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57화 (157/211)

#157. 자아운과 이성운이 만날 때.

이다온 아가리가 아문 것과 별개로, 동기 놈들과 후배 애들은 박수 치고 난리가 났다.

그 덕에 이다온이 더 뭐라고 못한 면도 있다.

설유겸의 기세가 좋았다.

사람은 개소리를 해도 그 헛소리가 진심이고 진지하면 사람들이 그 신념을 동경하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유겸의 말은 사랑이란 명분을 쥐고 있다면 충분히 할 법한 이야기여서 호소력이 더 컸다.

스무 살 여자애의 당당한 고백은 그 젊은 이십 대가 어언 흘러 지나가기 직전인 나 같은 사람들도 괜히 설렐 정도로 깨발랄했다.

“아하하하, 아, 너무 재밌어.”

유겸이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뒤를 좀 살피더니 배 잡고 웃는다.

주도면밀하네.

나도 혹시 이다온이 스토커로 승화해서 뒤밟는 거 아닌가 했거든.

“잘했어요. 내가 하고픈 말을 다 해줬네.”

“왜 그걸 못해요? 말 더 잘하시면서.”

“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성적인 매개가 있었던 남녀의 다툼은 개싸움이 될 확률이 높고 그런 다툼은 회피하는 게 정답이죠.”

“치밀하셔라.”

“더욱이 이 두 사람을 모두 아는 사람들이 있는 장소를 피할 수 없다면 내가 휘말려 들 수밖에 없는 판이 형성된 것으로 마치 친정과 시댁 식구들을 모아놓고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과 흡사하게 보여질 것입니다.”

“음, 그렇겠다.”

“그러면 변호인 써야죠. 나 대신 싸워 줄 사람이오. 마침 해 주신다고도 했고 잘하기도 했고.”

“에헤헤.”

진짜 기분 좋은 모양이다.

긴장하고 있던 발표 내용으로 상대를 침몰시킨 느낌이 아니려나?

“근데 그 여자 왜 그러는 거예요?”

“그, 남의 남자가 되면 아쉬워하는 심리 같은 게 있나 봅니다.”

“음, 잘 퇴치했네!”

“그리고 본질이 관심을 얻기 위해서 말을 자극적으로 하는 스타일, 욕쟁이 할머니 사주인 건데.”

“욕쟁이 할머니래. 할머니라고 해 줄 걸 그랬나?”

6살 차인데 할머니라, 표현이 과하긴 한데 그것도 어리니까 쓸 수 있는 필살기겠지.

늙은 걸 놀리는 표현은 명만 제대로 이어진다면 아랫세대에게 반드시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것이라 그냥 피식한다.

어느 기점을 넘어서면 자기가 놀리던 윗세대와 공감하는 시기가 온다.

명이 짧아 그런 소릴 못 듣는다면 그건 명이 짧은 것으로 너무 큰 대가를 치른 것이겠다.

“욕 속에 정이 담긴 고도의 기술이 없어서 사람의 반감을 사죠. 한 마디로 좋은 말을 못 하는 스타일인 겁니다.”

“아조씨는 좋은 말 되게 잘하는데.”

“유겸이도 역시 언변이 제법이네요.”

“그쵸, 그쵸? 잘했죠? 잘했지?”

오늘 몹시 잘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솔직히 좋았다.

내가 곤란한 걸 해결해 주는 사람이라니.

“칭찬을 과하게 갈구하는데요.”

“엉덩이라도 두들겨 주세요, 라고 하면 할 거예요?”

“예. 녹취 켜고.”

“진짜로?”

“코트에 패딩을 껴입었는데 이불 덧대고 곤장을 맞는 수준이 아닙니까? 그럼 못할 것도.”

“생각하시는 게……. 그러면 그 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요?”

“물론이죠. 다른 걸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 변…….”

머리에 손 올리고 머리를 매만졌다.

말 없길래 한참 쓰다듬었다.

“앗…….”

“이거 아니었나?”

능청스럽게 묻자 가만있던 설유겸이 빽 소리를 지른다.

“아, 아니, 차라리 엉덩이가 낫겠다. 그건 목적이 확고하기라도 하지. 이게 뭐야아?”

“뭐, 그 목적이면 좋겠어요?”

“에베베, 막 아무 데서나 하는 걸 누가 보여줘서 제 머릿속이 오염됐나 봐요.”

절묘하게 내 탓하는구먼.

그거 보여준 놈이 잘못이 아니라 본 놈이 잘못이라고 치부하지 않나 보통은?

오늘 고마워서 조용히 맞장구만 치려고 했는데 공격도 해야겠네.

“어디가 좋아서 만나요? 란 질문에 전부 다아.”

“……네? 아, 아아.”

“뭐, 스킨십 같은 건 언제 했냐는 말엔 만난 그날.”

“…….”

“사랑하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네! 사랑해요.’ 이러고.”

“으아아아아아?”

방금 전 내 동기들 앞에서 했던 유겸이 발언들을 종합해서 읊어주다가 내 입이 틀어막혔다.

“그만! 저도 연기자 딸입니다?”

인상이 강하셔서 단역 두 번 하셨는데 안 찾아줬다며.

단역 하기엔 미모가 범상치 않고, 주연하기엔 인상이 강하셨다고.

“아, 그런가요. 잠시나마 자매에게 모두 사랑받는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게 행복한 꿈이에요?”

“그럼요.”

발칙한 발언에 꿈 같은 좋은 말 넣어서 책임을 경감했다.

“왜 그렇게 자꾸 여자친구 동생 앞에서 이미지 깎아 먹을 말만 하세요? 내가 안 일러서 그런가?”

본인이 먼저 엉덩이 이야기로 슬쩍 흘려놓고는 날 때리네.

‘아이구, 잘했다. 오구구.’ 할 때 하는 제스쳐지만 연인이 아닌 남녀가 하기엔 과하다.

이런 도발이면 못 참지, 아니, 안 참지.

“저는 말로 그런 이야기 들은 건 처음입니다.”

“……에? 아, 어…….”

“물론 냅다 껴안고 서운해하면 옷 안으로 파고들고…… 어, 봤죠? 봤으니까 말해도 되려나.”

“뭐, 뭘?”

가슴팍에 손 올리고 단추 알아서 자기가 풀고 뭐 그런 이야긴데.

동생 앞에서 넋두리하듯 할 소린 아닌데, 그걸 또 지가 직접 봐서 애매하네.

“그런 몸의 언어, 물론 대단히 좋아하고 백 마디 말 보다 그 행동에 더 뭉클하지만 그런 이야기 들어보는 것도 좋았네요.”

“아니이, 자꾸 이런 말씀 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나 동생이야?”

연애 이야기 제일 재미있어하는 게 누군데…….

듣기엔 이런 말을 하지 말라, 가 아니라 확실하게 좀 얘기해라, 로 들린다.

“믿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뭘 믿어요?”

“유겸이도 믿고, 은겸이도 믿습니다. 무엇보다 나도 믿습니다.”

“무슨?”

“일단 은겸이는 절 믿어줄 겁니다. 그걸 믿습니다.”

이리 대답하자 설유겸은 방방 날뛰다 침착해졌다.

“뭐, 그래요. 그리고?”

“유겸이는 엄마의 기대도, 언니의 기대도 충족시켜 주고 싶어서 한창 연애하고 싶을 나이에 꾹 참고 유일하게 엄마가 권하던 저한테 연애 컨셉의 놀이를 하고 있는 건데, 그럼에도 현실을 잘 보고 있어서 무리하지 않으리라 믿고요.”

“……헹.”

설유겸이 입 삐쭉 내밀고 날 흘겼다.

놀이란 단어가 도발로 들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 미래를 믿고 하고픈 대로 합니다.”

“미래요? 어떤 미래인데요?”

“지금 제가 자매를 두고 줄을 타는 망언을 하는 거 같은 모양인데, 이게 망언이 안 되는 미래가 오네요. 저한테는요.”

“……진짜요?”

응, 사주강화술, 여자운 9렙.

설 씨 자매의 재산이 일의 성사를 어렵게 만들 뿐.

네 곳의 산을 더 오르면 여자운도 10레벨이 되어 이성이 가진 자산에 따른 페널티가 감소하고.

이어 감당할 수 있는 이성의 숫자도 늘어난다.

그리고 여자운 10레벨부터는 자아운 관련 특수효과가 붙는다.

내 선택의 확신을 말하는 자아운이 여자운과 레벨이 비슷하다면?

특) 여자운만 높다면 불특정 이성의 사랑을 욕망에 사로잡혀 받아 이성을 늘리지만 자아운이 강한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여 선택한 이성이 당신을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사랑합니다.

특) 단, 궁합에 따라 맺어질 확률에 가감이 있습니다. 이 공식은 사주강화술 궁합점수 계산기를 활용하십시오.

고로 내가 욕심만 부리면 된다.

“예, 진짜요, 제가 몸서리쳐서 운명 거부하지 않고 지금처럼만 하면 되네요.”

다만 강화술과 자아운 설명해주긴 좀 그러니까.

운명이 그런 것인 양 사기 쳤다.

“거짓말. 그런 게 어딨어요? 아무리 사주 본다지만……. 어.”

사주가 또 들어보니 맞기도 하고 사주 보는 사람 앞에서 운명학 거부하기가 그렇지?

마침 눈발이 날렸고.

그 김에 동공이 흔들리는 유겸이 머리를 피식 웃으며 눈 털어주는 양 계속 쓰다듬자.

그대로 굳어서 아무 말 못한다.

“운명이 그런 거 뭐 어떡합니까?”

물론 저런 운명 확정 기술이 있지만 유겸이와는 상관없지, 싶다.

10레벨 아직 안 됐거든.

그저 연말모임 따라 나온 것에서는 이미 단순한 소꿉놀이를 넘었다고 봤다.

* * *

하은 재단 채용 비리 사건을 국가 권익위 등, 기관을 통해 신고 접수했다.

십일조 명목으로 월급을 요구한 건 자료도 있고.

예전에 무슨 학교에서 종교교육 강요해서 그거 저항했던 학생을 저명인사 만들어 줘서 바뀐 법을 위반한 것도 있다.

뭔가 설재영 이 아줌마는 내가 신나서 공격하게 되네.

“무슨 위법이 마요르카 유흥 주점 그 이상으로 나오냐.”

유흥 주점 사장이면 온갖 범법과 맞닿아 있어서 여간 죗값을 치르지 않고는 못 배기겠거니 생각했는데.

설민혁이 볼멘소리를 했다.

“선생아, 거기 합법이다. 그러지 마라.”

“죄는 어설픈 권력에 비례하고 강한 권력과 재산에 반비례하니까, 범법이 없어도 죄는 된다. 조심 또 조심해라.”

보통 권력에 다가설수록 온갖 죄목은 많이 걸리는데.

재산이 많거나 권력이 크고 공고할수록 죄가 있어도 무색해지는 확률이 높아지더라.

설민혁은 죄목에 한창 걸릴 커가는 시기라 유념해야 한다.

“거, 말이 되는 잔소리만 하나.”

“이해하기 힘든 잔소리보단 나을 거다만.”

잔소리도 관심으로 흡수하는 해괴한 놈이다.

그래서 잔소리를 듣고 따르지 않는다.

잔소리를 오질나게 하는데 잘 따르지 않는다면 듣는 이가 에고가 미친 듯이 강하거나.

잔소리 유발로 관심 끄는 이상한 사람이다.

“그건 그래, 근데……. 이걸 나한테 시키는 이유가 뭐냐? 이거 설재영 조지기잖아.”

“너랑 안 친한 가솔은 조진다는 단순한 목적이다.”

설민혁은 이번 의뢰에서 고개를 갸웃한다.

“야 근데, 그래도 내 혈육을 내가 직접 조지는 거면 내가 그 아줌마랑 뭐가 그렇게 다르게 보이겠냐?”

“오, 이미지 신경 쓸 줄도 알고? 많이 발전했네, 진짜.”

“챙겨야지 임마.”

“근데 해.”

“왜?”

칭찬 한창 해주다 드리프트했다.

“너 어차피 개망나니 이미지는 쭉 따라간다. 이게 희석되려면 10년에서 20년은 걸릴걸?”

“싯팔, 형벌도 그렇게는 안 나오겠네. 왜 그 정도나 걸려?”

“네가 2대 1 할까요? 하면서 불러 모았던 여자들 시집가고 애 가져서 입 꾹 닫고 살 나이?”

“……3대 1이다?”

드립을 칠 거면 자신 있게 치지, 가드는 왜 올리냐.

맞을 소릴 하지 말라는 것도 지쳐서 뭐라고는 안 했다.

“문제는 느그 큰 누나도 그렇다는 거지.”

“완전 독실하다고 소문났잖아. 아, 뭐, X 같긴 하지.”

“네가 그 아줌마를 눈감으면 개망나니가 핵 망나니를 감싸주는 격이 되는데, 그 핵 망나니가 조지는 게 널 그래도 동생으로 여긴 작은누이들과 잘 대해준 큰 형, 그리고 그 큰 형의 식솔들이다. 그러니 이번 고소고발 건은 네가 그들의 약자들의 편에 서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이 된다.”

정확히는 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설민혁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포장을 해야 이용하는 티가 덜 나고.

이용당하는 놈도 만족하면서 기꺼이 이용당한다.

당근이 있으니까 이러는 거잖은가.

“가족을 위해 가족을 쳐라? 썩 도움이 될 거 같은 캐치프레이즈는 아닌데.”

문자 쓰는 것 보소.

설민혁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사실 효과는 반반일 가능성이 나도 높다고 본다.

그런 가족이어도 감싸 안는 리더십이냐.

강하게 척결함으로써 얻는 리더십이냐.

무엇이 더 효과가 좋을지는 알 수 없다.

내가 개인적으로 전자를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고.

다만 설민혁은 내가 이용하는 만큼의 보상이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하라는 건데, 하기 싫다는 투다.

“스읍, 하.”

“왜 문제 있냐?”

“……아 솔직히 그년은 좀 무섭다. 나머지 누나들이야 말 섞으면 아, 사람들 같네, 싶은데 거긴 사람 같지가 않아.”

“거, 의외로 쫄보 같은 이유네, 너 요즘 말 잘해서 이놈, 야, 이거 화합의 리더십 같은 거 말하려고 하나 했더만. 에라이.”

“야, 아동학대 피해자다?”

아동학대 피해자란 말에는 맘 약해진다.

그럴 만한 사유다.

“그럼 그냥 내가 할 테니까, 신경 꺼라.”

“어? 무슨 소리야?”

“어차피 내가 할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거든. 단지 그 일을 했을 때 얻을 효과를 네가 좀 보라고 하는 말이라 네가 거절해도 할 생각이었다.”

실무적인 힘은 노승환을 움직일 수 있고 정보나 심증을 거의 다 쥔 내가 갖고 있어서 설민혁이 한다, 안 한다, 할 계제가 아니다.

학대의 주동자이자 비리 혐의자, 가족 모해 혐의자인 돈 많고 강력한 큰 누나의 후계권을 날려 버린 강단 있는 후계자.

이거 그림 좋아서 추진해 봤는데, 뭐, 무섭다면 됐다.

난 또 뭐, 그런 누나도 포용하는 후계자로 발돋움하려고 하는 말인가 했네.

“……야, 그럼 내가 하는 걸로 해.”

그런데 제안 줄 때는 안 받고 내가 다 하겠다니까 끼어드네?

“그럴 거면서 왜 빼고 지랄?”

“네가 총대 메면 그년이 너랑 조카들한테 개지랄할 게 뻔하거든. 뭐, 그러느니 이미 처맞아 본 놈이 잘 맞겠지, 보복할 만한 명분도 있고 내가 할게.”

쫄보가 갑자기 총대 메는 척하는 꼴이 매우 고깝고 소름 돋아 한마디 했다.

“X까, 이 새끼야.”

“야, 그래도 내가 형 아니냐? 넌 왜 이렇게 나한테 예의가 없냐?”

나잇살로 연장자임을 내세우려면 발칙한 어린놈한테 연장자의 품위를 보여줘야…….

뭐, 이런 잔소리 하려다가 근 1년째 그 소리 했음에도 이 꼬라지인 것을 보고 그냥 쌍욕 박았다.

“저는 모근에 힘이 있으신 단련하신 분만 형님으로 모시는데요. 나머진 스님입니다.”

“이런 시벨러미.”

역시 공격은 차마 못 하는 설민혁이다.

그러더니 곰곰이 뭔가 생각하다가 묻는다.

“야, 근데 여자랑 하는 스님도 있냐?”

그룹의 앞길이 썩 밝아 보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 * *

“인사 총괄 상무 이사, 그 사람 어딨어?”

“예, 예에?”

설재영이 스카이피아에 난입했다.

안 그래도 1층 경비실에서부터 웬 사모님이 돌진하고 있는데 설 회장 딸이라고 해서 막을 수가 없었다고 소식이 들어 온 참이다.

하은 재단 출연금 끊기부터 시작한 설재영에 대한 공격은 사학 비리 고변으로 분기점을 맞았다.

특히 채용 비리는 다른 사학들도 만연한 비리인데.

유독 하은 재단과 학원만 권익위, 경찰, 검찰에 막무가내로 신고 및 고발해서 재단 분위기가 흉흉해진 모양이다.

나한테 돈 더 주면 교사 붙여준다고 했던 윤리 담당 운영 부장은 이미 경찰 소환 조사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내용은 스카이피아 법무팀과 함께 검토해 보고 직접 고소했다.

그냥 일반인인 취업준비생 A로 신고했다면 이 정도로 타격을 가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 고모.”

“비켜.”

날 찾자 비서인 설은겸이 나가 봤는데 은겸이를 밀치고 멧돼지처럼 밀고 들어온다.

저 씨, 은겸이한테 뭐, 하는 짓?

“뭐 하는 겁니까, 교양 없게.”

“누구야, 너니?”

하는 짓이 꼭 물건 판 상인이 기분 나빠서 괜히 산 물건이 맘에 안 들고 트집 잡고 싶어 각 잡고 환불에 그 상인 무릎 꿇리는 거 보려는 마음가짐으로 쳐들어온 진상 같다.

“오랜만이시네요.”

“오랜만이라고?”

“저는 얼굴 뵌 적이 있는데, 기억 못 하시는 모양이네요.”

“날 안다고요?”

반말 툭툭 내뱉다가 알고 있다는 투니까 조금 누그러진 모양새다.

“사주 같은 사탄 장난질로 애들 현혹시킬 거 같아서 안 되겠어요. 그렇게 말씀하셨던 거 같은데.”

“모르겠는데요?”

가해자는 피해 준 사실이나 피해자도 기억을 하지 않는군.

죄책감 자체가 없거나 그런 죄책감 따위는 지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저 아줌마한테 직접 ‘돈 더 가져와.’ 소리를 들은 건 아니지만.

정기면담 때 사주 가지고 면박 준 것은 기억한다.

“그래놓고 계룡 선사 찾아가신 성경 채플 강요하시는 이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

설재영은 기이하게도 어째 내가 아는 모든 이들과 관계가 나빴다.

설민혁에겐 나이 서른 넘어서 학대를 주동한 주동자였고.

설은겸, 설유겸은 거의 말 상대를 안 해 줬다고 한다.

없는 사람 취급한다고.

일찍이 설정환의 사연을 눈치채고 차별을 시도한 모양인데.

나하고도 썩 좋은 인연이 있지 않았다.

물론 별생각 안 하고 지냈는데, 지금 보니 새삼 보니 사주대로 사는구먼.

그래서 설혜영이 가져다준 이 집안 식구들 사주 봤을 때부터 형제 중에는 유일하게 의심하고 있었다.

“어때요, 저한테도 사주 한 번 보시겠습니까?”

“아, 저는 나가 볼…….”

“여기 있어.”

“어, 네?”

슬쩍 빠지려는 설은겸을 붙들었다.

보통 숨거나 빠져주곤 했다. 남의 프라이버시라고.

하지만 지금은 같이 들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어쩌면 최대의 피해자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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