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69화 (169/211)
  • #169. 데리고 살아야.

    사주를 볼 때부터 설유겸이 범상치 않은 변태임은 알고 있었다.

    그런 사주여도 사회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를 아는 분들이 대다수로 잘 감추고들 살고.

    후천적 교육과 견제로 이뤄진 인격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 후천적 교육과 인격으로 절제하고 있는 것은, 우연찮은 것에서 터지고.

    그것이 취향인 경우가 많다.

    욕정이 적은 사람이어도 어떤 사고관으로 형성된 취향에 맞으면 갑자기 무섭게 음란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 취향이 갖는 개인적인 뭔가는 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

    사주로는 포착이 어려운데, 포착을 이미 했다면 사주로 해석해서 미리 알았던 것 마냥.

    행세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 우리가 그러는 광경이 머리에서 안 떠나서 이런 걸 그린 거다?”

    “응, 맞아요.”

    “근데 은겸이 몸에 누구 사진을 붙인 거지?”

    유겸은 그 질문은 계속 웃으며 회피하다가 말했다.

    “저 사진 찍어 주세요.”

    “알몸?”

    “응.”

    응, 이라고?

    “제 몸을 그리고 싶은데요. 거울로는 제대로 된 게 안 나와요.”

    ······.

    어, 나 여기까진 생각 못 했다.

    내가 그림에 조예는 없으나 그냥 딱 봐도 설유겸은 실력이 있었다.

    재능과 돈이 뒷받침되면 밥벌이는 안 될지 몰라도, 학교를 못 갈 정도는 아니다.

    그리 괜찮게 그리네 싶은 여학생의 미대 입시 좌절이라.

    아버지 문제와 맞물려 응원군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봤다.

    이어 응원하기 어려운 어릴 적 품은 욕망이 있었겠구나 생각했다.

    글에 박은 에로틱한 취향이야, 시각적 자극을 직접 주지는 않으니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나 보다 하지만.

    그림에 녹여낸 취향은 어쨌건 시각적으로 보이니까, 입시할 때의 심사관들이 민감하게 보는 듯 모양이다.

    ‘둘째가 좀 그쪽에 트인 것 같으니 빨리 시집보내서 성적 에너지를 짓눌러야겠다.’

    라고 생각하실 만하다.

    내가 그러거든.

    그러니 매번 여자친구 타령, 결혼 타령을 저리하시지. 아직 서른도 아닌데.

    어른들의 욕망 있는 자식에 대한 해결책은 주로 빠른 결혼인 모양.

    유겸이는 그림으로 표현되든.

    혹은 어릴 적의 발달상황으로 보였든, 그런 인식이 있나 보다.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취향을 가진 사람.

    이러면 정말 중재자가 필요하다.

    의사 전달을 찰떡같이 해 줘야 할 사람.

    예술가와 일반인 사이의 대화가 통하리라 보는가?

    귀신과 사람의 대화가 통하겠는가?

    예술가에겐 해설사가 귀신과 사람에겐 무당이 필요한 법이다.

    설유겸은 그리고 그걸 언니로 삼았던 모양이고.

    그걸 해 주는 건 아마······.

    “근데, 아무한테도 보여줄 수가 없어요. 이상한 애가 될 거니까. 가족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보려고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보고 싶은 사람을 데려왔다?”

    “네, 보고 싶어 안달이 났을 사람이라면 그리 해 줄 거 같아서요.”

    “날 잘 파악하고 있었네.”

    “미쳐 보이죠?”

    “아뇨. 왜요?”

    “그래요?”

    놀라긴 했는데 대수롭지 않다.

    뭐, 나는 정석적이고 올곧은 길로 인도하는 선생이 아니니까.

    거기다 이런 상황을 거부할 생각 자체가 안 든다.

    사주 역술이 유불선의 정도를 담았다고는 해도.

    결국은 사주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현재를 살아가는데 최선의 방식을 찾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현학적인 성격이 짙은 것이다.

    종교가 내세 지향적이면, 사주는 점술로 그 근본이 미래지향적이라.

    한 마디로 ‘전쟁을 대비하라.’와 같다.

    병마를 기르고, 축성을 하고 훈련을 시행해야 하는데.

    전쟁이 안 닥치면 이 일련의 행동은 국민의 피로감을 높이고 경제에 투자할 자원이 잘못 쓰여 당장의 삶이 윤택해지지 않으니까.

    고로 미래를 위해 현재 산출이 나오지 않는 투자를 강요해야 하고.

    그 방식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바.

    사주인으로서 타인의 해괴한 방식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

    남들한테 당장 이해 못 할 미래대비 시키니까, 남들의 이해 못 할 사고관도 끄덕이는 것이다.

    “네, 휴대폰 주세요. 찍어 드릴 테니.”

    “헤. 아, 그리고요.”

    “음?”

    “욕정이 가득 묻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갈수록 태산이구먼.

    이게 설마 유겸이가 내밀 수 있는 최선의 선 넘기인가?

    거기다 자기 취향 섞어서 내놓는······?

    “저 전문 사진가가 아닌데요. 욕정이 묻은 사진이라니.”

    “어, 어떤 느낌인지는 아시지 않아요? 야한 거 많이 보시잖아요.”

    “오햅니다. 요샌 자주 안 봐요.”

    “아하.”

    “뭐, 그래도 대충 감은 오네요.”

    “안 봤다면서?”

    “비엔나 벨베데레 궁전에 간 적이 있거든요.”

    “오?”

    “거기 정원 근처에 박물관이 있는데 거기서 전라의 유럽 여자들이 물감 앞에서 뒹굴면서 체조를 하더군요.”

    국내 도입이 시급한 문화였다.

    여성이면 어찌 됐건 서 있을 때는 국부의 완전한 노출은 불가능한데.

    행위예술가 유럽 여자들이 누워서 다리 쫙 벌리는 거 보고 느꼈다.

    ‘이게 선진국.’이라고.

    나 같은 외국인 관광객이 빤히 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 체험이 무척 인상 깊어서 왜 사람 몸에 있는 걸 갖고 보면 안 될 것처럼 딱지를 붙이고 탄압하느냐에 대한 반항감이 더 커지긴 했다.

    “와, 진짜요?”

    “그게 아닌 느낌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보러 가고 싶다.”

    뭔 말인지는 알 거 같다.

    그게 같은 누드를 봐도 어우야, 하는 것과 ‘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몸인데 반응이 안 오냐?’ 싶은 게 있기는 있으니까.

    비엔나 누드퍼포먼스 직관에서도 서서 움직이는 퍼포먼스 때는 그 행위예술가들 몸도 좋았음에도 별생각이 없었지만.

    누워서 다리 V로 쫙 벌리며 국부를 아무렇지 않은 양 적나라하게 드러낼 때는.

    한국에선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광경이라 자극이 있었다.

    “여자들이던데요.”

    “응, 여자들.”

    “아, 여자 좋아하는 거 아니지 않나.”

    “응.”

    외투는 이미 벗어뒀는데 니트와 와이셔츠, 스커트가 차례로 내려간다.

    와이셔츠 안에는 탱크톱스러운 나시가 있었는데. 그것까지 거침없이 풀어 놓는다.

    음, 북유럽 사우나에서도 목격을 한 적이 있어서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하면 할 수도 있긴 한데.

    설은겸 상체 누드화 모델이 누구인지 하던 짐작이 확실해졌다.

    기모스타킹과 브라는 아직 있었는데, 일단 말렸다.

    “예?”

    “그 정도만 해도 꽤, 많이 노출됐네요. 욕정 묻을 거 같다.”

    거짓말이다. 스타킹 취향은 내가 없다.

    살짝 불만인 표정은 뭐지?

    “그 얼굴은 빼 주세요.”

    그래도 경각심이 있나 보네, 유겸이 폰으로 찍고 있긴 한데.

    “아, 그래야죠. 그러고 있어요.”

    “언니 얼굴이 더 예쁘니깐.”

    ······이유가 그게 말이 되냐?

    이상한 콤플렉스 덩어리다.

    휴대폰 같은 전송 쉬운 도구로 몸이 찍힌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얼굴 명시성을 제외하는 거면 내가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하겠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네.

    “그러면 욕정이 가득 묻지가 않는데요.”

    “에, 왜요?”

    “사람의 몸에는 구분이 없습니다. 어여쁜 얼굴을 가진 사람이 이런 몸도 갖고 있다, 그것에서 뭐랄까, 그게 치솟는 거죠. 특히 뭐 관계도 상 여자친구 여동생인 입장이니까. 더더욱이오.”

    침착한 척했지만 사실 지금 나도 말이 잘 안 나온다.

    “그런가?”

    “언니만큼 예쁘니까, 그냥 경계하는 게 아니면 그러지 마요.”

    “······아저씨.”

    “음?”

    “예전에, 몸만 칭찬해 줬다?”

    원한 샀던 거였구나.

    당연하지만 언니 이상으로 칭찬은 안 하면서 그럼에도 칭찬하려고 꼬집은 게 몸매였다.

    우여곡절 끝에 여섯 장 정도 찍어 유겸이 건네줬다.

    “별로 그런 느낌이 안 나요.”

    “그럼 다 내려놓고, 누워서 다리를 움직이는 쪽으로 해 보든가.”

    “어, 그럴까요?”

    유겸이가 내가 앉아서 찍고 있던 소파로 와서 앉더니 소파의 팔걸이에 덥석 눕고 양팔을 올린다.

    겨드랑이만 보여도 야해 보이긴 하네.

    가까워지자 기모스타킹 속의 살갗이 보이고 속옷도 보인다.

    이제 좀, 뭐랄까.

    성인 화보스럽게 누워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유겸이 휴대폰을 받아 근접한 상태로 찍으려다······.

    현타가 왔다.

    위험한 취향이다.

    망신살을 내가 사주 감평에서 잘 써먹지 않는데, 엄마는 추측할 수 있었을 거 같다.

    망신살 낄 일 있겠다고.

    이런 걸 연애 제대로 시작해서 남자들에게 하고 다녔다면 안 그래도 남자 보는 눈 낮은데.

    낮은데······.

    ······어.

    왠지 진짜 걱정되네.

    “유겸이.”

    “네?”

    “이거 굳이 안 찍고 그러면 안 될까.”

    “에······? 무슨 말.”

    “캐릭터 독특하고, 그 캐릭터가 내가 원하는 대로 맞춰줄 거 같은 캐릭터야. 그러면서, 선을 딱 안 넘어.”

    “으, 음. 뭔 말일까?”

    “아주 좋은 생각이 들게 유도하고 있는 거 같네. 나는 작품을 위해 이러고 있다.”

    “그러고 있는 거 맞아요.”

    “그럼, 여기서 다 벗을 수 있어?”

    “응, 그럴 수 있어요.”

    “그리고 네가 생각하던 그 광경은 몸이 겹쳐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돼?”

    “내가 그걸 볼 수 있으면 그래도 될 거 같아요.”

    이 악물고 정신 나간 소리 하네.

    어머니 애 멘탈을 왜 이리 조져놨어요.

    설유겸이 푸는 방식은 철판 깔고 얼굴 들이미는 식이었을 건데.

    그게 안 먹히는 상황인 것도 아마 한몫했을 것이다.

    “엄마의 화난 얼굴이 한참 뒤에야 들이닥칠 거 같고, 지금도 그 화난 얼굴로 돌아다니고 있을 거 같고 그래서 멘탈이 좀.”

    “이건, 크리스마스 때부터 생각한 건데 뭔 말이에요.”

    타임라인이 안 맞는 건 맞지만.

    그때의 전략과 지금의 전략이 같을 거란 보장은 없지.

    “그래도 유겸이 말처럼 그러면 저한테 책임이 하나도 안 오는데요?”

    “아저씨한테 욕정을 느끼게 그렇게 할 거고, 그러면 참기 어려우실 거라 도와준 거 고마우니까. 어, 실수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얘가 날 좋아하는 거 안다.

    여자가 이렇게 아무한테 방에 부르고 살갗 보여주고 그러지 않는다.

    그런데 선이 있고 머릿속에 가진 대단한 상대인 언니를 두고 이긴다, 뺐는다, 그게 프로그래밍이 안 되다 보니.

    두는 것마다 상 무리수다.

    물론 성벽이 없는 거라곤 못하겠다.

    사람의 계략은 현실에 맞추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특성도 섞여야 진실성이 있으니까.

    야한 그림을 그린다, 그런 장면을 봤다, 언니를 좋아한다.

    자신의 그 특성을 다 녹여서 하는 유혹이되 유혹이 아닌 게 지금 이 짓인 것이다.

    “그럼 진짜, 다?”

    “응. 좋아요. 그거 보면 욕정이 가득 담긴 느낌이 나겠죠?”

    “근데 말이죠. 욕정이 가득 담긴 대상으로 보려면 일단 욕망을 나눴으면 하는데.”

    “헤, 진짜 야하다.”

    나 야한 여자 좋아하네.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식이면 별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 번에 내리기로, 유겸이 기모와 그것을 모두 한 번에 내렸다.

    하얀 몸에서 유일하게 살짝 검은 곳이 아주 잠깐 반짝인다.

    둘 다 침묵했고 그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남녀의 옷에는 선이 있는 건데 이건 이미 넘어버렸다.

    “그럼 내가 데리고 살 테니까.”

    “네······?”

    “한 번으로 그치지 말고 우선 오늘부터 내일까지. 쭉 그러다가 뭐, 찍어두고 그러지 않을래요?”

    “아닌데, 뭐야. 언니 남친이랑 그런 걸 왜 해요. 되게 웃긴다.”

    뭐 상황이 상황이지만, 말이 아까랑 완전 다르네. 실수 봐준다며.

    “제가 좋아서 그래요, 유겸이.”

    “갑자기?”

    “가여워져서 공감해 주고 싶어졌는데, 붉어진 볼도 가쁜 숨도 찰랑이는 살결도 다 그냥 욕망이 드네요.”

    “가여워요? 내가요? 왜?”

    “누구한테도 1등이 아닌 거 같으니까.”

    그리고 긴 침묵이 있었다.

    둘 다 얼굴 빨개졌지만 나는 눈을 그냥 쭉 맞추고 있었다.

    눈 내리면 유겸이 몸은 배꼽 아래로 아무 것도 없으니까.

    유겸이가 한마디 했다.

    “······아저씨한테도 아닌데.”

    “그럴 수 있죠.”

    “것 봐요.”

    “그런데, 재밌는 표현, 행동력, 취향이지만 붉어지는 볼의 농도, 모략, 전투력, 몽울한 가슴, 발달한 허벅다리.”

    온갖 것들을 다 끄집어내어 종목을 한 4~50개 만들어서 설유겸 1등 만들어 줬다.

    그 1등에는 지금 보고 있는 유겸이 몸에서 포착한 게 많아 말이 상당히 음탕하다.

    황당해하던 유겸이는 이내 피식 웃었다.

    “아하하핫, 뭐야. 그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응?”

    “궁합.”

    “······사주 보시는 분 아니랄까 봐.”

    “예전부터 말해 왔던 건데요.”

    “그렇긴 하네요.”

    그리고 1등이라 말한 것들을 살포시 건드리기 시작했다.

    설유겸은 움츠리다가 내가 말한 1등인 곳들이 닿으면 살포시 신음을 냈다.

    “언니한텐 똑같은 말 할 거······. 같은데, 요.”

    고개를 저었다.

    “둘 다 1등으로 만들 건데요.”

    * * *

    장소가 대단히 좋았다. 차도 있고 풀장도 있고 거울도 있고 소파도 널찍하고.

    유겸이가 좋아하는 거울 앞은 생각보다 적나라해서 괜찮았다.

    취향이 훌륭한 거였네······.

    쉬다가 같이 잠들었는데 깨보니 옆으로 새우잠 자는 자세들이라. 닿아 있었다.

    장난칠 겸 몸을 비볐는데 아직 자는 것 같던 유겸이한테서 말이 나온다.

    “실수에요.”

    “엥, 실수라고요?”

    너무 눈 가리고 아웅이다.

    나는 사주강화술 믿고 돌파할 생각이 있는데도 그러네.

    아마 여자운이 10레벨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운 10레벨 현상은 이미 어느 정도 힌트가 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사렸다.

    “근데요······.”

    “음?”

    “또 실수해도 돼요?”

    아직도 한 끗 넘은 걸 그냥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네.

    무슨 허락을 받는 듯이 말하고 있어.

    몸 돌려서 끌어안고 계속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니, 실수가 아니라고.”

    강화술 빨이나 징조, 사주 등을 토대로 자신도 있었지만.

    이래 놓고 우리 없던 일로 할까? 느낌으로 뒤꽁무니 빼는 것도 추하다.

    사람까지 가질 수 있는 비술이면 다 갖고 아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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