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33화 (33/132)

33화

사호법은 초절정이란 경지의 끄트머리에 도달하여 오랫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 존재했음에도 겨우 지금 내가 시도하려는 것보다 적은 4겹에 불과한 경락을 형성하는 것으로 그쳤다. 반면 나는 그들이 만든 4겹의 경락에 두배에 해당하는 8차선의 경락을 만드려고 준비 중이었다. 문제는 내 경지가 겨우 절정고수밖에 되지 않아 스스로 쌓아 올린 자신만의 내공이 그들보다는 작았다는 것이었다.

경락 뿐만 아니라 12기통 엔진의 구조에서 착안한 형태로 하단전을 리모델링하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내공과 함께 세밀한 조절 능력이 필요했다. 나는 이를 위해 중단전에 틀어박혀 있는 봉인된 천마들의 내공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대단한 내공이 있다고 한들 써먹지 못하는 내공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으니까.

“모셔만 둬서 뭐할거야. 조상님들 이 후손이 물려주신 내공은 좋은 곳에 잘 쓰겠습니다.”

용운은 이제 갓 도박판에 뛰어든 도박꾼이나 할 법한 소리를 내뱉었다.

혓바닥으로 설탕을 살살 녹여 먹듯 단단한 봉인된 외벽에서 아주 작게 내공을 하단전으로 흘려보내는 작은 구멍을 일점사를 하듯 집요하게 노려 넓혀내는 작업은 꽤나 오랜 시간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랜시간 인내심을 갖고 마침내 점을 어느 정도 크기 이상으로 확장시킨 순간 부터는 안에서 밖으로 방출되려는 압력에 의해 저절로 구멍의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흐음, 이거 정신줄 놓으면 지읒 되겠는데? 집중해라, 화용운. 이때가 위험하다고 했잖아. 호법 할아버지들이.’

거대한 내공이 쓰나미처럼 중단전에서 하단전으로 내려올 때 생기는 통증은 그저 이를 악물고 참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것만 같은 힘의 거대한 파도에서 발생한 통증으로 인해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만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냉철한 이성은 알고 있었다. 지금 버텨내야 하는 시간은 뿜어내는 압력만큼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것이라는 걸.

‘차라리 플랭크를 1시간을 하고 말지. 으어어어.’

내가 구상한 대로의 12기통 단전이라면 선조들이 물려준 거대한 내공을 내 몸에 맞도록 걸러내는데 있어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거대한 내공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여 이 세상 누가 가진 단전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튼튼하게 설계한 대로 성형해나갔다. 결코 쉽지 않았다. 대대로 물려받아 내 안에 봉인된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의 압력으로 코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포기하면 죽도 밥도 안돼! 침착해.’

단전을 재형성하는 동안 심상(心想)에는 신기한 장면이 언뜻 언뜻 스쳐 지나갔다. 내공 안에 존재하는 작은 입자들이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고 당겨내기도 하면서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이었다.

‘이 이미지들은 뭐지?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허업.’

그러나 내겐 순간 순간 스쳐가던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할 만한 여유같은 것은 없었다. 강력하고 농밀한 내공을 다루는 것은 막대한 심력을 필요로 했으니까.

그렇게 고난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만들어낸 V12 단전은 거대한 내공을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막강한 내공을 다루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V12 단전을 통해 선조들이 쌓아놓은 적금과 같은 내공은 이제 나의 것으로 바뀌어 단전 안에 자리잡게 되었다.

‘내공을 힘껏 내보내도 충분한 엔진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다음 단계야. 여기서 망치면 화룡을 멋지게 그려놓고 눈동자를 잘못 찍는 거나 다를 바가 없어. 할 수 있다. 화용운!’

이젠 이 막대한 내공을 순간적으로 뿜어내고 문제가 없을 튼튼한 경락을 만들어낼 차례였다.

8차선 도로와 같이 경락을 단선(單線) 구조가 아닌 여러 겹의 복선(複線) 구조로 짜기 위해선 V12 단전 안에 품은 강력하면서도 거대한 내공이 필요했다. 실제 도로를 넓히는 작업이 막대한 비용과 적지 않은 인력이 필요로 하는 것처럼 현 무림계의 상식대로 형성되어 있는 단선 경락을 복선의 형태로 리모델링하기 위해서.

대맥과 세맥이라고 하는 기존의 분류를 뛰어넘어 고속도로처럼 복잡하면서도 유기적인 형태로 경락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외부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내보낼 수 있는 인체의 기혈과도 연결하여 유기적인 기능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했기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전은 또 다르구나.’

이 과정에서 용운의 육체는 단전과 경락을 통해 흐르는 막대한 내공의 영향을 받아 뼈의 밀도가 올라가며 마치 강철과 같은 강도를 갖게 되었으다. 또, 근육 한올한올에도 풍부한 기운이 스며들며 근섬유는 더욱 두터워지고 질겨졌다. 이로 인해 인간의 육체만으로 낼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근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저 경락과 단전만을 생각하고 있는 용운은 알지 못했다.

부가적으로 어린 나이에 절치부심하며 절정고수에 이르기까지 뼈를 깎는 수련을 해오느라 여기저기 조금씩 뒤틀렸던 인체 밸런스라든가 살짝 시큰거리기도 했던 어깨 관절 등 조금씩 망가졌던 용운의 육체는 강력한 내공을 통해 교정되며 새로 태어난 것처럼 싱싱해졌다.

내부에선 마치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만약 지금 용운이 자신을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눈을 반개한 채 부공삼매의 상태에서 지상에서 떠올라 마치 거대한 금색 알처럼 타원형의 고치 형태의 기운으로 감싸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변화를 거치고 있는 용운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한명 있었다.

“엄마야...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다진은 며칠이 지나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교주에게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수련동에 왔다가 무슨 소리가 들리길래 몰래 열어본 수련동의 구멍을 통해 경락을 재형성하고 있을 때 용운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용운의 몸을 감싸고 있는 금색의 기운이 수련동을 이루는 화강암에 박혀 있는 석영을 비춘 모습은 용운을 반짝이는 우주에 홀로 떠있는 태양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와아...예쁘다...”

시간이 지나자 금색의 알처럼 용운을 감싸고 있던 기운이 산맥을 타고 흐르는 구름처럼 서서히 흩어졌다. 다진은 새로 태어난 용운의 츅체를 보며 두꺼운 밧줄같은 근육이 감싸고 있고 매끈해진 피부에 비록 남자의 몸이지만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다.

이윽고 용운의 몸 주변에 흩어진 기운이 용운의 체내로 빨려 들어가면서 수련동의 내부는  칠흑같은 밤처럼 어두워져버렸다. 예술적인 용운의 몸을 보여주는 빛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던 다진은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더 있으면 확실히 들킬 거라는 생각에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쉽지만 다음에...또 기회가 있을 거야.”

다진이 수련동을 떠나고 경락까지 모두 재형성한 뒤 모든 기운을 갈무리하여 눈을 뜬 용운은 다진이 왔다는 것은 까맣게 모르고 마치 새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굵고도 넓은 경락을 휘도는 거대한 내공의 기운과 오랜 시간 푹 자고 일어난 것보다 더 상쾌한 육체가 주는 시원함은 뜨끈한 몸을 탕에 담그고 안마를 받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감상을 선사했다.

한참을 그 느낌을 만끽하던 용운이 자신의 몸을 봤을 땐 자신이 나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속옷까지 타버린 건가? 누가 지금 봤으면 미친 놈인줄 알겠네.”

폐관수련을 하며 챙겨온 옷가지들을 차근차근 입는 동안 용운은 이전에도 열심히 수련하여 멋있다고 생각했던 육체가 몇배는 크고 탄탄한 근육으로 감싸져 있는 형태로 변화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오오...잔근육이 느껴지는 몸이 이런 건가? 아니지...sns 몸짱들은 나처럼 내공같은 건 없잖아.”

눈 앞에 거울이 있었다면 운동하고 펌핑된 근육에 힘을 주며 남자들이 헬스장의 거울 앞에서 포징을 취하는 것처럼 폼을 잡고도 남았을 것 같은 엄청난 몸이었다. 한층 두터워진 몸은 몇단계의 벌크업을 한 것처럼 커져 있었으나 커진 것에 비해 전혀 둔해 보이지는 않았다.

“우오오.”

주먹을 살짝 쥐어음에도 이전과 다른 강한 힘이 느껴졌다. 살짝 기운을 끌어올려 시험 삼아 수련동의 벽을 향해 후려치자 바닷가의 모래성을 후려친 것처럼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벽이 쉽게 부서져 나갔다.

“이게 뭔...두부인줄? 사호법이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면 힘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겠다. 이렇게 몸이 달라지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

키가 크고 체중이 늘어나면서 팔다리의 비율이 변하는 성장기의 운동선수들이 변하는 육체에 맞게 적응을 하는 것처럼 키도 커지고 근육의 비율도, 강력함도 변화한 용운도 강해진 자신의 수준에 맞춰 자신의 몸을 제대로 쓰기 위한 적응 훈련의 필요성을 느꼈다.

“검이 닿는 리치도 달라졌고 발차기로 닿는 힘의 작용점도 달라졌어.”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선 고수가 자신이 가진 강력한 힘을 정확하게 발휘하기 위해선 익숙한 무기의 존재와 함께 거리감 또한 매우 중요했다. 인체의 밸런스는 생각보다 오묘해서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팔 하나가 사라지면 딱 팔 하나만큼의 전투력 저하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엄청난 손실이 있었다.

그러니 자신이 팔과 다리를 내질렀을 때 최대한의 힘이 닿는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것부터 검을 쥐었을 때 어느 정도 거리일 때 가장 강력한 힘으로 베고 찌를 수 있는지와 자신의 의지로 어느 정도까지 힘을 쏟아낼 수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거기에 본인이 가진 유연성으로 어느 정도까지 몸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와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고통을 인내하면서 성장한 정신력만큼 깨어 있는 시간 동안에 온전히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단순한 행위를 반복할 때는 무공과 상관 없는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마을을 성장시키려면 자본을 끌어 들여와야 해. 북한마냥 고난의 행군하듯 내부에서만 굴려봐야 한계가 있어. 그리고 무슨 컨텐츠를 찍으면 조회수가 잘 나올까? 그리고 이 포인트는 그저 정보검색말고는 따로 쓸 수 있는 용도가 없을까? 분명 쓸 만한 곳이 있을 것 같은데. 모아두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야. 조회수가 쌓이면서 포인트는 계속 쌓이는데 잘 써먹을 방법은 없을까?”

이를테면 앞으로 이 마을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 너튜브 영상 제작에 있어서 어떤 컨텐츠를 찍으면 좋을지와 같이 평소 신경쓰고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놨던 고민들이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