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95화 (195/211)

#195. 예언으로 정면 돌파.

선언을 했을 때, 설양훈은 미친듯이 웃다가 한마디 했다.

“허허허허허, 아하하하하. 이런 쳐 죽일 친구를 보았나.”

“그러니 은퇴할 생각입니다.”

운 믿고 지르긴 했는데, 반응이 격한 편이다.

뭐, 안 격할 수야 있겠나.

하지만 그럼에도 표현이 적절한 중립이었다.

‘쳐 죽일.’, ‘친구.’

괘씸하지만 친분을 떨쳐 내진 않겠다. 그런 느낌으로 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친구운 키워드에 집착을 했다.

“그게……. 그렇게 절제가 안 됩니까?”

“사실 설민혁이나 어르신까지 말씀드리면서 물을 탈 수 있지만 안 타겠습니다. 제가 훨씬 강하니까.”

“이거 유겸이 녀석을 그렇게 말하면서 붙여 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걸 이제 후회하십니까.

이 집안 어른들의 ‘은겸이 아깝다. 큰일 할 애인데.’ 그 심리가 결국 이 상황을 자아낸 것이긴 하다.

“좋은 인연이었기 때문에 그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 붙여 주셨더라도 언제고 벌어졌을 일이라, 결혼식 등을 치른 이후로 터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입니다.”

다만 아마 내가 사람과 친해지는 방식이 사주를 봐 주는 것이고 어머니와의 모녀 갈등으로 인해 유겸이가 집에서 튀어나올 것은 확실했으므로.

어쨌건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이걸 이야기하는 이유는 뭡니까? 나 같으면 평생 꽁꽁 감추고 몰래몰래 만날 거 같은데요. 만나는 걸 들키더라도 공식 관계는 아니다. 해야지.”

“진심은 추하지 않으며, 아무리 진지한 사람도 생에 무리수를 둔다면 그 원인은 보통 감정이며 그 감정을 격동할 수 있는 건 사랑이고 그걸 감추는 건 사랑이 아닙니다. 고로 제 진심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당당히 드러내고 어르신께 혼이 나야 합니다.”

“이 판국에도 혀 놀림 하나는 하. 이야. 어 이거 참.”

“처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벼랑 끝 전술로 재고 싶은 건 아닌데, 벼랑 끝 전술이 되었다.

처분, 은퇴 둘 다 감행하면 연을 끊는다는 이야기다.

허가 안 해 주면 내가 당신네들 안 본다. 식으로.

그리고 그래도 됐다.

이깟 사주 보는 놈이야 어디서든 구하겠지.

그런데 이렇게 운이 따르는 놈은 어디서 구하기 어렵다.

운이 그냥 따르는 것도 아니고 운을 통제하고 키워 나가는 게 가능한 사람을 구하려면?

명승 선생님이나 환갑까지 노력한 소녀보살이나 가능하다.

그 인식이 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설양훈은 한참 턱을 긁적이다가 대답했다.

“언니를 만나다가 동생을 만나겠다. 이런 거 뭐 이해 못 할 일 아니고. 뭐, 동생이랑 어쩌다 보니 둘이 실수했다. 그것도 실수로 묻으면 되는 겁니다. 선생이 가책을 좀 느끼는 모양인데.”

설양훈이 내적으로 많이 타협한 모양이 보인다.

둘 다 그런 거, 뭐라고는 안 하겠다.

헤어지고 만날 수 있다. 그래, 인정한다.

그 남녀가 하룻밤 그랬을 수 있다.

그럼 묻고 돌아가면 된다.

근데 둘과 살겠다, 선언은 너무 나간 거 아니냐?

너 왜 그러냐? 안 그러던 놈이 그러는 거 보니 뭐, 이유가 있지?

이런 식이다.

고맙네.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내 사정 봐주는 거다.

할아버지라 그렇지 고 설정환 회장이었다면 진짜 공구리로 담갔을지도.

“아닙니다. 진짜 손녀딸 둘을 달라 말씀드리는 겁니다.”

“허 참, 하아.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설양훈은 머리를 짓누르다 말을 멈추고 날 내쫓았다.

그리고 사흘간 연락이 없었다.

뭐, 달갑게 연락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고, 명령을 받는 사이였는데.

어차피 영감이 병상에 있는 동안 연락 안 받는 것에 익숙해서 별생각 없이 지냈다.

그러다 친구운 9레벨이 된 시점에서 ‘장기나 두러 오라.’ 좀 완화된 이야길 꺼낸다.

이러면 부담이 없으니 안 갈 이유도 없었고.

손녀딸 둘과 살림을 차리고 싶다는 망상을 할아버지에게 승낙받기를…….

오기로라도 해 보고 싶어졌다.

강화술이 높은 레벨들에 이르면서 못할 게 없는 인생이 되어가고 있으니.

내 스스로 도전과제를 세우게 된다.

그런 것조차 없다면 정말 명승 선생님과 똑같은 전철을 밟겠더라.

스카이피아 유성 호텔의 그곳에서 설양훈을 다시 만났다.

“쾌차하셨습니까?”

안부부터 건네며 고개를 조아렸다.

“왔군요. 도둑놈.”

“정문으로 들어가서 달라고 하는 건 도둑이 아니라 날강도라고 합니다. 심지어 제가 드리는 거라서 날강도도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줍니까?”

“아니오, 약점을 드렸습니다.”“약점?”

“저는 운의 거센 물살에 탔기 때문에 이제 약점이 없고, 약점이 있다 한들 덮이는 생을 맞이할 것입니다. 아마 이런 생을 어떤 시기에 불현듯 맞아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을 어르신도 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확실히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있지요.”

주로 연예계나 정계, 스포츠계 등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정말 부스터를 단 듯 인생을 치고 달리는 사람들.

이런 이들은 어떤 음해와 난관이 있어도 다 뚫고 나가고 음해가 있으면 이 운기로 빛남을 사람들이 동경해.

음해하는 자들을 죄 린치해 준다.

그리고 그 운기가 끝날 때, 어느새인가 몰락하거나 사라져 있으며.

음해가 진실이었음이 밝혀진다.

나는 그 운기가 안 끝난다.

“그런 사람들은 그 기세를 탈 때는 약점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덮입니다. 그러다 그 기세가 끝나갈 무렵에 터져 나오지요. 약점을 키운 자는 크게 가고, 자신이 운을 탔음에도 약점을 덮으려는 노력하는 자는 적당히 터집니다.”

“그 약점을 나한테 준 것이다?”

“예, 본디 권력을 쥔 적도 없고 권력을 쥐었어도 전횡을 한 적이 없으니 저는 운을 탔음에도 약점이 없는 희한한 명에 속합니다. 그럼에 여자를 탐한다는 약점을 드린 것입니다.”

“그걸 왜 줘요?”

“그래야 컨트롤 할 수 있으시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아니 손녀딸을 둘을 내놓으라는 도둑놈이 약점을 줬다고 당당한데 이런 거래가 어디에 있나?”

물러서지 않고 대답했다.

운이 강한 자의 특징은 자신감이다.

안 되는 게 없으니까.

“운이 강하고 운이 따르는 자는 그를 거스르는 자들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헐뜯고 망하게 굴려 하여도 승자는 운이 따르는 자가 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그편에 빨리 서셔야 하며, 어르신이 주신 은혜를 기억하기 때문에 제가 굽혀 약점까지 바치는 것입니다.”

“허어?”

사실 영감도 말로는 반대하는데 표정은 이 미친놈이 어디까지 하지? 말도 안 되는 걸 이렇게 관철시킨다고? 싶은.

황당하고 웃기지만 호기심은 가는 모양새다.

이러면 그 기대에 맞게끔 설득을 해 봐야지.

아무리 운이 따라서 어차피 넘어 올 양반이라 해도, 아갈질로 수긍하게 만드는 것 이상의 재미가 있겠는가.

“기세를 타고 제가 하고픈 일을 다 이루며 나아갈 것이라, 어르신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경외감을 느끼실 것입니다. 이런 놈을 어떻게 해야 기세를 꺾을까? 휘말리는 것 아닌가, 싶을 때 이 약점이 큰 도움이 되겠지요. 나도 패를 하나 쥐고 있다.”

“이게 정말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네요. 운에서 나오는 게 맞습니까?”

“저는 원래 이랬습니다. 자기 운명도 모르는 사주쟁이를 어느 손님이 믿겠습니까? 제 사주를 믿으신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으하하하하하. 그래요. 그랬지요.”

“이런 게 안 되는 사주쟁이들이 퍼뜨린 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등의 설파입니다. 사주 보는 사람이 가장 먼저 접하는 게 자기 사주일진대 그게 말이 되겠습니까. 저는 제 사주 알고 있으므로 자신이 있습니다.”

사주 공부한 이들이 이에 몰입하게 되는 시점은 자기가 살아온 인생이 직접 분석한 사주와 소름 끼치게 들어맞을 때이다.

‘왜 내 인생이 책에 쓰여 있냐?’ 싶을 때.

고로 자기 앞길 모르는 점술가는 믿어선 안 되고.

이어 자기 앞길을 점이나 파먹고 살 사람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희망을 팔 생각이 없는 자들로, ‘속세는 아수라장이다.’가 담긴 불교식 사주와 흡사하다.

안 그래도 불교식 사주 안 좋아했는데, 붓따가 명승 선생님 아들 뺏어 갔으니까. 더 깔련다.

“선생이 정환이 두 딸을 다 가질 사주다?”

“아닙니다.”

“뭡니까. 그럼?”

“은겸이 유겸이가 운과 기세를 탄 자를 알아보고 애정으로 책임을 주어 제 미친 기세의 운을 타고 같이 달릴 그릇들인 겁니다.”

“선생이 하는 연기, 재미는 있네요. 이렇게 어이없는데 말은 맞는 말인 거 같고. 그래도 적당히 해요.”

너무 광오했는지 영감이 노란불을 켠다.

그러면서도 연기지? 하며 빠져나갈 구석은 준다.

그러자 나도 바로 겸양을 떨었다.

영감 제압해 보려고 했는데, 여전히 이 양반이 총체적인 인생 짬밥이 높아서 잘 먹히지 않는다.

특히 이 건은 영감이 손녀를 위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다. 등.

명분을 죄다 쥐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걸 내가 사주전공자이자 운이 따르는 자라는 개성으로 반 어거지로 우기는 것인데.

친하고 그 개성을 동경하니까 들어는 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영감이 정말 약점을 쥔 셈이 되어 그걸 통해 날 놀려 먹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저도 솔직히 그 두 아가씨가 저 좋다고 할 줄은 몰라서 뽕이 좀 찼습니다. 사실 그 이후면 형태와 수습, 자매의 화합이 문제지. 현상 자체는 제가 그 대단한 두 여식에게 사랑받는다는 거라서 이 정도 자부심이 찼다고 보여 드리는 게 예의라고 봤네요.”

약간 기죽은 투로 대답했다.

“아, 그 녀석들이 좋다고 하니까, 운이 왔다고 판단한다?”

“은겸이 유겸이는 좋은 가문에서 풍족한 자산을 물려받을 권리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는 즉 타고나면서부터 좋은 사주, 운, 즉 천명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이런 두 여인이 사랑으로 따르는 남자가 있다는 현상이 있고, 그게 저인바 저 또한 그 운의 기세를 탄 것입니다.”

“그러면 세상의 눈치를 안 봐도 된답니까?”

“오롯이 어르신만 이 흐름을 고쳐 놓을 수 있습니다. 좋은 가문의 풍족한 자산이란 조건을 통제하실 수 있으니까요. 즉 천명을 주시는 존재인 것이라 제가 이리 간청드리는 겁니다.”

천명론, 운의 기세 온갖 개소리를 다 동원했고.

그 논지를 통해 설양훈이 운명줄을 쥐었다고 칼자루까지 쥐는 것 같은 아부를 떨었다.

“치사하게 준다 했던 돈을 끊는다 어쩐다 하며 길들일 생각은 없어요. 선생은 지금까지 했던 일만으로도 그걸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단지 나는 그 녀석들이 선생을 놔두고 쌈박질이 나고 그것이 가족 균열의 단초가 될까 두려워 이러는 겁니다.”

“오히려 제가 있기 때문에 둘은 싸움이 나지 않을 것이고 균열이 있지 않을 것이며 화합할 것입니다. 예언, 아니, 장담할 수 있습니다. 사주로서 그리고 제가 익힌 비술로서 확언하겠습니다.”

“그건 내가 경험자로서 확언하지요. 사주는 기반을 가지고 하는 유추 능력이라 그와 같은 길을 걸어 봤던 이 늙은이가 오히려 더 확고한 사례를 갖고 있습니다.”

“어, 설득력 꽤 있네요.”

진짜 삼처사첩 하던 인간의 반대니까.

이건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선생이 자주 말하던, 사주 보다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아는 것이지요.”

거기다 내 말을 되돌려서 갚아 주기까지 한다.

여우 같은 노인네.

이러면 사주강화술의 힘을 빌려야겠다. 별수 없네.

“그러면 오늘은 번복하고, 제가 예언을 드리겠습니다. 두 손녀딸은 제가 아니면 시집을 안 가거나 가더라도 헤어짐이 잦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게 맡겨 주십시오.”

“사회적 공인을 받지 못하는 그런 결혼과 관계는 그 애들을 힘들게 할 겁니다. 선생도 알 거예요. 선생이야 운이 따른다니까, 그럴 수 있겠다마는.”

“저는 그 운이 따르는 걸 넘어 내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이며 그럴 방법을 알고 행하니 모두 묻힐 겁니다. 그 운이 따른다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제가 증명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살아 보고 증명한다는 건 아니겠지요?”

“운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천명입니다. 즉 하늘의 뜻이 따르는 것이지요. 제가 하는 행동 모두가 하늘이 용인한 것이라, 무리수로 보이는 자매를 취하면서 그들을 화해도 시키고, 좋은 운명으로 나아가게 만들며 세상의 뒷말조차 나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충분히 실현할 것입니다. 이걸 확신시켜 드리겠습니다.”

“어떻게요?”

“동전을 던져 주십시오. 양면의 확률입니다. 그 양면의 앞뒷면이 나올 확률을 제가 모두 예언해서 맞춰 보겠습니다. 총 3의 배수로 36번 던져 주십시오. 그걸 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추겠습니다.”

“이거 주역점을 보는 방법이지요?”

“예, 이순신 장군이 나온다면 양, 숫자 100이면 음입니다. 음, 양, 음의 패턴으로 동전이 멈출 것입니다. 반드시.”

“허허, 뭔 수를 쓰지 않고는 그게 안 될 텐데요? 기다려 봐요. 이 친구가 주문도 시키더니 이젠 별걸 다. 절박한 건 알겠는데, 선생도 무리수 발언에 아집을 부리는군요. 색달라서 재밌긴 해요.”

주문은 믿으면서 왜 그건 안 믿냐? 싶지만.

자기 몸이 나아진다는 긍정적인 것과 손녀들이 웬 놈팽이 한 놈한테 모두 매달린다는 부정적인 면에서 오는 신뢰도의 차이가 있겠다.

믿고 싶은 것과 믿고 싶지 않은 것의 차이.

설양훈은 호텔 카운터에 연락해 500원짜리를 가져오게 했다.

이순신 장군님 못 믿네.

설양훈이 즉석 복권 긁을 것도 아니고 동전 챙겨 다닐 사람도 아니라.

내가 동전 내밀었는데, 동전에 뭐 타짜질 해 놓은 거 아닌가 의심한 모양이다.

물론 상관없었다. 일말의 의심도 들지 않게 해야 더 신기할 테니.

그런데, 되려나?

이건 인간사에서 ‘희박하지만 있을 수도 있는 일’은 실현시켜 주는 사주강화술의 14레벨 종교운, 기적을 믿고 하는 짓이다.

동전 36번을 던져 모두 앞뒤를 맞출 확률은 계산 안 되지만 지극히 낮은데.

그보다 더 대단한 기상변화 유도도 가능하니까.

그냥 해 볼 셈이다.

안 되면 뭐, 중동 가야.

“시작하시죠. 500은 뒤로 음, 두루미는 앞으로 양, 그다음에 다시 뒤인 500 무조건 이렇게 12번 모두 똑같이 나올 겁니다.”

동전 앞뒤가 기준이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던지기 전에 정해놓으면 점괘에는 문제가 없다.

나는 그림을 앞으로 문자를 뒤로 친다.

“그래도 할 때마다 맞히는 게 좋을 텐데요.”

“찍기가 아니라 예언이니까요.”

설양훈은 피식하면서 동전을 던진다.

처음 3회는 500, 두루미, 500으로 내 말대로 되었다.

“호오, 처음엔 말씀대로 됐습디다?”

하며 의기양양해하던 영감은 10번을 넘길 때부터 고개를 갸웃하다.

15회차쯤부터 동전을 위로 던지기보다 벽으로 던지거나.

땅에 내리박아 핑그르르 돌게 하다 쓰러지게 하는 등.

던지는 방법을 여러 차례 바꿨지만.

계속 뒷면, 앞면, 뒷면. 음, 양, 음의 패턴대로 동전의 모양새는 3의 배수를 갖춰 갔다.

“아니, 이게……. 하, 하하하하. 참 희한하네요.”

이어 20번째를 넘으니 영감이 황당해서 웃는다.

나도 20번째 내 예언대로 패턴이 들어맞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기적 빨 먹히고 있다.

“24번 더 하셔도 됩니다. 60번. 그래도 똑같을 것입니다.”

“이게 예언이라고요?”

“정확히는 제가 뜻하는 대로 동전이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아마 이건 주사위로 해도 비슷할 겁니다. 정말 6만 나오게 할 수 있어요. 똑바로 만 던진다면.”

이거 지금 보니까 윷놀이 같은 도박을 해도 되겠네 싶지만.

돈을 건 예언은 종교운 적용이 아니라서 안 될 것이다.

이건 사람을 두고 한 예언이라, 기적빨이 작용한다.

돈을 건 자가암시 예언도 가능은 한데, 그건 횡재운으로 따야 된다.

20여 번 던질 때 설양훈은 이미 기가 막혀 했지만.

끝내 36번을 다 채웠음에도 내 예언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 이게 정말 된단 말입니까?”

“지금 반복되는 동전의 패턴인 뒤앞뒤, 음양음은 주역의 팔괘 중 감괘입니다.”

“그렇……지요.”

태극기에도 들어가는 음양음의 팔괘 감괘(☵)는 물을 뜻한다.

동전을 던져 뒤앞뒤면 물의 운명이 그 사람에게 닥친 것으로 해석된다.

“중간의 양은 남자를 뜻하며, 주변의 음은 여자를 뜻합니다. 즉 두 여자가 한 남자를 둘러쌓은 형상이며 이를 물이라 말합니다.”

“이거 확률이…….”

사주에서 물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죄다 변태라고 몰아세우는데, 그 원인 설명을 할 때 쓰는 방식 중 하나다.

보통은 몸에서 나오는 물이 많다 등의 섹드립으로 채우는데.

감괘는 태극기에도 있으니까. 군대에서 빗대어 설명하기 좋았다.

감괘만 나올 것이라 예언한 건, 당연히 이 이야기로 마무릴 짓기 위해서였다.

“즉 하늘이 제게 주신 인연이란 뜻입니다. 어르신의 손녀들을 각기 제 짝을 따로 찾아 주어 잘해 주고픈 할아비의 마음보다, 그저 제가 흐름을 탄 운이 더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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