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61화 (161/211)

#161. 이름만 보고도 맞힌다.

설민혁이 신기하다는 양 나타나서 휴대폰 속 전화와 문자를 보여준다.

노골적인 ‘X팔년’이 보내온 연락이 있었다.

“야, 진짜 멧돼지가 나한테 연락했어.”

설재영은 저돌적이란 말에 어울리는 인물이긴 했다.

다만 뭐, 외형적으로 살쪘다고 놀릴 만한 그런 느낌은 아니다.

그림체 상 그다지 체격이 보이지 않는 짱구 엄마한테 짱구가 ‘삼겹~살.’ 하는 모양새랄까.

저 나이대 아주머니들은 오히려 마르거나 보통 체형이신 분들은 주름이 깊어서 나이가 들어 보이더라고.

근데 설민혁의 저 방식이 좋아 보이기도?

악인에게 조롱을 가하는 것도 나름 통쾌하다.

“오, 진짜 너한테까지 연락할 정도면 다 된 거네.”

“네 말 대로 됐네, 어떡할까? 편들어 준다고 해서 돈 뜯어? 아니면 그냥 무시해.”

“그건 네 재량에 맡기마. 붙어먹지만 마라.”

“에이, 난 줘도 싫다. 어후, 썅, 그 면상에 정권 한 방 꽂아야 되는데.”

갑자기 센 척은.

거기다 뭔 생각을 한 거야?

“불알 오그라든다며.”

“야, 근데 안 그래도 불알이 겨울만 되면 쪼그라드는 거 같은데 왜 그러는지 아냐?”

지금 설재영 관련 논의를 하는데 그놈의 불알에 꽂혀서 헛소리하네.

“그런 건 인터넷에 검색을 해 미친놈아.”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절한 단어라는데?”

거, 사람 몸에 엄연히 있는 부위를 칭하는 단어를 청소년에게서 감추는 건 대체 뭔 놈의 검열이냐.

“넌 성인 인증 안 하니?”

“눈으로 야동을 볼 수 있는데 굳이?”

“그, 너 그 말버릇 좀 고치는 게 어떠냐?”

“무슨?”

“높으신 분들이 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그 자리에서 날아다니는 모기 잡는다고 박수치고 다닐 새낄세. 그게 네 자리 수성하는 데 도움이 되겠냐?”

“크, 넌 벌써 날 회장으로 취급하며 말한단 말야? 뽕 차네.”

“만들 수 있으니까, 취급하지.”

“진짜 넌 말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어찌 보면 대단해. 쥐뿔도 없어 보이는데.”

네 머리숱보단 많겠지, 하려다 말았다.

그거 진심 서운해하는 거 같아서.

“아 그러고 보니 이제 이사님으로 부를까? 내가 회장 되면 말야.”

설민혁은 회사 좀 나오더니 자신감이 폭발하는 모양이다.

재물과 혈통에 비례하여 사람들의 칭송이 늘어나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

사주란 건 운을 타고난 놈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납득시키는 지랄맞은 효과가 있어서 그 현실을 사는 놈을 보면 기분이 더럽다만.

사주강화술 있으니 괜찮다.

“너 회장 만들면 난 여기서 일 안 하지.”

“아니, 왜? 너 회사를 그냥 쥐락펴락하던데?”

“회장을 조인트 까는 미친놈이 어딨냐? 네 권위를 위해서라도 나는 관여 안 하는 게 낫다.”

“선생아, 너, 네가 미친놈인 건 아는구나.”

“그래서 더 미친놈한테 내가 덜 미친놈이니까 날 따르라 할지, 더 미친놈이니까 미친놈의 왕이 되어주십시오. 할지 애매해서.”

“야, 조인트를 안 까면 되잖아? 내가 맷집이 좋고 대들다가 더 밟힌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렇지, 맞는 게 좋진 않아.”

“그래서 너는 내가 그거 안 하게 병신 짓을 하지 말라고 하면 듣냐?”

“그건 또 아니네…….”

한숨을 크게 쉬며 한마디 했다.

“생존 방법인 거 알겠다. 나는 이렇게 엉뚱하고 어리숙한 사람이며 맞아도 찍소리 안 하는 인간이다. 보여주는 거.”

“그치, 그치? 전략이라니까.”

“근데 요즘 그게 너무 의도적으로 나오니까, 같잖다. 너도 이제 그걸로 먹고살 타이밍은 지나지 않았냐? 왜 이리 변태 연기, 집중력 장애 연기를 못 버리냐?”

그 말에 설민혁 말투가 변했다.

“그럼, 그러지 말까?”

“왜 대충 아는 나한테까지 그렇게 하지? 신기하네.”

설민혁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네가 속나 보려고 하는 거지. 아쉽네, 답답해하는 거 보는 게 재밌었는데 말야. 또 짐작은 하셨다 이거구먼. 하긴,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지, 넌.”

이 진지한 모습이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리고 나는 이 갭을 긍정적으로 본다.

강력한 캐릭터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 본심을 숨기는 캐릭터가 훨씬 좋다. 잘하는구먼.”

“그러냐? 그럼 일단 개소리를 하면서 깔아야지. 넌 속아줘라. 지금처럼 하면 돼.”

“진심은 섞어서 말하잖냐 너.”

“잘 보네. 그래, 진심이 섞여야, 더 설득력 있잖아. 원래 여자 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아, 근데 널 속여야 되는데, 거참. 넌 진짜 뭘 주면서 회유하는 거밖에 없겠다.”

“네가 줄 수 있는 거 딱히 기대 안 되는데.”

“멧돼지 패주는 건 진짜 고맙다. 내가 치하할 거야. 기대해 봐.”

다만 저 굳이 숨길 필요 없는데도 감추는 게 뭔지는 짐작이 간다.

그리고 그 짐작은 나도 말하지 않았다.

* * *

설윤영도 불렀다.

스카이피아의 주도권은 설민혁 과도기 정권을 지탱하는 설양훈 유명 3인방과 설민혁을 지지하는 설양훈 자식들.

특히 다른 회사와 연계된 설윤영, 장남 가문의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뿌리내린 설은겸과 연계되어 있다.

그 한 축인 설윤영에겐 당근으로 영합하긴 했지만.

개중에 취약하다고 하면 설윤영이다.

설윤영까지만 확고히 설재영 접촉을 차단하면.

설재영이 남편 돈, 시댁 돈 끌어오지 않는 이상 스카이피아의 자금력을 따라올 수 없다.

못 끌어 올 거 뻔하므로 이리 진행하는 것이고.

만약에 예상을 뛰어넘어 남편 기업 쪽 돈을 끌어 온다?

‘대전 충청을 지키는 향토기업, 수도권 대기업에 인수합병?’

‘대전 스카이피아, 합병 후 본사 이전 추진한다.’

이런 헤드라인 뽑아서 선전하면 우리 편을 들 사람들 넘칠 것이다.

바로 그 문제의 충청 포럼도 편을 안 들 수가 없을걸.

논외로 언급되지 않는 설혜영은 설양훈 쓰러지자마자 전남편한테 수백억대의 위자료 청구 소송에 휘말려서 세기의 법정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천안 스카이피아 호텔 유지도 어려운 모양새고.

돈 더 주는 쪽에 기울 것이고 실제로도 그러고 있다.

내가 설재영한테 가하는 ‘회사에서 들어가는 돈을 끊고 어디 안 굶어 죽고 버티나 보자’ 작전은 설혜영의 이혼 소송에서 배운 게 많다.

설혜영 전남편도 꾀가 있는 사람이었다.

아버지 설양훈 회장이 쓰러지자 기다렸다는 양 타이밍을 노려 기습적으로 위자료 소송을 감행해 설혜영 돈줄을 끊어버리더라고.

그러지 않았다면 위자료를 무는 쪽은 설양훈이 됐겠지.

그러다 보니 설혜영은 돈 나올 구석이 나인 것을 알고 대단히 친절해졌다.

사람들이 내 뜻대로 움직이고 그 뜻대로 움직여 큰돈과 자리를 둔 패권 다툼을 시켜.

누군가를 이기게 하고 누군가를 X되게 하는 게 재미있다.

이게 권력 맛이구먼.

“언니가, 뭐, 예전부터 유별나긴 했어요. 엉뚱한 짓 막 해 놓고 그거 잘했다고 우기고.”

설윤영은 사무실로 찾아오자마자 회사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설재영의 난입과 항의에 대해 논한다.

“그럴 것도 같았습니다. 사모님은 모르셨습니까?”

“그거 뭐, 굳이 말하고 다닐 필요 있겠어요? 그랬으면 내가 은겸이는 며느리 삼았을 거야.”

“아이고?”

“왜 그러세요? 아……. 아하하. 외사촌인데요, 뭘. 일본도 아니고. 거긴 그게 된다죠?”

“이슬람권도 그렇고 허용이 많죠.”

“그건 거기고, 여긴 한국이죠.”

“예, 무리수를 두실 분이 아니리라 생각하고 또 그리 믿습니다.”

“암튼 조카들 중에 걔들이 제일 이뻐요. 하는 짓은 모르겠는데 그냥 큰 올케가 인물이 좋잖아요? 정환 오빠도 뭐, 괜찮았고.”

설재영과는 차별화된 대사가 확실히 맘에 든다.

오빠는 오빠고, 조카는 조카가 맞다.

“사주 상 딸 하나 더 두는 게 아직 가능하시리라 사료됩니다만.”

“별소리를 다 하시네요. 아무튼 뭐 언니 연락은 안 받았으니까.”

설윤영에게는 설혜영에게 내미는 그런 당근 말고, 더 친밀해지는 수단을 택했다.

내가 친분을 다지는 수단은 단연 사주다.

한 사람의 사주를 알고, 그 사람 가족의 사주를 알면 그 사람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가족의 깊은 것을 알고 가족의 일에 개입하는 수순이 되면 거기서부터는 일가친척이나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것이고.

설윤영도 그럴 의도임을 아는지, 설재영 연락 안 받았다고 말하고 시작한다.

“감사합니다. 말씀 주신대로 잘해 주고 계시네요.”

설민혁, 설윤영이 둘 다 ‘응 차단했어.’ 하니 흐뭇하네.

“여기 저희 둘째 사주. 진즉에 한번 보고 싶었는데 바쁘셔서.”

“진짜 바쁘긴 하네요. 사주 보는 게 본업인데, 어서 마무리 짓고 본업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이름은 뭐, 한자인가요?”

설윤영은 확실히 대기업 사모님의 느낌과 아들 바보 팔불출 아줌마의 기질이 섞여 있었다.

직접 밥도 해 먹인다니, 오죽할까.

가족과 긴밀한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 누군가를 위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니까.

“율환이. 허율환.”

“허율환이오? 어?”

10대인 아들 이름이 무슨 중년 아저씨 같은 것에서부터 위화감이 빡 온다.

30살 넘은 영업 2팀으로 다시 간 사원도 2010년대 1~2위를 다투는 남자 아기 이름인 민준이고 사원 중에 도윤도 있고 그렇더마는.

20세기 모르는 애들 이름이 왜 이러나?

20세기 모르는 애들 가르쳐봐서 아는데, 가면 갈수록 애들 이름이 로맨스 소설 주인공 남주 같아지고 있다.

이유는 요즘 부모들이 고작 한둘 낳는 내 새끼한테 최대한 이쁜 이름 붙여주려고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주랑 같이하는 성명학이 요즘 화끈하게 망하고 있는데, 애들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그것도 원인일 것이다.

“왜요, 이름이 안 좋은가요?”

저 이름의 한자어를 나는 알고 있다.

“밤나무 율(栗)에 불꽃 환(煥)자로 지은 이름 같은데요. 조어에 나무목, 불 화가 다 들어가네요?”

“알아보시는군요?”

“그러면 둘째가 돈 많은 가문 아들답지 않은 전형적인 방구석 컴퓨터쟁이에 눈이 좋지 않습니다. 이어 부모가 보기엔 향상심이 없어 보일 것이고요.”

“……으음.”

이건 설윤영 표정이 안 좋네? 너무 팩트인 모양이다.

사실 설윤영 둘째 아들의 사주도 이미 좁혀놨다.

설윤영은 큰아들이 워낙 잘났다.

청소년 선수권 대회 경력도 있는 아마추어 운동선수인데 학업에도 뛰어나서 자력으로 서울권 국립대보다 딱 한 티어 낮은 사학에 체육 특기와 관계없는 이공계 학부에 입학한 재원이라고.

유겸이 어머니한테도 간접적으로 들었는데, 유겸이가 비교 오지게 당하더라.

그런 큰아들 자랑을 들었고 큰아들은 굳이 사주 안 가져오는 것을 보면…….

알아서 잘 크는 장남과 달리 차남이 문제라는 거겠지.

“거기다 아마 굳이 사주를 보셔야겠다 하면서 갖고 오신 것을 보니까. 이 아이에 진로에 대해서는 고민을 꽤 하실 거고요.”

“그치, 그러니까 가져오지요.”

설윤영은 배운 게 많은데도 아들 이야기엔 속는구먼.

자식 진로 고민 안 하는 엄마가 어딨어.

그런 엄마 물론 있지만 그런 엄마면 사주 보러 와서는 진로가 아니라.

생사와 행방을 궁금해한다.

“이게 이름을 아마 그 역술인이나 이쪽을 하는 사람들이 지어줬을 겁니다. 저는 효험이 없다고 보는데…….”

“예, 저희 시댁도 조금 그게 있거든요. 저희 아버지처럼 그래서 받아다 지은 이름인데.”

몰입하셨네요.

큰아들이 은율이라면서요. 중성스럽고 로맨스에 나올 거 같은 남주 이름이구먼.

그런데 둘째 이름이 너무 옛사람 느낌이 나요.

“이 친구가 숫기가 없고, 막 더 공부를 잘해서 성적을 올리겠다, 그런 욕망도 없잖아요.”

“예, 그래요. 아, 와! 진짜 놀랍네.”

“그러면 이름이 작용을 전혀 안 하는 거니까.”

사주에 목기가 부족하다, 화기가 부족하다 이러면서 단순하게 이름에다가 한자어 목(木), 화(火)가 들어간 한자로 짓는 이름들이 있다.

고로 허율환 군은 사주를 안 봐도 나무와 불의 기운이 필요한 사람이고.

나무는 향상심과 진취성, 불은 표현과 활달성을 말하며.

학생들 사주를 봐 온 봐, 저게 모자라면 안 나대는 학생이 된다.

“그래요? 이름을 바꿔야 하나.”

“근데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것 치고는 중간은 가고, 가끔 하는 말이나 센스가 비상해서 공부 많이 했다는 형이나 어머님도 막 할 말 없게 만들고.”

“어머머, 그렇죠! 맞아요. 그런 걸 보면 공부 잘할 녀석인데.”

그것도 어떻게든 자식 비범한 면 찾고 싶은 부모들 착각인 경우가 많긴 하지마는.

대충 나오네.

북방수운의 사주일 가능성이 몹시 높다.

‘얼어붙은 땅’, ‘얼어붙은 강.’ 이런 식으로 표현이 가능한.

이런 사주여야 기어이 나무, 불이랑 가까워지렴, 하면서 이름 화목이나 목화, 이런 식과 다를 바 없는 이름을 짓는다.

그러면 진단은 가능한데, 아들을 보고 직접 말해야겠다.

사주 로비로 결속을 다지려고 했으나, 뭐.

‘어머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로 행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게 더 설윤영을 애태우고 내게로 집중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예고편을 남기고 끊자.

“전형적인 아들만 있는 집안 어머니들의 남자는 이럴 거야, 이렇지 않을까? 선입견 양육이 독이 된 케이스 같습니다.”

아줌마들 치마폭에서 아들을 분리시킬 때 주로 쓰는 발언이다.

이건 엄마를 통해 전달할 사주 내용이 아니다.

“이 친구는 제가 직접 만나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머니가 배제된 환경이 필요할 거 같네요. 저한테 한번 보내주세요.”

“그 정도인가요? 아니, 이사님이 시간이…….”

설윤영은 처음 사주 봤을 때부터 자기 차남 사주를 궁금해하곤 했었다.

“아이, 설윤영 사모님이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용돈 같은 거 빌미로 한번 오라고 하세요. 제가 보고 만나서 이야기해 보고 따로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아예 없진 않았는데 설윤영도 바빠서 맞출 시간이 안 났다고 보는 게 맞겠다.

아들이면 곧 방학이니 오라고 해도 되겠지.

“선입견 양육이라……. 이게 너무 와닿아서.”

그거…….

새로 조어를 창조한 수준의 기만이다.

자식 키우는 거 원래 힘든데, 아들이라서, 딸이라서 어렵다고 몰아가는 것이다.

남매 있는 집안이어도 이 기만에 속는데, 하물며…….

“아들들이면 아버지가 좀 그게 나서 줘야 되는데 말이죠.”

“그렇죠, 그래요. 그 인간은 아휴. 지들 새끼를…….”

마무리는 언제고 아줌마들의 주적에게 돌려주면, 편하게 넘어간다.

* * *

설인훈 쪽에 경계심을 다 푼 건 아니다.

‘스키이피아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길 원한다.’

욕심이 더하면 회장직도 원하지 않겠는가?

뭐, 설정환 유명과 설양훈 유명이 두 개가 있으니 그중 먼저 설정환의 한을 푸는 쪽으로 일하는 것이지만.

그 경계심을 품고 있는 걸 아는지, 정기상은 또 커피 마시러 와있다.

계약 해지 철회에서 보듯 철판 깔고 들이밀면 기울 수도 있는 것처럼 보였는지 대단히 호의적이다.

“잘 마셨습니다. 배합을 어떻게 한다고요?”

“그 질문만 벌써 열 번은 하시는 거 같은데요.”

“아이고 저도 망령이 났나 봅니다, 기억이 영. 종이랑 펜 주시면 제가 써서 가져갈게요.”

“진작 말씀 하시지.”

그런데 오늘은 다소 겸연쩍은 소리만 하던 정기상은 갑자기, 사무실 책상 앞에서 뭔가를 쓱쓱 쓰기 시작한다.

[설재영이 뒷골목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하은고 자살 사건 당시 유가족들을 시위하던 사람들을 때려서 내쫓던 인맥이 있어요.]

원두 배합 레시피 대신, 그가 적는 것은 필담이었다.

“……그 정교수님도 이태현 이사 관련해서는 하실 말씀이 없지 않습니까?”

[충청 포럼 쪽으로 알아본 겁니다. 시공사들에 어깨들이 꽤 있는 건 아실 테고요. 아무쪼록 조심하세요.]

돌아섰다는 걸 증명하려는지 적극적이었다.

설재영은 내 예상대로 설윤영과 설민혁 등, 형제들에게 접촉했고 내 사전 공작대로 그 접촉이 모두 무산됐다.

남은 게 아마 남편하고 손잡기 아니면, 주식 지분 팔아 악물고 버티기.

마지막으로 하은 재단 공세를 야기한 스카이피아 지도부를 공격할 방법을 찾아 극단적인 수단을 쓰기, 등의 발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극단적 수단, 이걸 진짜로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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