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14화 (14/132)

14화

양모로 옷을 만들어 입거나 카펫을 만든다는 것은 신교에 있어선 경제 부흥의 시발점이자 용운 개인에게 있어선 너튜브 각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는 말은...이걸 또 나 혼자 다 만들고 있어야 한다는 건가?”

이쯤에서 난 너튜브 컨텐츠 각을 처음부터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니...어떻게 맨날 혼자 다 하냐고...자고로 국뽕 컨텐츠라 함은 ‘세계가 깜짝 놀라고 중국이 경악하고 일본이 질투를 하는’ 그런 식의 리액션이 들어가 줘야 조회수가 올라가는데...이렇게 해가지곤 이건 그냥 ‘나 혼자 논다’ 잖아. 뭐,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지금도 이상하게 조회수가 팍팍 올라가고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만.”

용운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천마 TV라는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짤로 재생산되어 사람들을 통해 입소문이 번지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가 히어로의 일상생활을 담은 브이로그가 올라오는 곳입니까?

-초인이 혼자 집을 짓는다니...이 채널주인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걸까 싶다.

-내 말이! 나도 영화 만드는 쪽에 있는 사람인데...이 채널 만든 사람 이해가 안되는 게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CG 넣으려면 돈이 장난 아니게 깨질 건데...광고도 안 띄워놨어. 수익창출에 전혀 관심이 업는 건가?

-음, 그건 아직 영상 컨텐츠 수라든가 재생시간같은 너튜브의 수익창출 기준이 안되어서 그런 것일거야.

-PPL을 넣기에는 뭔가 애매한 컨텐츠잖아. 저기서 니케의 신발을 신고 뛰어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건 이 채널의 세계관하고 따로 논다고.

-아무튼 내 말은 어떤 수익도 안 나는데 지금 보면 결코 짧지 않은 컨텐츠를 매주 정기적으로 업로드를 한단 말이지.

-아무래도 마벨에서 새로 준비 중인 신규 프로젝트 아닐까? 그러면 납득가능한 것 같은데.

-그럴 지도 모르겠다. 어지간한 자금력으론 개인이 할 수 있는 컨텐츠는 아니잖아.

-근데 이거 틀어 놓으면 시간 삭제되지 않냐? 나만 그럼?

-무조건적으로 동의. 아시안 남자 하나가 말도 안되는 괴력으로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집 짓는 게 왜 재밌지????

-조회수가 100만을 넘어선 걸로 봐선 너 혼자만 그런 것 같진 않아.

-다음 컨텐츠가 기대되는군. 이 채널 영상을 보고 나니 백인들의 부쉬크래프트같은 건 이제 소소한 애들 소꿉장난같달까. 기껏해야 조그만 손도끼로 작은 나무집을 짓는 건 시시해졌어.

-한국어로 뭐라더라...이런 걸 사골같은 맛이라고 하나?

-몇번을 봐도 아직은 안 질리긴 해.

용운이 비누 제작으로 쓰고 남은 포인트로 찾아본 것은 양털을 가지고 실을 뽑아내는 방법이었다.

“아...이건 또 이거대로 골치 아프네...”

양털을 실로 만들어야 옷을 만들어 입든 카펫을 만들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는데 양털로 실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까지 양털을 깎아서 쓴다고 생각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 같이 키우는 양들은 털이 북슬북슬한 상태라 깎을 양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대에선 양털을 기계에 넣어 솜의 형태로 만든 뒤에 방적기라는 기계를 통해 실로 만드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이걸...처음부터 다 하나하나 해야 된다는 건가...현대였으면 실을 만들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완제품을 주문버튼 하나로 배송만 하면 되는데?”

업체에 연락을 해서 의뢰를 하여 방적기를 배달시켜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물레를 만들어 재래적인 방식으로 실을 뽑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아...그냥 하지 말까...”

용운은 하기 싫었지만 해야 되는 꼬라지라 설계도부터 다운받아 이를 도면으로 만들었다. 도면을 만들었으니 다음으로 해야할 것은 물레를 만들 나무부터 다시 구하는 것이었다.

“교주님, 왜 나무하는 걸 또 찍어요? 이제 온돌방은 대장간에서 알아서 하는 거 아니었어요?”

다진에게 촬영을 부탁한 나는 다진과 함께 다시 나무가 있는 숲으로 온 상태였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왜 이걸 또 찍고 있나 싶다. 편하게 누구 시키면 좋겠는데...”

“시켜요.”

“그러면 쓰나. 내가 직접 해야지.”

한숨을 내쉰 용운은 다진에게 잘 찍어줄 것을 부탁한 뒤 서로 사용하기로 한 큐사인을 시작으로 검을 들어 잘 자란 나무를 검기로 베어냈다.

“여기에 작업장을 만들어 놔야 하려나...매번 영상을 찍을만한 공터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도 우습고...”

뭔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 같았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해서 물레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나무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벌목했다.

다진은 용운이 멈추라는 손동작을 보이기 전까지 찍기로 했기에 조용히 용운이 하는 행동을 모두 기물에 담았다.

‘신기해. 교주님이 이 조그만 화면에서 똑같이 움직이고 있어. 나도 이런 기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누워서 자기 전에 교주님이나 구경하게.’

온돌이 있는 집을 만들어본 탓인지 작업장을 만드는데 딱히 도면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바람을 등지되 한쪽이 오픈된 형태의 통나무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을 뿐이었다. 용운은 이어 나무를 사용하기 좋게 재단하고 원래대로면 필요했을 습기 제거 과정을 장법을 이용하여 해결했다.

‘그러고 보면 무공고수들은 무공으로 사람 죽이게 할 게 아니라 기계 대신에 써먹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 생산적이잖아. 이쪽이 더. 그렇게 대단한 힘을 쌓아놓고선 서로 죽여대는 것에 쓰는 건 아무래도 너무 비효율적이야.’

첫날은 그렇게 작업장을 세우느라 시간이 지나갔다. 용운은 뭘 하려면 자꾸 다른 전 단계가 필요하단 것에 갑갑해했지만 이런 노하우들이 쌓이고 필요한 공구들을 만들거나 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음 작업할 땐 더 빨리 일을 진행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음날이 되어 용운은 다시 다진과 함께 작업장으로 가서 따로 준비해둔 나무를 가지고 도면을 통해 물레를 만들었다.

요즘 들어 다진은 용운이 쓰러졌다 일어난 것이 일월신(日月神)이 일월신교를 보살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용운과 함께 한나절을 보낸다고 해도 엄마에겐 교주님의 지시를 따르는 중이라고 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 낮 시간동안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작업량을 충족시키고 있지 못해 용운과의 일을 마치고 가면 잠 들기 전까지 등불을 켜놓고 부족한 작업량을 채우느라 잠이 부족해진 것이 한가지 흠이었다.

‘하~음~’

잠이 부족해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자신도 모르게 하품이 흘러나왔다. 소리가 나지 않게 한다고 했는데 용운과 눈이 마주친 다진은 괜스레 부끄러워 고개를 휙 돌렸다.

‘숨긴다고 숨겼는데...’

용운은 분명 이제 촬영 끝났으니 사인을 보내기 위해 쳐다보며 이리 한번 와보라고 한 것이었는데 쳐다보자 마자 사인도 보지 않고 고개를 팩하고 돌리는 다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야, 촬영 끝났다니까!’

용운이 경공으로 휙하니 다가와서 자신의 가슴팍을 향해 손을 뻗는 용운의 대담함에 다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그러나 기대(?)한 것과 다르게 용운은 그저 기물의 촬영을 중단시킨 것이 전부였다.

“뭐하냐? 서서 조는 거 아니지?”

“아...아니거든요!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라고”

“다 끝났으니까 한번 봐봐. 내가 만든 게 어떤가.”

“아!”

다진은 그제야 촬영하면서 딴생각하느라 보지 못했던 용운이 만든 물건을 볼 수 있었다.

‘물레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걸 왜 만들었어요? 그것도 이렇게 크게? 물레는 저희 집에 있잖아요.”

“아, 그거랑 이건 좀 다르거든.”

“다르다구요?”

“저번에 말했던 거 기억나? 왜 양들 보러 밤에 갔잖아.”

“그...그때...?”

실망스런 그날 밤을 다진이 잊을 리가 없었다.

‘아, 생각해보니 또 화가 나네.’

“그게 뭐요!”

“아니, 왜 화를 내는 거야...”

다진은 자기도 모르게 훅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을 가라앉혔다.

“큼큼, 양 보러 갔던 게 왜요?”

용운은 다진이 오늘따라 감정기복이 심한 것 같아 조심하면서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양털을 깎아서 그걸로 실을 만들거라구요? 양털로?”

용운의 이야기를 들은 다진은 살짝 충격을 받았다. 저번에 태걸욱 아저씨가 온돌방 만드는 걸 보면서 자기도 다 아는 지식으로 왜 이리 쉬운 것을 생각 못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스스로를 자책할 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진은 아저씨의 그 마음이 오늘에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게...? 왜 양털로 실을 만들 생각을 왜 못했지?”

그동안 신교의 사람들은 외부에서 목면(木棉)을 만들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르고 들여와야 했기에 해진 옷을 깁고 또 기워 더 이상 옷으로 기능할 수 없을 때까지 입어야만 했다.

만약 남아도는 양털을 깎아 그걸로 실을 만들어 옷을 만들어 입는다면 굳이 불필요하게 과한 비용을 들여가며 옷을 만들 필요도 없을뿐더러 지금처럼 거렁뱅이보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 너무 아껴 입을 필요도 없어질 터였다. 얼마든지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을테니까.

다진이 다진만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경험하는지 모르는 용운은 다진이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이야기를 듣고 멍해지자 다진의 양 어깨를 붙잡고 살짝 흔들었다.

“어?”

정신을 차린 다진의 앞에는 용운이 자신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어진 용운의 말은 다진의 기대를 무참하게 깨버렸다.

“이게 많이 어렵냐? 애가 아주 정신을 못 차리네. 나름 쉽게 설명한다고 한 건데...어떻게 더 쉽게 설명하지...”

“뭐라구요? 다 이해했거든요! 에잇”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해를 못한 용운의 정강이를 다진은 어릴 적처럼 자신도 모르게 힘껏 차줬다.

“으으으, 아파!”

용운이 자신의 정강이를 불이 날 것처럼 비비적거리는 것을 보며 다진은 용운이 만든 도면을 그제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도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양털로 옷과 양탄자(洋彈子)를 만들기 위한 제작도구?’

“교주님, 양탄자가 뭐죠?”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