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외전 4화 ― 민사작전을 담당하는 상병
유건규의 자살은 가장 먼저 경찰에 신고 및 접수되었다.
“경찰이 수사 맡아 달라고 피해자 아버님이 신신당부하셨답니다.”
조사는 경찰에서 진행 중이었다.
경찰은 이를 부대에 알림과 동시에 지휘관과 현역 상병 금태영을 참고인으로 요청했다.
본부중대장은 태영과 함께 경찰서로 와서 앉아 있었는데.
그사이에 금태영을 갈궜다.
“금태영, 넌 사주로 애들 기죽일 때부터 알아봤다. 넌 최소 형사처벌이다.”
본부중대장은 그 와중에도 같이 동승한 자기 부하 금태영을 겁줬으나.
오히려 본부중대장이 더 쫄아 있었다.
태영은 저작권 관련 고소 고발 및 인터넷 명예훼손 피해자로 몇 번 온 적이 있어 여유로웠다.
“저 형사처벌 받으면 중대장님도 별로 안 좋지 않습니까? 왜 그런 걸로 저주를 하십니까.”
“네가 뭔데 병사들 진로며 연애며 안될 놈이라느니 그런 소릴 하는데? 건규한테도 뒤지지 말라. 그랬다며? 상근을 네가 왜 갈구냐?”
“괜찮습니다. 중대장님. 진급엔 문제 있어도 사는 덴 문제 없을 겁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군문을 나서는 편이 인생엔 이롭다고. 본디 중대장님이 군에 있는 게 이롭지 않아서 이런 일이 터지는 겁니다.”
“뭐어?”
같이 앉아 있는 태영과 중대장이 싸우자 담당 형사가 한 소리 했다.
“거, 왜 싸웁니까. 그리고 거기 상병, 지휘관한테 그러는 거 아녜요. 나중에 부대 가면 어쩌려고.”
“얘가 부대는 돌아갈 수 있습니까? 유치장 가야 되는 거 아닙니까?”
“금태영 상병이죠?”
“예, 맞습니다.”
“죄지은 거 없어요. 진짜 참고인이에요.”
“얘가 때리고 폭언 욕설하고 그런 거 아닙니까?”
“죽은 그 병사가 유서에 금태영 상병한테 그 사주로 억울함 좀 풀어 달라고 썼어요.”
“억울함 말입니까?”
“예?”
태영은 억울함이라니까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뭐가 억울하지? 다른 부조리 말한 게 없는데.
“그 고인이, 이성적으로 깊게 관계하는 여자가 둘이었어요. 금태영 상병은 아는 것 같은데. 사주로 알아챘다고.”
“너 왜 말 안 했냐?”
“했습니다?”
본부중대장은 뻔뻔하게 물었는데 태영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 여자 한 명을 정리를 했는데, 그 여자가 임신 4개월째라고 찾아왔답니다.”
“에휴.”
태영은 한숨을 푹 쉬었다.
건규 놈이 찾아온 시점에서 이미 그 사진 속 건규의 여친은 임신 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리된 쪽이 태영의 짐작대로 임산부였다.
“근데 허, 고인이 되신 분께 이런 말하면 뭐하지만 대단합니다.”
“그 얼굴에 여자 둘을 만나는 게 재주가 좋긴 했습니다.”
“그게 아니라 그 다른 여친까지 임신을 했다는 거예요.”
“예에?”
“고인이 현장에 남긴 장문의 유선데, 이거 아직 그 유가족한텐 공개 안 했습니다. 아버지는 군대 사고인 줄 아셔서……. 고인이 금태영 상병한테는 보여 주라고 적혀 있어요.”
형사는 컴퓨터 모니터를 돌려 스캔한 유서를 보여 주었다.
‘확신합니다. 해나가 임신했다는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닙니다. 나를 붙잡기 위한 거짓말이 틀림없어요.’
‘민주가 임신했다는 아이도 솔직히 의심스럽습니다. 이 둘은 서로 알고 지냈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저한테 질투 한번 한 적이 없어요. 이게 정상적인 여자들의 생각입니까?’
‘우리 부대 금태영이라는 현역 병사가 있습니다. 그는 제 억울함을 압니다. 그는 점을 잘 보는데 점으로 진즉 이것들의 부정함을 의심하고 제게 죽지 말라며 이것들의 사주를 요구해 왔습니다.’
‘금태영 상병님 죄송합니다. 죽지 말라고 했지만, 이 억울함은 죽지 않고는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살아서 남의 애를 키울 수는 없잖아요. 제가 죽으면 이 걸레 같은 년들은 애를 떼버리거나 진짜 애 아빠한테 가겠죠.’
‘그걸로 제 결백이 증명될 겁니다.’
‘사랑하니까, 제가 다른 남자의 아이라도 기를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치만 저는 군인이고 한 달에 월급 10만 원 받습니다. 얘들도 이제 막 대학생인데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저한테 책임지라는 겁니까.’
“……어휴.”
태영은 건규를 현실적으로 살릴 수 없음에도 살리지 못해 미안했으나.
이 한심한 유서엔 한숨이 나왔다.
“제정신이 아니었네.”
심지어 중대장마저 그리 느꼈는지 한마디 했다.
“하 씨. 와.”
태영은 유서의 마지막 절규에서 욕까지 할 뻔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 둘을 데리고 살 수도 없잖아요?’
유건규는 자기 현실에 감당 못 할 일이 닥치자 적극적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책임을 죄다 그리 사랑하고 아끼며 번호와 생일조차 유출되기 꺼리던 애인들에게 돌렸으며. 몇 마디 사주를 들은 망상으로 애인들의 부정이 있다. 확신하고.
회피의 목적으로 목숨까지 저버린 모양새였다.
“필체는 가져오신 생기부랑 같네요. 감정은 필요한데, 그냥 봐도 맞는 것 같네요. 어차피 타살 정황은 없으니까.”
중대장은 유건규의 생기부를 제출했다. 하나의 증거였다.
“그 여자 친구들은 조사하셨습니까?”
“예, 미리 조사했죠.”
“그렇답니까?”
“임신 거짓말 아니에요. 임신 중인데 둘 다 심하게 충격 받고 울고 그랬죠. 젊은 아가씨들인데 참 안 됐죠.”
“유서가 진실이면 그쪽도 죄가 있는 거 아닙니까?”
중대장은 심각한 척 물었다.
이건 태영이 대신 답했다.
“그래 봤자 임신했다는 통보로는 죽음의 직접적 원인으로 책임이 조각될 일이 없을 겁니다. 설사 거짓말을 했어도 죄는 못 물을 겁니다.”
“잘 아네요. 경찰이나 법 공부했어요?”
“고소 고발 좀 해 봤습니다. 그 담당 형사님이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 아마 애가 유전자 검사 일치하지 않으면 사기죄 정도는 가능할 텐데 모르고 그랬으면 것도 안 될 겁니다. 그 뭐, 금태영 상병은 사주로 그런 걸 봐요?”
“아닙니다. 그, 고인의 애 맞을 겁니다. 득남 득녀할 운이었습니다. 따로 관계한 여자 없으면 말입니다.”
“사주는 왜 가져오라고 했어요?”
“임신할 운이 더 큰 쪽에겐 확실히 피임하라 할 생각으로 조언을 줄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책임을 지기 힘든 나이고 신분이니까 말입니다.”
“사주로 어떤 조언을 했길래 이런 말을 했나요?”
“남자에게 자식운은 직장운과 같게 봅니다. 명예나, 사회성 그리고 책임, 족쇄를 말합니다.”
“족쇄요?”
“어느 직장이건 직장생활은 보통 X 같습니다. 관두고 훨훨 날아가고 싶지만 남자면 모를까. 아버지는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음.”
“고로 자식이란 족쇄가 채워진 남자는 직장에서 더 수그리고 갈굼을 참아 내며 스트레스를 견뎌내므로 직장에서 자식 없는 남자보다는 더욱 충성할 사람으로 신임받게 됩니다.”
“뭐, 그런 면도 있죠.”
형사는 태영의 말에 공감해 주었다.
“그렇지만 자식이나 직장이나 남자에게 책임이란 무거운 짐을 부여하므로 그 짐이 너무 무거우면 견디지 못합니다.”
“금태영, 너 말 잘한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본부중대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군대는 결코 짊어지고 싶지 않은 짐입니다.”
“중대장님 앞에서 그런 말 해도 되겠어요?”
“그건 뭐,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고인은 이 짐이 청년기에 들어오면 닥쳐올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더 배우고, 더 자유를 누릴 때였습니다.”
“군인이 그렇죠. 힘들어요.”
“그런데 하필 돈은 안 주고 벗어나기도 힘든 최악의 족쇄이자 짐이 이미 짊어져 있는 군복무 시절에 자식운이 들이닥쳤습니다. 그래서 사주 보는 입장에서의 전 또 다른 족쇄인 자식을 빚어낼 여자들과의 교류를 끊을 것을 제 입장에선 제안을 했는데.”
태영은 건규의 유서가 몹시 비겁하고 책임 없다 느꼈지만.
태영도 설마 두 명을 만나 두 명을 다 임신시킬 줄은 짐작 못 했다.
“족쇄가 두 겹이 아닌 세 겹으로 겹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러게요. 일병인데, 마누라를……. 하나도 벅찬데.”
형사의 쓴웃음이 극단적 선택의 이유를 말해 주는 듯했다.
* * *
유건규가 죽고 부대는 풍비박산이 났다.
건규의 죽음 자체는 개인적 사유에 의한 자살이라 큰 문제는 아니었으나.
이를 빌미로 들어 온 상근 감찰에서 대대 상근의 구타가 발각되어 버렸다.
“아, 교육관님?”
“금태영, 너 이 시키, 맨날 보고가 늦다?”
“컥.”
연대 교육관으로 옮긴 군수지원관이 대대에 행차했다.
옛 군수지원관은 태영에게 헤드락을 잠깐 걸고 작전과장과 나가서 환담했다.
“저 둘만 살았지 말입니다?”
“운이 좋았지.”
상준이 귓등으로 태영에게 속삭였다.
상근 구타 사건 등으로 인해 부대 간부들은 죄다 불이익을 받은 모양이었다.
영관 진급인바, 진급 시기가 달랐던 작전과장.
그리고 사고 터지기 태영이 사주로 전출을 권해 몇 개월 전 연대로 간 군수지원관.
이 둘만이 풍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차피 진급 포기한 대대장과 더 갈 데 없는 주임원사야 논외고.
“아 군수지원관님이 전화로 금태영 상병님한테 고맙다 전하랬습니다. 깜박했슴다.”
군수지원관은 부대 소식을 듣고 태영이 봐 준 사주 덕에 풍파를 피했다고 말하고 다녔고.
그 소문이 연대를 넘어 사단 전체로 퍼져 나갔다.
건규의 행태가 한심하지만 보기 드문 난놈이라, 입소문의 파급력이 컸는데 그걸 맞췄다는 태영의 용함은 더 배가 되었다.
태영은 사단 인트라넷 조직도에 올라간 처부 전화번호로 간부들이 ‘네가 금태영이냐? 사주 좀 본다며?’라고 안부 묻는 전화를 몇 차례나 받았다.
편해지던 상병 말인데 왠지 바빠질 거 같은 느낌이다.
“그럼 뭐, 회식할 거리라도 사 들고 오지 맨몸으로 왔대냐. 연대 PX 꿀노다지인데.”
“금태영 상병님 다이어트 한담서 헬스하러 다니셨잖습니까. 부활절 때 안 가던 교회 가서 계란 흰자만 드시던 거 생각납니다.”
“많이 뺐다……. 훈련소 때 몸무게여.”
“확실히 일병 때보단 갸름해지신 거 같슴다.”
간부들이 비어 병사들만 남은 작전과에서 환담 중이었는데.
불쑥 간부가 한 명 들어왔다. 본부중대장이었다.
“야, 금태영.”
“어, 중대장님 뭔 일이십니까.”
“존나 축하한다. 나 보직 해임됐다. 전출 갈 것 같다.”
“그걸 왜 절 축하합니까. 안 좋은 일이구먼.”
“너 나 미워하지 않았냐. 꺼지니까 좋지?”
‘소인배…….’
본부중대장은 태영이 짬 좀 먹자 무척 미워했다.
태영은 왜 그러는지는 알았다.
태영이 본부중대를 넘어 대대 내에서 인기가 있는 병사다 보니.
태영을 고의적으로 누르고 파워를 키우려 한 것이다.
“그냥 뭐 사주 보고 안 맞는 사람이구나 했지, 별로 그런 적 없습니다. 그냥 간부로서 어쩔 수 없는 족쇄였다. 그리 생각합니다.”
“그래?”
“그리고 그 나쁜 딱지만 없이 전역하는 거 괜찮습니다.”
“왜?”
“일전에 말씀드렸는데 기억 안 나시나 봅니다. 근거가 사주인데 들으실랍니까?”
근거가 사주인 제언을 안 믿어 결국 저리된 것이라.
태영은 본부중대장을 시험해 봤다.
안 믿어서 그랬는지, 알량한 자존심과 파워 게임에 그랬는지.
중대장은 결국 어찌 될지 모를 닥친 미래를 접하고서야 태영의 제언을 듣기를 택했다.
“내가 장기보단 나가면 잘 된다고 했었나?”
“가족, 그 이상을 책임이란 짐으로 업고 가기 힘든 사주니까 그렇습니다. 아랫사람을 일정 수 이상 책임을 질 수 없는 걸로 인생을 증명까지 하셨습니다.”
간부다 보니 태영보다야 할 수 있는 일이 좀 더 있었겠지만.
유건규의 개념 없는 막무가내 연애가 빚어낸 일인 바.
개입해 봤자였을 것이다.
“그러냐?”
태영은 어차피 갈 놈, 덕담해 주었다.
“굴곡이 없다곤 안 하겠지만 짐은 덜었으니 날기 편하실 겁니다.”
“……고맙다.”
본부중대장은 아주 잠깐 고민하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처부를 떠났다.
“와, 간부를 둘이나 보내 버리셨다.”
“내가 보냈냐. 본중은 지가 갔지.”
“엊그제 상황 근무 할 때 금태영 상병님 진짜 인사담당관 시켜야 되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대대장님이 했었습니다.”
“별……. 그나저나 사람이 죽었는데도 평온하다. 다들 지들 진급이나 휴가 날아간 것만 생각하나 보다.”
“상근이기도 하고 여자를 둘 만나다가 둘 다 임신시키고 그거 감당 못 하고 자살한 건 좀…….”
“죄지은 건 아니잖냐.”
“잘한 것도 아닙니다. 모르긴 몰라도 죄지으라고 윽박지르긴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서 민폐도 오지게 끼쳤슴다.”
“하긴 태어날 애들하고 무사고 포상 짤린 우린 뭔 죄인가 싶기도.”
상준이 냉정해 보였지만, 죽은 건규에 대해 병사들의 평가는 대체로 비슷했다.
* * *
[상병 금태영, 상병, 금태영 A급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지통실로.]
“엥?”
태영은 일요일에 초번 근무여서 종교 행사에 가지 않고, 부대에 남았다.
환복하고 서프라이즈 보며 식사 집합 기다리고 있는데 뜬금없는 지통실에서의 소환이다.
사주 때문이거나 일요일에도 잔업해야 해서 부르는 경우가 있었지만.
보통 전투복 환복까지는 안 시키는데?
“충성, 상병 금태영 지통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어, 금태영이 너 사주 좀 봐라.”
“아, 말씀하셔도 됩니다. 근데 전투복 입고 봐야 합니까?”
“그 임현석이, 여자 친구분이 불시에 면회를 오셨는데 인마가 종교 행사를 가버렸지 뭐냐. 올 때까지 기다리시겠단다.”
“그런데 왜 저를 부르십니까?”
“말씀이라도 붙이면서 기다리시게 해. 너 사람 죽는 것도 맞추고 입도 잘 털잖냐.”
‘별 데다 다 투입하네.’
어느새 태영은 대 민간담당 병사가 되어 있었다.
본부중대장이 형사 앞에서 태영이 아가리를 잘 털었다고 뒷담인지 칭찬인지 모를 소문을 퍼뜨리더마는…….
태영은 까라는 거 안 깔 수도 없고, 어쨌건 능력 인정은 받은 것이라 면회 대기 장소인 PX로 갔다.
“그……. 안녕하십니까.”
태영은 임현석을 보러 온 임현석 여자 친구 송세련에게 인사했다.
정확히는 전 여자 친구다.
임현석은 일병 4호봉쯤에 여자 친구와 헤어져서 사람이 혼이 나간 듯 다니곤 했다.
태영이 후임 사주는 흔쾌히 봐 주겠다 하는 편이 아님에도 사주 보고 위로 및 케어해 줄 정도였다.
그런데 일병 말에 정기 휴가를 갔다 온 뒤, 임현석을 노리던 다른 여자애가 자긴 기다리겠다면서 새로이 고백했고.
임현석도 이미 그 새 여자 친구에게 푹 빠졌다.
임현석을 깠던 송세련은 후회하는 모양인지, 부대 전화로 현석과 연결해 달라 집요하게 굴었다.
작전과에서 부대 전화를 받는 임무를 하던 태영도 그 전화를 몇 번 받았다.
요 근래 부대에 민간 전화가 걸려 온다 싶으면 반은 그 아가씨였으니까.
“아, 네. 안녕하세요.”
“임현석 상병 선임인 금태영이라고 합니다. 그, 현석이가 아무래도 그 여자 친구분이 올 줄 몰랐나 봅니다. 교회를 가서 거기서 2시쯤에 밥을 먹고 부대로 복귀합니다.”
“그런가요.”
“그래서.”
태영은 말을 쉽게 못 꺼냈다.
사주 보라고 보낸 건 맞는데, 그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
“아, 그래서 뭐 저 감시하셔야 되는 거예요?”
저 질문이 명분이 되었다.
“아, 예, 그렇습니다. 그 아무래도 민간인 분이 혼자 계시면 부대 내부에 기밀이 있거나, 위험한 곳들을 가셔서 다치실 수도 있어서 말입니다.”
“아, 네.”
“…….”
“…….”
임현석 전 여자 친구 송세련은 스마트폰만 매만지고 있었고 태영은 괜히 양 무릎 모으고 각 잡고 있었다가.
PX병 식사 집합 나가는 거 보고, 이대로 종교 행사 복귀자까지 기다리는 건 안 되겠다 싶었다.
사수한테 사주로 이빨 털어 2시간을 금방 흘러가게 만드는 재주를 쓰지 않고서는 못 견딜 긴 시간이다.
“그, 제가 사주를 좀 볼 줄 아는데 말입니다.”
“아?”
“왜 그러십니까.”
“설마, 저한테 음란한 팔자라고 했다는 그 사주 보시는 분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