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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10화 (10/132)

10화

“무엇이 그리 놀랍소?”

“바로 여기! 여기 말입니다. 반대쪽보다 낮은 이쪽이 아궁이가 들어갈 자리겠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교주님?”

딱 보면 안다는 듯이 태걸욱이 신이 나서 손가락으로 아궁이가 놓일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소?”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서 따로 구조도같은 걸 보여준 적도 없건만 공사현장만 보고서 바로 알아차리는 태걸욱에게 어떻게 알았는지를 물었다.

“불이란 자고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 성질을 이용한 것 같은데 참으로 대단합니다. 이렇게 아래에서 타오른 불이 미로를 따라 움직인 끝에 저쪽에 굴뚝을 놓아 나가겠군요.”

태걸욱은 훌쩍 터를 파둔 땅으로 뛰어들어가 움직이며 손으로 가리켰다.

“그런 거에요, 아저씨? 난 보고서도 몰랐는데. 그래서 높이가 살짝 비스듬했던 거구나.”

“하하하, 당연하지, 마니야. 평생 불을 다뤄온 것도 아닌데 니가 그걸 어찌 알겠느냐? 도기를 굽는 가마도 이런 형태로 만들어진단다.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다진이 니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기(陶器)를 불가마 안에 구워내기 위해 배치할 때도 불길이 돌아다닐 것을 상상하면서 제대로 놓지 않으면 안되는 법이야.”

“마...음, 아무튼 그건 왜죠?”

다진은 자신의 이름을 자꾸 마니라고 부르는 태걸욱에게 한마디 할까 했지만 친구들과 다르게 악의가 없어 선뜻 입을 말을 꺼내지 못하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불길이 너무 많이 닿는 쪽은 깨져버리거나 불량(不良)한 물건이 나와버리고 불길이 너무 닿지 않는 쪽은 충분히 구워지질 않으니까. 그러니 불이 어찌 움직일지를 잘 알아야 하지 않겠니?”

“정말 그렇겠네요.”

태걸욱은 처음에 자신에게 와 교주님이 뭘 만든다고 하시길래 일단 명하는 대로 따르긴 했다. 그러나 평생 뭘 만들어 본 적 없이 검만 수련한 검사(劍士)가 과연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내심 있었다. 그래서 벽돌을 가져다 준다는 핑계로 어찌 만들지를 살펴보려고 한 것인데 상세하게 살펴본 결과 교주님은 평생을 불과 함께 살아온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 ‘온돌’이라는 것이 신교의 사람들이 사는 집에도 퍼진다면 올 겨울은 꽤나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책을 많이 본다고 해도 이토록 세세하게 생각해서 만들 수 없는 법인데 교주님의 지모(智謀)가 범상치 않구나. 정말 대단하구나 대단해. 작은 것 하나하나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신다! 어쩌면 신녀(神女)님의 예언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어.’

사실은 용운이 너튜브의 영상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만드는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리플레이하면서 몇 번이고 이해가 안가거나 구체적인 방법을 모두 보고 한 것이었지만 너튜브의 존재를 모르는 태걸욱으로선 작은 것까지 사려 깊게 생각해서 설계를 한 교주님의 지혜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태걸욱이 속으로 감탄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사람들이 가지고 온 내화벽돌을 한쪽에 다 쌓았다고 하자 태걸욱은 용운을 돕겠다며 사람들을 시켜 교주님이 지시를 내려주시면 원하시는 대로 고래라는 것을 만들어드리겠다고 했다.

“아니, 이건 내가 끝까지 혼자 만들도록 하겠소.”

“교주님, 그러지 마시고 사람들을 시키면 금방 할 수 있을...”

“어허! 신교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만들어주는 바쁜 분들을 붙잡고 싶지 않소이다. 지금도 내가 떠올린 발상을 실현하느라 귀찮게 여러분들의 시간을 빼앗고 부탁을 드리는 것만으로도 미안했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네.”

용운의 입장에선 다진이 촬영하면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걸 신교의 대장장이 우두머리인 태걸욱이 보면 분명 관심을 갖고 분해해보고 싶다고 할지도 몰라서 태걸욱과 사람들을 돌려보내기 위해서 둘러댄 것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영상을 찍는 데 있어 ‘나홀로’ 제작 컨셉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만들어버리면 안되었다. 하지만 그런 용운의 진심을 모르는 태걸욱으로선 한낱 기술자에 불과한 자신들에게 존대를 해줄뿐만 아니라 이토록 우대해주는 교주님에게 감사한 마음과 충성심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이같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뒤에서 용운의 말을 듣고 있는 태걸욱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장장이들이 마을에 필요한 기술자로 여겨지는 것은 맞지만 신교의 높은 분들에게 자신들은 기껏해야 무기나 만드는 도구 취급을 받곤 했기 때문이었다.

“허허허, 교주님께서 저희들을 이토록 생각해 주실줄은!”

“들었어? 우리를 이토록 챙겨주는 교주님의 말씀.”

“흐흐흐, 마음에 응어리졌던 것이 풀어지는 것만 같으이!”

“그런 게 아니ㄹ...”

오해가 눈 앞에서 스노우볼처럼 구르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용운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들어라! 신교의 기술자들이여, 오늘부터 우리는 교주님께 무한한 지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진심으로 따를 것이니라! 알겠는가?”

“네?”

“신교를 다시 부흥케 하여 중원에 신교를 널리 퍼뜨리실 영명하신 교주님의 행보에 저희들이 한줄기 장작불이라도 함께 하겠나이다!”

“““존명(尊命)!!!!!!”””

태걸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뒤에 시립(侍立)해 있던 이들이 일제히 태걸욱과 함께 내 앞에서 부복(俯伏)하였다.

그저 찜질방을 만들던 것뿐이었는데 갑작스레 대장장이들에게 진심 어린 충성맹세를 받고 말았다.

상기가 된 표정으로 갑자기 충성맹세를 외친 태걸욱과 그 수하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가기 전에 태걸욱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용운에게 폭탄을 던져 놓고 갔다.

“생각해보니 아까 말씀하신 그 책은 꼭 한번 보고 싶군요. 교주님께서 이 온돌이라는 걸 만드신 방법에 대해 저희들이 배워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 책은 바스라져서 이미...”

“하하하, 온돌이라는 것에 대해 전부 깨닫고 계신 교주님이시라면 책에 옮겨 놓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분명 교주님의 머릿속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을텐데”

‘이 양반이 프린터도 없는 이 세상에서 지금 나보고 책을 써달라고...’

“그...그렇네.”

“신교의 홍복(洪福)입니다. 이토록 영명하신 교주님을 내려주시다니. 등선하신 천마님들께서 저희들을 지켜주시고 계심이 분명합니다. 하하하”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두말 할 수도 없게 쐐기를 박아버린 태걸욱은 언제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찾아달라면서 교주님을 방해하지 않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이 아저씨...완전 고단수야. 사람 부려먹는데 아주 타고났구만. 기억해둔다. 내가 꼭 기억해둘거야.’

태걸욱의 술수 아닌 술수(?)에 탈탈 털린 나는 겨우 내화벽돌들로 고래를 배치해놓고 일과를 마쳤다.

“어때요?”

“잘 찍었네.”

“진짜요?”

다진이 찍어놓은 영상을 모두 보니 다진은 생각보다 촬영기사로서 자신이 뭘 찍어야 되는지 감각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을 근거리와 원거리로 나눠서 찍기도 하고 한번에 많은 내화벽돌을 나르는 장면은 클로즈업이 아니라 풀샷으로 잡아 무공고수가 발휘하는 강력한 힘이 영상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도록 찍어놨다.

‘뭐지...얘는 왜 영상 찍는 법에 대해 배운 적도 없는데 잘 찍지...’

첫 영상을 생각해보면 다진은 처음 간단하게 촬영방법을 배우고 찍은 영상도 깔끔하게 찍은 편이었다. 아이돌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서 파는 홈마스터들의 영상처럼 자신을 멋지게 보일 수 있도록 잘 찍어놓은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시선이 다진에게 향했다.

‘홈마의 재능을 가진 소녀가 너무 일찍 태어나버렸네.’

혹여라도 다진에게는 너튜브에 올라와있는 찍덕들의 많은 아이돌 영상을 보여주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제...제 얼굴을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 보세요?”

다진은 어째선지 당황한 것 같았다. 근데 덥지도 않은데 얼굴이 빨개져서 그러고 있는 게 귀여워 보였다.

“왜, 왜 우,웃어요? 제 얼굴에 뭐 묻은 건가요? 빨리 말해줘요. 어디? 여기?”

“아냐, 묻긴 뭐가 묻어. 아무 것도 안 묻었어. 이쁘기만 하구만.”

“못 믿겠어요. 교주님. 흐음.”

품 속에 있던 동경을 꺼내 들어 자신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용운의 기물로 찍었던 사진이라는 것과 다르게 탁해보이기만 했다.

‘모르겠잖아.’

“진짜야, 여기 봐봐. 얼굴에 아무 것도 안 묻었어. 맞지”

용운이 기물을 만지작거리자 화면의 방향이 바뀌더니 자신과 용운의 얼굴이 보였다.

“진짜네.”

“그치? 이왕 자세 잡은 김에. 치~즈~”

“뭐?”

“따라해봐. 치~즈~”

“치~즈~”

용운이 하는 처음 듣는 말을 따라하자 처음 기물을 통해 자신을 찍었던 사진처럼 자신과 용운이 웃는 모습이 사진이라는 것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을 조금 보고 있던 다진은 한가지를 깨달았다. 사진 속의 자신과 용운이 너무 가깝게 있다는 것이었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현실을 그대로 옮겨서 담는 사진처럼 지금 자신과 용운은 볼이 거의 마주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 상황이었다.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기 위해 다진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용운은 다진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자 혹시라도 기분이 상했나 싶어 달래려고 했다.

“다진아, 왜? 이상하게 찍힌 것 같아? 아닌데 잘 찍혔는데. 여기 봐, 이쁘게 잘 찍혔어.”

“다,당연하죠! 이 기물은 보이는 걸 모사하는 거라면서요. 나처럼 예쁜 얼굴이니 대충 찍어도 예쁘겠지요.”

“어? 어, 그치.”

살짝 멍 때리고 있을 때 용운의 신경을 확실하게 돌리기 위해 다진은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근데 치즈가 뭔가요?”

“치즈가 뭐냐고? 그건 왜 ?”

“방금 전에 사진에 찍기 전에 치~즈~라고 하라고 했잖아요.”

나도 모르게 사진 찍을 때 입에 붙은 대로 입고리를 자연스럽게 올리기 위해 그랬던 건데 다진이 물어보는 치즈를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싶었다.

“치즈는 동물의 젖으로 만드는 건데...”

'나 왜 갑자기 치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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