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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재벌이 되고 싶다-3화 (3/132)

3화

“상태창? 상태~창! 상! 태! 창!”

몇 번이나 반복하며 말한 것이 머쓱할만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에 누가 본 사람도 없건만 괜히 신경이 쓰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현실에서 상태창을 외치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저지른 이후의 머쓱함은 이내 괜한 분노로 바뀌었다.

“아니! 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이왕 금수저로 만들어 줄거면 겉보기만 금수저가 아니라 뭐라도 좀 챙겨주시든가요! 아! 몰라 몰라! 나 안해! 파업이다. 파업!”

용운이 하늘을 향해 벌건 얼굴로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자 한여사가 나타나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뒤에서 말을 걸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신가요, 교주님?”

“네? 아...아니요.”

“뭘 챙겨달라고 하시길래...”

“하던 일 보세요. 그냥 혼잣말 한겁니다.”

“교주님.”

걱정이 한껏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날 안쓰럽게 쳐다보더니 한여사는 조용히 응원의 말을 전했다.

“신교를 다시 일으킬 우리 교주님. 교주님께서 신교를 일으키고자 열심히 하시는 것도 좋지만 너무 힘들어하시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녀의 응원이 응원이긴 한데 나에겐 순도 100%의 응원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담감을 더 주는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이 더 컸다.

혹시라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불러달라는 한여사를 하던 일 보시라고 돌려보낸 나는 아침식사가 끝나고 이제는 태양이 높게 떠오르고 있는 신교의 동네를 한번 둘러볼까 싶어 걸음을 옮겼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벌써 각자 맡은 일을 하러 떠난 덕분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은 어린 아이들뿐이었다.

“어? 교주님이다!”

“교주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유치원에 다닐법한 아이들이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의 손을 잡고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기에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워 나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어, 그래. 얘들아. 뭐하고 있었어? 아니 뭐하러 가는 건가?”

이전의 생에서도 괜히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만나면 으레 간단한 스몰토크를 즐겨하던 나는 평범하게 말을 걸었건만 아이들은 내가 교주님이면서 자기들이 뭐하는지도 모르냐고 오히려 타박하듯 되물었다.

“아...알지. 동생들 돌보고 있었나 보구나.”

“아닌데요...”

“저희들은 양이랑 야크들 몰러 가는 길이었는데...”

“니들이? 양이랑 야크를 몬다고?”

“그럼 저희들이 하지 그럼 누가 몬데요?”

당연한 걸 뭐 묻느냐며 나를 빤히 쳐다보던 아이들은 늦어서 빨리 가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내게 인사를 하고선 아이들치곤 빠른 걸음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고놈들, 잘 뛰네...”

그 모습을 보며 벙쪄 있다 그제야 본체였던 용운에게서 떠오로는 기억들을 되짚었다. 이제 내 기억이라면 내 기억인데 용운의 기억은 뭔가 동기화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해야 되나 용운이었을 적 기억들은 분명 떠오르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기보단 어떤 상황이 닥치거나 계기가 있어야 수면 아래에 있다가 연상작용을 통해 기억나는 느낌이었다.

“아니...그래도 그렇지. 아직 저렇게 애기들인데...”

아동노동이 착취로 여겨지기 시작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고 불과 대한민국에서도 70~80년대까지 농촌이나 어촌의 아이들이 부모님의 일을 도와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는 했지만 2020년대의 현대를 살던 내게는 아이들이 저렇게 일을 해야 한다는 상황이 역시나 잘 와닿진 않았다.

“말려야 하나 내버려둬야 하나?”

아이들이 눈에서 안 보일 때까지 쳐다보며 중얼거리고 있는데 내 뒤에 다진이 살며시 나타났다.

“뭘 말려요? 추르피?”

절정의 경지에 오른 용운의 육체는 다진의 인기척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어 뒤에서 나타난 다진의 등장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갑작스럽게 물어본 다진의 질문이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래요?”

다진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와서 교주님이 저번에 쓰러지셨다가 일어나고 나서 아직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며 잘 보살피고 도와드리라는 말에 툴툴거리면서 찾아 왔는데 비 맞은 중마냥 중얼거리고 있는 용운이 진짜로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아 유심히 살펴봤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요, 아무 것도 안 묻었는데요.”

“근데 왜 그렇게 쳐다 봐.”

“그런 거 아니에요.”

용운이 답했던 그대로 다진이 똑같이 돌려주자 용운은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손바닥에 뭐가 묻은 게 없는지를 살펴보는 행동을 반복하였다. 그 모습이 다진에게는 어릴 때의 용운이 겹쳐 보여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다진이가 분명 웃길 일이 없음에도 웃기에 분명 뭐가 묻었다고 생각했다.

“진짜 뭐 묻었지? 빨리 말해. 여기야? 아니면 여기? ”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짚으며 몇 번이나 물어보는 용운의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지만 다진은 평소처럼 무표정에 가까운 느낌을 연기했다..

“아무 것도 안 묻었다니까요.”

“그래? 쓰읍, 아닌 것 같은데...근데 뭐하러 왔어. 바쁘다며.”

엄마가 용운을 잘 보살피라고 해서 찾아왔다고 뭐했던 다진은 그대로 말하기가 뭐해 둘러댈 것이 없을까 싶어 하던 차에 한가지를 떠올렸다.

“아! 그거...그거 때문에 왔지.”

“그거?”

용운이 쓰러졌을 때 용운은 어디서 났을지 모를 기물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쓰러진 용운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걱정하다가 기물에 대해서 깜빡했다가 때마침 다진은 기물에 대해 떠올렸다.

기물의 형태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듣은 용운은 평소의 용운이라면 절대 보일 리 없을 정도로 화들짝 놀라는 것 같았다. 호들갑스럽게 용운이 그거 어디 있냐면서 숨이 넘어갈 것처럼 묻기에 다진은 손가락으로 용운의 방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이윽고 둘은 용운의 침소가 있는 집으로 서둘러 움직였고 다진은 침상 옆 협탁 서랍에 놓여 있던 그것을 찾아 용운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게...왜 여기서 나와?”

다진은 용운의 말이 자신에게 하는 것인지 알고 협탁에 넣어놓은 것을 깜빡했다고 했다.

“죄송해요. 근데 그거 중요한 건가요?”

“어? 아니 너한테 한 말이 아닌데...어...음, 중요하다면 중요하지.”

귀신에 홀린 것처럼 기물을 앞뒤로 훑어보면서도 어리버리한 기색의 용운이 낯설게 느껴지려는 찰나 용운이 다 큰 남자의 침실에 다 큰 처자가 어딜 함부로 들어오냐면서 자신의 등을 떠밀며 하던 일이나 하러 가라고 내보내는 바람에 다진이 그러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누군 뭐 할 일 없어서 온 줄 알아요? 바쁜 시간 쪼개서 와준 건데”

나는 다진의 궁시렁거리는 뒷말을 들었음에도 누가 들어도 성의가 없는 감사의 표시로 대응했다.

“고마워, 고마워.”

다진이 툴툴거리며 방 밖으로 나가고 문을 닫은 용운은 다진이 멀어지는 발소리를 듣고서야 자신의 손 위에 놓여진 ‘기물’을 다시 살필 수 있었다.

명나라 시대로 짐작되는 현재의 중원에 있어서는 안될 물건. 아니, 2010년이 지나서야 한 혁신가를 통해서 세계에 보급된 그것이 자신의 눈 앞에 있었다.

“내 스마트폰이 왜 여기 있지?”

자신의 손에 있는 스마트폰은 조금이나마 싸게 사려고 성지를 찾아 뒤적거린 끝에 24개월 무이자 약정의 노예 계약을 통해 트럭에 치여 이 세상에서 눈을 뜨기 며칠 전에 구입했던 스마트폰이었다. 상곡 마씨 집안의 자손인 ‘마이수(麻二壽)’일 적의 스마트폰.

“이거 켜지긴 하나?”

스마트폰 옆의 전원을 꾸욱 누르자 아주 자연스럽게 띵 소리가 나며 전원이 켜졌다.

“켜지네?”

잠시 후 로고가 떠오른 뒤 지문을 통해 잠금해제를 하자 자신이 다운받았던 어플들과 익숙했던 UI가 비춰졌다.

“야...그나저나 그때 이 충천 케이스로 결정하길 잘한 건가?”

신형인만큼 무선충전을 지원하는 모델이긴 했지만 무선충전기를 구매할까 하다가 야외활동을 좋아하던 용운은 태양열을 통해 자가충전이 가능한 기능성 케이스를 구매했다.

“방전 걱정은 안해도 돼서 좋긴 한데 인터넷 연결이 안되는 여기에선 이거 그냥 깡통이나 다름 없어지는 물건이잖아.”

마이수의 생각과는 다르게 스마트폰은 사실 21세기 이전에 사용되던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난 성능을 지닌 말 그대로 스마트한 물건이었지만 스마트폰으로 너튜브나 보고 트리위키나 뒤적거리던 마이수에겐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 지금에는 딱히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었다.

인터넷이 되는 세상이 아니기에 제대로 작동할 리도 없건만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두들(doodle)의 바냐둠 앱 아이콘을 누르자 바냐둠의 화면이 떠올랐다.

“돼? 진짜? 리얼? 이게 왜 되는 거야?”

자신이 중원의 마교 교주가 되는 것만큼 말도 안되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검색 창에 떠오른 문구는 익숙하면서도 매일같이 보던 검색창.

〖DOODLE 검색 또는 URL입력〗

“뭐야, 나 지금 꿈꾸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알고 보면 누가 나 데리고 개꿀잼몰카 찍는 건가?”

자신의 얼굴을 꼬집어 봤지만 뺨이 얼얼한 것으로 보아 꿈꾸는 것은 아닌 게 분명했고 열려져 있는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알프스와 강원도 사이의 어딘가의 풍경으로 결코 거짓은 아니었다.

“이것도 될까?”

검색창에 한글자 한글자 찍어넣은뒤 확인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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