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94화 (194/211)
  • #194. 돈과 권력의 상위호환.

    명승 선생님의 뒤로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계룡 선사 김장생이 같이 왔다.

    명승 선생님의 연배는 모르지만 1세대 IT 업계인이었으니 대강 50대는 넘으셨을 것으로 본다면.

    저 김장생 아저씨가 살짝 연상 같은데.

    “같이 오셨네요?”

    “이 친구가 가르침을 청하는데, 뭐 마냥 두고만 볼 수는 없지 뭡니까.”

    계룡 선사도 어른은 어른이니 나도 두 손 모아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

    살짝 목례하고 만다.

    기분이 나빠 보이는 표정은 아닌데, 말을 안 하길래 명승 선생님을 쳐다보니, 말씀하시길.

    “묵언 수행시켰어요.”

    “아, 아하.”

    잘하고 계시네, 선생님의 언로에 태클 못 걸게.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사주 해석과 사주강화술에는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사주명리학 전공한 대로 사주강화술 해석을 읽으면 이걸 이렇게 풀어쓴 것이구나 생각은 들지만.

    전적으로 옳은가? 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인사라도 시킬 겸 데려왔습니다. 말만 안 하면 참 괜찮은 친구라서요.”

    소위 아갈질을 봉쇄한 것은 잘하셨지 싶다.

    강화술 전공자들이 명백한 우위에 있는데, 학문적인 소재로 이건 아니지 않냐고 따지고 들면 귀찮으니까.

    “소녀보살이 데리고 있지 않았나요?”

    “장작 패고 고양이 보살폈다는데, 해임됐답니다.”

    “아, 영민이 관리 못 하셨구만.”

    “…….”

    “가서 기다리고 있겠나?”

    끄덕.

    계룡 선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아린 뒤 명승철학관 문을 나섰다.

    계룡 학사라는 산사를 만들어서 대전에 제자들 뿌리던 양반인데.

    환갑 나이에 참스승을 만나 굴려지는 모양새가.

    어째 조금 딱하기도 하고.

    “그…… 왜 데리고 다니십니까?”

    “재밌지 않습니까. 마교도가 정파의 고수를 길들여 수하로 써먹는 광경이오.”

    과몰입 무협노사 같으니.

    “저희가 마굔가요?”

    “뭐, 보편적이지 않은 공력을 사용하는 자들을 사마의 무리라며 세외로 내쫓지 않겠습니까? 이를 정파의 노고수가 깨뜨리러 왔다가 무공의 근간은 같은 것을 깨닫고 그 고강함에 조아리는 행세입니다.”

    “뿌, 뿌헐. 허나 1갑자 급의 공력을 쌓아 온 자신의 심법을 무심코 쓸까 봐, 언로를 봉인하신 것이군요.”

    “그렇지요. 정파 고수라면 이 패도적인 비급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공력에 자가 부정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한 10년은 그래야.”

    저 나이에 사주강화술이 아무리 효과적인 비술이라지만 10년은 좀 과하지 않나 싶기도.

    뭐, 명승 선생님의 유산을 부정하던 사람이니 마땅해 보인다.

    “커피라도 드시겠습니까.”

    “논검에는 칼과 차가 필요한 법이니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여기 드십시오.”

    “소녀보살이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더군요. 이를 보고 선생이 그 녀석을 어루만져 주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하하하하.”

    좀 민망한 이야기라 웃고 말았다.

    묘사하기도 그렇고.

    마음을 어루만진 게 아니라, 그…… 노코멘트.

    “여복이 그리 올랐으면 처복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를 구가하게 될 것이라, 위험 요소가 되겠지요.”

    “아, 뭐 그건 아닙니다. 그냥 레벨을 더 올리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지요. 강한 힘을 가진 자는 제약받지 않는 법입니다.”

    “올리기가 좀 어렵기는 한데요.”

    “모쪼록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 녀석에게 웃음을 찾아 주었으니, 저 또한 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그 녀석의 귀여움으로 충분히 충족이 되어서 굳이 선생님께서 주시는 보상까지 받을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좀 듭니다.”

    “그럼 안 줘도 됩니까?”

    “주시면 받아야지요.”

    그거 뭐 예의지 안 받겠나.

    “우선 원하시는 레벨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어, 감사합니다. 저는 친구운 주시면 달갑게 받겠습니다.”

    명승 선생님이 의아해한다.

    “예상외군요. 친구운이라니.”

    “여자운 달라고 하실 줄 아셨죠?”

    “예. 바다와 같은 정력을 가졌지 않습니까?”

    뭐, 대단히 색을 밝히는 사주로 태어난 건 사실이다.

    야설을 적었다는 현상에서부터 사주를 역산해서 추측이 가능한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뭐, 12레벨이면 여자가 더 생기는데, 제가 진짜 제후나 왕이 아닌데 여자를 그리 더 탐낼 이유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분들을 모두 그냥 곁에 두고 싶을 뿐이지요.”

    “도화살에 사주를 배웠을 때부터 여자는 많았을 것입니다. 단지 거머쥘 수 없었을 뿐이었겠지요.”

    신기하게도 소유하려 하지 않으면 잠잘 여자는 있던 운명이었다.

    “9레벨 친구운은 적들조차 나를 친구로 여기고 무심코 한 행동과 내 과오에도 사람들이 나를 원망치 않으니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살아가야 한다는 제 사견에 적합합니다.”

    “그건 나조차 10레벨이 되지 않은 것이지만 좋습니다.”

    명승 선생님이 ‘좋습니다.’ 한마디 했을 뿐인데.

    사주강화술 메시지가 울린다.

    뭐, 흐아압! 이야아아압! 이런 기합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네.

    <친구운 LV9>

    당신은 이제 적도 친구가 됩니다. 기존 당신의 친구들은 이제 당신을 가족 그 이상으로 인지하여 가족보다 당신을 우선시하고 분연히 죽을 수도 있으며, 당신을 대신해 복수를 수행합니다.

    당신이 최상류층의 위인이라면 당신의 친구들은 정치와 경제에 쓸 수 있는 적재적소의 능력자가 되며, 당신이 일개 넉살이 좋은 인물일 뿐이라면 당신의 친구가 위인이거나 위인이 되어 당신을 발탁해 높은 위치에 씁니다.

    친구나 지인이 가족 그 이상의 대우를 하는 운세다.

    친분에 따라 7~8레벨에서도 가족급의 대우를 받기는 하는데.

    여기까지 찍으면 일반적인 친구로 보기 힘든 나이, 성별, 종교, 국적을 뛰어넘어 목숨도 걸 친구로 대우해 준다.

    안 그래도 그냥 허락해 줄 거 같기는 한데, 이러면 확 넘어올 수도.

    “오, 감사합니다. 바로 오르네요.”

    “선생은 어째서 이게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어떤?”

    “제가 강화술 레벨을 퍼 줄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명승 선생님은 사주강화술을 레벨을 내가 수여받게끔 전송하는 게 가능했다.

    “그……. 명승 선생님은 사주강화술의 10성에 달하여 가능한 것이 아닙니까?”

    사주를 24,000명 정도를 보면 사주강화술 프로그램에 사주가 있는 타인의 사주레벨을 조절 및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주강화술은 1,200의 배수마다 기준치가 있어 6만 명에서는 사람의 사주가 머리 위에 보이는 수준까지 신묘한 기술을 쓸 수 있는데.

    나는 이 방법으로 자신의 레벨을 전달하는 것이라 여겼다.

    “저는 그렇게 하지만 그리하지 않아도 의외로 쉬운 방법으로 전달이 가능합니다.”

    “쉬운 방법이라면?”

    “사내는 여인에게, 여인은 사내에게 운을 건네는 것이 가능하지요.”

    “아, 아하.”

    “바로 알아들으시는군요.”

    “음양이 조화되고 천지 만물이 열린다, 는 이 업계의 근원 아닙니까. 실제로 그거 하는 게 포인트도 가장 많이 오르고요.”

    음과 양이 만나 세상이 생겼다.

    음과 양이 만나 새 생명이 생긴다.

    탄생과 함께 하늘과 땅의 다섯 가지 속성의 복을 받는다.

    이게 근원이라서 탄생과 탄생의 근원적 행동을 권장하는 편이다.

    “마력 공급과 흡사하지요.”

    예?

    가만, 소녀보살이 칼 드립치는 게 어째.

    저것도 성인 게임 관련 밈에서 나온 것인데 나는 알아듣는다.

    거기다 명승 선생, 이 양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게임에 능통했었어.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는 하는데 묻지는 않았다.

    “아, 그 방식을 저한테 전수하신다는 겁니까?”

    “예, 그럴 셈입니다. 프로그램을 한 번 켜 주시겠습니까? 마침 컴퓨터도 있고 앱은 제가 잘은 못 다뤄서.”

    마침 명승철학관 컴퓨터에는 사주강화술 프로그램이 있다.

    어플화 되지 않았으면 노트북을 항시 지참하고 다녔어야 했을 것이다.

    “예, 쓰십시오.”

    “선생 아이디로 해도 되겠지요? 기본으로 되어 있는데.”

    “뭐, 괜찮습니다. 누구 걸로 하겠어요?”

    명승 선생님이 놀라는 부분이 있었다.

    “아, 종교운이 14레벨이에요?”

    “그게 뭐, 그렇게 됐네요.”

    “잘 오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마는 대단하군요.”

    “이거 어떻게 쓰시는지 아세요? 기똥차게 응용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내릴 생각 아니었습니까?”

    “의외로 여기저기 쓰는 데가 있더라고요. 주역의 주문에 빗대어서 붙이면 효험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저는 무서워서 오래 유지하지 않아 응용해 본 적이 없군요. 15레벨이 도교 관련 설명으로 우화등선이라도 한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러게 말입니다. 이게 티베트 불교라고 한다면, 어딘가에서 전생의 기억을 갖고 새로이 태어난다. 이래도 맞는 거 아닐까요.”

    “그렇겠지요. 천마신교라면 탈마의 경지에 이르러서…….”

    1절만 좀.

    종교운 15레벨의 설명은 죽어서 성인이 되는 일이라지만.

    예시가 죄다 메이저 종교이다.

    만약 티베트 불교면 13레벨이면 달라이 라마가 되는 게 가능하고, 15레벨이면 정말로 그 기억을 그대로 갖고 환생한다는 이야기도 되고.

    도교면 우화등선, 선인, 육체를 벗고 불로장생에 다다른다는 말도 말이 된다.

    “그러면 종교운 만렙은 내가 한 번 찍고, 선생에게 후일담을 남겨 보겠습니다.”

    “예?”

    “당장 찍을까요. 제 아이디로 접속해서 올릴 수 있겠군요.”

    “아, 아니, 아닙니다. 그러다 진짜 승천하시는 거 아녜요? 한창때 나이이신데.”

    옆에서 지켜보니 이미 명승 선생님 본인 아이디로 접속했다.

    종교운은 의외로 12레벨로 유지 중이신데, 포인트가 수만 포인트가 쌓여 있다.

    “와, 포인트.”

    “올려 볼까요? 5분간만 찍었다가 내리면 되겠습니까?”

    거, 영업장 테이블엔 왜 올라가시는데요?

    “아, 아아아, 아닙니다. 진짜 돌아가시면 안 된다니까요. 제가 장사도 지내고 삼년상도 치르라면 하겠는데요. 제 눈앞에서 돌아가시지 마세요.”

    극구 말리자 그제야 내려오신다.

    “선생은 삼년상 수절 못 하잖습니까.”

    “아, 그건 안 하죠. 고기도 씹고 뜯고 맛볼 거고 상복만 입을게요. 겨울엔 패딩 덧대어 입고. 궁중 예법대로 역산해서.”

    “생에 미련은 많지 않습니다만 게임에는 미련이 있으니 일단은 관두겠습니다. 지를 게 남아 있어요. 그래도 찍는다면 반드시 선생 옆에서 찍겠습니다.”

    미련이 많지 않고 게임쟁이인 게 왜인지, 명승 선생님이 접속한 사주강화술과 사주 정보로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식복이 없는 건 아닌데, 깨졌구나.

    이러면 죽었거나 의절했거나이고 깨져 있으므로 레벨을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람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사는데 사람의 몸이 쇠하는 중년 노년엔 그게 안 되므로.

    보편적으로 자식으로 대리 만족을 한다.

    그게 안 되면 저렇게 유희나 종교에 몰입하셔야 한다.

    “그나저나 선생도 강화술이 정말 빠르게 오르는군요. 선생이라면 분명 그럴 줄 알았습니다만. 이거 제가 주려는 기능이 의미가 없을 수도.”

    사주강화술을 이성과의 접촉으로 무역할 수 있는 기능을 주신다는 거 아닌가.

    그럼 받아야지.

    “아뇨 받아야죠. 뭔지 짐작 갑니다. 보통 여자애가 가엽다 싶으면 저도 과하게 설레더군요. 가여운 이유는 사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운명과 관련이 있고, 도와줄 수 없는 걸 애석하게 여겼습니다.”

    왠지 여자애들이 처절하고 가여우면 못 참겠더라.

    “좋습니다. 종교운 만렙이 걱정이 되실 거 같은데, 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걸 주시는 이유는 무릇 짐작이 가네요.”

    “어떤 이유로 보입니까?”

    “저처럼 강화술이 연쇄로 빠르게 오르는 사람들, 특히 저는 아마 4~5년 내로 만렙 5~6개는 찍을 정도로 올릴 수 있을 거 같네요. 그럼, 인생이 재미없어지겠죠.”

    “그 레벨에서 인생을 더 즐길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은 안 듭니까?”

    “선생님을 보면 짐작이 갑니다. 게임과 무협 등 스스로 자아낼 수 없고 통제 못 하는 세계에 몰두하시는 모습이오. 희로애락을 느끼게 할 만한 인생의 변수가 게임만 남으신 겁니다.”

    “영명합니다. 우리 작가 선생은 2년도 안 되어 닿은 경지가 매우 높습니다. 아마 저처럼 포인트가 남아돌게 되겠지요.”

    그 말씀대로 1년 9개월여 만에 종교운은 무려 +10, 여자운은 +9, 급여운 +8, 유동재물운 +9를 찍었다.

    만렙이 15렙 아니면 10렙인 시스템에서 말이다.

    이 성장세라면 향후 4~5년 내로 위인, 종신 독재자, 황제급 영토, 1만 궁녀, 대재벌, 성인, 130살 장수, 30센티 거근 등을 다 찍을 기세다.

    명승 선생님 포인트를 보니까.

    자기 사주강화술 레벨을 누구 퍼 주고 싶다는 심리가 이해가 된다.

    남아돌잖는가.

    소녀보살 같이 인생이 가시밭길인 사람이나 평생 수련할 기술이지.

    사주강화술은 의외로 속성 수련과 빠른 졸업이 가능한 기술이었다.

    “예, 그리 남아도는 포인트라면 그걸 절 좋아하는 여성들의 인생에 보탬을 주는 식으로 쓸 수 있다면, 저 또한 기쁠 것입니다.”

    “그 포인트들로 이루고 싶은 꿈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돈도 권력도.”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명승 선생이 의아하다는 양 고개를 갸웃한다.

    “음?”

    “강화술을, 즉 운명을 마음대로 써먹을 권한을 쥐었는데, 권력이고 재물이고 그게 왜 필요합니까?”

    “광오하네요.”

    “운명을 쥔 자는 재물도 권력도 그냥 상납받을 수 있습니다. 대선주자도 점술인의 말에 놀아나고, 재벌 회장도 점술가의 말에 놀아납니다.”

    “그렇지요. 나라의 주인을 논한다는 자리에서도 그러고 있으니까.”

    “돈도 권력도……. 운명을 못 쥔 자들이나 가지려 드는 겁니다. 그게 어느 정도 운명을 컨트롤해 준다고 믿고 기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돈도 권력도 이를 통하기 위한 꿈도 운명을 쥐는 순간, 별반 쓸모가 없었다.

    느꼈다. 사람은 운명을 못 쥐니까, 돈과 권력을 쥐려 들고 꿈으로 목표를 삼는다고.

    그게 아니면 뭐가 날 컨트롤 해 줄 줄 모르고 불안하니까.

    명승 선생도 피식 웃었다.

    “내가 과연 제대로 활용할 자한테 기술을 남겼군요.”

    “현재는 그저 좋은 사람들만 함께 있을 사람들만 원할 뿐입니다. 내가 가진 돈과 권력에 모이지 않고, 운명을 쥐었기에 모이는 운명을 나눌 사람들을요.”

    “그렇다면 베풀어 주면서, 그 베풂으로 여인들의 사랑을 한껏 얻으며 원하는 대로 물로서 자손 번창하여 즐거이 살기를 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명승 대협.”

    포권했다. 우리는 알아볼 손 인사다.

    “하하하, 아 그리고 전주에 있는 그 집을 제가 사 버렸습니다.”

    “오, 그러셨어요?”

    거기 요새 핫하다. 재개발한다. 한옥마을 확장을 한다로 지역 이슈화가 되는 모양이던데.

    “그걸 선생이 맡아 줬으면 좋겠네요. 아니 물려받았으면 합니다.”

    “제가요? 그거 맡으면 다주택자인데요.”

    “거기에 세금 낼 현찰도 좀 뒀습니다. 세금 내고도 남을 터이니 소여랑 밀회를 할 때 쓰세요.”

    이 양반은 운명도 퍼 주면서 물질적으로도 주는 게 너무 많다.

    슬쩍 흘겨본 사주로 짐작은 한다만,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자식이나 뭐 따로 물려주실 분이 없으신 겁니까? 왜 저한테.”

    “아, 저도 외동아들이 하나 있는데요.”

    “예, 그러면 아들 주셔야지.”

    “출가했어요. 이젠 부처의 자식이고 아버지도 아니랍니다.”

    기상천외하게 자식운을 잃은 사례라 말문이 막혔다.

    “아, 어…… 그 길을 가지 말라 할 수도 없고.”

    “선생, 고로 소림은 무조건 불태워야 합니다.”

    이거 장난으로 받고 있었는데 이번엔 진지한 모양이다.

    “예, 앞으로 쓰는 무협에선 시산혈해엔 머리카락 없는 자들의 반짝이는 머리들만 몸과 분리되어 빛나고 있었다. 라고 쓰겠습니다.”

    “으하하하하하. 부처도 베고, 황제도 베겠다. 뭐, 그런 패기 있는 주인공으로 써 주세요.”

    대단히 통쾌해하셔.

    “허니 선생은 속세에서 정말 즐겁게 사십시오. 운명을 베풀어 인연을 얻고 세속의 인연들을 통해 그들을 위해 살며 스스로도 보람차고 즐거운 생을 영위하였으면 합니다.”

    명승 선생은 그 덕담과 잉여 강화술 포인트를 타인에게 투자할 비술을 남기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 * *

    [은퇴한 거 아니지요? 장기나 두러 오십시오.]

    명승 선생님이 떠난 직후, 설양훈이 근 사흘 만에 날 다시 부르는 문자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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