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96화 (196/211)
  • #196. 미친 짓도 납득시키는.

    말도 안 되는 수학적 확률이 적중해 버리니 설양훈의 입이 쉬 열리지 않는다.

    이제 내가 지금까지 줬던 약점론, 운이 따르는 자는 무조건 옳다 등등의 논거가 다 들어맞는다.

    내 선택은 운도 통제할 정도로 옳기 때문에 정도에서 어긋난다 여겨지는 행동도 옳게 되는 것이다.

    “허, 이거 원.”

    설양훈은 못 믿고 동전 바꿔서 몇 번 더 던지는데 60번을 던져서 죄다 내 말대로 되었다.

    OX를 찍어서 60문제 다 맞추기.

    이게 조작 없이 가능해 보이는가.

    “이래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보이십니까?”

    “이게 그저 마술이라 해도 놀랍기는 합니다. 확실히, 이 정도로 세상을 속일 수 있는 놈이면. 허허허. 이야.”

    “동전은 얼마든지 바꿔도 됩니다.

    영감은 계속 애꿎은 동전만 뒤집다가 다시 던진다.

    60번을 완전히 똑같이 뒤앞뒤 패턴만 20회 반복됐는데.

    이젠 그 패턴 안 나오지.

    앞앞앞 하늘을 말하는 건괘가 나온다.

    “허, 이거 말이 안 되는데요?”

    “저도 믿는데 좀 오래 걸렸습니다. 동전이 바닥에 떨어져 멈추기 전까지는 동전은 앞일 수도 뒤일 수도 있는데 저는 관측으로 제가 원하는 대로 동전의 변수를 통제하는 게 가능하더군요.”

    “그거 뭐, 양자역학인가에서 들어 본 거 같은데.”

    “예, 고로 저는 원하는 대로 제 점괘를 앞길을 뽑아내는 게 가능합니다. 어르신, 앞날을 점치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앞날을 만들어 낸다. 허, 허허허허허. 이거 안 믿을 수도 없고.”

    “그리고 이 앞날을 만들어 내는 힘은 저와 운명 공동체가 되는 여성과 자식들이 함께 누리게 될 것입니다. 가족이란 공동체에서 제가 자아내는 앞날은 그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명승 선생님이 아주 시의적절하게 깊은 관계의 여성에게 운을 넘기는 기술을 줬다.

    소녀보살을 염두에 둔 기술 같지만, 모두에게 가능하다.

    가족으로 형성되면 모든 선택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내가 가장으로서 결정하면 그 결정대로 윤택해질 것이고.

    직접적인 개선도 아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겠지요.”

    “그럼 이 힘을 손녀 한 사람만이 독점하게 만들고 싶으십니까?”

    설양훈은 어이가 없다는 양 말했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길 내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다니……. 이거 내가 완전 요물을 들였어.”

    “재산보다 앞날을 만들어 내는 힘을 후세에 물려줄 권한을 지금 쥐신 것입니다. 이놈을 누구한테 붙이냐? 로 말입니다.”

    설양훈은 의미 없이 동전을 툭툭 던졌다.

    동전으로 도무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지 날 보며 한숨 쉬며 말한다.

    “하, 솔직히 말하지요. 솔깃하네요.”

    “제가 보기엔 가문의 여식을 다 줘도 성에 안 차는 게 아버지로서의 할아버지로서의 가장으로서의 마음이지 않을까요?”

    “나이 든 다녀온 딸이 하나 있는데 주고 싶군요. 이건 진심입니다. 그래도 두 집 살림은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선생을 위해서라도.”

    “두 집 살림은 최선의 점괘와 수가 줄어들어, 잘 살 확률이 낮아지는 게 문제일 뿐 최선의 수가 없지 않습니다. 저는 그 최선의 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젠 어떤 반박도 봉쇄할 수 있다.

    운명을 쥐고 있는 사람이면 돈과 권력 개인의 사연 등등 뭘 대어도 소용이 없다.

    사람이 살아만 있으면 누구나 맞이하고 두려워하는 미래를 쥐고 있다는 것이니까.

    “후, 장기나 한판 두시겠습니까?”

    “예.”

    숨돌릴 틈도 필요해서 세팅했다.

    지금 같으면 장기로도 차포마상을 하나씩 다 떼고 승부 시도해도 이겼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설양훈과는 딱 차나 포 하나 미리 주고 시작하면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장기를 두던 영감이 한마디 했다.

    “내가 젊었을 적엔 유럽에 있었어요. 68이다, 카네이션이다, 미국에서 문화가 전염된 히피들이 거기도 넘쳐 났지요. 뭐, 내가 그때 그들과 어우러지지는 않았지만 그 자유분방함에 받은 감흥이 없지는 않습니다.”

    “어, 좋은 말씀하실 거 같네요.”

    “뭐, 그것도 젊음이겠지요. 나라고 측실을 들이지 않은 것도 아니니 그걸 가지고 타박하는 것도 우습겠지요.”

    “시대상의 차이가 있었던 겁니다.”

    “그래요. 허락은 못 하겠지만 그렇다고 극구 반대하거나 선생에게 줄 예를 줄이거나 그러진 않겠습니다.”

    여기서 장군을 부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르신. 도와주셔야 합니다.”

    “예?”

    “제가 그냥 뭐 빌미 삼아서 허락을 받으려는 게 아닙니다.”

    “무슨?”

    “사랑을 한다는 사회의 공인이 필요합니다. 물론 세간은 그걸 공인하려 들지 않겠지요. 다만 이를 누그러뜨릴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공인하지 못할 여자 측 가족 그중에서도 가장의 수락, 그것도 고작 수락이 아닌 지원이 필요합니다.”

    “나더러 이 짓을 밀어 달라 그 말입니까?”

    “예, 그 지원을 통해 나는 불륜을 하고 있어, 난 그 불륜녀면 족해, 하면서 자존감 깎아 먹고 있는 유겸이한테 응원을 해 줄까 합니다.”

    “나한테 허락해 주세요, 가 아니라, 내가 동참해 주세요, 였던 거군요.”

    “예.”

    “으하하하하하, 아니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기상천외할 수가 있나, 손녀딸 둘을 모두 노리는데 그걸 할아버지한테 도와 달라고 하다니.”

    “요사스러운 겁니다. 저도 운이 오기에 무리수를 두는 것이지, 운기를 봐서 증원군이 없었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원래는 그냥 수긍만 얻어 내려고 했는데, 기적 빨이 먹히는 것을 봤으므로 아예 지원을 얻어낼 참이다.

    “이런 건 우리 며느리가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지 싶은데, 거기다 딸들이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김치로 한 대 맞으면 봐주신다고 했습니다.”

    “며느리한테 지원을 받아 올 수는 있겠습니까?”

    “예, 그럴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며느리분 허락은 더 쉽습니다. 엄마는 자식에게 동조하는 결과를 쉽게 내어놓는 편입니다.”

    “이것 봐라?”

    “제가 다른 데는 몰라도 설정환 전 회장 가솔을 챙겨 준다는 회장님 명령은 철저하게 따라서 특혜 그 이상으로 큰 며느님께 드렸습니다. 저 되게 좋아하셔서 더 쉬울 거 같습니다.”

    “작업을 다 해 놨다, 이거네요?”

    그저 웃고 말았다.

    당연히 단계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한 명이 허락하면, 다른 한 명은 허락하기 쉬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조부의 입장에서 하신 판단이 더 신뢰가 갈 것입니다. 남들의 판단은 의미가 없고, 너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판단 역시도 신뢰도가 낮습니다. 고로 적당한 개입과 멀어진 시각을 갖고 계신, 가족이지만 촌수가 먼 어르신의 판단이 그 절묘한 중간지점에 머물 것입니다.”

    “아이고 나 참, 이거 마술인지 뭔지를 쓰니 반대할 수도 없고.”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돈이나 여성과 관련해서는 틀릴 수도 있어서 그러니 도와주십시오.”

    “뭘 도우면 되는 겁니까. 소문나는 건 내가 당연히 막을 겁니다마는.”

    “어, 유겸이한테도 아저씨랑 같이 살라고 해 주시면 됩니다.”

    직접적으로 말하니 히피 드립 치면서 ‘납득해 볼까…….’ 하던 설양훈도 현자 타임이 오는 모양.

    이마를 좌우에서 쓸어 모으며 고민한다.

    “내가 어쩌다 이런 맨정신이 아닌 친구를 만나서.”

    “월하노인도 하셨잖아요. 한 번 더 하시면 되죠.”

    설양훈한테 원죄 있다.

    “이건 내가 적극적으로 뭔갈 할 의욕은 안 들어요. 시나리오 써서 가져와 봐요.”

    “예, 그 죽다 살아난 이후, 사주팔자를 더 전념해서 믿게 되어 어떤 남자와 혼인해야만 기업이 살고, 그 남자에게 본 자식이 향후 기업을 먹이고 엄마가 된 유겸이한테 잘할 거라 예언을 받았다고 권해 주십시오.”

    “정말 그렇게 됩니까?”

    “어, 됩니다. 민혁이 긁어 보고 망하면 제가 이 가문을 이어나갈 증손주감 여럿 쌈박하게 만들어 놓겠습니다.”

    “어떻게요?”

    “그 운이라는 걸 가장 크게 혜택을 보는 건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흐음. 뭐, 선생이 키우는 애들이 잘 될 거 같다는 막연한 상상만은 아니지요. 애들 싸우는 거 하나는 기똥차게 화해시키니.”

    이건 좀 솔깃한가 보다.

    이어서 공약을 몇 개 더 줄 참이었다.

    “그리고 제게 2만 4천 명의 사주를 볼 시간과 여유를 주십시오.”

    “2만 4천 명이오?”

    “그러면 어르신을 100세 건강 수명의 길로 이끌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저 경지에 이르면 명승 선생님처럼 남는 포인트 그냥 몇 개 주는 게 가능했다.

    저 정도로 사주 보면 강화술 포인트도 엄청나게 쌓일 것이고.

    그렇다면 영감 수명운 두어 개 던져 줘서 건강 수명을 늘려 주는 것도 허언이 아니다.

    “그 주문이 이상하게 효험이 있기는 있습니다만.”

    “예. 뭐, 걱정하시는 거라도?”

    “내가 다시없을 요승 사기꾼을 만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하늘이 내린 사람을 만난 것인지 헷갈리는군요.”

    “하늘이 내린 요승이라고 해 주셔도 저는 만족합니다. 좋은 쪽으로 쓸 생각만은 없잖아요. 여자도 탐하고.”

    “내가 그런 인물에게 놀아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으니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하지요.”

    내가 종교운을 천대하긴 했지만 이는 실로 하늘이 내린 운이었다.

    기적을 쓸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하늘이 간택한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즉, 이제 내 개연성은 하늘에서 나온다.

    타인을 납득시키는데 천명만 한 것이 또 있겠는가.

    사람은 운이 따르는 자를 따른다.

    그리고 내가 아는 최고의 운수를 타고 난 설양훈마저 이제 그게 된다.

    영감이 비교우위로 여전히 재물과 주거운 등은 몇 년은 더 높겠지만.

    그 운을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동조하고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약 5년여만 더, 건강하게 계시면 됩니다. 제가 증명해 보일 겁니다. 노인을 100살 살게 회춘하게 만들고, 자손들이 하나 같이 신동이며 한 남자에게 붙은 두 여자가 오히려 화목해지는 모습을 말입니다.”

    “이렇게들 속는군요. 우리 나이대 친구들이.”

    “못 믿으시면 제가 이 회사 주가를 두 배로 키워 볼까요?”

    “가능합니까?”

    구상한 게 하나 있다.

    내가 현재의 횡재운으로 일생에 100억 단위 수지를 한 번 거둔다.

    그러면 그에 걸맞는 도박성 투자 상품을 매입하면 되는데.

    스카이피아 주식을 50억을 쥐고 이 운이 발동되면, 내가 100억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두 배로 뛴다.

    그럼?

    단순하게 말하자면 회사 가치가 두 배로 뛰는 것이다.

    내가 돈을 번다 와 스카이피아가 돈을 번다, 가 합치되는 일은 아니라. 내가 팔고 나면 뚝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마는.

    그 경우 수천억대 주식을 쥔 설은겸의 자산은 어떻게 될까?

    “예. 가능합니다.”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이 대답하네요. 하는 말이 다 진심이에요. 허 참.”

    너무 당당히 얘기했나 보다.

    “스스로를 믿는 자는 본디 그렇습니다. 그 스스로가 하늘의 소리와 합치되고 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확실히 뒷배가 사주강화술이니까. 당당하다.

    그래서 50억 정도 모을 생각으로 이 회사 주식을 꾸준히 사고 있다.

    현재 아부 탈리브 센터 자금과 임원 월급으로 4억어치 사긴 했는데 이걸로 펌핑하면 주가조작 아니고선 적절한 시나리오가 안 나와서 바로는 안 했다.

    “그래요. 내 속아 주지요. 망령이 들었다고 흠이 잡힐 나이도 아니고.”

    설양훈은 믿기지 않지만 믿어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망령’ 한 단어로 잘 축약한다.

    심정적으로 동의 안 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심리를 잘 표현한 단어였다.

    이렇게 발리는 상황에서도 자기 본위와 품위를 챙겨 빠질 수 있는 운이 강하고 세상 모든 것을 쥐었던 자의 굴복은 기쁘다.

    무엇보다 설양훈이면, 많은 타워와 성, 드넓은 토지를 쥔 주거운 13레벨에서 상징하는 대공, 소왕국 급의 영주다.

    그런 이는 하나의 작은 사회를 만들어 사회의 보편성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보호하는 뒷배가 되는 게 어려운 인물도 아니다.

    “제가 사주를 보게끔 회사 일에서 살짝 떨어져 있어도 되게 용인해 주시고, 두 손녀와 살림을 차리는 일을 마치 제게 세뇌당하신 듯이 밀어 주시면 됩니다.”

    “은퇴는 안 됩니다. 선생이 지금까지 한 말을 보면 죄다 회사와 나한테 잘할 테니 이상한 짓을 같이 해 달라는 소리예요. 알고 있지요?”

    “딱 탁고 받기 전 상임 고문 위치면 족합니다. 단지, 사업장만 바꿀 예정입니다.”

    대전 명승철학관은 장사가 너무 안됐다.

    회사 일에 불려 다니느라 문을 자주 열지도 못했었고.

    서울 북촌 집 혹은, 전주 명승철학관에서 아니면 제3의 장소에서 일을 해 볼 생각이었다.

    한옥이거나 어른들이 자주 다니는 구도심 말이다.

    * * *

    그리고 설유겸이 소환됐다.

    어차피 할아버지랑 딱 한 건물에 있으니까.

    언제고 불러서 이야길 나눌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호텔 아래 뷔페 레스토랑이 조식, 점심, 저녁 시간 말고는 카페로도 이용되는데 거기서 세상 비싼 커피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래요!?”

    “왜 흥분하고 그래요.”

    “어떻게, 어떻게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죠?”

    “할아버지를 구워삶았다는 이야기지.”

    500원 동전을 툭툭 던지면서 이야기했다.

    이건 기지로 내민 전략인데, 유효한 걸 알았으니 써먹기 좋겠다.

    기적 레벨을 포인트로 환산해서 찍었다 내렸다 하면 참 좋겠으니.

    종교운을 찍을 만한 포인트를 잘 모아두고, 유사시엔 건네주는 식으로 활용해야겠다.

    “미쳤어, 말도 안 돼. 할아버지가 뭔 말 한 줄 알아요?”

    “내게 두 손녀를 보내어 얻은 자손들이 이 기업과 가업을 이어 번창시키고 대권을 얻을 기린아가 될 것이다.”

    “아, 아니, 그게.”

    시나리오 써 준 적은 없고 대충 저런 식으로 말해 달라고 했는데.

    영감이 잘 말해 준 모양이다.

    그 뒤는 뭐 ‘고로 그 친구랑 애 낳아라.’ 라고까지 직접적으론 말 안 했을 테고 영감 체면은 챙기니까.

    순하게 ‘같이 지내봐라.’에서, ‘둘 다 시집 보내고 싶구나.’ 정도로 하지 않았을까.

    어떤 경우든 유겸이는 이럴 만하다.

    “뭐라셨는데요?”

    “이거 장난 아닌 거죠?”

    “예. 그 조건으로 아마 유겸이 그 서울사업부에서 맡아 두는 빌딩 하나 관리하고 거기 화실 쓰라고 하셨을 건데.”

    동빙고동에 강변북로랑 한강 보인다는 건물인데.

    설윤환이 서울진출 시도할 때 매입하던 몇몇 건물과 부지가 있다고 했다.

    나는 위치 모른다.

    촌놈이라 서울 지리 그냥 귀동냥으로 들어서나 안다. 수해 났을 때 잠수교, 한국전쟁 때 한강철교 정도(?)

    그래도 한강뷰면 꽤 좋지 않나 싶을 정도.

    “어떻게, 다 알죠?”

    “구워삶았다니까요. 유겸이랑도 같이 살림 차렸으면 싶습니다. 그러니까, 설득해 주세요. 라고. 말 다 했어요.”

    “할아버지한테?!”

    “설정환 회장님 계셨으면 설정환 회장님한테 했죠. 딸 둘 다 주세요. 라고.”

    “왜 그러는 건데, 왜, 왜에에?”

    유겸이를 끌어당겨 옆 의자에 앉히고 귀에다 속삭였다.

    “데리고 살기로 결심했는데 어른한테 당연히 허락을 받아야지.”

    “어, 언니는 어떡하고?”

    그냥 불합리함이나 자기가 싫다고 얘기하면 내가 따로 설득해야 되니 귀찮았을 텐데.

    은겸이를 명분 삼고 책임을 돌리는 화법을 쓰는구먼.

    타인에게 명분을 두는 행동을 하면, 그 명분이 깨지면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마련이다.

    본인이 ‘그냥’이라고 지르고 고집부리면 그게 더 어려운데 말이지.

    “어떡할 거 같은데요?”

    “어떡하다니, 당연히. 어.”

    어제 은겸이와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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