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전권을 쥐고 전횡.
[길게 볼 수 없는 내 친구에게 부탁합니다. 선생, 부디 내 애들에게 아버지 같은 엄함도 보여 주시고 사주인으로서 말하던 채워 가며 살아가는 인생대로 우리 애들의 빈자리도 채워 주셨으면 합니다.]
영상을 본 나도 민망해서 한마디 더 붙여야 했다.
“그 옥장판, 저주파 치료기 사 오시는 어르신들처럼 많이 약해지신 상태라서 이런 말씀이 나오신 것 같은데요.”
겸연쩍은 소리를 했지만, 바로 다음에 반전을 줬다.
“그렇다 해도 저는 이렇게 쥔 권한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습니다. 우선 말도 안 되는 이권인데다가 절 아껴 주신 회장님의 가업이 산산이 분해되지 않게끔 그 뜻을 이을 겁니다.”
딱히 반항하거나 이견은 없었다.
설양훈은 인간 자체가 돈, 명분, 지성을 다 쥐었다.
그나마 약점이랄 것도 꽁꽁 잘 감췄으며 저것들을 통해 사람 위에 군림하는 방법도 알았다.
그 기와 위상에 눌려 지내던 자식들은 출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일탈을 했지만.
아버지의 권위에 이견을 들이민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것 같다.
“저한테 사주 한 번씩은 보셨을 것입니다.”
설윤환 마누라 눈빛은 피했다.
봐준 적 없다.
행색으로 캐낼 수야 있는데, 그거 영업 비밀이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누가 회장님을 이을 그릇인지 사주를 보는 저한테는 보입니다. 물론 회장님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후대에 이 가문을 물려주고 이어 나갈 수 있을 사람. 저는 느낌이 옵니다.”
발표할 거 같지?
한참 뜸 들이고 침묵을 본 다음 대답했다.
“그러나 사주 따위로 그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 생각합니다. 사주대로 사는 사람 물론 많지만 반을 조금 넘을 뿐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보는 여러분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는지를 보고 결정하게끔 건방지지만 과제를 하나씩 드릴까 합니다.”
설양훈의 철 지난 몰카 작전을 그의 의도대로 ‘회초리를 자식 여러 명이 쥐고 부러뜨리면 부러진다.’ 교훈을 최대한 주는 식으로 생각해 보니.
종교, 신비에서 정당성을 얻는 섭정이 정당한 권리를 가진 자식들 핍박하고 전횡을 부리는 게 가장 모양새가 좋았다.
그 전횡이라는 건 정말 회사를 말아먹거나 금품 수령을 하는 건 안 된다.
몰카니까. 그리고 저 사람들 하던 짓이니까.
회장이 사실 나 안 죽었지롱! 하며 버틸 수 있을 짧은 시일 내로 설양훈 자식들이 규합될 만한 적대 행위를 해야겠다 고민했고.
그 적대 행위란 갑질만 한 게 없다.
한창 어린놈이 역술인이고 회장 총애 받는다고 갑질해 대는데 반감을 안 가지기 어렵다는 게 내 판단인데.
확신은 없다. 다 아는 사람들 아닌가.
알던 놈이 그러면 더 괘씸하려나?
“뭐, 따라 주실지 아닐지는 본인들 마음가짐에 달렸습니다. 뭐, 이런 놈이 시험을 내냐, 기분 나쁘실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기이하게도 여기 계신 분들 다 알고 있네요. 그냥 알고만 있지도 않고.”
내가 전권을 쥐고 전횡을 부릴 때, 그에 복종할 설 회장 남은 여생이라도 효도할 자식인가.
그게 아니면 전횡에 적극 반항할 방법을 찾는 자식인가.
그리고 그 적극 반항할 방법으로 형제자매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힘을 모아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설 회장의 의도대로 되는 거고.
그렇게 안 되면 영감 고민만 더해지겠지.
‘네가 해라.’ 등등 설 회장 하는 소리가 심상치가 않은데 진짜로 은겸이 세우고 실세하라고 할까 봐 은겸이 안 들이밀고 있다.
“재밌네요. 그래요. 어떤 걸 말씀하시려고.”
숨죽이고 내 이야기 듣고 있던 이들 중에 그나마 여유 만만한 게 설윤영이다.
후처를 들인 남편 죽이기 말고는 별 반 풍파가 없어서 그런지 마음가짐도 가벼워 보인다.
“개인별로 다릅니다. 우선, 장녀 분.”
“아, 예에.”
“좀 쪼신 거 같은데, 물론 제가 부적임자로 생각하는 것은 맞지만 정치권과 재단을 오래 이끌어 오신 경력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가요.”
이런 거 안 하게 그냥 구속하지.
“간단합니다. 지금 걸린 모든 혐의에 대해서 자백하시고, 고 설정환 회장님에 대한 행위도 고백하시면 됩니다. 그 자백할 수 있는 용기를 높이 보고 경영권까지는 모르겠지만 회장님의 자산을 안배하게끔 조치하겠습니다.”
“……!”
설재영 눈이 진짜 휘둥그레진다.
“길게 있어야겠지만 출소 후엔, 다시금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즉, ‘감방 가라.’
위로해 주는 척, 기회 주는 척했지만 절대 못 하리라 생각하고 던진 것이다.
하면?
꿀이지, 한 5~10년형은 받을 거 같은데 그 뒤에 누가 보장해 주겠나?
나야 모르쇠 하면 그만이고.
“둘째 따님.”
“네.”
“회장님은 외손자인 허은율 군에게 거는 기대가 크셨습니다. 단지, 허 씨 가문 쪽이 스카이피아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으셔서 탐은 내셨으나 후보에 올린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그러셨네요. 여기 큰 집 손녀들을 더 좋아하긴 하는데.”
“상황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결별하시고 아들을 데려와서 스카이피아 쪽에서 키워 봄이 어떨까요?”
“예? 아. 그게.”
“남편 분의 혼인 귀책사유는 아예 모르는 곳이 없던데 말이죠.”
설윤영이 그쪽 회사에 야심이 있어서 쉽게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
시총이나 재계에서 굴릴 수 있는 돈과 영향력은 허 씨 가문이 훨씬 크다.
여긴 그냥 대전 세종 충청과 중동에서 알음알음 장사 넓혀 가는 아파트 짓고 땅 사고, 호텔 짓는 기업이지만.
허 씨 가문 쪽은 언론, 방송, 엔터, 제조, 화학, 운수 안 건드리는 게 없으며.
설윤영 남편과 아들은 저 범 허 씨 가문에서 지주회사로 저 모든 족벌 집단을 통제할 수도 있는 권한에도 가까웠다.
허 씨 가문 왕 회장 직계였으니까.
그러니까 설윤영에겐 저 큼지막한 파이를 위해 보급고가 될 본거지가 필요한 것이지.
이 회사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러니 스카이피아가 먹고 싶으면 제일 아끼는 큰 아들 내놓으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설윤영의 키워드는 잘난 아들과 그 친구를 통한 야심에 있으므로.
“아, 그건 아들이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지. 아니면 저희 둘째라도.”
“제가 둘째 아드님을 봤는데, 형의 자리를 위협할 친구는 아니더군요.”
“…….”
“전달해 보세요. 두 분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보겠습니다.”
설윤영도 절대 못 받을 과제를 던졌다.
‘아들 내놔라.’
설윤영 아들이 제대로 저쪽 집안에서 족벌에 끼어든다면, 스카이피아의 두세 배 기업을 갖고 시작하며 더 나아가 열 배는 족히 될 그룹의 통제권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 아들 대신 좀 덜한 아들 주겠다는데, 스카이피아도 자존심이 있지 그렇게는 못 한다.
사실 설 회장도 윤영이 아들은 그쪽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이걸 덥석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해진다.
“둘째 며느님.”
“아, 예.”
이분은 처음이다.
설윤영에게 물으니 전화번호야 있다고 해서 부르긴 불렀다.
설양훈의 분노가 크게 미친 집안이고 그 원인은 그 아버지를 감옥에 살리려 한 것이라,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되어야 옳았지만.
이 집안이 기어이 법조인 동원해서 유류분 분할을 요구하면 어차피 나눠 줘야 해서.
“회장님은 설윤환 본부장은 용서하실 생각이 없으시지만 두 손녀에 대해서는 자비를 베푸실 생각이 있으셨습니다.”
“그러신 건가요.”
“대신 당연히 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말을 끊고 구예련과 설은겸에게 물었다.
“아, 그리고 큰 며느님.”
“어머, 예.”
“큰 며느님과 장손녀는 다릅니다. 우려하시는 게 본인이 떠나시면 여전히 저 설재영과, 어쨌든 일흔이 되기 전의 나이엔 출소할 설윤환 본부장의 핍박이 이어질 것이라. 저는 우려합니다.”
둘째 며느님이나 설재영 씨, 빈말로라도 아니라고 손사래 좀 치시죠?
내 집구석 아닌데, 집구석 꼴 잘 돌아간다.
“그래서 말하건대, 둘째 며느님은 두 딸을 포기하시고 큰 며느님은 저 집 두 딸을 양녀로 들였으면 합니다.”
“예에?!”
“네?”
“두 분은 승계와는 관련이 없으십니다. 특히 설윤환 본부장에겐 죽었다 깨나도 이 회사의 뭔가를 주실 생각이 없으셨습니다. 유언장에도 그럴 거예요.”
“그러셨지요.”
“하지만 그다음 세대인 손자, 손녀들의 대에서는 화합하시길 바라셨습니다. 때문에 손녀들이 너무 비참한 상황에 울분에 가득 차서 살진 않게 해야겠지요. 그러므로 그 두 분 따님이 아버지의 잘못이 미치지 않게. 큰 집으로 보내십시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애들을요?”
처음 보지만 격렬히 반응한다.
죄지은 가문 자식들은 그 죄가 이어지니까.
부모를 세탁해야 한다.
“애들이 가엾지 않나요? 저야 뭐, 우리 애들 다 저랑 떨어져서 살 것 같고 그래서.”
“부잣집 사모님으로 살 아이들이 일선의 서민이 되는 울분을 견딜 수 있을까요. 저는 이미 난리 법석이 났다고 보는데요.”
“이건 너무하신데요. 아버님 뜻이라고요?”
“아버님 뜻을 넘어 애들 뜻이 될 건데요. 아이들이 돈과 미래냐, 그래도 우리 아빠 옳았거든? 하면서 범법자 부모를 택하냐 보면 됩니다. 부모가 어떻게 살았는지 말입니다.”
“이야, 세다.”
듣던 설민혁이 한마디 한다.
이 사례에 부합하는 게 저기 설민혁이다.
어머니와 분리되어서 설 회장 집에서 천덕꾸러기로 살던 인생이 있었으니까.
“큰 며느님 집안엔 아량이 있길, 둘째 며느님 집안에는 승복과 참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입술 잘근 씹는 김나경에게 뭐, 대단한 명분으로 이런 일을 하는 양.
무의미한 좋은 말을 했다. 아량, 승복. 이딴 거.
다 못 받을 것 같은 것만 던지는데, 당연하다.
진짜 이걸 하면 내가 오히려 골치 아프다.
사실 이 제안은 진짜로 그러면 설윤환과 김나경을 더 조일 생각이다.
그런다고 자식 버려?
지들이 무릎 꿇고 빌어야지.
그리고 이게 공정한 척 하지만 실은 구예련과 설은겸 집안에는 특혜 주고 있다.
피해를 본 집안이므로 아량만 베풀면 되는 쪽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뭐, 굳이 명분 찾자면 유겸이가 저 집안 사촌 동생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막내 따님.”
“네?”
“간단합니다. 재결합하고 오세요.”
“재결합이오? 그게 말이 쉽지.”
제대로 반항하는 자식은 처음이네.
“호텔 팔 정도로 범 천지인 스카이피아에 해악을 끼치신 겁니다. 그게 뭐, 명분이 정당하지도 않아요. 다른 언니들은 남편 잘못 있음에도 버티는데, 여긴 본인 귀책이잖아요?”
“잘못이 있는데도 버티는 게 잘못 아녜요?”
“그쪽 잘못이면 왜 위자료 무세요?”
가족들 다 듣는 공공연한 자리라, 원인은 갈구지 않았다.
과한 욕망이 문제다만.
가족 앞에서 성욕 관련 대담을 하기엔 부적절하니까.
“그럼 더 간단하게, 그 위자료 이상 지참금 줄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하던가, 그 돈 벌어 오십시오. 아, 시간 얼마 안 드릴 건데, 이거 좀 촉박하죠? 재결합이 제일 빠를 건데.”
“심하시네.”
“본디 감이 안 되면, 본인에게 주어진 과제가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
왜 3대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지 보이는 쭉정이들만 있으니, 설 회장 고민도 이해가 간다.
“마지막으로 아드님.”
“응.”
다들 존댓말 쓰는데 이놈만 건방지게 대답을 해.
“지금 이 자리에서 어머니는 고 양정옥 여사임을 말씀하고 어머니에겐 작별을 고하세요.”
“이 X발?”
“X발?”
“너, 네 입으로 울 엄마한테 잘하라고 하지 않았냐?”
평소 자리처럼 반말을 하니까, 나도 반말로 돌려줬다.
“네가 잘될 때 이야기지, 아버지한테 복수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놈을 아버지가 어떻게 믿겠냐? 그리고 보통 그 원한은 버림받았다 생각하는 친모에게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뭐!?”
“안타깝게도 회장님이 여전히 인정하려 하시지 않으신다. 어머님, 민혁이 앞길을 위해서 멀리 가 계셔야 할 거 같습니다.”
민혁이 반항과 달리, 석영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야지요. 떠나겠습니다.”
아, 그런데 이건 어머니가 옆에 있어서 수긍을 하시니까, 너무 쉽게 받을 거 같네.
그럼 별수 없지.
“그리고 넌 하나 더 있어.”
“뭐. 왜?”
“솔직히 너한테 거는 기대가 회사 사람들은 제일 크다. 그래서 하나 더 필요해. 진짜 간단하다.”
“뭔데?”
“혼인신고, 그건 뭐 가능하지?”
석영인도 설민혁을 휘둥그레 하며 쳐다본다.
스카이피아 입사 초반에 직원들에게 만연한 유흥업소 인맥이 다 뚫려서.
들어오는 정보는 더러운 게 많은데.
설민혁의 이야기는 단연 탑이다.
그래서 이놈이 제일 쉬운데.
그래서 이놈이 날 제일 경계할 가능성이 높았다.
“……잠깐만.”
“왜 대답 안 하냐?”
“너…….”
“아, 네가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비웃으며 마무리 지었다.
혼담이 멈췄다.
물론 설양훈이 쓰러져서 치를 수 없다는 문제는 있었는데.
정치인 지원군을 얻을 기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설민혁의 의도가 읽혔다.
설양훈의 눈에 들어야 할 때는 처가를 인정 안 할 수 없는 쪽을 들이려고 하다가.
그럴 필요가 없이 넝쿨째 회사가 굴러 들어오겠거니 싶으니 제멋대로인 여자관계를 다시 시전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놈의 전직 여고생 또 만난다.
“회장님의 온기는 아직 식지 않았습니다만 이대로 오래 누워 계시진 못할 것입니다. 사흘 드리겠습니다. 사흘 내로 수행하시거나 합의 보셔서 결과를 말씀 주시면, 제가 조치하겠습니다.”
각기 모두 소중한 것들을 건드려 분리되거나 크게 포기해야만 뭔가 쥘 수 있는 것인 양.
과제를 주어 마무리 짓고 이들을 놔두고 나왔다.
다들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든 것들을 던졌으니.
자연스럽게 나에 대해 저항할 의식이……. 싹 틀까?
그리고 조심스럽게 병동의 의료용품 등을 둔 창고 쪽으로 갔다.
“아, 안녕하세요.”
병원 세미나실은 내부 CCTV로 연결되어 있다.
VIP병동에서 야간 당직 서는 협조 의사 양반과 설양훈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네 물개 박수다.
그래 뭐, 영감 나이 들고 돈 있는데 재밌는 거 다 해 봐야지.
이거 다 TV예능 때문이다.
할배들 유럽 가는 프로그램 보더니 5~10년 전에 유행하던 출연자들에게 양아치 짓 하는 PD들 습관 습득했는지 주책맞은 노인네 행세를 하고 있다.
“야하, 야하하하.”
“왜 이리 좋아하세요?”
“자리 비켜 드릴게요.”
젊은 의사 선생은 빠져 준다.
돈 많이 받은 의료진들 협조가 잘 되고 있다.
“왜 이리 좋아하냐니요. 나도 못 하는 말을 선생은 다 하는군요. 특히 우리 막내 저거. 아휴.”
그 아버지도 말 못 할 것들을 다 얘기해 주니 속은 시원했겠다.
“하긴 마흔 살 딸한테 너 왜 이리 남자 많이 만나고 행실이 나쁘냐. 그럴 수는 없으시겠죠.”
아빠들 딸은 정밀 타격이나 발골 못 한다.
“혜영이한테 그리 말할 남자가 있겠어요?”
“아 그건 그렇겠네요. 인터넷에서나 소문을 들어야 까지.”
“선생이니까 말할 수 있었던 겁니다. 어떻게 이렇게 내가 보는 애들 문제점을 확 잘 꼽아 내는지.”
“자식들 사주를 다 봤거든요. 캐낼 건 다 캐냈죠.”
“애들이 다 난감해 할 것들을 던지는군요.”
“시험이니까요. 진짜 하면 오히려 수습 안 되는데요.”
“진짜 하면 내가 뭐 더 챙겨 줘야지요.”
내가 시킨 대로 하겠다고 한다면 설 회장이 유산의 메인은 아니지만 잔가지를 더 챙겨 줄 것이다.
내가 시킨 대로 안 한다면 그냥 던져 주는 것 외에 국물도 없다.
내가 시킨 대로 안 하겠다고 힘을 모아 반항할 주동자라면 설 회장이 직접 거동해 부회장급으로 곧장 인사 조치하겠다고 했다.
다들 국물도 없는 쪽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다만.
돈이라는 게 사람 눈 돌아가게 만들 무언가가 분명 있으니까.
그리고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는데, 로비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