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찜질방을 만든 것은 단순히 너튜브 각뿐만 아니라 나에게 다른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찜질방뿐만 아니라 따끈한 온돌 위에서 사는 기쁨을 최초로 일월신교의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하였습니다. 이는 앞으로 일월신교의 교인들에게 있어 동사(凍死)를 예방하고 각종 질병을 예방할 변화를 만들었을뿐 아니라 생활방식의 변화를 시작한 첫 번째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단한 업적입니다. 이에 대한 업적으로 100포인트를 부여합니다.>>
“진짜로? 찜질방 만드는 게 고작 3포인트가 아니라 100포인트? 이거 실화야?”
100포인트면 한동안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원하는 것들을 검색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한동안 신교의 사람들은 모였다하면 내가 만든 찜질방으로 연일 화젯거리였다. 특별히 대단한 이슈가 없는 동네다 보니 간만의 이벤트에 신이 났던 것이었다.
“아유, 준보 엄마, 오늘도 갈거지?”
“그럼요~ 요즘 찜질방 때문에 정말 살맛 난다니까요.”
“근데 한가지가 아쉽지 않어?”
“뭐가요?”
“워낙 사람들이 많으니까 하루에 딱 한식경만 하고 나와야 한다는 게..마음 같아선 하루에 세 번은 들어가고 싶은데..”
“어쩔 수 없죠. 찜질방이 거기 하나뿐이니 어쩔 수 없죠. 교주님께서도 한번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되다고 했고.”
한번도 고기 맛을 안 본 중은 있을지언정 한번만 고기 맛을 본 중은 없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온돌방이 주는 따뜻함에 푹 빠져 있다가 차례가 끝나서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은 밖으로 나와야 할 때면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이럴 게 아니라 우리들 집에다 온돌을 한번 설치해볼까요?”
“그럼 원이 없겠다.”
“그런데 그게 될지 모르겠네요.”
“제가 한번 준보 통해서 교주님께 그래도 되는지 알아볼게요.”
“그럴래?”
어머니께 교주님께 되도록 예를 갖춰서 한번 넌지시 물어봐달라는 부탁을 받은 준보는 뭔가를 또 만들고 있는 용운을 찾았다.
“준보냐? 너네 집 어르신들 다 잘 지내시지?”
“크게 아프신 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뭐하고 계십니까?”
“아, 이거?”
용운은 온돌방을 지어 모델하우스처럼 사람들에게 경험까지 하게 해줬으니 짧게 짧게 감질나서 못 참는 사람들이 자기 집에도 온돌을 넣을 생각을 할 것으로 봤다. 그래서 일전의 태걸욱이 강요(?)하듯 압박을 넣은 ‘온돌법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만든 것이었다.
“다 됐다. 준보야, 이거 한번 봐봐라.”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설명문의 방식으로 적어놓았다. 용운은 자신의 책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이해가 갈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적어놓으면 앞으로 태걸욱이 온돌 가지고 자신을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온돌방이라는 걸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거구나.”
“무슨 말인지 이해 돼?”
“어,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나저나 넌 무슨 일로 왔냐?”
“우리 집에도 온돌방을 설치할 수 있는지 좀 여쭙고 싶어서 왔습니다..”
“응?”
용운은 그냥 하고 싶으면 마음껏 지을 것이지 온돌방을 설치하러 물어본 이유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나보고 만들어 달라고?”
“아, 아니. 그게 아닙니다.!”
“나한테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만 아니면 나는 상관 없어, 원하는 집들은 대장장이들에게 의뢰해서 겨울 따뜻하게 보내라고 해.”
“고맙습니다. 교주님. 고마워요.”
“준보야, 대신에 부탁이 하나 있다.”
“뭔데?”
준보는 용운의 부탁을 위해 대장장이들이 일하고 있는 곳에 왔다.
“계십니까?”
“어, 외부 활동조에 속한 준보 아니냐.”
“안녕하세요, 아저씨. 다른 게 아니라 교주님이 아저씨께 직접 전달해달라 하시는 책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아! 그 책을 벌써 쓰셨단 말이냐? 허허, 내가 부탁은 해놨지만 교주님의 낌새로 보아 그렇게 빨리 만들어주실 거란 기대는 안했는데...이렇게나 빨리?”
준보는 용운이 책을 주며 태걸욱에게 꼭 전하라고 한 말도 전했다.
“교주님이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다고 하시면서 지식을 전수 받았다면 아낌없이 사용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끊임없이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인데도 어딘가 께름칙한 태걸욱은 책을 훑어보다 말고 준보를 쳐다봤다.
“그...그렇지.”
“그래서 제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뭘 말이냐?”
“저희 집부터 온돌방 설치를 부탁드립니다.”
“응?”
태걸욱은 자신이 용운에게 한방 먹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나 그렇게 싫지는 않은 한방이었다.
“아이쿠, 교주님께 내가 당했구나. 되로 주고 말로 받았어. 크하하하하.”
그때부터 신교에는 자신의 집을 온돌방으로 바꾸기 위한 리모델링 붐이 일어나며 사람들 집에 온돌방이 놓이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한번에 벌어지는 공사현장을 지켜보던 용운은 그 모습을 훈훈하게 바라보면서도 한 가지 고민으로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신교는 기본적으로 공동생산을 하고 공동분배를 하는 폐쇄적인 분배경제체제를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용운은 우선 마을에 더 많은 물자를 들여오기 위해선 외부에서 자금을 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본이 수혈되면 이를 통해 단순히 마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뿐만 아니라 장차 자신이 마을을 발전시키 위해 필요한 물자들까지 조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외부에서 돈 벌어 오는 건 정말 쉽지가 않구나.”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거의 클리셰처럼 과거로 시간여행을 가거나 빙의한 이들이 떠올리는 ‘비누’의 발명이었다. 하지만 고급 비누도 아니고 집에서 만들 수 있는 평범한 수제 빨래비누 정도 밖에 안되는 물건도 만들기 위해선 필수적인 것들이 존재했다.
“우리가 키우는 야크랑 양만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쓸 만한 양의 비누밖에 안되는 적은 양조차도 필요한 양만큼 지방을 구할 수가 없어.”
외부에서 물자를 들여오기 위해 비누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해 동물성 지방을 외부에서 구매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만들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나.”
무려 10포인트나 들여 수제비누 만드는 법을 알아냈음에도 당장 이 지식은 용운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 상황이었다.
“하아...이 아무 것도 없는 가난한 산골동네에서 뭘 만들어서 내다 팔지?”
이 동네는 진짜 자랑할 건 만년설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양 떼와 야크 떼뿐이었다.
“지금이 현대면 에비X처럼 고급 생수라면서 저 강물을 봉이 김선달마냥 팔아치워도 될텐데...아쉽다. 아쉬워. 아니면 관광지 느낌나게 꾸며놓고 sns에 올려서 사람들을 끌어 모아도 되고.”
“메에에에.”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밖에서 돌아다니는 양떼 소리가 오늘따라 걸리적거렸다.
“저것들 확 다 팔아버릴 수도 없고.”
이 동네에서 양과 야크는 단순히 가축이 아니라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유지해주는 필수적인 존재였다. 양과 야크의 똥조차도 이곳 사람들은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여름이면 지금보다 높은 고지대로 올라가 풀을 먹이고 겨울이 다가오면 지금처럼 고도가 낮은 동네로 와서 양과 야크를 키우는 덕분에 넓지만 농사를 짓기엔 온도가 적합하지 않은 이 천산에서 사람들은 먹고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잠깐만, 양?”
생각해보니 이곳의 사람들은 이상하게 양털을 실로 짠 옷이 아니라 외부에서 돈을 들여서 실을 사서 옷감을 짜서 입고 있었다. 양털로 옷을 만들어 입으면 따뜻한 공기를 머금어 따뜻해서 좋을텐데 가죽냄새가 물씬 나는 양가죽으로 만든 옷 비스무리한 거적데기같은 걸 대충 걸쳐 입고 다녔다.
“양모?”
생각해보니 양모는 옷감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포와 카펫으로 제작해서 판매해도 꽤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수익 상품이었다.
귀한 포인트를 비누처럼 허무하게 날리고 싶지 않았던 나는 우선 양모의 존재에 대해서 이곳 사람들이 알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진아, 우리 양 키우잖아.”
양털을 살펴보며 확인하고 싶었던 나는 어둑해진 밤이었지만 다진을 불러 양이 있는 축사로 향했다.
“네. 어딜 가도 양이 있죠.”
‘뭐야, 밤에 불러서 짜증난 건가?’
어찌된 일인지 다진은 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질 않고 괜히 여기 저기 둘러보며 땅바닥을 툭툭 차고 있었다.
‘빨리 말하고 가야겠다.’
“다진아, 집중 좀 해봐. 금방 끝나.”
“네? 네...”
‘너무 늦게 불렀나?’
빨리 이야기하고 들여 보내야지 다진이가 짜증을 내지 않겠다 싶어서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진아, 양털을 가지고 옷을 만들면 푹신푹신하니 되게 따뜻할 것 같지 않아?”
“에이, 양털로 옷을 어떻게 만들어요. 양 가죽 껍데기를 벗겨서 옷을 만들면 모를까.”
“그래?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
원래부터 이목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저 털을 가지고 옷을 만들거나 카펫이나 모포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한다는 사실이 난 더 신기했다.
“당연하죠. 근데 더 할 말 없어요? 그게 끝인가요?”
사실 이 늦은 밤에 사람들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불러낸 용운과의 밀회(密會)에 다진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비록 양들이 잔뜩 있는 축사라 양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지만 용운과 둘이 뭔가(?) 야릇한 걸한다는 상상만으로 다진은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드디어...인가? 그래 그동안 오래 참았겠지. 교주님도.’
“당연히 아니지!”
“그렇지요?”
용운도 자신과 단 둘이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원래 저렇게 밝게 웃는 남자가 아닌데 용운이 어찌된 일인지 자신의 두 손을 붙잡고선 뱅글뱅글 돌았다.
“하하하하하하, 됐다. 됐어. 이거야. 다진아!”
“그래요? 교주님~! 끼야아아아~”
용운이 웃어서일까 다진도 따라서 웃음이 흘러 나왔다. 둘이 한참을 손을 마주잡고 뱅글뱅글 돌다 멈췄을 때 다진은 드디어 일이 진행되는구나 싶어 콩닥거리는 걸 참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다진이 기대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기미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흐음, 교주님께서 긴장하셨나 보구나.’
자신의 두 손을 용감하게 붙잡은 것치곤 꽤나 맥이 빠지는 것이었지만 두 손을 놓길래 이제 안아주려나 보다 싶어 가만히 기다렸다. 하지만 용운의 이어지는 한마디에 다진은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양털로 부자되는 거야! 이제 가자!”
“응?”
맨날 보는 양이 뭐가 그리 좋은지 양을 보며 자리를 떠나는 웃는 용운의 모습에 다진은 짜증이 났다.
“뭐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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