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210화 (210/211)
  • #210. 외전 6화 – 별을 저격하는 병장.

    금태영, 후임의 전 여자친구와 외출 나갔다가 부대에 긴급 전화로 외박 요청.

    그것도 그 여자의 요청으로.

    면회 외출과 외박은 면회자가 연락처를 두고 보증을 하면 당일에도 신청해서 쓸 수 있게끔 제도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근무 같은 거 싹 조정해야 돼서 귀찮으니 태영 정도 짬 먹은 병사가 사전에 보고 안 하고 쓰면 욕을 먹지만.

    그건 간부한테 먹는 거고, 물병장이지만 병장이니 상관없었다.

    그리고 부대에서 소문은 빨리 난다.

    “금태영 병장님.”

    “왜?”

    “외박 한 번 더 안 나가십니까.”

    태영의 분대 생활관 직속 후임인 박상준 상병이 묻는다.

    컴퓨터 앞에서 편하게 일할 줄 알고 작전과 왔던 태영은 야근에 조리돌림 당하는 중이었다.

    그 덕인지 태영은 못 쓴 외박과 휴가가 많았다.

    “어 쓰긴 써야지, 요새 덜 바쁘기도 하고. 근데 왜?”

    “저희 외박 한 번 맞춰서 나가시지 말입니다? 다음 주에 나갈 생각인데.”

    태영은 의외인 양 물었다.

    상준과는 격의 없는 편이지만 외박 맞춰 나갈 정도로 과시할 친분은 또 아니었다.

    상준과 아주 친한 병사들은 좀 물이 좋지 않았다.

    “너만 나가는 거 아니지 않냐?”

    “아, 그 김민세 병장이랑 해서 같이 나갑니다.”

    태영은 손사래를 쳤다.

    “느그들 너무 더럽게 놀아서 좀 그런데.”

    “아, 금 병장님, 현석이 전 여자 친구랑 외박 나가서 무인텔에서.”

    면회 외박은 병사와 함께 나가는 면회자, 가족들이 지내는 숙소 등도 기재하게 되어 있었다.

    즉 인사과 공식 문서에 ‘병장 금태영, 외박 신청자 송세련 씨와 함께 모 무인텔에 숙소 잡았다.’ 이게 근거로 남아 있다.

    태영은 외박 위수 지역에 집이 있는 지역 밀착형 병사라서 숙박업소에 갈 이유가 없었지만.

    부모님과 동생 있는 집에서 생판 모르는 여자와 서로 하반신 만지다가 들어가서 그럴 수는 없잖은가.

    맞선임이라고 놀리는 거 같은데, 태영은 피식 웃으며 받았다.

    “응, 아주 좋더라.”

    “와, 군대에서 어떻게 여자를 사귑니까? 헤어지는 것만 봤지.”

    “될 놈은 되더라. 올해 딱 여자운 오기도 오고.”

    사귄다고 보기엔 애매했지만 태영은 그냥 그리 말했다.

    세련이 태영에게 의뢰한 말이 있었다.

    전남친인 임현석 앞에서 ‘자기가 무척 맛있었다.’라고 대놓고 말해 달라고.

    태영은 그 때문에 세련이 연애가 아니라 도구로 자신을 이용하는 거라 여겼다.

    물론 그건 차마 못하겠어서 굳이 이야기 안 했다.

    안 그래도 병사들 사이에선 태영의 이름의 ‘영’ 자가 ‘양’ 자로 바뀌고 있었는데.

    그 소리까지 하면 가히…….

    “그 상근 중에 조폭 있잖습니까. 금 병장님 충성충성 하면서 따르는.”

    “아 철진이, 걔가 왜?”

    “걔가 그 관광 나이트 말고 말입니다. 그래도 좀 미시들 오는 쪽 나이트 기도를 안다고 물 좋다고 소개해 줬습니다.”

    “푸흡.”

    “아, 왜 푸흡합니까?”

    “왜냐니, 너희들 김민세 말 듣고 나갔다가 김민세만 좋은 일 시켰다길래 웃겨서 그렇지.”

    태영의 동기 김민세의 별명은 유부녀 킬러였다.

    부대엔 유흥에 밝은, 좀 노는 놈들이 모여서 담배 피우며 이뤄진 카르텔이 있었는데.

    현지인을 대동하지 않고 아무 관광 나이트에 갔다가.

    어머니급 아주머니들에게 뜨거운 애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태영은 각계각층의 증언으로 들었다.

    사주로 ‘연상의 여자와 인연이 깊다.’라고 말했던 김민세의 주도로 가더니.

    너무 연상들에게 열렬히 구애받는 사태를 맞이했던 것.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까지 욕정이 침투한 몇몇은 기어이 2차 나갔다고 해서 배를 잡았다.

    그걸 나갔던 놈은 만났던 파트너가 40대 미시였다고 박박 우기는데, 나머지 놈들의 증언은 ‘누가 봐도 어머니셨다.’라고.

    “아, 진짜 김민세 병장 왜 그럼까?”

    “현명한 거지, 외지에서 복무하러 온 군인 남자는 젊음과 오래 묵힌 정력 말고는 장점이 없어, 그러면 딱 몸끼리만 만나고 이튿날 가정으로 복귀할 목적의 아줌마들과 이해관계가 맞아. 너희들처럼 대상 연령을 낮출 생각 없이 꿈만 꾸는 놈들보다 현실적인 거다.”

    “아, 이번에 그 철진이가 소개해 준 데는 물 진짜 괜찮답니다.”

    “본디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찾으나, 그걸 과하게 찾는 것을 드러내는 이를 꺼리기 마련이다. 실패할 거다.”

    “아, 여자 만나는 운 하나도 안 맞잖습니까?”

    “군대는 강력한 관운이라 여자운 안 먹힌다. 그러니까 10년에 딱 2년 여자운 오는 놈이 그 시기에 군대 오면 너같이 된다. 상준아.”

    “그래서 같이 나가실랍니까?”

    “PC방이나 가면 가고, 뭔 나이트고 클럽이냐, 서울도 아니고. 그리고 나 여자들 어색하다.”

    박상준은 금태영을 흘겼다. 명백히 선임인데.

    “저 PX에서 봤는데 말입니다. 여자분 울리던데 말입니다. 끼깨나 부리던데 말입니다. 막 팔 올리고.”

    “사주나 이야기하면 모르겠다. 원래 아는 걸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말이 잘 나오니까. 그리고 그 여자분이랑 잘되는 걸 봤으면서 나이트나 가자는 건 또 뭔 개소리냐.”

    “그럼 금 병장님은 그냥 춤만 추시고, 그 사주나 보고 빠져 주시지 말입니다.”

    태영은 이놈들한테 외박 같이 나가자는 이야기 첨 들었다.

    뭔가 이것들한테 여성을 유혹 잘하는 인싸로서 각인이 된 모양인데 거부하고 싶었다.

    “이것들이 선임을 부려 먹을라 들어. 뭐 사주로 이놈하고 관계하면 아들이 생기는 사주입니다. 이래 줘?”

    “성근이 말입니다.”

    태영은 성을 내다 말았다.

    “아, 이 새끼 가불기 쓰네.”

    “그 새끼 뒤질 거 같지 않습니까? 금 병장님이 좀 케어해 주시지 말입니다. 걔도 데리고 나갈 겁니다.”

    태영은 남성근 일병이 요즘 헤어지고 대단히 힘들어하는 걸 알았다.

    욕망이 과한 놈이라 더 그럴 것이라 여겼다.

    CCTV 앞에서 여자 친구와 그런 짓을 한 것은 욕정이 깊은 사주가 그저 사주로 그치지 않고.

    현상으로 증명이 된 것이니까.

    그리고 본인이 해답도 줬었다.

    욕망으로 쌓아 올린 마음은 욕망으로 충족해야 한다고.

    * * *

    일요일 새벽의 한 모텔, 까까머리 남자들이 소주 마시며 뒤통수만 긁고 있었다.

    “후. 야, 미드나잇 채널이나 틀어 봐.”

    “통신병아, 야동 연결 못 하냐?”

    선임들은 애꿎은 통신병 후임에게 모텔 컴퓨터와 TV를 연결해 보라는 강짜만 부리고 있었다.

    하필 성인 방송이 안 나와서, PC에 있는 자료를 모텔이 자랑하던 대형 스크린의 TV와 연결해 상영할 목적이었다.

    “봐서 뭐 합니까.”

    박상준 상병의 한마디에 다들 기가 팍 죽었다.

    이들이 모텔에서 성인방송이나 보려고 의기투합해서 외박을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게. 차례로 화장실 몰래 쓸 것도 아니고.”

    “그래도 봐야지 말입니다.”

    “족발은 또 왜 이렇게 안 오냐.”

    애정 전선에 나선 모든 병력이 패배했다.

    그리고 사후강평 중이었는데 자기들 매력이 딸렸다고 말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단 머리카락 탓이다.

    그다음으로 이렇게 머리카락을 밀게 만든 나라 탓이다.

    나라 탓이 적합하다.

    여기 있는 병사들은 연애 경험이 있는 병사들이다.

    어찌 됐건 여성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남성들이라는 뜻이다.

    “아, 쉬팔. 그 아줌마랑 그냥 같이 나갈 걸 그랬나.”

    “그 헌팅 술집이라고 있다는데 말입니다.”

    외박자들의 인도자인 김민세 병장은 여전히 아줌마 관련 허세다.

    하지만 후임들은 알고 있다.

    김민세는 전략적으로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성들에게만 접근했지만 그럼에도 죄다 퇴짜를 맞았다는 거.

    김민세가 그동안 주창하던 전략적 유혹론은 오늘로써 거짓임이 증명됐다.

    “근데 태영이 왜 안 보이냐?”

    “아, 그러고 보니 금태영 병장님이 안 보입니다.”

    “적응 못 하고 미리 나간 거 아니었어? 존나 쭈뼛대더만.”

    “아, 저희 봤습니다.”

    “어디 갔는데?”

    “일병 남성근, 금태영 병장님 그, 테이블에 있다가 여자분 두 분이랑 나가셨습니다.”

    남성근 일병의 증언에 패잔병들이 술렁였다.

    “둘이랑 나갔다고?”

    “그렇습니다.”

    “……와, 그 찐따가?”

    “찐땁니까? 말빨 죽이던데 말입니다.”

    박상준 상병이 손으로 부리를 만들어 움직였다.

    김민세 병장은 의아하다는 양 말했다.

    다들 후임이라 모르나?

    “아니, 걔 덕후잖아. 부대에 있는 걔 책이 그림 존나 야해. 내용도 야하고.”

    “못 봤습니다?”

    “아, 그거 커버랑 제목이 좀 그래, 갈아 끼워서 안 보일걸. 야해서 압수당했나?”

    “근데 임현석 상병 여자 친구랑 사주 봐 준 다음에 뜬금없이 둘이 외박 나가서.”

    “맞네, 아, 그러고 보면 금태영 그 새끼, 말은 맨날 자기 모솔이다, 모솔이다 하는데 이병 때는 여자애가 왔었거든? 사주 때문에 그런가? 둘이 나갔다고? 사주 봐 주러 나간 거 아닐까?”

    “이 시간에 말입니까?”

    새벽 2시가 넘었다.

    예사 시간은 아니다.

    “에이, 설마 여자 둘이랑 하겠습니까?”

    “그 건규인가도 그러지 않았냐. 걔랑 친한 상근? 3P하다가 죽었다며?”

    김민세는 소문을 자기 멋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 뭐, 그, 그렇기는 한데.”

    “못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건규가 그랬으니 친했던 태영도 그럴 것이다는 말도 안 되는 결론이 술이 들어가 이성이 살짝 마비되고 까였다는 사실에 분노했으며 욕망이 해소 안 된 병사들 사이에서 정설이 되었다.

    이어 마침 연결된 모텔 PC 성인 방송엔 여자가 둘 등장한다.

    잠시 눈길들이 전부 그쪽으로 가더니.

    “그러게, 둘하고 왜 못 해?”

    김민세의 그 의문 한마디에 다들 이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와, 금태영 병장 진짜 미쳤슴다.”

    “그래, 새끼. 나랑 예전에 외박 나오던 형들이 맨날 걔한테 여자 사주 물어보더라고. 그러고 그 여자랑 또 만나고. 쉬팔 나도 사주 배울 걸 그랬나.”

    같이 외박을 나왔고 그중 모솔이라며 항시 홍보해서 다들 연애 능력 떨어질 것이라 여겼던 금태영이면, 몰입이 극적으로 되는 인물이다.

    냉정하게 보면 군인 신분 덕에 이성을 유혹하는 능력들이 모두 저하된 사람들이니까.

    그중 유일하게 이성과 아니 이성들과 사라진 동료.

    무척 상상되는 자극적인 상황인 양손의 꽃.

    “성근아, 예뻤냐?”

    “아줌마 아닌 거 같았습니다. 이십 대 중반? 한쪽은 진짜 예뻤습니다.”

    심지어 예뻤다는 증언까지.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전번 초 송진 사건, CCTV 애무 사건을 일으킨 음란 병사의 시선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더 큰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궁상맞은 놈들 사이에서 자기 혼자 그렇게 두 여인과 스리슬쩍 사라지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바라던 미래였으리라.

    그리고 금태영은 패잔병이 될 경우 합류하기로 한 모텔의 다인실에 합류하지 않고 늦은 아침에 병사들이 해장하는 콩나물 국밥집에서 합류했다.

    * * *

    “성근아, 이게 뭐냐.”

    태영은 수백 개의 라면을 받았지만 마트마냥 5개 묶음 들이로 사 와서 바치는 놈은 처음 봤다.

    “금 병장님 사주 가르쳐 주시면 안 됩니까?”

    “네 사주 봐 주지 않았냐? 천하의 개 변태 새끼 사주라고.”

    “그게 아니고, 사주 보는 법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자 꼬실라고 가르쳐 달라 그러는 거지?”

    “예? 아, 그렇습니다.”

    태영은 황당했다.

    그 외박 이후 태영에게 이런 전설들이 생겼다.

    3P하다 죽은 상근예비역 절친(?)의 유지를 잇는.

    후임의 여자 친구와 뜨거운 면회 외박.

    클럽에서 미모의 여성 둘과 자리를 뜨고 늦은 아침에 나타난.

    태영은 소리도 시끄럽고, 분위기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조용히 앉아있다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너무 어리바리한 모양새가 웃겼는지 여자 둘이 다가오긴 다가왔다.

    몇 마디 붙였는데 태영은 할 말이 사주밖에 없어 외쳤다.

    ‘그, 저 사주 볼 줄 압니다.’

    ‘사주요?’

    ‘여자 많은 직종이거나 그런 학교에 계시는 분들이십니다.’

    ‘어머?’

    같이 외박 나온 놈들 중 지금은 김민세가 최고 선임이지만.

    그 이전에 김민세를 데리고 다니던 선임들이 있었다.

    그들은 태영의 단골이었다.

    이놈들은 불시에 하룻밤 만나는 여성들의 사주를 항상 캐묻곤 했는데.

    그녀들에게 보편성이 있었다.

    생활 반경과 직장에 남성이 없거나 적은 여성이 5할.

    그리고 태영이 말은 안 했지만 화류업으로 추측되는 여성들이 3할이었다.

    ‘여자 많은 직종이니까, 주변에서 남자를 못 찾지.’

    ‘초면에 화류업이냐고 물을 수는 없으니까.’

    이 두 가지와 몇 개의 사주 힌트로 저렇게 한마디 했는데.

    여인네들이 그 말 듣고 놀라더니 시끄럽다고 나가자고 했다.

    태영은 남성근도 데리고 나가려고 했으나 그 당시 성근은 엉덩이 세게 흔드는 여성분에 정신이 팔려서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다.

    포기하고 나가는 태영의 뒷모습만 봤다.

    이어 태영은 포차에서 사주 봐 주고 번호를 얻기는 했는데, 그 자리에선 그저 술을 얻어먹었을 뿐이었다.

    태영도 기대를 안 한 건 아니고 누나들이던 그녀들이 귀여워라 해 주긴 했으나.

    혼숙은 아무리 봐도 무리였다.

    게임 하고 싶어서 PC방에서 놀다 깜빡 잠들고 집결 장소로 갔고.

    진솔하게 설명도 했지만.

    같이 나간 놈들이 아무도 믿을 생각이 없었다.

    ‘날 여자 잘 꼬시는 놈으로 놀리려고 그러나?’

    태영은 그냥 말도 안 되는 것들로 호도해서 친한 척 놀리는 거겠거니 생각했다.

    태영도 김민세한테 유부녀 킬러 등을 붙여서 놀렸으니까.

    그런데 진지했나보다.

    남성근 일병이 간절하게 금태영에서 금태양이 된 태영에게 사주를 가르쳐 줄 것을 청하고 있었다.

    “솔직해서 좋네.”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금 병장님. 제가 매일 전투화 닦아 드리고 작전과 세절기 제가 대신 청소해 드리고 수통 물도 갈아드리겠습니다.”

    그거 전형적인 내무 부조리다.

    “야 나 영창 보내고 싶냐? 너는, 그런 목적이라면 배워서 쓸 데가 없을텐데.”

    태영은 그런 목적이면 관상이나 손금이 낫지 않나 싶었다.

    사주는 개인신상을 주고받아야 하니까. 즉발적으로 이성과 대화를 나누기엔 번거롭다.

    “그래도 배워보고 싶습니다.”

    태영은 이성에 대한 성근의 의지 하나는 높이 샀다.

    여성을 유혹하려 사주를 배우겠다.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지만, 태영이 직접 증명을 해 버려 할 말이 궁색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성교육 교과서에서 나오는 욕망이 들 때는 공부와 운동을 한다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알지만.

    태영도 욕망을 제압하는 방법으로는 배우는 게 적절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다.

    욕망 분출을 말하는 식상운은, 배움을 말하는 인성운에 의해 뒤엎어진다.

    세상을 배운 자는 섹스를 하고 싶더라도 그걸 대놓고 외치지 아니하니까.

    * * *

    [병장 금태영 주임원사실로, 병장 금태영 주임원사실로]

    태영은 작전과 야근 뒤 근무 취침 중이었는데 주임원사가 불렀다.

    “야가 갸요?”

    할아버지 같은 상사 한 명이 태영을 굉장히 반가워했다.

    “충성, 병장 금태영.”

    “나 독수리연대 지원중대 행정보급관이야. 너 사주 좀 볼 줄 안다며.”

    독수리 연대면 옆 연대였다.

    건규가 죽고 대대는 풍비박산이 났지만.

    태영의 명성은 사단 전체에 소문이 자자해졌다.

    정작 태영은 그리 얻은 명성은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결국 살리는 데 재주를 쓰지 못해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여, 느그 대대 주임원사랑 동기거든. 너 칭찬이 자자하드라. 느그 주임원사한테 휴가증 하나 써 주라 칼 테니까는. 너 내 사주 한 번 봐 바라.”

    대대 주임원사는 50대 초반이었으나 태영의 할아버지보다 액면가가 많았다.

    지원 중대 행보관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휴가증이라면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태영은 자다 깨 나왔지만 휴가증은 받기 힘든 복채라 나섰다.

    “아마 술시다 맞을끼야.”

    “술시라…….”

    태영은 사주를 쓴 이면지를 한 번 훑은 뒤.

    지원 중대 행보관의 얼굴을 한 번 쓱 보았다.

    비몽사몽이라 제대로 못 봤는데 이제 보인다.

    공부 잘하는 사주이고, 칼로 한 자루로 권력을 통제하는 사주다.

    마치 칼을 겨누고 지휘하는 듯한, 사람이 연상되는 사주.

    부사관에서 본 적이 없는 패턴이다.

    부사관은 그냥 칼과 부대끼는 무기고 사주가 주류를 이룬다.

    여기에다가 저 나이의 장교면 최소 대령은 될 것이고 공부 잘했으면 별일 가능성도 높다.

    “스읍.”

    “왜 그라나?”

    “이게 행보관 비하하는 발언은 아닌데 말입니다. 서연고급 학력과 학식을 갖는 사주인데 그 학력으로 행보관을 합니까?”

    “아, 나 야간대학으로 공부 좀 했다. 공부 못 한 콤플렉스가 있어가.”

    야간대학.

    태영은 거기서 확신했다. 야간대학 가는 부사관 못 봤다.

    준위가 되겠다 해도 군에서 운용하는 전문 학교를 갈 뿐이다.

    “거짓말이십니다.”

    지원중대 행보관은 작전사령부에서 온 준장, 김병용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