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91화 (191/211)
  • #191. 사람의 가치.

    <냉수마찰>

    당신은 혹한과 죽음의 속성을 몸소 체험합니다.

    물과 관련된 건강 운세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비겁운 탭의 레벨 하나를 선택 레벨업 가능합니다.

    “으, 아 춥다. 와.”

    “푸흐흐흐흐흐흐.”

    폼 나게 버티면서 냉수 끼얹는 특전사 혹한 훈련 군대 홍보 영상물처럼은 안 된다.

    냉수마찰로 비겁운을 하나 얻어 나와.

    착실하게 자아, 지지자, 친구, 형제, 경쟁력 운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친구가 올리기 되게 힘든 것이기는 한데, 자아운도 괜찮고.

    일단 친구운에 눈길이 가는 글귀가 있어 친구운을 올렸다.

    친구운은 만렙이 10레벨이라, 얼마 남지 않았다.

    <친구운 LV8> 종교, 사상 LV12 효과 +1

    당신의 연장자 친구는 부모의 역할을 자임하고, 연소자 친구는 자식의 예로 당신을 대합니다. 동년배 친구는 위 레벨을 성취하기 전의 친구라면 긴요히 죽을 수 있는 심복이 되며, 이성 친구는 남편과 부인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외국인이나 종교 등이 다른 친구는 당신의 국가와 사상으로 개종하게 될 것입니다.

    “넌 뭐 올리냐.”

    “친구.”

    소녀보살이 내 사주강화술 레벨업 중계를 보고 싶은 듯, 다가와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친구운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성 친구는 부인의 역할을 대신한다.’ 부분이다.

    뭔가 하렘 왕으로 거듭나게 갖춰 가는 거 같은데, 그러하다.

    솔직히 이번 대운 강화에 명승 선생님의 이벤트 등으로 재물과 주거, 자아, 종교에서 가질 걸 다 가진 이후부터는.

    인생이 도전과제가 됐다.

    나도 둘이 넘어올 줄 알았나?

    그런데 그게 되더라.

    사람의 마음, 특히 사내는 여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게 되는 수준에서부터는 세상에 못 할 것이 없다.

    이어 돈의 마음을 휘어잡은 수준에 달하자.

    세상의 규칙을 뛰어넘어보고 싶어졌다.

    권력을 쥐는 능력이나 정신을 다지는 방법, 지지자를 모으는 방법, 사람을 말로 녹이는 방법 등은…….

    애당초 어느 정도 갖고 태어나서 그게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소녀보살이 친구운에서 문구를 집어내어 내 의도를 파악한다.

    “이거 때문이구나. 이성 친구가 부인의 역할.”

    “잘 아네.”

    “무슨 이런 것만 찍냐?”

    소녀보살의 비판이 있었지만 뻔뻔하게 대답했다.

    “여자를 원하니까, 그리고 유지하고 싶으니까.”

    “딱 1년 전만 해도 너 인기 없었는데, 수이한테 차이고.”

    “대운이 오기도 했지만, 네 말대로 여자운 열심히 올렸다. 그게 계기였을 수도 있고 그러니 너 같은 귀여운 애가 내 옆도 맴돌고 그렇잖냐.”

    “음란한 놈, 뭐 때문인지 뻔히 알겠다.”

    그거 때문이 아니라곤 못 하겠지만.

    “여자의 마음과 돈의 마음을 얻는 건 육체적 가치와 능력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라, 포기 못 하지.”

    “그런 거냐?”

    “그런 거다. 그래서 난 재성운을 사람의 가치 평가로 본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경우의 첫 번째는 돈이고, 두 번째는 치정이거든.”

    재성운, 재물, 여자는 그 남자의 가격표나 다름없다.

    그게 침해되었을 때 가장 크고 격렬하게 반응한다.

    사람 죽일 정도로.

    “흐음.”

    “나머진 네 앞에서 말하긴 실례지만 이미 어느 정도 레벨로 갖춘 인생이었어, 그에 대한 가치만 평가받지 못했던 거지. 그래서 그걸 찾게 만들어 주신 명승 선생님한테 깊이 감사드리고 있다.”

    소녀보살한테 하는 말이니까, 명승 선생님 언급을 자주 한다.

    둘 모두의 은인이라, 언급하면 효과가 좋다.

    재운이 낮은 사람들은 정말 가치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가치가 묻힌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내 가치는 없는 게 아니라 묻힌 거라고 일깨워 준 그 양반에게 감사하다.

    “어쨌건 사람에 가치가 없진 않단 얘기야. 너도 그렇고.”

    “그러냐.”

    “그러니 기운 내.”

    “갑자기 왜 그러냐.”

    “너 외출할 때 칼을 두고 온 것부터 심경의 변화가 있었음을 알았거든.”

    “흥. 그런 눈치는 빠르구나.”

    “그리고 고양이 뭔 일 있냐.”

    “음?”

    “네 옷에 보이던 그 축생 놈 털이 안 보이더라.”

    소녀보살이 다른 건 몰라도 한복이나 옷매무새는 대단히 신경 쓰는 편이다.

    의관정제에 집착하는 편.

    그럼에도 그 털 날리는 마왕이 온갖 흔적을 남겼는데 오늘은 그런 게 없어 보인다.

    “……흐응. 내가 싫다고 집 나갔다.”

    “뽕알도 뗐는데 그렇게 됐냐?”

    “찾았어.”

    “그럼 된 거 아냐?”

    “찾았는데, 웬 눈 안 보이는 할마씨가 다른 이름을 붙여서 기르고 있더군.”

    “뭔데 데려오면 되지.”

    “그 할마씨도 아무도 없었다. 보이잖냐. 남편은 죽고 술 따르다가 시댁에서 자식 데려가서 소식이 끊겼다고 뭐, 그랬다더라.”

    “…….”

    “원래 내가 그런 상황이면 칼이라도 들고 가서 협박이라도 했을 건데, 나도 모르게 그게 안 되지 뭐냐?”

    영민이 그놈이 제 팔자를 말아먹는구나.

    “다행이네.”

    “그게 다행이냐.”

    “네가 들이대 주는 게 내심 좋아서 여자운 가득 올려서 노리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그게 약해서 욕망이 사그라들었나, 불안해하고 있었다.”

    “엥? 그래도 들이댄 거 같은데.”

    “남자운을 달라는 직접적인 게 없어서 말야.”

    소녀보살이 피식 웃는다.

    “그래, 남자운 내놔. 받을 거면 궁합 좋은 너한테 받아야지.”

    진지하게 대답해 줬더니 민망해서 딴소리를 좀 했다.

    “아이고, 춥다. 너 수건 있지? 수건 좀.”

    수건은 내가 안 들고 왔다.

    생각해 보니까, 멍청했다. 어차피 바지고 빤스고 젖으니까.

    벗고 들어가는 게 나았겠네.

    소녀보살이 현명했고 내가 모자랐다.

    “흐응. 그러다 고추랑 같이 얼겠다.”

    “그러게 말이다.”

    “옷 가져왔으면 갈아입어라.”

    여분의 옷은 가져와서 갈아입었다.

    “너무 유심히 보는 거 아니냐.”

    “넌 너무 집요하게 만지던 거 아니냐?”

    “뭐, 좋았으니까.”

    “그럼 그 감정이 같을 거다.”

    아, 이 녀석 어릴 때부터 영업하던 영업직에 화술이 괜찮은 편이었지 참.

    의관정제하고 손 내밀었다.

    “내려가자. 잡아. 이것도 오를 거야.”

    소녀보살이 흔쾌히 손 내밀어 잡는다.

    방금 전 냉수마찰을 해서 몸이 후끈해졌는지 손의 온도 차가 더 크다.

    “너 손, 되게 뜨겁구나. 나 불이 그렇게 많아도 몸이 찬데.”

    “네가 그냥 안 건강한 거다.”

    “어, 나.”

    “응?”

    “……가슴 차갑다.”

    “좋습니다.”

    결코 사양 안 할 생각이다.

    그놈의 사주강화술 몰빵해서 키운 걸 최대한 좋아해 줘야, 강화술로 올린 인생 변화가 좋아질 것이고.

    자신의 몸, 즉 스스로에게 애착도 갖겠지.

    “근데 말이다.”

    “어?”

    “다른 거 할 수 있지 않냐. 손은 손이고.”

    어떤 요구를 하는 건지 알겠는데, 한술 더 떠 말했다.

    사주강화술은 음양조화에 포인트를 많이 주는 편인데 그 음양조화 준비단계에 단계의 차이가 있다.

    스킨십, 애무, 교접으로 이뤄진다.

    “혀를 쓰고 손을 허리 아래로 내리는 게 더 잘 오를 건데.”

    스킨십을 말한 거 같은데 애무로 대답했다.

    “……아까 미친놈이라고 했던 거 미안하다. 취소하마.”

    얼굴 빨개져서도 하대하는 말투를 그치지 않는 게, 이상하게 불을 지피네.

    “이게 더 미친 소리 같진 않고?”

    “나랑 하루 같이 있자. 어차피 영민이 놈도 없고. 너 이제 이성 친구가 네 부인의 역할을 한다며?”

    그리고 그 남의 위에서 서서 말하는 스타일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주도하려는 성향도 있고.

    “그냥 있지 않을 건데.”

    “내 감정도 그렇다.”

    하면서 폴짝 뛰는데, 안 닿는다.

    뭘 하려고 했는지 알 거 같다.

    허리를 가득 숙여야 했다.

    내 양 볼을 감싼 채 입맞춤이란 단어의 낭만이랄 게 없이 마구 핥아대는데, 투박함을 넘어 잡아먹을 거 같았다.

    * * *

    [정말 받아들이면 저희 애들한테 도움이 될까요?]

    “제가 결정하는데 당연하죠. 제가 그렇게 공정성 따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공정성 안 따지시면, 잡음이 많지 않을까요?]

    “전 사람 타고난 사주로 사람 구분하고 분간하고 그 그릇을 찍어 두는 사람이라서요. 솔직히 이번에 하라는 대로 하실 분, 안 하실 분 누군지 다 보입니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도 로비, 아니 부탁을 하시네.

    물론 다른 전화들에 비해 전향적으로 받았다.

    특혜 느낌 드리려고.

    저 집안 6남매 중에 설양훈 집구석에서 시집살이 제대로 하신 분은 은겸이 엄마가 유일하다.

    비교될 며느리가 한 명뿐이긴 하지만.

    약속한 사흘이 되어 병원 세미나실에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했다.

    설양훈 만나 리허설도 좀 해야 해서.

    세미나실에는 미리 와 있던 설윤영이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오, 유일하게 전화 안 하신 설 이사님.”

    “전화들을 해요?”

    “그럼요. 큰 언니 말곤 다 연락 왔어요. 뭐, 정말 탐 안 나세요.”

    “그 인간만 치우면 그 인간 회사도 들어오고, 그거 있으면 아버지 회사도 갖는 거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 같은데 뭐, 굳이 선생님한테 우리 아들 드려야 되나요?”

    “자신만만하시네요.”

    그 기린아라는 허은율 군도 아마 욕망 관련해서는 문제가 있을 건데.

    그냥 힌트만 들어도 사람이 잘나서 그런 거기는 하겠지만 여성 편력이 있어 보인다.

    뭐, 사실 기업의 원탑이면 그런 거 가지고 뭐라 하지는 않는다.

    기업을 가지고 정치를 한다거나 셀럽이 되려고 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정 아까우면, 율환이 데려가서 키워 주세요. 선생님은 가능하실 거 같은데. 걔가 선생님 참 좋아하던데.”

    어린 변태 녀석들하고 죽이 잘 맞긴 해.

    “현겸이 키울 겁니다.”

    “아후, 걘 초등학생인데.”

    농담을 나누다 보니 설민혁도 들어왔다.

    “왔냐.”

    “왔다.”

    “잘됐냐?”

    “잘됐으면 이 표정이겠냐.”

    김아미 설득 실패인 모양이군.

    플랜 B를 준비할 때다.

    “됐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수행 다들 못 할 테니까. 둘째 누나는 아예 그냥 안 하더만. 필요 없다고.”

    뒤에 있는데 그냥 그리 말했다.

    팔짱 끼고 피식 웃는다.

    “내가 영감 돈 없으면 뭐에 쓰겠냐…….”

    기죽인 건 좋은데, 시무룩한 건 좀 꼴사납다.

    내가 이놈 사람 만들려고 잔소리를 몇 번을 했는데, 크게 혼내니까. 이러고 앉았어.

    “야 대답하지 말고 그냥 들어, 그리고 들은 대로 따라라.”

    설윤영 안 들리게 설민혁에게 귀띔을 줬다.

    설민혁에게 귀띔을 주고 어깨 두드려서 앉게 한 뒤 약속 시간이 다 되기도 전에 설재영, 설혜영, 구예련, 설은겸, 김나경이 다 도착했다.

    “다 모이셨네요. 사흘간 고생하셨습니다.”

    자리엔 일전에 왔던 자손들이 다 모였다.

    민혁이 엄마 석영인만 빠져 있었다.

    다 모였으니, 사회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유명과 관계있는 과제들을 수행했는지 보겠습니다. 워낙 어려운 과제들이라서 수행이 완료됐다. 혹은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시도했고, 진전이 있었다면 거수해 주십시오.”

    손을 드는 사람들이 딱 둘 있었다.

    이 집 며느리들이다.

    “아, 그게 되셨습니까? 큰 며느님?”

    “그, 뭐 우리 애들도 벌써 다 분가하려 들고 남편도, 시아버지도 용서를 해 주라 하셨으니까. 제가 그 아이들하고 지내볼까 싶어요. 애들이 기저귀 갈아줘야 할 나이도 아니고. 유겸이랑 잘 지내기도 했고.”

    “작은 며느님 동의하시나요?”

    “애들한테 뭘 해 줄 수 없는 부모라는 게 얼마나 가슴 저미는 일인지.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그러셨군요. 그러셨어요.”

    손수건 꺼내서 울려고 하길래 빨리 대답했다.

    “그러면 둘째 며느님, 나가 주세요.”

    “……예?”

    “꺼져 달라고 할까요?”

    갑자기 목소리 깔고 축객령을 내리니 모두 좀 놀란 모양새다.

    “이게 시킨 대로 하는 걸 제가 보려고 그러신 줄 아십니까? 너무 대놓고 한 낚신데 걸려드시네요.”

    “낚시라고요?”

    “자식을 버려서라도 이 집안 유산을 타내겠다. 그 욕망 잘 봤습니다. 그, 고사성어로 부창부수라고 하고. 제가 전공한 사주명리학에서도 이르길 부인은 남편의 동조자입니다.”

    “이 무슨……!”

    “설윤환 씨의 그 속성을 유감없이 드러내시네요. 뭔가, 못 받아들일 거 같은 제안이니까. 받으면 진짜로 잘해 주겠거니 생각하신 모양인데.”

    “……하, 어.”

    “죄를 비는 자가, 돈 욕심을 부린다. 이게 제대로 된 반성하는 자세일까요?”

    반대로 돈 욕심을 부리며 죄를 비는 것도 사과하는 자의 자세가 아니다.

    어이가 없어 하는데, 조금만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이 명령이 함정 카드인 것을 알았을 것이다.

    돈에 눈이 멀어 자식이 안 보이는 지경에 이른 것이고.

    그 정도 헤아림도 정도 없는 인물이라면 재산을 맡길 값어치가 없다.

    서민 자식이 되었어도 대학을 학자금 대출은 없이 보낼 만한 자산과 신용이 남아 있는 집안인데.

    애들을 팔 정도인가? 다들 그렇게 사는데?

    “내가, 내가 왜 반성을 해요? 그건 죄다 남편이 저지른 일인데.”

    “돈은 사람의 가치에 주어집니다. 아버지를 제끼고, 자식을 버리는 부부에게 매길 가치는 없네요. 더 드릴 말씀 없습니다.”

    “이 사람이 정말……!”

    “있으려면 조용히 있고, 그러려면 나가. 올케. 어디서 행패야.”

    “양심이 있어야지. 아, 빨리 나가요. 듣기 싫게.”

    김나경이 분통을 터뜨리는데 설윤영과 설혜영이 한마디씩 한다.

    설윤환 가족이 축출된 걸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지금도 완벽한 축출의 현장이다.

    이 집안 넷째, 다섯째는 회사의 기밀에서도 멀고 설윤환의 만행에도 분노하고는 있었고.

    플레이어로 끼워 줄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내가 부르라고 해서 있게 했지, 그러지 않으면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 것은 맞다.

    “아니, 시누.”

    “누가 시누야. 끌려 나가고 싶어요?”

    설혜영이 압박하니 마지못해 나간다.

    선출 출신이라 남자들이랑 있으면 몰랐는데, 여자들이랑 있으니 독보적인 등빨이다.

    그리고 눈길 준다. ‘나 잘했죠?’ 이 느낌?

    그런다고 회사는 안 줄 거 같지만, 영감한테 갚아는 주라고 한마디 더 해야겠다.

    원래도 갚아줄 생각인 것 같지만. 내가 영향력 끼친 것처럼.

    “큰 집의 아량은 잘 보았습니다. 두 분 따님에게 회장님의 지분이 더 주어질 것입니다.”

    “무서우시네요.”

    김나경 나간 뒤 큰 며느리 분 칭찬했다.

    내가 칭찬하는 입장이라니 민망하네.

    “제가 맡은 역할이니까요. 아, 자 그럼 남은 자식분들 뭐 하란 대로 하신 분 있나요?”

    침묵들을 지키고 있었다.

    다 안다. 못 할 거.

    그냥 안 한 사람, 차마 못 하는 사람들, 시도는 해 봤는데 망한 사람.

    회장의 의도대로 반항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 안 할 거고.”

    “예, 아쉽지만 대단하십니다.”

    그나마 거부한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한 둘째 설윤영만 한 마디 툭 던진다.

    설윤영은 심지어 그 첩질하는 남편과 침대도 같이 쓴다고 한다.

    잠자리 거부했다 등의 명분 하나도 안 잃으려고.

    당장은 아니겠지만 나중에 설윤영 장남 허은율이가 나이 서른 즈음 먹으면 경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아무도 제가 시킨 대로 안 하신 겁니까?”

    “못 해요.”

    “사실, 안 해도 상관없었습니다만…….”

    김나경이 다시 세미나실로 돌아왔다.

    화가 나거나 따지려고 온 게 아닌 모양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뭔가에 밀려서 들어왔는데 그 밀려오는 것에…….

    “아, 아버지?”

    요양보호사와 의사 양반이 직접 끄는 바퀴 달린 병실 침대에 링거를 꽂은 채로 설양훈이 세미나실로 이송됐다.

    이거저거 꽂고는 있었지만 상체는 식사할 때 모양새로 기대고 그 특유의 허리를 빳빳이 든 채 무서운 눈빛을 짓고 있었다.

    말씀 드린 대로 연출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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