는 김PD의 메일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어휴, 내가 사장인데 왜 내가 쪼이는 거야...항상 영상을 만들 생각만 하니 정작 내 생활이 없어지는 것만 같잖아. 전생에 취준생으로 살 때보다 어떻게 된 게 더 바빠.’

정석은 아니지만 나름의 요령을 통해 유사 어검비행술이 가능해진 나는 너튜버답게 다진에게 부탁해 이를 영상으로 담을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교주님, 방금 전에 검 위에 올라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니까 꼭 검선 같았어요.”

“그래?”

“막 신선님 같았다니까요? 휘이익하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아이돌도 아니고 신선같아 보이는 게 다진이의 감성에는 멋있는 건가? 칭찬인 것 같긴 하다만 쫌 별론데...?’

시대가 다르면 표현하는 방법도 바뀌는 것인지 다진이 표현하는 멋있음에 대한 경탄은 신선과 장군이라는 단어와 함께 쏟아져 내렸다.

“저기 있잖아요...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응? 무슨 부탁?”

“교주님...저도 가능하다면 한번 태워주면 안되나요?”

“태워줘? 검 위에?”

“네.”

몸을 베베 꼬고 쑥쓰러움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다진이는 뜻밖의 요구를 해왔다.

“하늘을 직접 날아보고 싶어?”

“당연하죠! 신선도 아니고 누가 날아다닐 수 있겠어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으음...”

자동차도 아니고 검을 타고 하늘을 나는 일이었다. 눈을 타고 내려오는 스노우보드와는 위험스럽다는 면에서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스노우보드야 타다가 미끄러져도 그냥 푹신한 눈 위에 쓰러지면 될 일라 크게 다칠 일은 없었지만 검 위에 올라타서 하는 공중부양은 공중의 기류를 몸으로 읽어내고 무게중심의 이동에 따라 검의 방향을 조절하는 등의 감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나름의 고난이도 작업이었다. 그러니 그저 드론을 날리듯 다진을 검에 태워주고 내가 지상에서 지켜보며 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혼자 타게 하는 건 좀 위험해서 안되는데...혹시라도 떨어져서 내가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면 진짜 위험하다고. 그래도 타고 싶어?”

혹시라도 공중에 다진이 홀로 띄웠다가 자칫 중심을 못 잡고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간 우회적인 표현으로 사양하고자 꺼낸 말이었는데 다진에겐 다르게 들렸던 것 같다.

“괜찮아요! 교주님, 그럼 저랑 같이 타면 되죠! 꼭 저 혼자 안 타도 돼요. 그럼 되는 거죠?”

“같이 타자고? 너랑 나랑? 같이?”

“네!”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태우듯이 뒤에 태울까도 생각해봤지만 다진이가 위험해도 내가 어떻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다진이를 뒤가 아니라 앞에 서게 했다.

“나한테 몸을 싣는다는 느낌으로 살짝 기대는 게 좋을 거야.”

“교,교주님, 저 준비 됐어요.”

백허그를 하는 것처럼 다진을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어서 다진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날다가 무섭거나 힘들면 이야기해. 알았지? 균형을 잡기 어렵겠다 싶으면 어서 말하고. 내가 미리 안되겠다 싶으면 알아서 할 거긴 하지만.”

“아, 알았어요.”

“너 설마 무서워서 그래? 그래도 내가 같이 타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힘들면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원하면 지금이라도 그만 둬도 돼.”

“아니요~전혀~. 정말로~ 괜찮아요. 날아보죠!”

이상하게 다진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아서 그냥 그만두는 게 맞나 싶어 물어봤는데 다진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괜찮다고만 했다.

좁은 검 위에 둘이 밀착해서 올라가자 호버보드에 올라탄 것처럼 검이 살짝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공중에 떠 있던 검이 서서히 위로 떠오르자 다진의 몸이 떨리는 것이 내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진은 멈추라거나 내려달라고 하지 않고 꽤나 잘 버텨냈다.

“자, 이제 시작한다.”

“가, 가요!”

검을 띄워서 앞으로 나아가자 다진이는 내 양 팔을 자신의 두 팔로 콱 붙잡으며 자신의 몸을 내게 기대왔다.

‘둘이 같이 타니까 혼자 탈 때보단 조금 더 조심스럽네.’

나 혼자 나름대로 나눠놓은 6단의 속도에서 대충 시속 20km쯤 하는 1단에 적응했는지 다진이가 날 붙잡고 있는 손목의 힘이 슬슬 풀렸다.

“다진아, 어때?”

“좋아요! 너무 좋아!”

“그럼 속도를 좀 더 올려볼까?”

“어? 여기서 더 빨라진다구요?”

“왜? 무서워?”

“아니요! 더 빨리 날아도 좋아요!”

“어...”

내가 생각하기에 대충 50km는 되겠지 싶은 속도로 가속하자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있는 윈드실드 역할을 해줄만한 게 없어서 맞바람이 거세게 느껴졌다. 이 때문인지 다진이가 다시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내 양팔을 꼬옥 붙잡으며 바들바들 떨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만이라거나 속도를 줄여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뭐야...왜 안 무서워해. 의외로 다진이가 강심장인건가? 스노우보드 탈 때 겁을 안 냈던 걸 보면 맞을지도?’

나도 처음 탈 때는 이 속도에 긴장해서 바짝 얼었는데 다진이는 내 생각보다 아니, 나보다도 훨씬 잘 적응했다.

‘다진이가 전생에 폭주족이나 비행기 조종사였나? 잘 참네. 그나저나 무슨 샴푸도 없는데 다진이 머리카락에서 향기가 난다.’

별 시답잖은 생각을 하다가 더 가속을 할까 했는데 다진의 머리가 너무 나풀거려 눈앞을 가리는 통에 시야확보가 잘 되지 않았다.

‘다음에 태워줄 때는 머리를 잘 묶고 타라고 해야겠어.’

한참을 날아다녔다 싶어서 서서히 속도를 낮추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다진아, 재밌었어?”

“네?...어, 음, 즐거웠어요.”검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게 먼저 내가 내리고 다진이의 허리춤을 양팔로 잡고 내려주었다. 다진이의 얼굴은 분명 좋아하는 표정인 것 같긴 한데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너무 추웠나?’

용운은 다진이의 얼굴이 빨갛게 된 것이 한겨울에 바람을 막을 마땅한 장치 없이 공중을 날아다녀서라고 생각했다.

“다진아, 얼굴이 빨개졌어. 많이 추웠나보다. 추우면 춥다고 이야길하지. 그럼 이렇게까지 얼굴이 빨개지진 않았잖아. 어휴.”

“제 얼굴 빨개요?”

다진이는 나의 말에 빨갛게 달아오른 자신의 양볼을 감싸고 조물거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선 한여사랑 하기로 한 일이 있는데 까먹었다면서 먼저 가보겠다면서 서둘러 뛰어갔다.

“뭐야, 솔직히 무서웠구만? 그럼 그렇지.”

다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문을 꼭 닫고 침상에 누워선 용운과 함께 신선과 선녀님처럼 하늘을 함께 날았던 순간을 곱씹었다. 그러자 용운의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왜 그때 얼굴이 빨개져선...좋았는데. 아까 진짜 행복했는데...아쉽다.”

***

용운은 자신이 어검술을 배웠던 때처럼 똑같이 어검비행술에 대해 사호법에게 가르쳐줬다. 사호법의 경지가 더 높아서인지 이들은 나보다 더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하하하하, 교주님! 보이십니까?”

“교주님, 이러고 있으니 제 풍모가 꼭 검선 여동빈같아 보이지 않습니까?”

“풉, 둘째 형님께서 창 위에 올라타 있는 모습이 검선 여동빈이 아니라 꼭 여포 봉선같구만. 무슨 여동빈이야. 여동빈은.”

“뭬야? 여포 봉선? 내가 그런 후레자식으로 보이더냐!”

“아이쿠야, 노인네. 반로환동하더니 귀만 밝아졌나...”

“자룡이 인마! 노인네? 나처럼 헌앙한 노인이 어디 있냐! 우리 허여사가 나만 보면 얼마나 멋있다고 하는데. 너 일루와!”

“내가 퍽이나 형님한테 가겠소. 형님이 나라면 오겠소? 잡을테면 잡아보쇼. 하하하. 나 정도는 되는 풍모여야 여동빈같지 않겠소?”

네 명의 중년이 장포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선녀들이 날아다니면 모를까 시꺼먼 남자들이 날아다니는 건 어찌 보면 장관이긴 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아우, 정신 사나워. 괜히 가르쳐줬나.’

톰과 제리처럼 ‘거기 서’라고 씩씩거리는 두팔 호법과 ‘잡을테면 잡아보쇼’라며 도망가는 자룡 호법의 모습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창과 검 위에 올라탄 그들은 내공을 통해 힘으로 날아다니는 나와 다르게 기의 자연스러운 운용을 통해서 날아다니는 덕분에 1시진 정도 날다가 내려온 나와 다르게 몇시진을 계속 날아다녀도 지치는 것 같지 않았다.

설산을 배경으로 날아다니는 그들의 모습은 확실히 나름 풍취가 느껴져 보기에 그래도 퍽이나 좋아 보였다..

“노인네들이 진짜 반로환동해서 힘이 남아도나. 총알처럼 빨리도 나네. 나보다 더 오래도 날고....근데 나보다 빨리 더 오래 날아다녀? 흐음. 어디 보자. 오래 날아다녀도 지치질 않는다. 이거지?”

그렇게 한참을 날던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내 머리로 스쳐 지나가는 한 단어가 있었다.

“요거다.”

산간 깊은 곳에 있는 신교의 마을은 유통 측면에서 굉장히 불리한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수호진 장군의 지휘를 받는 준보나 경수같은 경비대원들이 강건한 육체를 통해 일정 주기로 마을의 물건을 외부에 가져가 팔고 그로 얻은 이익을 가지고 마을에 필요한 물자를 구매해오곤 했었다. 하지만 겨울이 되어 계속 쌓이고 쌓인 눈이 얼어 오가기가 어려워지면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굳이 겨울이 아니어도 산간 내부라는 입지는 물건을 만들어 밖으로 내보내고 재료를 들어오는 물류의 유통 측면에서 굉장히 불리한 입지였다.

“하지만 우리의 호법 4명이 하늘을 날아 총알처럼 항공배송을 한다면? 이런 불리한 입지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지 않을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비행기라는 탈 것을 만들어냈을 때 인류가 비행기로 무엇을 해냈던가. 누군가는 비행기를 가지고 전쟁에 사용하여 무기로 먼저 쓸 생각부터 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비행기로 물건과 사람을 배송해주는 운송수단으로 사용하길 원했다. 나 역시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저들이 이곳에서 유통의 혁신을 가져다줄 인재들이라고 생각을 바꾸자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4명의 노인들이 어느새 힘이 넘치는 데다 특별히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고 연료같은 것도 들지 않는 항공기로 바뀌어 보였다.

‘호오, 밥만 주면 유류비따윈 들지 않는 건가? 어디 보자, 한번에 짐을 많이 나르려면 등에 커다란 상자를 메도록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4두마차처럼 4명의 뒤에 커다란 짐마차를 달고 날아다니게 해...? 보부상 스타일보다는 다 같이 나눠 드는 게 더 많은 짐을 나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늘을 날고 있는 우리 호법들이 밭 잘가는 누렁소와 검은 소처럼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용운이 속으로 네명을 부릴 생각을 하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세상 모르고 하늘을 날면서 좋아하던 사호법은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얼음 덩어리가 등허리를 훑고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오한이 드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뭐지?”

“갑자기 뭔 한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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