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66화 (166/211)

#166. 빨간 맛.

대전 유성온천 급발진 사고는 크리스마스 직후 이슈로 급부상했다.

크리스마스 당일엔 짝이 없는 외기러기들의 자학 개그가 메인이었지만 그날 오후에 올라와 퍼지면서 조짐은 보였다.

“아 예, 나중에 입장 정리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예. 아, 사실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지금 병원에 있어서 하기가 힘들 거 같은데…….”

언론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구먼.

전화로 피해자 입장을 밝혔다.

정규 언론인부터 유튜버들까지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었다.

하도 많아서 연예인들이 매니저를 왜 두는지 알 거 같은 기분이다.

스카이피아 인사 총괄실에 있었으면 설 비서한테 짬 시키기라도 하겠는데, 설 비서 지금 한국에 없다.

“아, 고만 좀 전화해라.”

문제는 언론인들에게 오는 연락의 이유가 사고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연말 역술인의 초성수기는 스카이피아 다니게 된 지금도 유효했다.

전화 오는 용건이 하나 더 있었다.

어휴 현재현 기자면 안 받을 수도 없고.

“아이고, 역술인들 많지 않아요? 아, 아아, 다 캠프에 있어서 안 돼요? 미치겠네. 아이고 참말로.”

“현 기자님, 아 근데 현 기자님은 너무 날먹하신다. 아니, 계룡 선사도 있고 그러잖아요?”

거기다 한밭 신문, 뉴전북일보, 허윤식이 사주인 중앙지에서 국운 및 차기 대권 관련 기사 하나 해달라고 연락도 온다.

특히 현재현 기자 이 아저씨, 내가 사주 웃기게 쓸 줄 안다고 또 그렇게 해달라네.

제보자한테 기사까지 떠넘기는 날먹이다.

친해지면 이런 게 안 좋아…….

저 아저씨 취재력 덕에 날먹한 게 많아서 참는다.

물론 아프니까 거절하는 건 충분히 가능했지만.

집요한 연락이 회복에 좋겠나?

뼈 강화로 다 회복되긴 했지만.

“어휴, 난릴세.”

모르던 언론사들에서도 국운 관련 뭘 해 달라고 자꾸 연락이다.

이게 듣자니 유명 역술인들은 이미 정치 진영을 다 정해 놓고 줄을 대고 있든가.

아예 그냥 딱 문 걸어 닫고 안 본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 마당에 ‘신문, 저술 친화형인 딱히 줄 안 댄 젊은이 시각으로 보는 역술인.’인 내 수요가 폭발하는 모양새다.

유명한 분들은 다 정치인 캠프에서 정식 직위는 없어도 다 알음알음 활동해서 대권을 논하면 편향된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거기다 사고 관련 문의 및 피해자 인터뷰 전화까지 오니.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연락이 오네.

인터뷰는 생각보다 많이 해서 친숙한데.

이번처럼 뜨거운 경우는 처음이다.

“내재된 폭력성들이 있다니깐.”

이런 사고 영상 조회수는 실제 사람이 죽는 것이 있어 끔찍한 것이 많지만.

사람들은 ‘혐’ 같은 걸 붙이라고 하면서도 조회수로 말해 준다.

절대 안 보는 사람들이 당연히 있겠지만 눌러는 본다는 것이겠다.

내 생각엔 교통사고 경각심을 위해서 불편한 진실 같지만 공개해도 괜찮다고 본다.

팔자 상 제명에 못 죽는 경우는 대다수가 교통사고 아니면 자살 사고니까.

나는 그런 사고 영상 중에서도 유독 특이해서 언론에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오는 걸 보고 뛰어서 뒹굴고 멀쩡하게 일어서는데 그다음 차에 치이는 억수로 재수 없는 남자로 희비극이 섞여 있고.

피를 철철 흘렸는데 얼마 안 가 절뚝이면서 일어나서 정양하는 모양새까지.

보통 인터넷을 달구는 사고 영상은 사망 사고인 경우 짤막하게 상황만 나오고 더 안 나오는데.

내 영상은 그렇지 않았고 화제가 되던 영상에 비해서도 조회수가 몇 배로 높았다.

당연히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거라 예상되던 피해자가 두 번이나 도로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해피 엔딩(?)이기도 했고.

자극으로 시선 끄는 도입부에, 굴곡에 불행하지 않은 결말.

서사가 좋다.

[아무래도 이분을 쳐야겠다 의도하고 밟은 것 같죠?]

[뒤차에 타격은 더 컸지마는…….]

인터넷에 갖가지 해석본이 나오는데, 처음 인도로 달려든 흰색 세단 차량의 과를 더 높이 친다.

뒤차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앞차는 브레이크 안 밟고 상가로 돌진하다 거기서 멈췄으니까.

[급발진이 아닌 거 같아요.]

[일반적인 급발진 사고라고 한다면 핸들을 틀려는 시도라도 있어야 해요. 그런데 여기 전 영상 CCTV를 보시면 그냥 여기 피해자분이 있다, 그걸 보고 그냥 쭉 밟아요.]

[진짜 핸들 틀려는 시도가 없네요?]

[어디서 트냐, 인도로 돌진해서 상가가 보이는 데서야 틀거든요. 여기서 그대로 갔으면 유리창으로 된 안경점으로 돌진을 했을 거예요. 근데 안경점이 아니라 시멘트 둔덕이 있는 건물이 있거든요. 그 둔덕으로 틀어서 멈춰요.]

[음주 운전 아닐까요?]

[음주 운전이었다면 경찰이나 기사에서 그렇게 보도를 했을 거거든요. 음주도 안 했다고 들었어요.]

“야, 요샌 그알 같은 걸 여기서 미리 하네.”

개인 방송 사업자들은 온갖 해석본을 내어놓았고 이건 그럴싸한 걸 넘어 진실의 차원에 접근하고 있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나 교통사고 전문 상해보험 20년 차가 토론하면서 방송하는데 예리해서 놀랍다.

오히려 다친 피해자인 나는 그냥 범인은 설재영일 것이고 그 아줌마가 사주했을 거야, 이러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바퀴가 이렇게 틀었으니까, 브레이크 밟는 시점이 이상하니까, 등등.

논거를 가지고 급발진이 아니라 주장하고 있었다.

다음날.

26~27일 북적거리게 만들었던 사고 영상이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하도 인터넷에서 난리니까.

정규 언론사들도 하나둘 이와 관련된 기사를 써서 조회수를 빨아 먹고 있었다.

<대전 유성온천역 급발진 사고 피해자, 평소 북한에 위협 느껴>

그리고 오늘 자로 올라 온 헤드라인은 인터넷을 더 화끈하게 불태웠다.

“……웃기네 이거.”

한밭 신문 사회부에서 연락이 왔었다.

귀찮아서 언론들이나 유튜버들 연락 피하다가 지역 번호가 ‘042’라서 스카이피아인가? 싶어 받았는데.

한밭 신문 사회면 기자가 유성온천 급발진 사고 피해자인 내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현재현일 줄 알았는데 사회부 취재기자가 기사 냄새를 맡고 전화한 거라서 당황하다가 말했다.

“그 현재현 기자한테 물어보면 알 건데요?”

[예? 아, 현 기자님 아세요?]

한밭 신문 사회부 기자가 2번째 차량 차주와 나눈 연락처를 토대로 날 역추적했는데.

그게 바로 그날 현재현과 국운을 논하는 신년 기사 기획하는 나였다는 알게 된 것이다.

업무 공유 없는 냉혹한 기자 세계 같으니.

현재현 기자에게 나 아프니까 이번엔 시키지 말라고 할 참으로 알려줬다.

한밭 신문하곤 나쁘게 지낼 필요도 없고.

그리고 내 이력 공개되면 어떻게 되나 궁금하기도 했는데.

내가 내 입으로 털면 좀 그렇잖은가, 남의 입 빌려야지.

당연히 한밭 신문 출판과 같이 낸 사주교양서와 불편한 정은씨에 각기 실린 이력까지 공개되면서.

단순 사고 뉴스에서 그치지 않게 되었다.

[지난 6월 17일 북한 담화 기억들 나십니까?]

[유성온천역 급발진 사고 피해자분이 김정은 풍자 게임으로 유명한 불편한 정은씨 원작자 및 제작자분이시거든요.]

[위협을 느끼시긴 했나 봐요. 6.17 담화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언론에 요청을 해 오셨어요.]

[여기 7월 1일 자 인터뷰에 있네요. 내가 사고를 당해 죽으면 북한 소행.]

여기다 김정은 풍자 문화 매체를 생산했으며, 이로 인한 남파 공작원의 위협을 언론에 지속적으로 어필해 온 인물이라는 게 뒤늦게 알려지며.

이슈로 비화할 조짐이 보였다.

정치 시즌이 아니어도 ‘북한’은 떨구기만 하면 국민을 반절로 가르는 어그로 특효약인데.

하물며 대선과 지선이 내년에 있는 정치 극성수기 아닌가?

인터넷과 내 전화기 모두가 폭발했다.

남파 간첩단의 김정은 비판 세력 테러, 이거 미친 프레임 아니겠는가?

어차피 할 것도 없어서 전화 안 받고 게시판들만 보는데.

난리 났다.

“……돌겠다.”

2호 차 운전자 양반의 공굴리기가 너무 커졌다.

전 커뮤 1위 달성을 시킨 원인은 2호 차 운전자 양반의 적극적인 자기변호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그 양반 차 때문에 내가 제대로 다쳤다.

그치만 ‘도심 과속.’ 외에(?) 죄가 없는 2호 차는 1호 차 세단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돌렸고.

이게 또 고질적인 운전하는 아주머니들 욕먹는 인터넷 문화와 결합해 어그로가 커지다가 영상이 자꾸 돌고 본 사람이 많아졌으며.

사람들이 ‘이거 아무리 봐도 운전 미숙이 아니라 사람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다.’ 느낌을 주는 주행 영상이었기에.

단순 어그로에서 전 국민이 교통 손해보험 평가사가 되게 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환자분 아프세요. 들어오지 마세요.”

“힘들다잖소!”

의사 누나 및 병원 식구들이 기어이 찾아오는 인터넷 매체 방송인들은 잘 막아주고 있었다.

이게 그냥 피해자로서는 인터뷰할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의 이슈는 반공 이슈가 돼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반공이 터진 건 좋은데 이슈가 흐려지는데…….”

짐작대로 북괴 실드가 터져서 범인이 남파 공작원으로 몰리는 판국은 재밌는데.

날 과대망상 병자 반공 빨갱이 앵무새로 보는 사람들과 반드시 범인이 북한이어야 하는 사람들이 한바탕 제대로 붙을 조짐이 보이니까.

조심스럽다.

사건이 시끄러워지면 진짜 피해자는 없고 시끄러운 싸움으로 이득 보려는 사람들이 판을 치기 마련이다.

여기선 조치를 취했다.

“야, 철진아.”

[멀쩡합니까? 전치 12주라 들었는데 말임다.]

“너희들도 뭐 막 인터뷰하자는 사람들 넘치고 그러지 않냐. 기자들은 몰라도 유튜버들 따라다니고 그러지 않아?”

[그렇슴다]

“안 귀찮겠냐?”

이슈화가 되다 보니까 로터리 청년회한테도 연락이 오는 모양새다.

증언해 줄 주요 인사들이며 이놈들은 경호 목적으로 나름 고용계약서도 쓴 놈들이니까.

[에이, 저 전국굽니다. 지난 대선 때 저희 대선후보랑 같이 사진 찍히는 것도 나오지 않았슴까. 이거 그때 다 받아 본 겁니다.]

로터리 청년회는 이 시기만 되면 유명해지는구먼.

“그러면 부탁할 거 하나 더 있다.”

[말만 하십쇼. 말만.]

“그 내가 22일 날 줬던 설명서 기억나냐. 애플리케이션 돌리는 방법이랑, 누구 소행이라고 적어 놓은 거.”

[아, 갖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방송국이 찾아오고 있거든, 너희들한테도 아마 올 거야. 그거 제보 좀 해 줘라.”

* * *

그리고 바로 그 이튿날.

<대전 유성온천역 급발진 사고 차량 피해자, 사고 직감해>

<온천 역 급발진 사고 피해자 유서 품고 다녀.>

<유서에 쓰인 충격적인 배후>

유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만, 전면 공개는 안 되었다.

전면 공개하기엔 이상한 내용이다.

내가 의식을 잃거나 죽었을 경우, 시신은 장례를 치르지 말고 최대한 훼손 없이 보존해 주십시오. 부검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이어 이 유명을 읽는 분들은 내 휴대폰들에 존재하는 사주강화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설명에 따라서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혹은 휴대폰들마저 모두 파손되었을 경우, 내 노트북과 전주 명승철학관 컴퓨터, 대전 명승철학관 컴퓨터에 강화술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마찬가지로 클릭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부분까지는 공개되지 않고 날아갔다.

공개되는 부분은 밑 부분이다.

- 이 사고에는 배후가 있습니다. 대전 하은 재단 이사장 설재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낮은 확률로 북한 소행입니다.

유서가 공개되자, 처음엔 혼란이 있었다.

작성 시점이 12월 22일로 조작은 없었으나 이미 북괴로 몰고 싶은 사람들의 댓글 여론 조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점심쯤, 새로운 뉴스가 떴다.

<대전 유성온천 고의추돌 사고 수습 구급대원 피해자 품에서 A4용지 주워……>

제삼자인 구급대원이 내 사주강화술 설명서 겸 유서 24일 주워 두었다, 제보한 것이다.

그와 함께 유서 조작설은 불식됐다.

[그러니까, 이분이 주변인들에게 유서를 미리 남겼다는 겁니다.]

[실질적 위협이 있었던 것이죠. 이분도 확신은 못한 모양입니다만.]

[여기서 언급된 이사장분하고는 무슨 관계가 있길래?]

[채용 비리 내부 고발을 하신 분이라고 하네요.]

유서가 진짜임이 밝혀지고 타임라인이 29일에 이르자 일단 언론의 헤드라인이 바뀌었다.

급발진 사고에서 고의 추돌사고로.

고의 추돌사고로 사건 네임이 바뀌자, 2호 차 운전자와 네티즌들의 경찰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대전 고의 추돌사건 1호 차 아줌마를 살인미수로 입건해 주십시오>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에 1호 차 고의추돌 세단 운전자 구속 수사 요청이 쏟아졌다.

경찰은 처음에는 1호 차 운전자를 당연히 방면했다가 뒤늦게야 재소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쯤에선 내가 안 죽었으니까, 불행에 몰입하는 사이버 렉카와 분위기가 사그라들 줄 알았는데.

‘하은 재단 이사장 설재영.’과, ‘북한 소행.’이 남아 버리자, 여전히 뜨겁다.

설재영이 파헤쳐지기 시작했는데, 그 아줌마가 한 극단 종교적 발언이 발굴되고.

북한에 버금가게 어그로 능력이 좋은 종교가 붙으니…….

높은 정치적 관심도에 의해 한국의 두 이념집단이 ‘설재영 소행.’, ‘북한 소행.’을 따로 미는 수라장이 벌어져.

설재영을 알아서 언론들과 네티즌들이 물어 뜯는 형국이 완성됐다.

그리고 야간에 더 황당한 게 터졌다.

설재영이 투자하던 청주 직지 아트홀에 인근 간첩단이 운영하던 언론이 극찬을 해 놓았던 기사가 네티즌에 의해 발굴됐다.

문화재를 통한 남북 교류 주장을 설재영이 아트홀 건립 명분으로 써먹었는데.

이에 대한 환영사가…….

“……와, 이게 이렇게 터진다고?”

연쇄 콤보가 너무 잘 터져서 나조차 뉴스를 보는데 어안이 벙벙하다.

그래도 운이 분명 따른 듯한 기회를 안 살릴 수는 없지.

VIP들한테는 내가 먼저 전화 걸었다.

[니 뭐 난리 났네?]

“병문안 한 번 와주셨으면 하는데요.”

[아, 안 그래도 연말에는 국회가 없어서 아산에 계십니다.]

“한 번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연락 주십시오, 교수님. 예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슈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아는 의원 둘을 불렀다.

마침 국회 종무식 한 시기라서 잠깐 여유도 있는 것 같고, 이슈의 중심에 서 버려서.

수습도 할 겸 찾아 올 만도 하다.

이제 설령 진짜 운전 미숙과 급발진으로 인한 우연이라 하더라도.

설재영은 얽히고 못 빠져나가는 판이 짜여졌다.

닷새 만에 연쇄로, 설재영이 남파 간첩으로 사람들에게 인지되고 있었다.

어이없지만 쌤통이네.

그러니까 북괴로 방어막 치고 있는데 지랄을 왜 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