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202화 (202/211)
  • #202. 귀신 부리는 재벌가 손주 사위.

    수이는 대단히 당황한다.

    “이 언니 왜 이래요?”

    “본디 어색한 사람들 사이의 중개자는 이목을 끌거나 활달해야 하지. 소녀보살은 뭐 원래 그런 팔자니까는. 임무 수행 능력이 좋은 거다.”

    나야 이런 거 포장해서 사람 띄워 주기 전문이고.

    “그냥 진짠데. 안 그러냐? 원래 좋은 거 보고, 좋은 체험하면 누군가한테 권하고 싶은 거.”

    “…….”

    흉기는 포장을 해 놔도 흉악하구만.

    “말려 주시면 안 돼요?”

    소녀보살이 옷자락 꽉 잡고 그냥 안 놔주면서 보채자, 수이가 당황해서 나한테 묻는다.

    반문했다.

    “왜?”

    “왜라뇨. 그게, 어.”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동조한다. 특히 자손을 얻을 수 있는 연대는 긴요해서 동조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것이 부부 지합이라 하니, 뜻대로 영합하는 수밖에.”

    “왜 부부냐.”

    “아닐 건 또 뭐냐. 난 그렇게 생각할란다.”

    “흐흥.”

    볼을 한껏 끌어올리며 웃는데, 저렇게 좋아할 거면서 말은…….

    그 광대가 승천한 모습에 볼을 꼬집어 주었다.

    그러니 좋은 말이라도 많이 해야겠다.

    뭔가 수이 녀석이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거 같았지만.

    비교하려거나 그러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저 같이 있을 때, 최선을 다 해 주려 했고 그게 전에 좋아했던 여자와 대조라면 소녀보살 녀석 자존감에도 분명 보탬은 될 것이다.

    “봐, 의외로 잘해 준다.”

    근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

    간만에 셋이서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영업을 한시도 그치지 않는 소녀보살이었다.

    * * *

    고 설정환 전 회장의 3주기 기일이 설씨가 선산 설정환 추모공원 및 묘역에서 열렸다.

    이걸 이렇게 치르는 집구석은 유난이기는 한데.

    설정환 전 회장이 정신적인 불안 말고는 워낙에 난 인물인바.

    설씨가 일가친지들과 충청포럼을 위시한 정치권 등에서도 찾아온다.

    거기다 망령 나서 역술인들한테 돈 뿌리고 있다는 왕 회장이 각별하게 챙기는 행사라.

    여기서 눈도장 찍으면 눈먼 돈 몇 푼이라도 받아먹을 수 있을까 싶은 모양인지.

    설씨가 사돈의 팔촌까지 오는 행사였다.

    특히 반년 가까이 누워 있던 회장이 회생해서 첫 행보이기 때문에 더욱 문전성시다.

    설정환 회장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보다는 떡밥이 더 중요한 모임이 되어 놔서 씁쓸하긴 한데.

    그것도 세상인심 아니겠는가.

    딸들은 아직 안 그런데 어머님부터는 왜 이렇게 크게 하나 싶고 본인은 주관해야 하는 입장이라 좀 질려 하는 모양새다.

    막내놈은 아예 지루해하고.

    원래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 잊히고 희미해진다.

    그러지 말라고 이런 행사도 하는 거겠다마는.

    마땅히 해야지.

    설씨가 돈을 몇 배 가까이 불린 인물이면 그 돈 영향 받을 후손들은 다 와서 머리 조아려야 한다.

    조상이 후손에게 미친 공로가 많다면 기리는 게 옳다.

    “회장님.”

    “왔나요? 도둑놈.”

    “아, 예. 아주 큰 도둑이죠.”

    “행실 똑바로 해요.”

    행실 똑바로 하란 말에는 조금 철렁했다.

    혹시 싶었으니까.

    그럼에도 표정 잘 유지하며 뻔뻔하게 대답했다.

    낚여 줄 이유는 없다.

    전주 명승철학관이나 소녀보살 신당에 뭘 달아서 감시 및 도청을 한 게 아니라면야.

    그냥 찔러 보거나, 아니면 은겸이, 유겸이랑 다니는 걸 너무 티 내지 말라는 말이겠지.

    괜히 켕기는 것일 거다.

    “아? 제가 뭐 문제라도?”

    그런 극단적 수단으로 정보를 수집했다면 내가 역공할 거리가 많기도 하고.

    이젠 내 인생에 태클을 걸 게 그다지 남아 있지 않아서.

    “원래 그렇게 방탕한 놈들은 한두 여자에서 그치지가 않습디다. 거기다 돈까지 쥐어 줬으니 혹시나 싶은 거지요.”

    이야, 그냥 사주나 인생의 일반론으로 찍은 거구먼.

    이런 말 할 건 아니지만 제법이다.

    내가 주로 쓰는 수법인데, 내 주변인들은 이런 내 수법을 닮아간다.

    “안목이 트이셨네요.”

    “사주 보면 다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원래 사내란 것들은 돈 있으면 허튼 생각을 해요.”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파악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은 이리했지만 소녀보살이 낳을 애들이 있다면 명수대로 한 60억은 준비해야 하지 않나 생각은 하고 있어.

    설 회장한테 일을 더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대담하고 있는 회장과 나에게 한달음에 달려오는 몸이 탄탄한 중년 남자가 있었다.

    김병용 의원이다.

    “저 왔십니더. 아부지, 쾌차하셨으예?”

    “아, 사돈 왔나.”

    “사돈은 뭐, 안 할랍니다. 그 막내딸이나 주시면 제가 데리고 살아 볼게요.”

    그 마나님하고 아직 그래도 잘 살고 계시지 않나.

    그 마나님 권총 쏠 줄도 아신다며.

    “이런 미친놈.”

    설정환 님 절친이었다는 김병용도 왔다.

    현역 의원 배지 달아서 바쁘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오겠다고 했단다.

    여기 모이는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떡고물 덜 바라는 사람인 것도 같고.

    “오셨습니까, 의원님.”

    보고 인사하자, 곧장 때릴 듯이 다가와서 으름장을 놓는다.

    깃 잡고 흔들 기세다.

    “야 인마, 네가 내 딸 인생 다 말아묵게 생깃다. 뭔 소릴 씨부렸으면 고년이 그 지랄로 그 머리 고속도로 낸 놈 갖고 죽네, 사네 하노.”

    “그래도 여기 그 집 아들 아버지 계신데 고속도로라뇨.”

    고속도로 좀 웃기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 앞에서 아들을 까내리는 건, 재밌으려나?

    “그 민혁이 놈 외삼촌인가가 그랬지, 난 아닙니다.”

    설양훈은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것까진 아니지만 숱이 많은 편이다.

    처음 볼 때 50대 중후반으로 본 이유가 있는 외모다.

    “그라니 가스나 하나는 네가 책임지라. 진짜로 몬 데리고 살긋다.”

    하필 꺼내는 농담이 그거냐.

    듣고만 있던 설양훈이 한마디 한다.

    “그 선생한테 보내면 후회할 거다.”

    “인마도 얼굴값 합니까? 야가 전역하고 나이를 처묵드만 면상이 오히려 고와졌드라예.”

    “많이 하더라. 정환이 애들이 아주 죽고 못 산다.”

    “그라믄 우리 집 개망나니들 붙여가 띠어 놓을까요. 울 집 딸년들은 참말로 하나도 안 아깝십니더. 은겸이 갸가 얼마나 고운데 이런 상놈팽이 사기꾼 아새끼한테. 보내면 되겠습니까?”

    설민혁이 필요한 건 오랜만이군.

    옆에서 욕받이 무녀 역할 했을 건데.

    그래도 설양훈이 유겸이 이야기까진 안 한다.

    그랬음 김병용이 헤드락 걸었겠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당당하게 협박 겸 으름장을 내밀었다.

    “그 진짜로 유혹될 거 같은데 그러지 마십시오.”

    “가지가라, 마.”

    김병용하고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내가 속으로는 뭔가를 하고 있었다.

    말을 입으로 내지 않으며 속으로만 내는 말.

    “그런데 선생은 뭘 자꾸 중얼거리는 겁니까?”

    “아아, 이런 기일에 명복을 비는 주문을 속내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도 있었나요?”

    “아, 저기 저 머리에 고속도로 난 놈 왔네, 좀 후려쳐도 되지요?”

    “그래요. 사돈.”

    이번 3주기에는 설민혁과 석영인이 새로 참석했는데.

    김아미가 같이 왔다.

    도깨비 신부한테 마음을 빼앗겨 어긋나 버렸던 커플 재결합에는 여기 사돈지간 될 어른들의 영향력이 컸다.

    김아미 씨가 아버지 말에 마음을 돌렸다는데.

    뭐, 그랬을 가망이 없지는 않지만.

    그냥도 용서해 주고 싶었을 가능성이 높다.

    저놈도 여자운이 높아서 이성들이 수긍해 주고 살려고 든다.

    설민혁까지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추도식이 거행됐다.

    설 회장은 담요 등을 덮은 채 뒤에서 얌전히 앉아 있고, 추도식은 주로 설은겸과 구예련이 앞장서서 한다.

    그 뒤로 설민혁이 보조하고.

    저 검은 옷이 차분한 옷인데…… 예쁘네.

    “오빠에게 정말 큰 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이어 설재영의 공식 항복 절차가 한 번 더 있었다.

    설양훈이 내가 무릎 꿇린 것을 알았지만 그 고집쟁이 큰딸이 그랬을 리 없다고 의구심을 갖길래.

    추진되었다.

    나는 으레 하던 말은 지켜야 해서 술을 가져왔다.

    중간에 묘역에 술을 올릴 생각이다.

    평소 고인은 알콜 중독 끼가 좀 있었고 즐겨 마시던 술이 있었는데.

    그게 조니 신발 파란 띠다.

    비싼 술이지만 여기 사람들한테 막 그렇게까지 비싸다 와 닿는 술은 아니다.

    “녀석이 평소에 즐겨 마시던 거로군요. 그런 거에 의존을 해서는.”

    호텔에 보틀로 쌓아 놓고 마시는 양반이 새삼.

    병원 나오자마자 술 펐다는 소리 전해 들었다.

    “그……. 고인께서 아버지가 따라 주신 첫술이었다고 아꼈다고 합니다.”

    “예?”

    “측근인 이태현 이사가 말해 줬어요.”

    술 올리다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까, 누군가한테 물어봤는데 부인도 모르고 애들은 당연히 몰라서.

    동료들한테 물어 알게 된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 행사를 적당히 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 감사드리는 마음을 품고 있고.

    사주로 보나 사람으로 보나 내면의 콤플렉스 극복을 못 했지만 그로 인해 외부에서 보기엔 대단한 인격자였다.

    그러나 기일이 부인도 부담스러워하는 과한 행사가 되어 가고 있고.

    설씨가와의 결속을 확실히 굳힐 정치적 쇼맨십의 장소도 될 거 같으며.

    이 집구석에 빌붙어서 뜯을 게 아직 많이 남아 있어 기적을 준비했다.

    아직 외부인인 입장에서 한 번 힘을 과시하기엔 이만한 행사가 없었다.

    술을 올릴 차례가 되었고, 내가 나아가 설은겸과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침통한 표정의 은겸이는 날 보며 그래도 살짝 미소 지어 줬다.

    “…….”

    묵례한 뒤, 묘소에서 술을 올림과 동시에 묵념하며 기원했다.

    내가 바라는 기원은 고인의 영면이 아니다.

    ‘눈꽃과 꽃을 동시에 피워 주십시오.’이다.

    눈을 뿌리는 건 그럴 수도 있다 싶으니까.

    꽃을 피워 보기로 했다.

    산에 꽃이 피어나게 만드는 형상도 내가 배우고 익히는 주역에 있다.

    기적을 주역에 맞춰서 주문을 가져다 대고 그렇게 쓰니까.

    확실히 그 형상에 맞게 잘 써지는 느낌이다.

    산 위에 만개한 꽃을 말하는 산화비 주문을 쭉 외웠다.

    그리고 술을 돌리며 묘역에 뿌렸다.

    “아.”

    그 순간 2월 말이라 꽃망울도 맺지 못한 나무들에게서 꽃들이 삽시간에 피어났다.

    내가 술을 뿌리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그 꽃망울들은 기이하게도 빠르게 만개했고.

    이어 쨍한 하늘에 눈이 내렸으며.

    바람이 거세게 불어, 그 눈발이 눈보라로 꽃망울이 핀 꽃나무들의 꽃잎이 섞여 같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아, 아.”

    “서, 선생님?”

    내가 술을 올리던 와중이라 설정환 회장의 묘역 바로 앞에는 제주 역할을 하던 설은겸, 설유겸과 나만 있었다.

    이어 그 하늘에서 날리는 하얀 물체들은 내 주변을 회오리처럼 맴돈다.

    침묵을 지켰지만 여기서부턴 나도 좀 당황했다.

    아니, 연출을 이렇게까지 해 줘요? 기적이란 거?

    꽃을 좀 이르게 피우게 만드는 기술은 전주의 가로수에서 시험해 봤고.

    눈은 뭐, 기온만 영상 10도 이하면 무조건 뿌릴 수 있었는데.

    “아.”

    그사이 갑자기 휠체어의 설양훈이 놀라며 번뜩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음?”

    “누구야?”

    “저, 정화이가? 이 뭔 소리고.”

    이어 설씨가 혈연들과 설정환의 친구들이 주변을 살피며 귀를 틀어막거나 주변을 보며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느냐고 묻는다.

    “아……빠.”

    그리고 설은겸이 갑자기 주저앉으며 눈물을 또르르 떨어뜨린다.

    그 광경에서는 나도 좀 무서웠다.

    종교운 14레벨의 기적에 보면 강렬한 영적 체험을 사람들에게 경험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그 영적 체험은 기존 인류사의 사례, ‘파티마의 성모 발현.’ 같은 경우가 있는데.

    교황청은 기적을 시성하고 기리기는 하지만 기적 선정에는 까다로운 편이다.

    안 그러면 무신론자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았을 테고, 나도 안 믿었었다.

    그럼에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싶은 기적 중 하나는 20세기에 있었던 포르투갈 파티마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다 환각이나 착각을 할 리가 없다는 판단하에 기적으로 공인된 파티마 성모 발현이다.

    ‘파티마 지역에 성모가 나타나 사람들이 이를 목격했고 그 목소리를 세 아이들이 들었다.’

    뭔가 그런 일이 벌어진 건가?

    무척 궁금했지만 내가 직접 물어보기보단 그냥 폼 잡으며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타이밍이 너무 좋게 내가 술을 올리는 순간 기상이변, 때 이른 꽃들의 개화와 만개.

    그리고 그 날리는 것들이 내 주변을 감싸는 무슨 연극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한 연출.

    거기에 적합하게 마치 예상했다는 양, 아무렇지도 않은 평정심 유지까지 했다.

    뭔가 여기 모인 이들에게 기이한 체험이 마무리될 즈음.

    모두의 시선은 설정환 전 회장의 묘역이 아닌 내게로 쏠려 있었다.

    * * *

    “선생은 대체 뭘 하는 사람입니까? 이 무슨 조화를.”

    설양훈이 등 뒤로 휠체어 끄는 설혜영과 설민혁, 그리고 설정환 딸들을 뒤에 대동하고 내 앞에 섰다.

    청문회를 받을 준비는 물론 되어 있었다.

    “어, 사주철학관 운영하는 역술인입니다.”

    “역술인이면, 이게 되는 겁니까. 무당하고 다르지 않아요?”

    이걸 의도하거나 진짜로 실현시켰다고 말하면 믿는다손 쳐도 이상하니까.

    발뺌했다.

    “의도한 건 아니고, 뭔가 조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가 술을 올릴 때 벌어지면 좋겠다. 그랬고요. 근데 진짜 된 거 같아서 저도 놀랍네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겁니까?”

    “세간 사람들이 정말 죽은 이를 추도하기 보다는 돌아가신 고 설 회장님 그리고 여기 계신 노 회장님께 떨어질 떡고물을 얻고자 이곳에 참여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좀 그게 썩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반 어거지로 온 듯한 스카이피아 임직원들의 짜증 내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그리고 설양훈이 그러한 기류를 읽었으리라 봤으니까.

    이어 그 설정환이 잊혀지는 일을 설양훈, 설은겸, 설유겸 등이 싫어할 거니까.

    내가 좋아하고 함께 가고 싶은 사람들이 말이다.

    “그랬겠지요. 사람 인심이라는 게.”

    “그래서 저는 그냥 이곳엔 돈을 보는 자들이 아닌, 고인을 기리고 생각할 만한 다른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걸 어떻게 한 거란 말입니까?”

    “제가 한 거 아닌데요. 세상에 과학이나 공식으로 예단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냥 뭐 고 설정환 회장이 기뻐해 주신 거 아닐까.”

    “아니라고요? 그런다고 꽃이 그렇게 피는 게 말이 됩니까?”

    “성장 촉진제를 맞았거나, 이상 고온으로 이미 몽우리가 펴 있었다면 말은 됩니다. 그때 마침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눈이 내렸고 큼지막한 눈송이와 날리는 꽃잎을 헷갈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성장 촉진제는 아무 말이다.

    그냥 지역신문 어디서 벚꽃축제 하는데 개화 안 되어서 나무에 그런 거 맞히는 걸로 예산소모했다는 뉴스 본 거 같아서.

    기이하게도 증거로 남길 만한 꽃잎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바람 덕에 흔적도 없이 다 날아간 모양.

    아니면 나조차도 그냥 눈송이가 목화솜마냥 날리는 것을 잘못 봤을지도 모른다.

    이 추모식을 촬영하는 직원도 있었는데 심지어 그 사람 캠코더의 메모리 카드가 갑자기 뻑이 났을 수도 있다.

    “그냥 영적인 상념에 짓눌리면 사람이 영적 체험을 하는 경우가 있기야 있습니다. 다수의 추모식장에 모인 사람들이었지만 이상한 기상현상에 일시적으로 홀린 것이죠.”

    “내 망령이 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너희들 다들 듣지 않았냐?”

    “네, 아버지.”

    다만 이번 일은 설씨가 사람들의 증언이 부합한다.

    형제들과 자손들이 설정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런 질문도 무시했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상황을 조성하냐면서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한 건데, 뻔한 거짓말을 하는 듯 보이는 상황.

    “저는 그냥 고 설정환 회장님이 우리 곁에 잠시 머물다 가신 것 아닌가, 그리 생각합니다.”

    “나는 그 동전에서부터 선생이 의심스러운데요.”

    “지역에 뿌리내린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을 키워 낸 어르신과 2세대 경영인으로 이 기업을 몇 배로 키워낸 아들, 이어 그를 기리는 사람들과 그를 기릴 때 벌어진 신비한 일들.”

    “예?”

    “설 전 회장이, 이 지역의 전설로 회자되고 그 이름이 남아 돈과 화목을 말할 수 있는 존경의 대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더 오래 기억되게끔 오늘의 조화가 더 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왜 말을 돌립니까.”

    “아, 묘역 황량하네 꽃이나 피면 좋을 텐데 2월이네. 꽃 아니면 눈이라도 소복소복 쌓이면 좋을 텐데 그 생각 한 거밖에 없어서.”

    “정말 아니라고요?”

    “그냥 뭐, 제가 기도하고 소원 품으면 기도빨이 잘 받나 봐요. 무슨 판타지도 아니고, 어떻게 그래요? 저도 놀랐다니까요.”

    설양훈이 파고들었지만 그저 궤변을 말하며 더는 질문을 받지 않았다.

    딱 바라던 그대로 됐다.

    나와 있으면 신비한 일이 있지만, 내가 한 것은 아닌 듯한 그 모호함.

    그리고, 강화술 신호가 울렸다.

    <대제사장>

    당신은 제사를 통해 영적인 소리를 타인에게 듣게 하고, 이면 세계의 육감의 영역을 열었습니다.

    당신은 하늘의 소리를 해석하여 운명에 순응할 많은 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종교인이라면 당신이 믿는 이와 같은 경지에.

    당신이 비종교인이라면 당신은 당신 나름의 신의 소리를 형언하여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지를 이룩한 당신의 종교/사상/신념/도덕운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종교운 만렙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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