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외전 7화 ― 사도화(四桃花)(완)
12시, 북쪽의 방향, 쥐의 방위 쥐의 시간. 자. 물.
3시, 동쪽의 방향, 토끼의 방위 토끼의 시간. 묘. 나무.
6시, 남쪽의 방향, 말의 방위 말의 시간. 오. 불.
9시, 서쪽의 방향, 닭의 방위 닭의 시간. 유. 쇠.
이 시간을 사주에 포함한 사람들, 즉 쥐띠 토끼띠 말띠 닭띠.
춘분이 있는 3월, 하지가 있는 6월, 추분이 있는 9월, 동지가 있는 12월.
자시, 묘시, 오시, 유시 탄생자.
등에겐 가장 순수한 기운, 도화살이 있다고 보고.
“그 모든 기운을 갖춘 사주를 사도화라고 하죠. 색을 어마무시하게 밝히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모입니다. 쥐, 토끼, 말, 닭 모두 번식과 관련이 있고 풀과 잡곡만 있어도 잘 퍼져 나가는 종이기도 하고.”
“음, 근데 돼지도 번식을 잘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동물에 빗대는 사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쥐와 토끼는 번식력을 상징한다.
닭은 생태가 일찍이 인간에게 알려져 장닭 하나가 모든 암컷을 영유하는 것으로 인지되었고.
말은……. 말을 말자. 말X지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돼지는 해, 번식의 속성인 물의 방위죠. 북북서쪽이오. 물은 뭐,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아, 암수와 남녀가 만나면 나오는 액체를 상징한댔다.”
은유 자매는 내 사주 강의를 듣곤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했던 사주에 빗댄 은근한 드립이 그녀들에게서 돌아온다.
“아, 뭐 그런 식으로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젖으로 봐도 무관하죠. 아이를 기를 때 나오는 액체. 어때요?”
“응, 뭐가요?”
“확인해 봐야지요?”
은겸이 가슴에 손을 교차로 얹고 말했다.
“또 그러려고요?”
“진짜 너무 몰두하는 거 같아. 우리가 안 살아 줬으면 어쩔 뻔했나?”
저격 맞았다.
그게…….
인생의 모든 게 충족되고 풍족하며 결핍을 느끼지 않으며 현실에 만족하니까.
책임과 자극이 필요하고 그 책임이 자손인 것이 좋겠다 생각이 들다 보니.
당장 몰두할 것이 그것뿐이다.
얼마 전에는 예견대로 셋이서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에서도 밤에 잠은 안 자고 침구류만 엉망으로 만들어서 나올 때 민망하더라.
그런데 지금은 그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거절할 생각도 없지만.
“그게 제가 말했던 걸 증명을 해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신체가 좋아지는 건강운을 나눠 줄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냥 그거……. 신체검사를 빗댄 플레이 같은 거 아니었어요?”
변태…….
은겸이가 부끄러워하면서 고개 숙이는데 유겸이 녀석은 그냥 말해 버린다.
신체검사는 나도 생각 못 했던 건데.
“재 보자.”
그리고 눈대중으로만 봐도 커진 것 같다.
앞서 치수를 쟀을 때와 현재가 분명한 숫자의 차이가 있다.
둘 다 놀란 눈치다.
“진짜 커졌, 아니, 그냥 빨려서 그런 거 아니야?”
“진짜라니까.”
“왜……. 진짜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운을 주고 싶었다.
운이 남아돈다, 이제.
명승 선생님이 왜 그렇게 뭐만 충족하면 운을 퍼 줬는지 알 것 같은 레벨업 상태다.
사주강화술이 이렇게 남아돌면 종신 독재자, 황제급 영토의 수취권, 세계 1위 재벌급 재물, 미국 대통령급 인지도, 130살 이상의 수명, 수억을 믿게 할 신흥 종교의 창시자가 될 것인데.
130살 이상의 수명 말고는 별로 찍고 싶은 것이 없었다.
다만 운이라는 것이 사주강화술이란 설명서를 갖고 있어도 확신을 못 하는 것이 많다.
체감을 하려면 신체의 변화가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직접적인 신체 변화를 유도할 콤플렉스를 설은겸에게 물어봤다.
‘음, 아픈 데를 말하라고요? 아픈 데가…….’
은겸이의 몸매나 건강은 딱히 염려할 만한 게 없었다.
다만 본인은 나한테는 말 안 하고 고민하는 게 있는 모양인데.
눈이 마주친 나와 동시에 시선이 자기 배꼽 아래로 향했다.
여성병원을 한번 과감하게 다녀온 모양인데.
젊은 여성들의 사주를 상담할 때, 객관적으로 마른 여성들에게 부인병을 우려하는 편이다.
선천적으로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안 붙는 체질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런 사람들도 체중에 신경을 쓴다.
사람은 칼로리로 때는 기계나 다름없어서 영양 불균형이 일어나면 몸의 활동이 줄어드는데 제일 먼저 제약이 가해지는 게 생식 활동이다.
그 덕에 영양이 적던 시절에는 영양이 많던 모습이 미의 기준이었다.
사주도 이를 충실하게 따르므로 먹을 복과 생명활동, 여성의 자식운을 같은 기준에 뒀다.
‘몸매 같은 걸 교정할 수도 있을 텐데, 은겸이 몸매는 어우. 그럴 필요가 없어서.’
‘선생님이 그렇다고 해 주니까 믿겠지만 나는요.’
‘어? 불만인 곳이 있어요?’
미에 대한 욕구는 그저 광고 하나 찍었을 뿐인데도 명예운 고레벨에서 볼 수 있는 ‘동일 언어 문화권에는 수백만, 동일 언어나 문화권이 아니어도 수십만.’에게 명성이 알려지는 설은겸에게도 같은 모양이다.
‘이렇게 안겨 있으면요.’
‘예.’
은겸이 시범을 보였다. 직접 안겨서.
그런데 대답을 한참 안 했다.
‘뭔데요?’
‘……이게 그 질투 같이 들릴까 봐.’
‘질투?’
‘유겸이한테는 선생님이 얼굴을 푸닥거린단 말예요.’
아, 노래가사로도 있다.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울 엄마 애창곡이라 뭔 노래인진 모르지만 저 구절은 안다.
‘은겸이한테 안 그러는 건 아닌데요?’
장난처럼 코는 명치에 두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은겸은 간지러워하면서 웃고 날 한 대 툭 치며.
‘그러면 그 가슴 크기 운 한 번 줘 보세요. 되나 보게요.’
농담처럼 저 한마디를 하고 믿지는 않았다만.
일단 그래도 치수를 재게끔 했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상의를 탈의한 채 거울 앞에 섰는데 본인도 신기해한다.
저 몸은 나나, 유겸이나 다 보고 지내는 것이므로 달라졌음이 눈에 띈다.
유겸이가 등 뒤에서 줄자로 재 보고 말했다.
“와 진짠 거 같아. 다시 한번만.”
“그런 것 같은데, 말이 돼요?”
“됩니다.”
같이 못 믿던 유겸이가 한마디 쏘아붙인다.
“그냥 그건 줄 알았는데. 부은 건 아닌 거 같고.”
저 말에는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말하지, 그런 식으로 장난 친 거다.’가 담겨져 있다.
“야아! 조이지 마.”
유겸이가 재어주는데 줄자로 장난을 치는 것 같다.
하필 딱 맞춰서 거길 잡아당긴다.
그 장난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
이 옷을 뭔 옷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은겸이 입은 하의는 레깅스인데 치마가 달려 있는 치마바지(?)식의 하의였다.
한 번에 해제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 허리춤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손끝에 걸리는 붙어 있는 천까지 손가락을 집어넣어.
쭉 끌어내렸다.
유겸이한테 야! 소리를 지른 것과 별개로 내 손길에는 가만히 있는다.
그렇게 가슴에 매여 둔 줄자 빼곤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 우리 둘 앞에 섰는데.
당연히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은겸이는 내 손길엔 전혀 반항할 생각이 없다는 걸 이용해서 내가 매만질 때, 유겸이에게도 손을 대게 놔둔다.
3인 체제면 한 명이 공격받을 때는 언제나 나머지 둘이 동맹이 된다.
이쪽은 체액으로 저쪽은 타액으로 교류하면서 보내 버리는 데에는 한 생각을 품는다.
“그래서 유겸이는 운이 필요하다면 뭐가 필요하세요.”
은겸이는 별로 콤플렉스 같지 않고 그냥 밀리는 걸 이야기했다면 유겸이는 안 믿었다.
진심으로 진지하게 대했다면 말은 그래도 믿었을 거 같기는 하다만.
‘모든 게 좋아.’ 모드인 언니와는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
“어, 살이 빠지는 건 없어요?”
“뺄 살이 있었나?”
“뺄 살이 있어?”
나와 은겸이가 동시에 쏘아붙였다.
유겸이는 기분 나쁜 표정이다.
“놀리는 거죠?”
“제가 가진 운을 늘리는 비술에는 몸에 살을 줄이는 방법은 없습니다. 근육을 늘리는 방법은 있는데 허벅지라도 늘려 드릴까요.”
사주엔 먹을 복은 있어도 굶을 복 같은 건 없다.
“그 허벅지가 문젠데요. 아조씨.”
아 그거, 실언이었구나.
삼각의 속옷이 감싸고 있는 사타구니에는 허벅다리와 아랫배의 경계에 흔적이 남는다.
처음 유겸이 몸에서 삼각의 그것을 분리해 냈을 때, 피부톤과 눌려 있는 살갗의 경계선이 보였다.
그 경계선 속의 주요 부분은 여인과 깊어졌을 때만 들춰 보고 열어 볼 수 있는 것이고.
당시 유겸이의 골반에서 허벅다리 사이로 이어지는 삼각 모양의 톤이 다른 피부와 경계선이 있는 살갗은 마치 누구도 이 부분을 범접치 못한 순백의 대지 같다는 느낌이 들어 인상이 깊었고.
그걸 빌미 삼아 온갖 말로 부끄럽게 했었다.
지금도 허벅다리부터 그 부분을 주위로 매만져 주면 가장 부끄러워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만지게 두는데 말이다.
“그 하얀 살로 된 속옷 부분을 보는 거 같다. 그거 때문이죠? 거 말곤 내가 싫은 소리를 안 했을 텐데.”
“아랫배도 꼬집었잖아요. 그리고 언니는.”
그게 아예 없이 매끈한 사람을 물론 안다. 옆에 있다.
팬티를 안 입고 다니세요? 묻고 싶을 정도인데.
그건 할 말이 없다.
안 입히는 거 나니까.
지금도 쭈르륵 벗겨 놨고, 입지도 못하게끔 유겸이와 작당해서 숨겼다.
요즘 이런 식으로 논다.
그리고 당하는 느낌으로 휘둘린 한 명은 마땅히 앙심을 품는다.
“내가 뭐? 어떤데?”
유겸이한텐 약간 화난 투다. 그리고.
“뭘, 아, 자자자잠깐만.”
머리를 풀어헤치고 바닥에 누워 있던 은겸이 이번엔 유겸이 바지춤을 붙잡았다.
펑퍼짐한 긴바지 츄리닝으로 은겸이보다 내리기 쉽다.
“거짓말 많이 한다. 아랫배 안 잡히죠. 얘?”
“응, 거짓말쟁이야.”
은겸이가 방금 전 당한 그대로 유겸이 제압에 들어갔다.
근육량은 은겸이가 더 많은 모양인지, 등 뒤에서 붙들어 티셔츠를 끌어올리고 골반 윗부분을 드러내게 바지를 밀어내려.
살포시 솟은 배와 사타구니로 이어지는 라인을 드러내 주었다.
유겸이도 자국이 점차 없어지고 있었다.
그게 어쩌면…….
속옷의 압박이 줄어드는 상황이 많아져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아, 언니 꼬집지 마. 아야야야야.”
다른 건 모르겠지만 자매는 공격용으로 사용하고 서로가 나로 인해 신체의 변화가 있는 것을 보는 모양새를 즐기는 거 같다.
꼬집기로 유겸이를 제압한 은겸이가 뒤엎어서 유겸이 허벅다리를 팔꿈치로 짓누르고 발버둥하는 무릎을 내리찍었다.
근데, 나는 운을 주려고 했는데 그런 것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 * *
괴메시지를 받고 용산에서 바로 KTX타고 전주로 왔다.
그리고 소녀보살을 만났는데, 대뜸 하는 소리가 심상찮았다.
“혼자 안 왔네?”
“응? 누구 안 데려왔다만.”
“너한테 귀신 있다.”
“고스트 바둑왕이냐. 아니면 혹시 뭐, 천마라는 분이냐? 무공서라도 준대?”
“천마가 뭐냐? 하늘을 나는 말?”
“아……. 아니 그런 게 있어.”
지금은 대전에 개업한 사주 제자 남성근이 천마신검이 뭡니까? 물어보길래.
무협 쪽에서 쓰던 용어가 일반인에게까지 알려진 게 아닌가 했다.
금강불괴나 만근추 정도는 사람들도 얼추 들어 보긴 한 모양인데.
그 덕에 천마까지 알려졌나 해서 반가웠다만, 아닌가 보다.
귀문관살이 높고 그게 통제가 되는 자아와 인성운, 종교운이 포함되면 영적인 무언가가 도움을 준다고 해서 살짝 기대했건만.
지금 생각해 보면 금강불괴나 만근추가 종영된 예능을 업고 오히려 너무 인지도가 높아진 게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건 아니고 군인 귀신.”
“아, 혹시 목 졸려 있지 않냐?”
“온전하긴 하네.”
얼마 전 건규 아버지를 뵈었다.
건규가 낳은 손주 한 명을 돌보며 빈곤하게 살고 있었다.
전역하고 한 번 찾아가긴 했었는데, 그땐 뭐 덕담 말곤 할 게 없었다만.
지금은 봉투라도 할 수 있었다.
건규는 사실 별로 안 불쌍하지만 그 집 아버지는 뭔 죄겠나.
“원래는 없었냐? 있었다면 눈치 좀 진작 채 주지.”
“해 끼칠 모양새는 아닌 거 같다. 음. 아 너는 자아운이 세서 못 들으니까. 나한테 얘길 하고 싶은 거 같다. 음, 음, 아아. 그래. 잘 가.”
뭐 원래 이렇게 귀신하고 대화하나?
소녀보살은 내 등 뒤의 무언가한테 말하고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뭐래냐.”
“어, 금 상병님이.”
상병? 진짜 봤나?
소녀보살의 영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놀랍긴 놀라웠다.
뭐, 운이 강화도 되는데 귀신이 없을 건 또 뭔가 싶으니까.
“자기의 숙원을 풀어 달라는군.”
“무슨 숙원?”
딸깍.
그러고 보니, 소녀보살 신당의 내부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었다.
신발도 소녀보살 발에는 결코 안 맞는 낡은 스니커즈가 하나 있었고.
“누구 왔……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곧장 쭈그려 앉아 버리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문 쾅 닫아 버린다.
옆모습만 보였는데 호들갑은.
“남의 집 문을 너무 세게 닫네.”
“네가 꾸민 거냐?”
“주도했지.”
“왜?”
“원래는 이유가 하나였는데 두 개가 되겠다.”
“뭔 소리야.”
“우선은, 네가 여자 둘이 있는 곳에서 벗어날 생각을 안 하더구나.”
한 여자를 사랑하기 위해 둘이 모였는데, 그중 한 명이 남자가 아닌 상황이 만족스럽다.
매만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지만, 교접보다는 좋아하지 않아서.
잦은 횟수에는 생략하고 싶어지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걸 대행해 줄 뿐 아니라 훨씬 자극적이다.
“자주 왔어야 했지, 미안.”
다만 정확히는 은겸이 먼저 자식운을 주고 싶어서 피한 게 없잖아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 네 뒤에 있던 목맨 군인이 그러더라.”
“뭐라고 하디.”
“너는 자기보다 두 배는 많은 여자를 만나고 그럼에도 모두 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축복하더군.”
그게 축복……. 인가? 축복 같긴 한데.
“야, 그럼 이거 신력이냐? 쟤가 호텔 다시 갈래요? 이러길래.”
괴메시지는 뜬금없이 수이한테 온 호캉스 제안이었다.
것도 ‘몰래’ 만나자면서 너무 불륜을 암시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수이도 눕혀서 더 자주 오게 만들겠다는 소녀보살의 계략이겠거니 짐작하고 먼저 찾아왔는데.
마침 여기 있었다.
“내 설득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 줘라.”
“수이랑 너는 어쩌다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주고받냐.”
“비주류니까. 본디 수녀들이나 마녀들은 모여서 교류하기 마련이다.”
가족이 없거나 없는 사람들은 공동체를 형성하기 마련이고.
그중 가장 모이는 명분이 좋은 것이 남자에겐 전장터, 여성에겐 종교였다.
“애를 버린 거 같은데.”
“이미 네가 버려 놨다.”
그건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수이는 이성에 호기심은 있지만 남자가 들어오면 도망치고 숨어 버리는 성향이다.
호감은 표현하는데 이상하게 거부하거나 선을 긋는 스타일이다.
그런 녀석한테 들이댄 것을 넘어, 친구를 중간 가교로 두어 굴에서 꺼내 오기까지 했으니까.
뭐, 딱히 시킨 건 아닌데, 소녀보살을 적극 제지한 적도 없다.
소녀보살의 막무가내식 행동력이나 내 여자운을 생각한다면 예상했어야 했나.
“그래서 뭐 네가 이부자리 펴놓고 침방 마련해 놓고 빠지게?”
“지금처럼 굴면, 쟤가 빠지게 되겠지.”
머뭇거린다고 뭐라 하는 모양새인데.
사실 차근히 빌드업을 쌓던 와중이다.
은유는 절대 이탈 못 하게끔 둘을 엮었고, 최대의 효용이 있는 존재임을 어필하려 사주강화술도 어느 정도 공개했다.
둘은 날 효용으로 만나는 건 아니라서 크게 와닿지는 않는 모양이지만.
유겸이는 어머니운 어떻게 올리냐며 쭈뼛대며 다가오기도 했다.
이어 육체를 최대한으로 강화하여 와, 이 오빠 상대하다가 우리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 생각을 품게끔 덤볐다.
오기 전에 유겸이 왈.
‘언니가 하나 더 있었어야 했나 봐요.’
거의 힘에 있어서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고무되어 있었다.
다만 이는 소녀보살을 위한 안배였는데, 소녀보살은 날 공유하고 싶은 모양이다.
목적이 단순 임신이라면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나.
정말 내가 자길 더 많이 보러 오게 미끼를 마련하는 거라면…….
아주 귀엽다.
그 생각이 들자, 소녀보살 신당 욕실 겸 화장실 앞에 서서 문을 두들겼다.
“같이 씻을래?”
“빠꾸 없네.”
끊긴 물소리와 함께 약간의 침묵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 닫힌 문이 끼이익 열렸다.
그곳엔 벼르고 별렀던, 키 크고 체형 좋은 여자애의 물기 가득한 머리카락만이 몸을, 그것도 굳이 안 가려도 되는 곳들만 감싸고 있는 바라마지 않던 모습이 있었다.
“…….”
“…….”
호텔에서 다시 한번 보자는 기록을 남긴 것에서 예삿 생각은 아니겠다 했지만.
약간 각오할 시간만 줬는데, 반응해 줬다.
“들어……와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욕실이 넓지 않았는데 내가 들어서니 더욱 숨이 막힌다.
가만히 주먹 꽉 쥐고 차렷 자세였는데 그 쥔 주먹이 덜덜 떨린다.
내가 먼저 손길을 내밀어야 할 거 같네.
우선 물을 틀었다.
허벅다리와 허리의 삼각의 구분은 수이 녀석한테도 보인다.
새삼 느낀 건데, 사실 여인네들은 이런 몸의 테도 대단히 신경을 쓰는 거 아닐까.
* * *
4가지 방향과, 연월일시 4가지 시간의 구분.
그리고 이 네 가지를 통제하는 중앙까지 합쳐 다섯 개의 방향점과 기준점.
5는 세상에서 가장 안정되어 있는 체계를 말한다.
전대물도 다섯 명을 기준으로 잡고 가고.
선지자 무함마드도 1:4까지의 기준치를 제시했다.
남녀가 가족을 이루되 자식을 제한다면 남녀로만 이룰 수 있는 가정의 최대치를 말이다.
갑자기 이 소리를 왜 하냐면, 이제 내 인생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없다.
하지만 이번 일의 명분은 정말 사주밖에 없겠다 싶으니까.
사주를 갖다 파는 것이다.
세상의 여간한 설명 안 되고, 뭣 같은 행동의 정당화는 신을 팔면 되고.
신을 팔면 도덕성에서 문제가 되는 일은 정당화가 되지 않지만.
그다음으로 요사스럽지만 실재할지도 모를 것이다 싶은 인정받는 점술을, 사주를 팔면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