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83화 (183/211)
  • #183. 궤변으로 군림하는 자.

    은겸이는 설재영이 꺼지고 난 다음에야 그전에 운 건 장난인 양.

    격하게 오열했다.

    그래서 일단 기념관으로 데려오고 진정시켰다.

    물론 어머니와 유겸이도 따라 들어오긴 했지만.

    어머니가 ‘나가 주자’ 하면서 유겸이를 데리고 나갔다.

    나중에 듣자니 둘도 안 보이는 데서 훌쩍이고 화장 좀 다시 하느라.

    놔두고 나갔다고.

    아무튼 은겸이가 진정하고 가장 먼저 찾는 건 보상이었다.

    “내가 뭘 해야 보답이 될까요?”

    “사과폰 받았는데요.”

    은겸이가 선물한 재작년 판 사과폰을 꺼내 들었다.

    “이게 뭐야아? 이건 그냥 비밀 친구 하자고 그런 거고.”

    “뭐긴 은겸이가 준 선물이지.”

    “선물? 선물은 계속 주고 있었는걸.”

    “이건 목숨이었는데.”

    메인 폰이 차에 치여 손에서 날아가 버린 덕에 평소 잘 안 쓰고 그냥 비상 사주강화술 용으로 들고만 다니던 이 녀석이 활약했다.

    아, 물론 벌레와 고대 생물로 지칭되는 논쟁에 휘말릴 생각이 없기 때문에 말하자면 메인 폰이 뒤판과 옆면 기스는 났는데 액정이 안 깨졌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몰라서 긴급히 사용할 수 없었을 뿐이지.

    “말도 안 돼.”

    “그래요. 그냥 네 선물이 귀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전 재산?”

    “남동생까지 성인 돼서 동의하면 갖고 와.”

    돈은 마다 안 한다만.

    돈 달라고 하는 게 가장 정 없다.

    여자운이 8레벨 이후부터는 여자나 처가가 더 부유해지고.

    10레벨부터는 처가가 돈 많다고 개입을 해오는 경우가 줄어들므로.

    “내 몫 있거든? 가져가요.”

    “이거 탈무드에 있는 이야긴데, 너를 갖겠다 하면 되는 거 같은데.”

    그 먼 곳에 사는 아들에게 유산을 남기고 싶은데, 가까이 있는 노비가 자기 유산 죄다 들고 튈 거 같으니까.

    유언에다 노비에게 다 물려줄 테니, 아들한테는 내 재산 중 하나만 갖게 해라. 이야기가 있다.

    노비가 신나서 아들에게 알리고 아들은 고민하다가 그 노비를 택하면 아버지 유산 다 물려받는 거 아닌가 하는.

    노비의 사유재산 없던 시절의 감동(?) 스토리.

    “나……는 이미 다 가졌잖아.”

    윽.

    뜬금없이 터지는 애교 공격, 익숙해졌다 생각하는데 그게 안 되네.

    “그, 그런 건가?”

    당황해서 내가 다 말을 더듬는다.

    “돈은 별로 감흥 없어 하고, 나 가지곤 할 거 다 했잖아요. 애기……는 몰라, 더 해 봐요. 운이 낮다더니 진짜 같잖아.”

    참자, 여기 고인 기념관이다.

    상중에 하지 말라와 다를 바 없다.

    가족을 잃으면 새 가족을 얻고자 노력하는 게 왜 이상한가? 싶지만.

    삼년상 치르는 시절 아니니.

    “뭐, 나도 당연히 보답 바라고 이런 일을 하죠. 근데 은겸이한테 받을 건 이미 다 받았어요. 받은 기대치대로 일했고, 원하는 걸 줬을 뿐이야.”

    “더 주고 싶어. 안 그럼 진짜 맘대로 줄 거야.”

    계속 주고 싶다고 하니 부담스럽다.

    그냥 뭔 잘못이 있어도 곁에 있으라, 이렇게 아껴달라 말하면서 호감을 더 사고 포석을 깔아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좀 민망하고 포괄적이라 당장의 실익이 없다.

    지금 감정은 나조차 여운이 깊으니 은겸이에게도 오래 갈 거 같지만.

    “정말 괜찮은데 그럼 그냥 야한 걸 요구해서 질리게 만들까, 으, 변태, 하면서. 그건 싫어요, 나올 때까지.”

    “변태인 거 다 아는데? 더 야한 게 있나?”

    “변태는 이상한 짓을 해야 하는 거고, 그냥 난 네가 좋아 죽겠어서 그러는 거고.”

    “말해요. 해도 돼. 네 거야. 맘대로 해.”

    원래도 이 일에 목숨 거는 건 알고 있었고, 그냥도 ‘난 다 선생님 거야’ 등등의 부끄런 말을 하긴 했는데.

    오늘 발언은 차원이 다르네, 좋았다.

    이런 귀여운 애 놓칠 균열의 단초가 될까 두려웠는데.

    내가 큰 공을 세우긴 한 모양이다.

    하긴 인생을 비튼 대사건이니.

    그래도 말이 상스러울 거 같아 속삭였다.

    이건 자신 있게 말하기가 그런 거기도 하고.

    이어 속삭임은 ‘나도 떳떳하진 않다.’ 느낌과 ‘아, 지켜 줘야 하는 비밀이구나.’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긴요하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겨우……?”

    은겸이 반응이 예상외다.

    “아, 겨우야?”

    “죽으라면 죽을 거니까, 괜찮아. 오빠는 괜찮아?”

    매번 선생님, 선생님 하는데 호칭도 긴요해지네.

    “아, 어, 그게. 음 상대가.”

    “걔, 자꾸 그러더라고. 진짜 보고 싶은 거 같아요.”

    했던 말은 그냥 ‘유겸이가 말한 허튼소리를 들어주는 건 어떠냐?’로 둘 다 아는 이야기다.

    ‘등산 가서 둘이 그러는 걸 봤는데, 그거 다시 보고 싶어.’

    ‘내 우상이면서 라이벌인 언니가 아주 부끄러운 모습인 게 보고 싶어.’

    이런 음험한 소망을 어필하면서 우릴 공격해 오던 소재인데.

    나는 차마 추진 못하고 은겸이는 그거 어쩌지? 하고 있던 거다.

    그런데 슬쩍 말하니까 흔쾌히 들어줬고, 그 이상도 말을 꺼낼 분위기가 조성됐다.

    * * *

    이튿날, 설재영 뒤처리와 설 회장 보고도 할 겸 은겸이 집에서 일찍 나왔다.

    설 회장은 사람 등장이 없는 오전 시간에 몸 좀 풀고 하루 온종일 죽은 척 누워 있다.

    내가 나오는 김에 유겸이도 함께 나왔는데.

    설유겸은 그제야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 언니 왜 그래요?”

    “목숨 대신에 저거 하자고 했으니까?”

    “놀리려고 한 건데 진짜로 보게 하면 어떡해요?”

    왜 이래, 잘 봐 놓고.

    “눈 한 번 안 떼던걸? 손은 밑으로 자꾸 내려가고.”

    “그건 그냥 자극적이니까 그런 거고요. 아저씨는 왜 그러는 거예요?”

    “음? 내가요?”

    “나한테 자랑하고 싶었던 거야? 응? 나 언니 거다? 그렇게 나 조롱하면 재밌어요? 야한 애 인정한다고 그런 것까지 받아들여야 해요?”

    아.

    유겸이는 치욕으로 받아들이는 건가?

    이젠 숨길 것도 없었다.

    은겸이가 유겸이 관전을 허락한 이상, 유겸이 입에서 한 마디만 나오면 성사된다.

    그걸 하게끔……. 유겸이한테 심리적 안정감을 줘야겠다.

    지금은 언니 남친 불륜녀라는 자기 인식이 자격지심을 부르는 것일 테니.

    “유겸이 어제 한 질문 좋았는데.”

    “그게 좋았다고요?”

    “은겸이가 고마워서 이래, 라고 말할 때, 고마우면 그렇게 해야 해? 라고 물었잖아요?”

    “그게 왜…….”

    “예, 그렇게 하시라고요.”

    “그렇게는 이미 하고 있었거든요.”

    “계속해 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유겸이 바람대로 언니도 실망 안 시킬 거다. 그 선언을 행동으로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너도 계속 있고, 같이 참가했으면 좋겠어.”

    손을 뿌리쳤지만 아랑곳 않고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그 손은 피하지 않는다.

    계속해 달라는 말은 진지했고 그리 들린 모양이다. 물론 진심이니까.

    “으, 이상해.”

    “안 이상하고요. 갑시다.”

    “어딜?”

    “네 방.”

    “미쳤, 미쳤어……. 그냥 오는 거 아니잖아?”

    고만 때려.

    나도 신체 관련 운세는 나이 한참 들어서 찍을 줄 알고 키핑했다가.

    정력에 몰빵한 게 미쳐 보이긴 해.

    둘 모두에게 응해 줄 레벨이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고강해 보여야 작게 명분을 얻는다.

    “언니한테 한 만큼 해야죠. 내 아내들을 똑같이 사랑하라. 선지자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아내들?”

    “너 포함.”

    “내가 왜 아낸데요? 이슬람교 믿어요?”

    “예, 꾸란도 외우는데 들어 보실래요?”

    “해 봐요.”

    “비스밀라~ 니르라흐마 일 라힘~ 알함두릴라 히랍빌 알 아민~.”

    꾸란을 완독했고 개경장 알 파티하 장은 외우고 다닌다.

    삼겹살 끊을 생각도 없는데 알라후 아크바르만 외치면 그거 너무 나일롱 같아 보이잖아.

    참고로 성심원 다니면서 가톨릭 군종 교적도 되살려서 교인 등록하고 견진성사 받았다.

    역술인은 원래 메인 종교 믿는 척해야 한다.

    이러다 성경 말씀과 사주 융합시켜서 2차 창작한 교리 만들기 시작하면…….

    “진짜야?”

    “가짜로 외워서 이런 소리 할까요?”

    “할 때마다 다르게 외우는 거 아니고요? 니힐리야 에헤레이야?”

    똑같이 또 외워 줬다.

    사주강화술 여자운을 랜덤박스 2레벨 연쇄로 뽑았을 때부터 난 진지하게 대비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개경장 외우니까, 유겸이도 당황해서 말 돌린다.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왜 아내냐고요? 우리 그런지 한 달 조금 됐다?”

    “그때부터 내 아내로 생각했는데요.”

    “그,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그, 그, 그 아줌마도 2픽이었다며?”

    “나 버리면 아닌 거죠. 근데 나 안 버리니까.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네요.”

    “아……. 나, 나 진짜 그런 거 아닌데.”

    “난 그런 거 맞아요.”

    유겸이는 아내라고 말하니까 많이 누그러졌는지 어젯밤 일을 입에 담는다.

    “아저씨는 하나도 안 부끄러워하더라.”

    “내 인생에 알몸으로 가장 오래 같이 지낸 사람한테 부끄러울 턱이 있나?”

    “언니가 아니고요?”

    “일주일 넘게 안 입혀 두진 않았지요. 방에 수영장하고 욕실이 있는 데다 그 널찍한 방이 한겨울에 덥기도 했잖아.”

    VVIP실이 괜한 게 아니더라, 맨몸으로 있어도 격하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온화하고 건조해서 뽀송뽀송했다.

    거기다 욕탕과 수영장이 있으니까, 그냥 뛰어들면 됐다.

    빠뜨리고 놀기도 했고.

    “아, 벗겨 놓고 보는 거 좋아했지.”

    “불 못 켜게 해서 낮에 주로 하고, 쪼그려 씻는 것도 가능한 한 안 보여 주긴 하죠.”

    “그게, 내가 좋아해서 그렇게 보게 하는 건…….”

    “맞잖아?”

    “……네가 계속 예쁘다고 하니까 그렇잖아요!?”

    반말 봐라.

    “그래서 둘이 깨벗고 누워 있는 게 보고 싶은데요. 판을 다 깔아 놨으니 유겸이만 나도 해도 되냐고 언니한테 질문하면 됩니다. 은겸이 받아 줄 준비 다 되어 있어요.”

    아, 깨벗다란 사투리를 썼네. 방언인 줄도 모르고 간혹 쓴다.

    “……와, 잘못 건드렸어. 어떻게, 어떻게 우리 둘을 다 그럴 생각을 해요?”

    “엄마한테 화나서 언니한테 화풀이한 잘못이 돌아오는 겁니다. 원래 딸은 엄마와 멀어지면 남자의 침입을 받아요. 어머니 운은 집과 보호를 말하는데 유겸이 상황은 마치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새를 승냥이가 물어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승냥이가 너무 변태잖아!?”

    “물어 죽이거나 먹지 않고, 아끼고 집착하고 있는데 무슨.”

    “짐승이 그러면 그게 변태 아니에요?”

    유겸이는 하는 말은 이렇게 며칠만 만나고 끝이라 말하고도 집착해 주던 1월 초가 좋았는지.

    서러워하길래 집착깨나 해 줬다.

    나도 집착하지 않곤 못 놔둘 여자이기도 했고.

    그래도 그 설유겸이 날 변태 취급하는 시선은 못 참겠군. 누가 더한데.

    “사람이 나이가 들면 나이에 비례해 욕망의 저변은 넓어지지만, 몸이 쇠하므로 다양한 취향을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 든 부부일수록 색다른 뭔가가 필요한 이유죠.”

    “뭐야 갑자기, 이걸 또 전문적으로 말할래요?”

    “어떡합니까? 부부 수백 명이 상담하고 가는데 트러블을 파고 들어가면 대부분은 성관계 관련 트러블이 있는데요.”

    이건 속이는 말이다.

    주된 고객인 아줌마들이 얼마나 지갑 사정에 민감한데, 복채까지 내는 사주 철학관에 트러블 없이 오겠나.

    이미 그 트러블을 포함한 온갖 트러블이 생긴 찰나다.

    육체적 해결은 부부의 근원이 유전적 후손인 자식과 자식에 대한 사회 안전망 제공에 있으므로.

    그 근원을 갖게 한 원인으로 회귀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 회로다.

    나아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권해도 시도들을 안 한다.

    물론 지금 당장 유겸이한테 그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이건 내 욕망과 취향을 물 타고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

    “그 정도 경험과 표본이 쌓이면 일반화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그러하고 성적 접촉을 통해 효험을 봅니다.”

    “아조씨 말만 들으면 사람들 다 그래야겠어요?”

    “예.”

    “다른 덴 다 보편성을 위배한다, 명분을 쫓아라, 그런 이야기 하면서 그것만 꼭.”

    “그게 명분입니다.”

    물론 해결책은 맞다.

    사람이 정신적 문제가 있을 때는 어떻게든 활동을 권하는 편이다.

    활동은 사주에서 말하는 ‘식상운’으로 먹는 것과 싸는 것, 자는 것과 수명을 관장한다.

    먹고 자고 싸고 하는 게 자유롭게 충족되지 않으면 생의 의미가 없다고 보니까.

    사람은 몸으로 하는 뭔가가 없으면 머리에 생각만 많은데 문제라고 한다면.

    “사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마음의 고민이 있고 고민으로 인해 생각이 많은데, 생각은 견제를 받지 않습니다.”

    “오, 그 말은 좋아요. 와닿아.”

    “그래서 활동으로 부딪혀 보고 느끼는 것이죠. 요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어린아이가 슈퍼맨을 보고 망토를 입고 점프하면 나도 날 수 있지 않을까? 망토 입으면 되는 거 아닐까, 하고 어린애가 올라갈 수 있는 최대한의 높이에서 점프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부딪히고 아야야 하는 거다?”

    “예, 아파서 울어 본 다음에야 아, 내 생각이 잘못된 거구나. 슈퍼맨만 날 수 있는 거구나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고민이 있을 때는 고민 그만하고 우선 주변에 말을 해야죠. 그러면 어른이 그러겠죠. 너 다쳐? 아야해. 하면서 그 생각을 저지해 줍니다.”

    유겸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요즘 사주나 궤변을 꺼내면 사람들의 집중도가 유독 높다.

    “말로도 해결되지 않을 때, 누군가가 들어주지 않을 때는 기본적으로는 음식을 입에 퍼 넣고 포만감에 자는 게 제일 좋습니다만 그 고민의 대상이 남녀나 부부라면 육체가 가장 크게 자극받는 행동을 하는 게 더 좋은 수단입니다.”

    “그래요?”

    “다만 부부만큼 서로 오래 상대로 두면 자극의 감흥이 떨어지는데 이럴 때는 차라리, 취향의 수위를 높이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기를 깨고 새 상대를 찾는다는 호기심에 의해 외도를 하거든요.”

    “잘은 모르겠는데 그렇게 들어 본 것도 같고 방송에서도 그리 틀어 주고.”

    “즉슨, 결혼 전 상대를 여럿 찾을 수 있을 시기에 취향을 개발 및 파악해 두는 것도 여생에 도움이 될 것이란 뜻입니다.”

    “결론은 언제나 똑같네?”

    “물론이죠. 야설쟁이 캐릭터가 있잖아요. 안 그래도 성애에 기반한 진단 내릴 수밖에 없는데 동양철학에서는 음양조화가 최고의 가치이고 음양의 조화는 남녀가 몸으로 만나는 것이니 숭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와, 수긍이 되니까 분해. 그럴 만한 사람이야.”

    지금까지 갖고 있던 캐릭터도 다 활용했다.

    야설과 사주를 더하면 음양조화 신봉자, 성애전문 사주인이라는 희한한 포지션이 생성된다.

    “그래서 취향을 깨우쳐 주고 있는 겁니다. 다채로운 취향과 상황에 다 몰입한다면 우리는 틀어져도 반드시 화해할 것이라 반드시 해로할 겁니다.”

    “진짜 결혼 전제로 말하네요? 그걸 엄마나 할아버지가 봐주겠어요?”

    어머니한테는 김치로 한 대면 되니까.

    할아버지는 확실히 좀 어려운데 해봐야지.

    “그러니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나도 궁금해, 나도 해 볼래, 라고 언니한테 말하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합류해요. 그걸 뚫으면 심리적 장벽이 많이 내려갑니다. 취향이 은겸이와 나에 같이 부합하거든요. 그 이후부턴 유겸이도 날 만나는데 눈치 보지 않아도 될 것이고, 거기서부턴 내가 합니다.”

    “뭘 해요?”

    “너희 둘 다 아내로 맞아들여도 되는 방법 시행이오.”

    “이상한 아저씨.”

    “설득될걸.”

    “……아 더워.”

    설유겸은 영하인데 손부채질이다.

    몸의 곳곳에 열이 잘 오르는 체질이다.

    “이미 동조하면 그 동조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틀려도 맞게 느껴집니다. 우린 몸으로 한참 동조한 사이이고 서로 여전히 원하잖아요.”

    “말 진짜 부끄럽게 잘해.”

    “뭣보다, 내가 선택하는 길과 선택하는 방식이 이제 틀릴 일이 없으니까, 내 계획대로 따라와도 됩니다.”

    “와, 진짜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래? 아! ……어.”

    욕망을 보인다는 신호로 몸을 만졌다. 그러자 큰 눈을 그냥 깜박이면서 바라만 본다.

    잠시 생각을 멈췄는지 입술이 살짝 열린다. 침에 살짝 젖은 반짝이는 입술 안쪽이 촉촉해 보인다.

    이 신호 이후 보통 입맞춤으로 이어지는데, 혀끝이 살짝 나왔다. 무심코 그 행동을 연상하는 것 같다.

    “유겸이가 나한테 집착해 준다는 자신감.”

    어제 두 명을 보고 느꼈다.

    설재영, 설은겸이다.

    종교색채의 학교재단은 종교운 11레벨짜리 업적이고, 이 정도의 종교/신념이 뒷받침되는 인간이라 순교하면 했지, 굽히지 않는다.

    그런데 머리 박았다.

    설은겸은 아부 탈리브 센터 외에도 할아버지에게 상속받을 타워들이 여러 채이므로 주거운 12레벨인 공작령, 공국 급 타워, 주거, 토지의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가뜩이나 콩깍지 덕에 말 잘 듣고 서로 믿고 있는데.

    지금은 믿음을 넘어 존경과 복종 의사를 보인다.

    이러면 내 주변인 중에는 상대의 신념을 때려 부수는 막무가내 언변과 행패를 뜻하는 식상운이 소녀보살처럼 매우 높거나.

    사주강화술의 원천 명승 선생님처럼 올 만렙을 이룩하거나.

    재물과 자아, 주거에서 이룩한 게 몹시 총체적으로 높으며 긴 삶을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주강화를 이룩한 노인 설양훈이 아닌 이상.

    군림하지 못할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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