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63화 (163/211)
  • #163. 망나니로 살아남기.

    내 주변으로 인근 경호하던 임철진이 다가왔다.

    얘네는 원래 내가 갑자기 납치당한다거나, 누군가가 기습한다거나 할 경우를 상정하고 데리고 다닌 것이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다가 혹시나 테러가 있을 경우 개입하라고 했는데.

    차가 들이닥치면 못 막지.

    “다행임다. 와, 나. 괜찮으심까?”

    “저 먼저 친 흰색 세단 운전자 그 새끼부터 잡아 빨리.”

    의식 돌아오니까, 일단 친 놈 신병부터 확보해야겠다 싶다.

    왜 이세계 간다고 하면 트럭에 사고당하는지 잘 알겠다.

    ‘과감하게 앞으로 점프’가 불가능하니까.

    사실 뒤에 친 차가 제대로 날 쳤지만.

    주행도로에 앞차에 치여 굴러떨어진 피해자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 하는 게 당연하다.

    뭐, 도심 운전에 과속한 건 죗값을 치르겠지만.

    재수는 없는 케이스다.

    “애들이 잡아 놨습니다. X같은 새끼들. 와, 소설 쓴다 해서 망상하시는 거 아닌가 했더만 진짜 음모가 있었네. 야.”

    이런 경우까지 상정하고 말은 미리 해 놨다.

    먼발치에서 보다가 내가 교통사고 당하면 운전자 신병부터 파악해 달라고.

    “아 그러냐. 잘했다.”

    “아니 붕 날아가서 팍 찧고 머리에서 피가 철철 났습니다. 이게, 이게 가능한 겁니까? 피는 멎으셨슴까? 여자친구분도 보셨죠?”

    “그러게 말이다.”

    임마는 나한테는 ‘다나까’ 쓰면서 설유겸한테는 ‘요’ 자 쓰네.

    “네, 네에.”

    “어떻게 이렇게 멀쩡합니까. 버티는 겁니까?”

    “병원 가요. 빨리.”

    “운전자 조져 놓아도 되겠슴까?”

    맘은 조지고 싶은데, 명분 잃는 일이다.

    “대낮이잖아. 교통 CCTV랑 다 있고.”

    교차로로 지하철 출구가 각기 두 개씩 여덟 개 있는 도로다.

    이런 도심 대로에서 백주대낮차량 테러라니.

    거의 대기하고 있다가 들이받은 수준인 거 같다.

    이럴 거였으면 어디서 경호학 관련 책이라도 좀 볼걸 그랬나.

    나는 날 위해하는 놈들이 있다고 한다면 징조가 보일 거라 생각했다.

    수상쩍게 자주 보이는 차가 있다든가.

    누군가가 자꾸 눈에 띈다거나.

    그런 게 없어서 모략은 있어도 결행되지는 않거나 모략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동선이 너무 단순했나.”

    둔산 스카이피아 본사 갈 때나 스카이피아 호텔을 갈 때나 매번 똑같은 동선을 활용하긴 하니까.

    그리고 설유겸과 떨어지자마자 노림이 있었다.

    유겸이와 오피스, 상점가, 우체국 쪽에서 티격태격댔을 때가 적기였을 거 같은데.

    그때는 들이닥치지 않았다.

    그러면 타깃을 나로 확고히 정했다는 뜻이다.

    주변 상점가에 피해가 안 가고, 추가 피해자 발생하지 않을 타이밍을 노린 것이다.

    차 사고로 위장해 놓고 배상 책임을 최대한 안 지려는 의도가 읽힌다.

    암살 등의 작전에 재는 게 많으면 뒤탈과 실패가 따르고.

    배상책임 최소화를 노린 듯한 행보를 보니, 돈으로 동원된 일반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 운전자, 그 뭐 조폭이나 그런 사람 아니지?”

    “아줌마 같습니다.”

    “아줌마?”

    “차에서 안 내리고 가만히 있습니다. 차 유리를 확 깨불라다가.”

    의외의 인물 묘사였다.

    설재영이 직접 한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러면 최고인데 그러진 않겠지.

    “괜찮으세요?”

    후속 차 운전자는 살펴보러 와 있다.

    튕겨져 나가 도로는 아니고 유성구에서 조성한 진주 개천제에서나 볼 법한 유등들 세워 놓은 공원에 주저앉아 있기는 했지만.

    사주강화술이 중태만 해결해 줬는지 뼈마디가 아파서 서기가 힘들다.

    “일단 병원 가보고요.”

    뼈 강화로 외상 및 내상 수습은 가능한데, 진단서 끊어서 ‘전치 몇 주’ 이게 나와야 상대의 무자비한 폭력이 증명된다.

    뒷수습은 로터리 애들한테 맡기고 설유겸과 두 번째 차주분 부축받아서 족욕온천 인근 벤치에 앉았다.

    보도블럭 위로 인도 막고 있는 세단에 철진이 친구들이 계속 문 두드리는 게 보인다.

    차창 유리는 금이 가 있다.

    그러고 보니…….

    운이 정말 좋았다.

    마침 눈앞에 설은겸이 개인적으로 연락하라고 덜컥 사 준 휴대폰 대리점도 보인다.

    예비 휴대폰을 한 대 더 놓고 다니게 된 것도 새삼 고맙다.

    이어 설유겸도 고맙다.

    슬쩍 안았다.

    지도 고맙다고 안겼으니까, 뭐 안 그래도 부축받고 있는 상태니.

    “아, 으아? 왜 그래요? 그 앉아 있기도 못 하겠어? 병원 차 빨리 와야.”

    “미안해서.”

    “아, 아아? 미안하면 껴안는 거야?”

    “도와줘서 고맙기도 하고, 나랑 다니면 위험한데 내가 기어이 보러 나와서 되게 미안하네. 이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똘마니들을 데리고 다니기는 했는데, 위기상황에서 울면서 곁을 지켜 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필사적으로 강화술을 눌러서 해 줬으리라고 생각은 안 드니까.

    문제는 정말 막무가내로 나 외에도 다 깔아뭉갰을 경우라면 유겸이는 나처럼 회생이 되느냐 마느냐도 알 수가 없는 상황 아닌가.

    설유겸이 내 이마를 검지로 찍어 눌렀다.

    이어 뭔가 잘못한 아이 다그치는 듯한 표정과 말투로 대답했다.

    “그냥 껴안고 싶어서 그랬다고 말해요.”

    “아?”

    “이거 그냥 사고 아닌 거 같거든요. 아무리 봐도.”

    “예, 그런 거 같네요.”

    “그럼 고마울 거 없어요. 고마워할 필요 없고. 이건 내가, 은겸이가 미안한 거야. 우리가 끌어들인 거야. 오히려 제가 미안해요. 우리가 아파 가고 다쳐 가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

    이 집 식구들은 부잣집 아가씨라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당연함’이 없어서 좋다.

    “그래도 휴대폰 켜 준 건 고맙네요. 생명의 은인입니다.”

    “그게요? 그게 왜 은인이야? 그러고 보니 왜 갑자기 휴대폰 꺼내서 그거 누르게 했어요?”

    “그래야 살아나는 거라서?”

    “예에? 말이 돼요?”

    “피 갑자기 멎는 거 봤을 텐데.”

    그러고 보니 외투에 넣어 둔 유서 중 하나가 안 보인다.

    총 세 곳에 같은 문서를 넣어 뒀었다.

    특히 은겸이가 사준 안 쓰는 사과폰 옆에 넣어 둔 게 사라졌다.

    말이 유서지, 정확히는 사주강화술 사용설명서로 내가 의식조차 없을 때 누군가가 대신 수명운 올려 달라고 사주강화술 앱 사용방법을 적어 놓은 긴급 사용설명서다.

    누가 봐도 그 휴대폰 꺼내던 유겸이가 주웠을 거 같은데.

    “거짓말, 그거 긴급 야동 삭제 버튼 뭐 그런 거 해 놓은 거 아녜요?”

    위급한 마당에 사후 명예에 그렇게 진심이고 싶지는 않다만…….

    * * *

    아이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 재화 창출 능력이 좋아진다.

    사실 아이가 아버지를 좇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아버지가 돈을 잘 벌어 가정을 안정시키는 남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런 남자를 존경하고 뒤를 좇는다면 가정을 이루고 핏줄을 남기는 데 성공한 아버지의 면모로 인해 돈을 잘 벌 확률이 높다고 본다.

    아이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면 공부를 잘한다.

    사실 아이가 어머니를 좇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어머니의 아이 양육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무지성적으로 사랑을 베풀고 기를 살려 주는 양육방식이 있는 어머니인 것이다.

    그런 여자를 존경하고 뒤를 좇는다면 배움과 사랑으로 인해 올바른 정서가 함양된다.

    즉 아비와 어미는 재물과 인성을 상징하는 가족이며 운이다.

    “탐재파인밖에 없겠네 이건. 사주 존나 보고.”

    이 아비와 어미를 두고 아비 쪽으로 쏠리는 기질이 사주에 드러난 것을 탐재파인(貪財破印)이라고 한다.

    재물과 인성 중 재물에 쏠리는 기질.

    탐재파인은 예를 또 하나 들면, 남자에게 어머니와 부인의 충돌이라고 봐도 좋다.

    낳아 준 어머니보다 만나는 여자에 홀딱 빠진 기질이 이와 같다.

    아들놈 여자친구 만난다고 집구석에 안 들어오는.

    며느리가 시댁 불편해서 나고 자란 집에 못 오는.

    혹은 엄마가 여자친구 좀 만들라고 닦달하며 나가 놀라고 재촉하는.

    밖에 나가 돈 못 벌어오는 놈이라고 내쫓는.

    이걸 왜 고민하냐면 인생의 당면과제가 바뀌었다.

    잘못하면 나도 모르는 우연찮은 행동 하나로 순교하게 생겼다.

    <종교/신념/사상/도덕 LV14>

    +3사주강화술.

    +1사주와 정신의학 보고서.

    +3회생의 기적.

    +1성지순례.

    당신에게는 기적이 깃듭니다. 혹은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성모 발현과 천사 강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하늘에 올리는 제사를 통해 일시적인 기상상황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당신은 타인의 기도와 묵상에 강렬한 종교적 체험을 제공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뛰어넘은 절대적인 신뢰를 타인에게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을 통해 기도와 묵상, 참선에 들어선 이들은 그들이 각기 믿는 신의 목소리가 통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당신도 기도와 묵상, 참선을 통해 육감의 주파수가 들리며 이는 당신이 모르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특) 치유와 관련된 능력은 사주강화술에 따로 방법이 있으므로 이와는 관련되지 않습니다.

    특) 귀문관살 레벨이 높고 자아운이 낮다면 당신은 신성을 육체에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나는 거의 환술이 가능하다.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겠는데 된다네.

    근데 별로 달갑지 않다.

    “오병이어 같은 거 있으면 내가 하지.”

    물 위를 걷는다거나, 물을 포도주로 단기간에 만드는 기술이거나, 소경을 눈 뜨게 한다거나 하면 실용적인 것을 넘어 가히 초능력자라서.

    딱히 안 써먹을 생각이 없는데.

    사주강화술은 종교운 LV14 기적을 아주 깐깐하게 잡아 놨다.

    특)에 안 되는 것들이 줄줄이 적혀 있어서 보니까.

    말이 기적이지.

    크게 보면 무당이 듣는 육감의 주파수를 인위적으로 잡아주는 영적체험가로서의 능력과 일시적 기상 변화 유도, 나름 끗발 있는 자기암시, 그 자기암시의 효험이 진짜 있는 부적 생산이 전부다.

    이 정도만 해도 이를 통해 사람들이 날 믿게 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겠고.

    기상 변화 유도는 몹시 신통하기는 하지만 우연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아무 짝에 쓸모없는 것이다.

    뭔가 인간을 뛰어넘은 능력이지만 실용성이 크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종교운 탭에 덕지덕지 붙은 이벤트 강화와 종교운 만렙인 15레벨이, ‘응. 죽어서 성인되렴.’이다.

    종교운은 이벤트로 팍팍 터지니까, 이번처럼 안 올리고 싶어도 통제할 수 없게 운이 오른다.

    사주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사주강화술의 강점인데 통제 불가능해지면 안 되지.

    고로 14레벨 종교운을 떨굴 셈이다.

    내가 서울 사는 건 아닌데.

    한강 수위가 오르면, 뉴스에서 제일 먼저 잠수교가 통제됐다는 소리가 나오더라고.

    어딘지도 모르지만 장마철 뉴스만 들으면 잠수교랬다.

    즉 잠수교 통제급 위험수위이다.

    이 해결책이 바로 탐재파인으로, 배워서 알고 있는 신념과 사상에서 탈피해서.

    돈과 여자에 집중하면 된다.

    이어 사주 봐준 사람의 머릿수에 뒤따르는 레벨 다운 및 레벨 재투자로 스킬재분배다.

    두 개를 깎을 수 있는데, 이걸로 종교운 깎을 셈이다.

    “10렙 성전 건축, 11렙 수도원 영지, 12렙 내 책이 성서에 준함.”

    그래 딱 여기까지가 좋다.

    즉 사주 다시 죽어라 봐주고, 주색잡기에 몰두하며.

    부부싸움 나면 무조건 아버지 편을 들어야 할 뿐 아니라.

    종교시설에서 깽판을 쳐야 한다.

    그러니까 타 종교를 공격하는 일, 교리를 왜곡하는 일, 종교를 믿으나 행하지 않는 일, 예수나 붓다의 이름을 잘못 파는 일 등등.

    하나님의 은혜가 어린 하은재단도 박살 내라는 이야기 같네.

    한마디로 ‘망나니로 살겠다.’로 종교운 2레벨가량을 깎아야 한다.

    망나니짓이 딱히 끌리지 않는 것이 문제지만, 망나니짓의 대표격인 난봉꾼은…….

    뭔가 본능적으로 끓어오르는 것을 삼켜 오던 거라.

    “너 차 조심하라고 몇 번을 말했냐.”

    “엄청 조심하고 다녀서 산 겁니다.”

    “그래서 이 꼴이냐, 인마.”

    전주 집에서 부모님이 한달음에 병문안 오셨다.

    긴급하진 않지만 보호자 동의 필요한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사주에 쇠기가 강한 편이라서 조심하고 다닌다고 했잖아요. 이건 뭐 급발진으로 인도로 돌진해서 갖다 박는데 어떡합니까.”

    “그려?”

    “내가 그랬죠, 익성이 아저씨 쇠기 강한데 군대 말뚝 박다가 나왔을 것이고 쇠 조심해야 한다고, 그 아저씨 낚시 돌돔 회 뜨다가 손가락 나갔다메요.”

    “거 참말로 그런 것도 같고.”

    쇠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도구 중 가장 단단한 도구다.

    뭐 정확히는 신소재 나오기 이전까지.

    단단하고 굳센 도구인바, 사람이 꿈꿀 수 없는 폭력성과 스릴을 대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낼 수 없는 속도를 내기, 사람이 낼 수 없는 파괴력과 절단력을 내는 데에 필요한 것들이 바로 쇠인 것.

    속도와 파괴력, 절단력이면 무슨 게임 속 SPD, STR, DEX 같은 느낌인데 그거 맞다.

    그래서 폐활량이 강하고 몸이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은 속도, 파괴력, 절단력에 의해서 해를 입을 가능성이 남들보다 높은 편이다.

    이들은 강한 힘과 속력을 타고 나던가 단련된 사람들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더 큰 힘을 원해 강력한 도구로 힘을 대행할 확률이 높으니까.

    쇠의 기질은 동양철학에서 폐기능을 말하므로, 폐활량이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

    사주에 쇠가 있다. 쇠가 강하다, 쇠가 이롭다.

    이렇게 말하면 잘 맞는 편이다.

    사주에 쇠 없어도 쇠형 관상이다로 납득시킬 수 있다.

    “그놈의 사주 이야기 좀 그만해라. 너 사주대로면 올해 색시 만난다며? 벌써 연말이다.”

    “만나고 있다니까.”

    “여자친구랑 전화 한 통 하는 꼴을 못 보는데.”

    그걸 집구석에서 보통 안 하지 않습니까?

    “왜 이리 제 연애사업에 그리도 관심이 많으십니까?”

    “애인이 없으니 야설이나 쓰다가 경고장 맞고.”

    “있어도 씁니다. 왜 이래요.”

    성적 에너지가 발산이 안 되니까, 야설 끄적인다는 매우 단순한 논리다.

    청소년의 성적 욕망을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해소.’라고 적어 둔 체육, 보건 교과서 논리 수준.

    “아저씨 갔다 왔어요. 어.”

    이 병원 다른 동에 있는 VIP실에 설양훈이 있다.

    병실에 화이트보드를 두고 설정환 자손들에게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포스트잇 편지를 쓰게끔 했는데.

    유겸이한테 오늘치 하고 오라고 권했는데 그사이에 부모님이 오신 것이다.

    “아 저희 부모님이세요.”

    “아, 네, 아 안녕하세요.”

    “누구시냐?”

    “누구시니?”

    반응 뭐야 이 양반들, 그냥 잔소리 소재인 줄 알았더니 진심이셨나.

    “그, 그 여자친구……(의 동생).”

    “진짜요?”

    쟤 또 뒷이야기 묵음 처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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