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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7화 (7/132)

7화

땅을 파둔 곳에 도착한 용운은 돌덩어리를 내려놓고선 아주 빠르게 자신의 뒤로 경공을 써 미끄러지듯이 다가왔다.

자신을 뒤에서 안고서 속삭이는 것처럼 조용한 용운의 목소리에 다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흡.”

“(고생했다.)”

자신을 뒤로 안고선 이상하게 전음을 쓰는 용운때문에 정신이 팔린 사이 용운이 다진이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빼앗아 또 손가락으로 두들기자 다진이 들고 있던 네모난 물건에서 소리가 났다.

“띵”

“휴우, 일단 여기까지 녹화한건가?”

“교주님, 진짜...미친 건 아니지요?”

“넌 내가 미친 것 같아 보여?”

용운이 눈을 지그시 자신과 마주치자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용운이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때문일까 이상하게 다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점점 커져서 용운에게 들리는 건 아닌가 싶을 때 용운의 입에 슬며시 보이는 미소에 다진은 용운이 미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뭘 하시는 거죠? 막 땅을 파놓질 않나, 나무를 베서 갖다 놓질 않나, 돌덩어리를 짊어지더니 갑자기 이상한 물건을 들고선 조용히 따라오라고 그러고. 교주님 지금 되게 이상하거든요?”

용운을 따라 도착한 곳은 무슨 난리인지 돌덩어리에 나무들에 땅은 파헤쳐져 있어 난리도 아닌 상황이었다.

“이상해 보일 순 있다는 건 알겠는데...흐음, 스마트폰에 대해 말해줘도 되려나...”

용운은 네모난 뭔가를 들고선 지켜보더니 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진 것 같았다.

“교주님! 사람 무시하는 건가요?”

“소리 좀 고만 질러. 귀 안 먹었다.”

“설명해봐요.”

방금 전까지 얼굴이 빨개지고 두근거렸던 것을 숨기려는 탓에 다진은 이상스레 자신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용운에게 이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하고 싶진 않았다.

‘아...여자들 입에서 남자 이름을 세글자로 부르는 걸 들으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꼭 비상벨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긴장하게 된단 말이지.’

아버지도 어머니 입에서 자신의 이름 세글자가 나오면 하던 행동을 멈추고 어머니의 말에 집중하곤 하셨다.

사실 용운이 다진에게 스마트폰에 대해 말해줘도 좋을지 고민하게 된 이유는 영상을 찍는 것과 온돌이 깔린 찜질방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해서 이걸 옆에서 도와줄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중이었는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용히 잘 따라온 다진을 보니 촬영감독으로 다진을 선택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진을 촬영감독으로 쓰기 위해선 필요한 선행 작업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다진에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지는 알 수 없었다.

‘흐음...그래도 언제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 한번 하고 영상 각도 다시 잡고 작업 한번 하고 하는 짓거리를 반복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너무 비능률적이란 말이지. 다진이에게 그냥 동영상 촬영하는 것만 알려주자.’

생각을 정리한 용운은 지금까지 찍은 영상분을 우선 저장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음, 일단 내가 뭘 만들고 있는지 알려줄게.”

“듣고 있습니다.”

“왜 겨울이면 사람들이 많이들 추워해서 힘들어하잖아? 한 여사님도 겨울이 되면 관절이 아파서 힘들어하시고 그러니까......”

전체적인 설명을 모두 들은 다진은 그제야 용운이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용운이 이토록 자신의 어머니와 신교의 사람들을 생각해준다는 것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교주님, 혼자 이걸 다 생각하신 건가요? 장작을 뗀 불을 가지고 돌을 데워서 오랫동안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난방시설이 있는 집이라니요. 진짜 대단하세요! 난 교주님이 이렇게 똑똑하신 줄은 몰랐어요.”

다진이 손바닥을 찰싹찰싹 마주치며 박수를 칠 정도로 좋아하기에 용운은 머쓱해서 머리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잠깐만...이거 이러다 이 세상에서 나중에 온돌이 사실은 중국거라느니 이런 개소리 또 하는 건 아니겠지?’

2020년대에서 중국이 한국의 문화를 빼앗으려는 행위가 문제가 되어 반중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무공을 쓸 수 있다는 것일뿐 이 세상은 분명 명나라도 있었고 건국이 된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지만 조선이라는 나라도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평행우주의 명나라가 후에 시간이 흐르고 흘러 중국이 되었을 때 또 다시 역사를 날조하는 만행을 저지르게 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아, 신교의 서고에 있는 서적들을 뒤적거리다보니까 저기 동이족들이 이런 식으로 난방한다고 하면서 그에 대해 대략적으로 어떤 구조로 만드는지에 대해 서술한 서적이 있더라고. 그걸 토대로 이렇게 만드는 거야.”

“그래요? 서고야 워낙 서적들이 많이 있으니 그런 서적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전 처음 듣는데 그 책 이름이 뭐죠? 저도 나중에 한번 읽고 싶어요.”

‘헉.’

있지도 않는 책을 들먹이면서 둘러쳤는데 그걸 자연스럽게 보여달라는 다진의 요구에 용운은 살짝 난감했다.

‘아니 없는 책을 어떻게 보여줘. 흐음...책을 만들어?’

책을 만들 생각을 하니 프린터기도 없는 이 세상에서 그 과정이 매우 귀찮을 것이 뻔한데다 혹시라도 이 세상에 자신의 기억과는 다른 내용이 들어가서 온돌이 중국의 전통이라고 옹호될 수 있을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책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네?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대충 본 거라서...그리고 그 책 그거 말곤 딱히 재밌는 내용이 없었고 너무 오래되서인지 그냥 바스라지더라.”

‘너무 대충 떼우려는 것 같은데 속아주려나?’

“진짜요? 아아, 신교 사람들은 책 관리를 너무 대충한다니까요. 앞으로 제가 서고에 있는 책들이 망가지지 않게 신경 좀 써야겠어요.”

‘이게 되네?’

얼렁뚱땅 갖다 붙인 이야기에 친절하게 속아 넘어가준 다진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래도 교주님 정말 대단하요. 한번만 슬쩍 본 걸 다 기억한다는 거잖아요.”

“그게...그 책이 워낙 디테ㅇ..가 아니라 상세하게 구조도부터 시작해서 기록이 되어 있었거든.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말이야!”

“그래도! 교주님, 이건 대단한거에요. 앞으로 교주님이 책에 있는 걸 기억한 대로 물건을 만들어서 한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면 더이상 겨울에 추워서 죽거나 몸을 다치는 신교의 사람들이 나오지 않게 된다는 거잖아요.”

“그...그렇지?”

답정너식으로 대단해를 외쳐주는 다진을 진정시킨 용운은 이어 다진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기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니까 교주님 말씀은 이게 우리가 움직이고 하는 모습들을 그대로 저장해주는 그런 기물이라는 건가요?”

깔끔하다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설명인데도 스마트폰의 동영상 촬영기능을 아주 찰떡같이 이해해주는 다진의 이해력에 용운이 내심 놀라는 것도 잠시 다진은 오히려 그런 기물이 있을 리가 없다며 놀라워했다.

“여기 있잖아. 지금.”

“말도 안돼.”

“자, 기다려봐. 이건 움직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순간을 아주 똑같이 담을 수 있기도 하거든?”

다진이 살펴 보느라 가져갔던 물건은 용운의 손으로 가더니 자신을 향하고 조금 뒤에 찰칵 소리를 냈다.

“지금 소리가 거기서 난 건가요?”

“소리가 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 여기 봐봐. 이쁘게 찍혔네.”

“이..이쁘게?”

용운이 기물을 돌려 보여준 그곳엔 낯설게 보이는 한 여자 아이가 주변 풍광과 함께 담겨져 있었다.

“이 여자 아이가...혹시 전가요?”

사진을 보고 그게 자신인지 확신하지 못하자 용운은 그 안의 여자 아이가 다진이라고 확인해줬다.

“맞아, 다진이, 너잖아.”

“이 사람이 나라구요?”

다진은 물에 비춰보거나 동경을 통해 보는 것과 다르게 이토록 선명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얼굴과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용운이에겐 이 모습이 예뻐 보이는 걸까?’

한참이나 멍하니 자신의 사진을 쳐다보고 있는 다진의 모습이 귀여워서 용운에게서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풉.”

“왜, 왜요? 왜 웃어요?”

“본인의 미모가 너무 아름다워 사진(寫眞)을 보고서도 반하셨나. 너무 뚫어져라 보는 거 같아서?”

“무...무슨! 제가 뭘 그렇게 열심히 봤다고. 절대로 제가 예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니거든요!”

“어어....아주 귀한 기물이 망가지겠어.”

용운은 다진에게 자신의 미모에 혹해 물에 빠져 죽고만 나르키소스의 일화를 이야기해줄까 했지만 어서 빨리 다음 절차에 넘어갈 필요가 있어 굳이 나르키소스에 대해서까지 언급하진 않았다.

“근데 이걸 사진(寫眞)이라고 불러요? 생긴 그대로(眞)를 모사(寫)한다라...사진...사진...정말 그 말 그대로네요.”

“다진아, 저기...계속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말이지.”

한참을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자신의 모습을 보느라 안 놔주는 다진에게서 겨우 스마트폰을 빼낸 용운은 배터리 잔량부터 확인했다.

‘흐음, 어차피 1번에 최대 1시간 정도밖에 촬영하지 못하니까 여기서 1시간 더 촬영하기엔 배터리 잔량이 모자랄 것 같은데. 밤에는 해가 없어 충전을 못하니까 내일 오후는 되어야 다시 촬영할 수 있으려나.’

현대였다면 콘센트에 꼽아 간단하게 충전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선 태양열로 충전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태양이 떠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여 충전도 하고 촬영도 해야 했다.

‘그래, 오늘 촬영은 여기까지만 하자. 어차피 버릴 거 버리도 1화 분량은 충분히 건졌을거야.’

다진에게 기물에 남은 힘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 해가 지기 전까지 태양 빛을 받아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자 다진은 신기해하면서도 어느 정도 나름 납득하는 것 같았다.

“그렇겠네요. 기름을 이용해 등불을 켜는 것처럼 아껴써야겠어요.”

일을 이쯤에서 멈추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본 용운은 나무 막대기 네 개를 박아놓고선 끈을 연결한 뒤 나무 판을 만들어 ‘출입금지(出入禁止) - 교주 화용운’ 이라고 칼로 새겨놓았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안 건드리겠지?”

“사람들이 궁금해하긴 할걸요? 도대체 교주님께서 뭘 하는 건가 싶어서.”

“너처럼?”

“뭐 그렇죠? 헙.”

집으로 돌아온 용운은 간단하게 동영상 편집을 하고선 30분 정도씩 2편으로 만들어 채널명 ‘천마TV’에 업로드를 마쳤다.

“후우, 먹고 사는 걱정이 없어져서 좋긴 한데 포인트 벌기가 참 어렵다. 내가 생각한 대로  잘 되어야 할텐데.”

다음날이 되었을 때 용운은 자신이 한 행위들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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