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돈 안 받는 사주 용병.
회유하려나?
설인훈과 설인훈 라인인 정기상이 스카이피아에 광범위하게 접근하여 돈 뿌리고 다닌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다.
그게 되면 베스트겠지, 맹공을 감행하는 적을 산하에 두는 것만 한 것이 없을 테니까.
“재물을 원하십니까?”
설인훈의 눈매가 빛난다.
갈구고 몰아가는 걸 재물을 얻기 위해서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재물로 몰아가면 나는 좋다.
돈은 흔적이 남는다.
내가 하는 반 설인훈 활동과 설정환 사망 사건 진상규명 활동을 돈으로 매수해 불식시키려 든다?
이만한 증거 어디서 구하겠는가.
“모든 활동에는 대가가 반작용으로 필요한데, 그 작용이 가장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이 재물이지요.”
“선생께서 제게 가진 나쁜 인식은 주입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좋은 상담을 해 주시니 큰 복채를 원한다면 못 드릴 건 아닙니다.”
철학관이란 배경에 걸맞게 뇌물공여를 이런 식으로 하는구먼.
생각해 보면 정치인의 공공연한 정치자금 모집이 출판기념회고.
복채도 그렇게 사용될 여지가 있지 않나? 하고 문득 생각이 든다.
현금 박치기가 많고 세무 행정의 개입 여지가 적다.
그래서 역술인들이 각 캠프마다 있나?
아무리 유불선 통치학과 제왕학을 함양하고 있다고 해도 정치권 수요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고 있었는데…….
“저는 재물을 담을 그릇이 크지 않아 괜찮습니다.”
“돈을 좋아하지 않으실 리는 없을 거고.”
“젊은이는 재물에 대한 동기요인이 나이 든 자들보다는 덜합니다. 육체는 늙을수록 대우가 필요하고 대우가 필요할수록 돈으로 자신을 채우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돈에는 나이가 없다만 날 포장하기 위해서 젊은이를 팔았다.
설인훈의 추정자산은 아들의 백산시공까지 합쳐서 몇백 억대 정도다.
아부 탈리브 센터 1년 이자 대금만 못할 것이다.
그게 한 2개월 치 쌓였는데 나도 어디다 쓸 줄 몰라 그냥 스카이피아 주식만 사고 있다.
차도 명품도 땅도 관심이 없다 보니까 플렉스 할 줄을 모른다.
지금은 그냥 ‘조니신발 파란띠’ 급 술이나 당당히 사서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와중이다.
“그렇다면, 정치를 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말씀을 나눌수록 깊이가 있군요.”
설인훈이 내 말에 대해 칭찬을 했으나.
설양훈이 하는 것 같은 진심 어린 칭찬으로 들리진 않는다.
“정치는 더 관심 없습니다. 그러느니 재물을 받을래요.”
하지만 설인훈도 재물을 준다는 선택은 쉽게 못 고르는 모양이다.
내 행동이 돈으로 불식된다고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더 큰 정치적 이득이나 신념에 따른 공격으로 느껴질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시간을 벌어보고 내 목적을 알아내려 온 것 같은데.
여기다 옆에 지켜보고 있는 증인도 있으므로 섣불리 말하지 못하지, 싶다.
이러면…….
거짓말이나 책임 회피를 하지 않을까?
설인훈의 침묵에서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이건 가문의 치부라…….”
언제나 그렇지만 말 꺼내기 전에 아는 척하는 건 역술인의 기본이다.
“칭기즈칸은 부인 보르테를 메르키트 부족에 약탈당한 적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오고 낳은 맏아들 주치를 평생 친아들로 대했지요.”
“……으음.”
“핏줄이 아니더라도 자식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혈연을 뛰어넘은 자식입니다. 하물며 그분은 주치의 케이스도 아닙니다.”
설정환의 이야기를 역사의 예를 들어 돌려 말했다.
“저도 그렇게 압니다만.”
“그걸 알면서 못 믿는 사람이 있다, 이거군요. 그리고 그자다?”
설인훈은 여기선 놀란 눈치다.
그 건은 가문의 치부 같은 것으로 설윤영도 모르고 있었고.
설윤환도 그것이 자신의 필살기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선생, 어디까지 쥐고 있는 겁니까?”
다 아는 자 포지션을 얻는 건 생각보다 어렵진 않다.
당연히 헤어질 일말 상초 장병들 여친이 괘씸해진다고 하고.
당연히 군 생활 잘할 거 같아 보이는 놈 잘한다고 하고.
세상의 화기가 전환되는 8월 말에 수의 기운이 강해서 비는 오겠으나 당직사령의 인복이 없으니 판초우의 입고 실외 점호하겠거니 했다가 진짜로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점술병, 예언병이 되던 게 인생이었다.
이 집구석은 가장이자 권위가 가장 높은 회장 옆에서 딸랑이 짓 하면서 주워들은 게 얼마나 많은데 내가 그걸 모르겠는가.
“사주로 사람 미루어 짐작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주를 손에 쥐면 저는 그 사람의 스토리가 보입니다.”
엊그제 물 포인트 모은 거 몰빵해서 자아운을 올렸다.
고로 이젠 내가 가는 길은 네 방향 중 한 곳만 틀린 길이다.
뭐, 방향도 하나 뿐이기는 한데, 중간은 가는 방향이 두 곳이 더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스토리가 보이시길래…….”
“믿음에 맹목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처음 인식한 것을 딱히 바꾸려 들지 않습니다. 사주 상 믿음에 맹목적이고 아비의 운보다 어미의 운에 가까운 특이한 형제가 한 명 있었습니다.”
“흐음.”
“설 회장의 모든 자식들은 어머니 운이 아버지 운보다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단 한 명 어머니의 영향력이 더 큰 분이 있고 그분이 어머니를 가장 오래 모신 자식이라 봐야겠지요. 뭐, 그보다 오빠가 한 명 있었겠지만 옥살이와 군 복무로 그녀보다 어머니와 만난 시간이 길지 않았겠지요.”
“알고 계셨군요. 그러면 저는 무고한 것 아니겠습니까?”
설재영한테 투하하고 슬쩍 빠지려는 행태인데…….
“하지만 그런 맹목적인 사람들을 부추기는 사람은 있겠죠.”
“…….”
“맹목적인 신념이 있는 자들은 일반적으로 행동력이 떨어집니다. 그건 몸으로 행동으로 체득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가진 게 진리라 여기어 더 부딪힐 생각이 없으니까요.”
말하고픈 운이 트이는 나 같은 경우면 모를까.
신념은 방구석에서 빛나고 가상세계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표현되는 편이다.
신념이 외골수라 만인의 사랑을 받기 어렵고.
사랑을 받은 적이 없으니 신념을 드러내는데 겁을 먹는다.
에고는 세서 표현으로 생기는 반작용인 욕을 감당할 생각들이 없으니까.
“그러므로 그 행동이 되어 줄 사람이 나타난다면 쉽게 연합을 합니다.”
“저는 그때도 원내에서 바쁠 때인데요.”
그리고 설인훈도 무심코 자신의 대사에서 힌트를 흘린다.
바쁘단 말을 무시하고 내 할 말만 계속했다.
내 의심을 지우려면 그 이상을 가져오라니까.
“지성이 대단한 사람이 계획하고 기획하여 서포팅한 느낌이 납니다. 아니, 지성이 대단하다기보다는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분이 말이죠. 그렇다면 교사범과 실행범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어쨌거나 적극적으로 회사 장악과 회삿돈을 탐하는 건 설인훈 쪽이다.
말이 다 맞다면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영향력 확대를 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제가 선생의 오해를 풀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까지 한 적이…….”
“거짓말!”
일갈의 목소리가 들려 나도 깜짝 놀랐다.
소녀 보살이 칼 뽑는다.
“거짓말이라니요? 아가씨.”
“닥쳐라! 누구 앞에서 거짓을 말하느냐, 네 거짓을 말하는 창자를 끄집어내어 흐르는 온천물에 초벌로 데쳐줘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쟨 진짜야? 뭐야?
연기면 잘하네, 나도 쫄았다.
무당이다 보니 진짜 신들린 건지, 신들린 연기를 하는 건지 아리송하다.
신기가 빠져서 사주 배웠는데 신기가 돌아오던 시기를 봤으니까.
어디서 거짓부렁이야, 하는데 칼은 무섭다.
이거 홍문연 아니야.
소녀 보살은 일갈한 다음, 명승철학관 정문을 딱 하고 막아섰다.
칼을 무슨 수문장처럼 들고 있네.
이어 경의검을 횡으로 한 번 휘두르는데, 진짜 저러다 누구 다칠 거 같다.
저 체중에 팔에 근육 하나 없이 저걸 한 손으로 다룰 수 있는 건가?
“그……. 내가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기업을 위해 일한 적이 있고 설씨 가문 웃어른으로서 수습에 나설 생각은 있습니다.”
설인훈은 미친년 칼부림에 소름이 돋았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많이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위압하는 사주감평의 의도대로이긴 한데 효과가 괜찮다.
당연하지만 이 대화는 모두 녹취되고 있다. 나중에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 있으니까.
“다 필요 없습니다. 유가족에게 무릎을 꿇어 진실을 솔직히 털어놓고, 그에 대해 용서를 받아오신 뒤 그들을 압박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직위에서 은퇴하신다면……. 저는 자식분들에 대해선 공세하지 않겠습니다.”
“허.”
“혹은 그리 한 이를 저렇게 해 주신다면야 자식분들께는 공세하지 않을 겁니다.”
처분은 내 소관이 아니라 조심스럽다.
내 아버지 원수 아니잖아.
“그 기사대로라면, 용서가 되는 일입니까?”
했던 일이 과하게 돌아와서 그렇다는 거겠지?
웃었다.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선 때로 격한 표현으로 성정을 들쑤셔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살해 정황이라고 뻥을 치니까, 아니라고 해명하러 온 것 아닌가.
실제 지은 죄는 검찰 수사를 통해 회장직을 내려놓게 만들려는 모략을 꾸민 것이다.
목숨을 빼앗을 생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의원님 정도의 모략이라면 저는 그 이상도 가능할 거 같네요.”
“그 무슨,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람을.”
다만 누명 씌워 몰아가는 게 얻을 게 더 많다고 봐서 봐주지 않았다.
설정환은 외부적으로 대단히 좋은 대외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법을 알았고 가족부터 지인들에게까지 좋은 평만 듣던 사람이다.
가족에게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한 팔자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발휘된 것이다.
어릴 적의 핍박으로 인한 약한 멘탈이 잘못된 시운을 만나 크게 터졌을 뿐.
그걸 따지자면 설양훈도 단죄해야 하지만, 그 영감은 아들과 화합했고 스스로 하던 속죄로 최소 손녀들에게는 애정을 받고 있어.
아마 이 사실이 손녀들에게 알려져도 원망은 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돈이 보상이다.
수조 원대를 할아버지가 물려준다는 유명이 있잖은가.
“저는 말입니다. 정치인들을 믿지는 않으나 정치하는 사람의 경력을 믿습니다. 통합과 화합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조카의 식솔들에게 진상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십시오.”
그래서 우선은 회유해 보았다.
설인훈은 책상에 팔꿈치를 올리고 양손을 쥐었다.
그 모은 손안에 얼굴을 감춘 뒤 눈을 치켜뜨며 날 바라본다.
“사과가 통합의 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극단적인 폭력은 길입니까?”
“……아.”
“회유도, 합의도 이뤄진 게 없는데 당하고만 계실 분은 아닙니다. 아들 회사 쪽으로 어깨들하고도 만나는 거 같고요. 권력은 언제나 무력이 필요하죠.”
사전에 으름장을 놨다.
이태현 교통사고를 기억한다. 정기상이 연루되어 있었다.
사과도 회유도 안 되면 반드시 비상한 수단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뭐, 조만간 정은이 사주와 한반도 정세 관련 기고를 할 생각입니다. 좋은 짓 한 거 아니니까, 안 좋은 쪽으로 해석해서 맹비난을 가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언론마다 한 이야기를 한마디 더 할 거예요. 북한 소행.”
설인훈은 그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짓는다.
표정이 팍 썩었으나 이내 내 등 뒤에 거울을 보더니, 눈을 질끈 감고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등 뒤에 칼 뺀 교복 소녀라는 황당한 존재가 있었으니까.
구도만 본다면 등 뒤의 칼을 든 사람과 앞의 앉아 있는 남자는 사형수와 망나니 같다.
“저를 너무 나쁜 사람으로 보시는군요. 뭐, 그래요. 한 번, 잘 타일러는 보겠습니다.”
“누굴 타이릅니까?”
이미 설인훈이나 나나 설재영을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형님도 아셨을 겁니다. 형님은 내가 그랬다면 나를 가만히 두셨을 분이 아니에요. 뭐, 부끄럽지만 조카들 다툼에 부화뇌동했다. 그 정도로 정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도 형님의 기업에 공이 있는 사람이에요. 욕심을 부린 게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욕심이 금도를 넘으면 그것은 죄입니다.”
그 말을 들은 설인훈은 감탄하는 리액션을 보인 뒤,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이야, 정말이지 한 마디도 질 생각이 없으시군요.”
예언과 정보를 쥐고 있는데 지는 쪽에 서는 것도 우습지 않나?
* * *
괜찮은 만남이었다.
용의자가 다른 용의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죄수의 딜레마스러운 취조 현장(?)이었으나.
대화로 얻은 정보가 많았다.
일단 설인훈의 말을 믿자면 설인훈은 설재영의 폭주로 인해 설양훈의 두 아들이 모두 끝장나게 생기자, 설양훈의 차기 리더십을 노리고 설재영의 뒤치다꺼리를 해 주며 회사에 영향력을 확대한 기회주의자였고 본인도 그것은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협박하는 자리나 다름없던 이곳에서의 대담엔 거짓이 섞여 있을 수 있어, 온전히 믿지는 않았다.
역으로 설재영의 뒤를 봐주면서 설재영을 그리 써먹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진짜 감정 문제라면 은겸이 쪽도 위험하겠는데, 서울 잠깐 가 있으라고 해야 되나.”
“뭔, 혼잣말이냐?”
소녀 보살의 공로도 컸다. 치하해야지.
“아, 고생했다. 진짜 고마워. 연기 잘하더라.”
“말을 잘하는군. 말이 용신인 놈은 달라.”
“나는 이제 뭐가 들어와도 다 용신이라 상관없다.”
“……좋겠다.”
용신은 뭐, 몇 차례 언급이 되지만 더 쉽게 풀자면.
화수목금토 오행 중 개인이 가장 필요한 속성스탯을 말한다.
소녀 보살처럼 사주가 나무숲에 불바다가 펼쳐진 사주 같으면 불 끌 물이 최고의 속성인 것이고.
나처럼 물바다의 운이면 불이 성해 세상이 더워야 누가 멱이라도 감으러 오니까.
불이 괜찮은 속성이다.
나는 현재 대운과 사주강화술로 어떤 속성이 올라도 감당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의 소녀보살은 ‘인생 뭐 있나? 화끈하게 다 불태우자’ 느낌으로 나무의 속성이 내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체 크기’만 올리고 있다.
여자 가슴은 이게 생육 기관 및 샘을 분비하니 물로 들어가나, 몸에서 튀어나오는 기관이니까 나무로 들어가나 알 수가 없으나.
여성 사주강화술에만 있는 운세 같은데 물어보기가 좀.
“그거 뭐, 어떡하냐. 인생이 그런 것을……. 심지어 사주강화술도 오복을 안 타고 나면 컨텐츠가 막혀 있는 것을.”
소녀 보살의 사주강화술은 DLC 안 산 버전 같다.
“아무튼 진짜 잘해 줬어, 고맙다. 네 덕에 더 파고 들어갈 수 있었어.”
이 동네 미친년은 나야.
이걸 해 줘서 쉽게 풀렸다.
“맨입으로?”
“아, 일 시켰으니 보답은 해야지. 돈으로 되겠냐?”
“될까?”
현금자산 7억 4천에 집 한 채.
소녀 보살은 벌어 놓은 자산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충만해서 돈으로는 뭐가 안 된다.
“그러냐? 바라는 게 뭐야. 영민이 캣타워?”
현재 영민이는 수이가 맡아주고 있다고 했다.
소녀 보살은 출장이니까.
“나한텐 사주강화술 올리는 게 중요하다.”
“아, 이해가 갑니다. 그러면 무슨 운…… 아니, 물을 것도 없겠네.”
“잘 아는군?”
사람이 이성운이 모자라도 이목구비, 피부 그리고 소녀 보살의 몸에서 미루어 보듯 육체에 투자해 일시적으로 이성을 당겨올 수는 있었다.
쇠에 깃든 남자운 올리기가 사주 자체가 불바다라서 지랄 맞으니까.
우회한 방법인 신체 변화가 몸매에 깃든 거 같은데.
“1레벨은 어떻게 올렸는데?”
“봐라, 이거 샀다.”
남자운은 관성운하고도 관련이 있을 테니, 누군가를 부하로 부리거나 직장에서 열심히 하면야 오르긴 올랐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소녀 보살이 보여 주는 사진을 보는데.
미친 갑옷을 진짜 샀어.
이 무슨 전통 한옥에 체인 메일이야.
“차라리 귀걸이나 피어싱을 하지.”
“신체 발부 수지부모라고 그러지 말랬다.”
진짜 유학자 귀신이 붙은 것 같기는 하므로 반박하진 않았다.
“아, 예. 아니, 불 운세 때문에 이게 안 되는 거면 물 운도 올려야지 않냐.”
“그래서 물도 하루 6리터 마시고 목욕 2시간씩 한다.”
존경스러울 정도로 무식하게 레벨업하고 있네.
“야 6리터면 물 중독 아니냐?”
“그래서 오줌이 하루에…….”
거기까지.
“에효, 그래서 뭐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알지 않냐?”
대충 알긴 안다.
남자가 여자운 올릴 때 필요한 퀘스트랑 흡사할 것이니까.
음.
지가 먼저 요구하는 것보다 상대가 들이밀어 주는 게 오르긴 더 잘 오르니까.
“여기 사람 많은 지하상가 있거든. 거기 가자.”
“아?”
“너 왜 맞는 속옷을 안 입냐. 사 줄게. 가자.”
몸으로 때우는 건 좀 그러니까 선물로 때울 셈이다.
소녀 보살이 으스대며 웃는다.
“보고 있었구나?”
칼춤 출 때 민망하더구먼.