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동정녀 팔자.
말씀은 좀 놀랍게 하셨는데 골자는 이거였다.
“선생님이랑 은겸이가 살림 차리면, 거기서 몇 년 정도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둘이 뭐 잘하고 있는 거 보니까. 아기도 낳고 그럴 건데. 이모니까 좀 봐 주고.”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지금 기세로는 유겸이가 더.
나도 챙기고 본인도 챙기라고 하다가 지금은 흐지부지됐다.
“그 원진살 있다는 점쟁이가 언니랑 궁합이 좋다고 했나 봐요?”
“그렇다고도 하고, 뭣보다 저랑 싸우니까. 은겸이한테 애교를 많이 부리더라고요. 거기다 선생님 말은 아주 잘 듣고……. 말씀하셨죠?”
“아아, 네.”
“좋아해 주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의 곁에서 한껏 애정을 자기가 주다 보면 나아질 거라고요.”
딸은 엄마가 되어야 엄마를 이해한다. 그 골자로 조언을 드렸었다.
아직 어리니까, 아이를 가지란 말은 안 했고 그 말은 사실.
어머니나 나나 말은 안 하지만, 유겸이가 엄마가 되겠다며 남자 찾기 시작하면 타고 난 성 에너지가 세서 어긋날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주 보면 그런 건 잘 나와.
문제라면…….
“은겸이 괜찮아? 은겸이가 괜찮다면 저는 괜찮습니다.”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이번엔 문 잠갔다. 밤이기도 하고.
그리고 마시던 술도 들고 들어왔다.
이어 은겸이 나발 좀 불더니, 이내 흐느끼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미안해요. 유겸이한테.”
‘에휴, 울보.’ 라고 하려다가 진지해서 놔뒀다.
이번 사건을 안다.
두 딸이 흡사한 행동을 했는데, 유겸이만 잔소리를 들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집안 두 딸에게 편애가 존재한다는 사주 결과는 입에 바르게 말했으니, 은겸이도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 사례를 실제로 보니 은겸이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걸 제가 너무, 너무 모르고 살았어요. 그게, 그래서 너무 미안해요. 생각해 보면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걸 보자, 은겸이가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고.
특히 이런 일이 수차례 있었는데 그제야 인식이 든 게 죄책감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겸이가 나한테 잘해 주고, 티 안 내고…….”
그런 칭찬을 진심으로 평소 해 줬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은겸이 잘못은 아니다.
“그건 은겸이가 잘한 거다.”
“……네?”
“기억은 못 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 자식과는 달리, 형제자매는 서로 잘해 주는 원인에 기브 앤 테이크가 있어요. 그냥 궁합 때문에 혹은 핏줄 때문에 좋거나 싫거나 하는 게 아닙니다.”
사주를 말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궁합 때문에 둘이 친한 겁니다.
원진살 때문에 둘이 안 좋은 겁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그렇게 아껴주는 겁니다.
이리 말할 수 있지만 형제는 그렇지 않다.
형제는 친구운과 지지자운, 경쟁자운과 연계되는 타협과 경쟁의 대상이다.
스카이피아 형제의 난을 보면 알겠지만, 결국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한다.
거기에 입각해서 말하자면…….
“언젠가 한 번은, 어쩌면 여러 번 은겸이는 내가 언니다, 하면서 동생 대신 책임지거나 대신 혼나거나 하며 동생을 감싸준 적이 있었을 겁니다.”
“내가……요?”
의외로 해 준 쪽이 기억을 못 하네.
“거기서 그냥 인식이 붙은 거예요. 날 위해 대신 맞아 주는 언니. 언제 그게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제자매한테 의외로 어렸을 적에 흔하게 발생하고요.”
“…….”
진짜 기억 안 난다는 표정이네.
아이들은 손아래 형제한테 윗사람인 걸 보여 주고 싶어하고 분간이 아직 덜 되어.
의외로 놀라운 희생정신을 보여준 사례가 많다.
“그런 인식이 먼저 있었으니까, 동생을 혼내기 위한 비교 대상으로 이용되어도 동생이 크게 원망하지 않게 되죠. 이건 보통 동생들이 먼저 까먹는데, 그렇지가 않은 사례로 보여요.”
“왜……그렇죠?”
“그런 경우가 은겸이가 인지도 못 하게 많았고, 자주 했었을 테니까?”
“어떻게 아세요. 그게 사주로.”
“예, 뭐 사주로 나오는가 보다.”
들은 거다.
깊이 아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오히려 깊이 알기 때문에 표현을 못 하는 가족에게서.
가족들도 잊고, 까먹고 깨닫지 못한 사연들을 대신 전달해 줄 수 있었다.
외부인이 가족을 알게 되고, 그 가족에 대해 깊이 사주란 명분으로 깊이 파고든 시점에서.
* * *
시간을 며칠 뺐다.
유겸이랑 지낼 때는 대전 외로 어딜 가는 시간을 못 뺐다.
진짜 마지막처럼 불태우자고 했고, 나도 진짜로 언니 오면 그 이후론 안 넘어올까.
최대한 열심히 맞춰 줬다.
물론 그 이후로도 만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서 상관없어지긴 했지만.
시간을 빼서 하는 것은 산행이다.
네 곳의 산 정상을 더 찍어야 하는 퀘스트가 있었다.
가야지,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가네.
여난에 빠져서 여자운을 최대한 확보해 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이미 충분히 많다고 생각해서 사주강화술 수련에 좀 소홀했는데.
사람은 효용이 필요해져야 활동을 한다.
“야, 너무, 너무 힘들다. 쉬다 가자.”
이 산행에는 사람 한 명을 동행시켰다.
이 동행자에겐 한심한 표정을 아니 지어 보일 수 없었다.
“칼은 왜 들고 왔어, 체력도 약한 게.”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아니, 숙명은 둘째치고…….”
산행에 동행시키는 건 소녀보살한테도 퀘스트가 오고 자아운이나 주거운, 남자운을 올릴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등산이 왜 남녀 관련 운이 오르나? 싶지만 이해가 가는 면도 있는 게.
불륜의 온상지 아닌가.
산불 방호원 할 때, 국립 도립공원 쪽 모텔에 아줌마 아저씨들이 아저씨들은 아줌마 엉덩이에 손 올리고.
아줌마는 뒤에 쳐다보면서 아저씨 손 짝 때리고.
그러더라고.
사주 보면서 느낀 건데 중년의 부부가 끈적한 경우가 정말 흔치 않다.
닿기도 싫어하는 걸 넘어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걸 싫어하더라.
고로 끈적한 중년이면 거의 다가 불륜이다. 돌싱들 좀 있고.
“야, 남자 운 오른다고.”
“아, 맞다.”
나름 절실한 이유이긴 하네.
쇠붙이 달고 다니면 남자운이 오르기는 하니까.
“그럼 바위산을 오를 걸 그랬나, 거기가 훨씬 잘 오를 텐데.”
“그런 것보다 연애가 필요하다.”
소녀보살은 절실해 보이는데, 막상 노력의 방향이 잘못된 거 같다.
엄한 것만 공부하는 장수생 같은 느낌.
“칼 들고 그 노력 할 걸로 차라리 그게 낫지, 싶은데.”
“처녀로 늙어 죽게 생겼구먼, 뭔 소리야. 칼로 올릴 수밖에 없다. 헥, 아이고 죽겠네.”
“알았다. 잠깐 쉬자.”
“하이고, 덥고 춥고, 헥.”
한심하기도 해서 일단 멈춰서서 쉬었다.
몇 마디 하긴 해야겠네.
“야, 방뎅이 차가울 거야. 이거 깔아.”
“난 자식운 하나는 빵빵해서 하체 건강은 좋다. 열도 쌩쌩하고.”
“산 오르는 꼴 보면 절대 아닌데.”
“그럼 뭐하냐 쓸 곳이 없는데 그러니 방치하지.”
뭐, 자식운 좋은 여성들이 하체 발달이 된 경우가 많긴 하더라.
이어 하체 발달이 잘된 경우에 자식운이 좋다고 말하는 관상의 격언도 있고.
사주와 관상은 기본 근간이 같아서 대응이 많이 되는 편이다.
“정 안 되면 26세 여자, 남친 구해요. 하면 된다니까.”
“야, 나도 취향이란 건 있다.”
“무슨 취향.”
“나도 이해해 줄 남자 만나고 싶다.”
“이해해 줄 남자를 만나기 위해 일단 남자를 만나는 쪽이 낫지 않아?”
사람에겐 경험치가 있는 법인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네.
“사주강화술 이성운에 뭐라 쓰여 있디?”
“나는 남자운이라는 게 없어서 모르겠수다.”
“잘 맞는 놈이랑 그래야 더 잘 오른다, 라고 안 쓰여 있어?”
“그냥 여자면 다 되는 걸로 나오는데.”
“엥, 다른가? 봐라.”
소녀보살이 자기 사주강화술을 켜서 날 준다.
“오, 아 진짜네.”
여성이 이성교제와 관련해서는 마음만 먹으면 훨씬 자유로워서 그런지.
남자는 여자를 만나기만 하면 여자운이 오르는데.
여자는 남자를 만나도 그 남자가 별로면 효과가 안 난다.
“봤냐.”
“그러네, 안 좋은 놈을 만나면 오히려 남자운이 떨어지는 구조구만. 이야, 똥차만 자꾸 만나는 똥차 마니아가 왜 있는지 이제 알겠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더니.”
뭔 할매들 같은 소리를 하고 있나 싶지만 교류하는 주된 인맥이 할머니, 아니면 아줌마겠지.
사주강화술에 이르자면 사주강화술이 없어도 여자가 남자를 만나는 행위를 반복하면.
남자운이 확정적으로 오르진 않을지 몰라도.
관성운에 포함된 남자운, 직장운, 명예운, 부하운, 고난/책무가 튀어서 오른다.
문제는 남자를 굉장히 많이 만나는 여자들 팔자가 썩 좋지 않고.
이런 여성들이 ‘똥차 지나가고 벤츠 만난다.’는 속설과 관련 없이 수렁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게 고난/책무가 잘못 오르거나 직장운에 몰빵 되어 남자 여럿 만나는 화류업을 못 벗어나나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
“내가 좋은 놈은 아닌데.”
“적어도 내가 모은 사주 중엔 괜찮지.”
“그냥 나를 찍어 두고 이놈이다, 하는 거 아니냐?”
“그것도 맞다.”
나 좋다는 건 알겠는데 이 친구는 연인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보다 실용으로 만나려고 드니까, 그 낮은 자존감에 덜컥 걱정이 먼저 든다.
그래도 남자를 컨트롤하고 밀어낼 수 있는 힘은 무척 강하므로.
유겸이마냥 ‘여기서 내가 안 받아주면, 진짜 나락 가겠다.’ 싶은 생각까진 안 든다.
그 감정이 안 드는 이유 중에 하나라면…….
유겸이는 나락이 아닌데 나락을 갈 팔자 같아 막아 줘야겠다 싶지만.
소녀보살은 안타깝게도 이미 나락이라, 앞날은 대단히 긍정적인 편이다.
고로 진짜 외모와 깜찍함을 보고 칼부림과 빙의와 미친 짓을 용인할…….
사람은 여전히 흔친 않겠네.
“뭐, 네가 너무 예쁜 여자를 만나는 건 알겠지만,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데 나는.”
“무슨 경쟁력?”
“가슴 큰 거 좋아하지 않냐?”
“그걸로 안 가린다.”
뭔가 여성들의 자존감과 집념이 담겨 있는 건가.
유겸이한테는 칭찬을 하는 편이지만 비교 대상이 언니라서 직접적으로 칭찬하지는 않는다.
“왜 이리 철벽이지. 이거 여자 완전 좋아하고 개변태인 사주인 데다, 강화술도 분명 나 같이 이성만 올렸을 건데.”
“아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지?”
“야 그런 걸로 들이대지 마, 지금까진 뭐 받아넘겼는데 나 이제 진짜 한다.”
“진짜 해라. 몇 번을 들이대는데 다 내팽개치냐? 자존심 상하게.”
“당장은 산부터 오릅시다. 산에서 그러는 취향 없으면.”
“그러다 보면 생길지 어떻게 아냐?”
“나는 실오라기 하나 안 남기고 홀라당 벗기는 취향이 있어서 산에서는 안 되겠습니다, 보살님. 이 겨울에 입 돌아갈 짓은 맙시다. 한기 들고 한기 차면 귀신 들러붙어.”
몸에 열이 안 돌면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가고,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가면 보통 사람이 할 수 없을 법한 행동을 하게 된다.
저체온증과 관련해 위키를 좀 찾아봤는데,
그래서 나름 귀신 들렸다는 빙의자나 무당과 체온 기능의 상관관계가 있지 않나.
무속과 사주, 과학적 근거인 저체온에서 벌어지는 현상.
등을 빗대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팔자가 음하다’, 라고 하여, 사주에 겨울에 태어나거나 물의 기운이 많으면 좀 더 무속이나 귀신과 가깝다고 판단하는 편이라.
“근데 꼭 산을 올라야 하는 거냐. 힘들어 죽겠네.”
“너 운동부터 해라. 사주강화술 제대로 쌓으려면 체력으로 자아운부터 올려야지.”
“자아운도 올라야 말이지.”
“산 정상 다섯 군데 찍으면 내가 남자운 오르게 해 준다.”
“아?”
“이게 산 정상을 다섯 군데를 가면, 자아운이나 종교운, 이성운을 확정으로 레벨 하나를 올릴 수가 있게 되거든.”
“정말이냐?”
“정말이냐가 아니라……. 왜 까먹니? 부를 때도 말하지 않았냐.”
다짜고짜 산에 가자고 했겠나, 사주강화술 오르니까. 가자고 했지.
“등산 데이트인가보다 했지. 등산, 데이트면 오르는 게 기본은 있으니까.”
“그랬냐.”
등산 데이트에 이목이 쏠려서 ‘너 사주강화술 올리게.’란 말은 까 먹은 모양.
그리고 난 데이트란 표현 쓴 적이 없는데? 본인이 그리 판단하고 굳게 믿는다.
“흠흠, 좋다. 뭐 올라가 보지. 그런 거면 기꺼이.”
고된 운동이 목적이 아니라, 남자운이 목적이 되자 소녀보살도 기력을 되찾은 모양이다.
소녀보살은 이제는 경의검을 스틱 삼아 지탱해 가면서 오른다.
검집 비싸 보이는데 흠집 나겠네.
“헥, 헥, 헥, 헥, 나 죽는다. 먼저 가라. 여기서 자야겠다. 그냥 영원히 쉬고 싶다.”
“에효, 야, 이리 와 봐.”
는 기력을 되찾긴 개뿔.
손목을 잡고 끌어 올리다가, 안 되겠다 싶어 그냥 업으려고 했다.
온 김에 사주강화술 같이 올리자 할 셈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저질 체력이다.
“됐어, 버리고 가. 여기서 죽을란다.”
“아, 거참.”
무슨 산악전투하다가 죽을 부상 입고 간신히 바위에 기대어 추스르다 점점 죽어가는 사극 주요 인물처럼 이러고 있냐.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들었다.
가볍긴 가볍다.
“뭐 하는 거냐.”
“운송 인마. 칼이 더 무겁네.”
“……나쁜 놈이네, 완전.”
“야, 안았는데도 욕을 박는 건 뭐냐?”
“이런 짓을 하지라도 말던가. 설레잖냐.”
“설레세요. 안기는 데다가 심쿵하면 남자운 오른다.”
“자식운도 오르거든?”
물론 소녀보살이 아무리 가볍다 한들 양팔로 감싸 안고 산에 오르면 내가 더 배로 힘들 수밖에 없지만.
등짐펌프도 짊어지고 오르는데 이 정도야.
그리고 결국 정상에 올랐다.
“야.”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소녀보살이 부른다.
“호?”
“야호는 무슨 야호야. 죽을……. 아니, 혼날래?”
2년 됐는데 얜 아직까지 경찰서 트라우마가 있네.
“왜 갑자기 그러는데? 업어 주고 안아 주면서 어르고 달래 산에 올랐더니 혼난다네.”
“그건, 고맙다!”
“고마우면 혼내질 말아야지.”
“아니, 고마운 건 내가 보은할 거고, 혼날 건 혼나라.”
아주 그냥 공은 공이되, 죄는 죄구먼?
장군신이 제대로 스쳐 지나간 모양.
“뭔데 갑자기 또 만화 빙의해서 대사 치냐.”
“퀘스트인가 떴는데, 남자운 안 오르거든?!”
“엥!? 이거 강건한 배필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남녀 공히 오르거든?”
“봐라.”
<영산 순례>
각기 다른 지기를 가진 다섯 산의 정상에서 호연지기를 드러내십시오. 땅에서 솟아나 하늘을 찌르는 산악의 기상은 사내에겐 강건함을 여인에겐 강건한 배필을 찾을 단초가 될 것이며 산야에서 내려 보는 세상은 거머쥔 영토와 같을 것입니다.
그래, 이것까진 내 영산 순례 퀘스트랑 똑같다.
특) 이 여명은 타고난 남자의 운이 아예 없어 강건한 배필과 연관이 없습니다. 배필은커녕 호랑이를 만나거나 자식을 위해 스님을 유혹할 운이므로 백호대살과 도화살이 오르거나 자식을 위해 치성을 드리는 격이므로 자식운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즉 나는 영산 순례로 자아, 주거, 여자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근데 소녀보살은 자아, 주거, 자식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인생이 사주강화술 앞에서도 공평하지가 않다니까, 참.
누군 사주강화술 얻어서 재물, 주거, 배필을 거머쥐고 있는데.
누군 사주강화술을 얻어도 빌빌대고 앉았으니.
“넌 전생에 지은 죄가 진짜 많나 봐.”
“됐고, 내 남자운 줘.”
소녀보살이 손을 펼쳐 내밀었다.
졸지에 소녀보살한테 남자운 1레벨만큼을 정산해 줘야 하네.
“아니, 그 나는 산만 오르면 되는 줄 알았지, 알고 그랬니?”
“주세요.”
……예?
아니, 갑자기 왜 존댓말?
두 손을 다 펼치고 무릎도 꿇을 자세 하는 게 당혹스럽다.
“너, 왜 이렇게 공손하니?”
“아니 기본적으로 남자가 있어야 영민이 동생을 만들어 주지. 안 그러면 자식운을 만렙 찍어야 한다. 되게 골치 아파.”
“자식운 만렙이면 자식이 왕이 되어 나를 선왕으로 추대한다 아니냐?”
“다르지.”
“하긴 남자는 관운이고 여자는 식상운이지. 뭐라니.”
여자의 자식운도 남자의 자식운과는 보는 방법이 달라서 확 다르다.
“당신은 동정녀임에도 마굿간에서 아기를 낳습니다. 그 아기는 신의 아들입니다.”
만렙일 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